‘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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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우투카와’ 꽃잎 날리던 교정

0 개 3,082 NZ코리아포스트
우리가 살아가면서. 지난 일들 가운데 보람있었던 시간들을 추억하는 것처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여러가지 자기 하는 일에 성취감이 곧 보람이겠지만 무엇보다 순수한 마음으로 남을 돕고자 하는 봉사야말로 가장 값진 보람으로 오래오래 아름다운 추억되어 남는가보다.

낯선나라. 친척도 친구도 없는 곳에 가서 어떻게 지내나? 무척이나 고민하다가 영주권 유예기간 삼일을 남겨두고 허둥허둥 날아와 짐을 풀고 있을 무렵이었다.

“때르릉 때르르릉...” 웬 전화가 그리도 자주오고 또 오는지 딸 애가 전화 받느라 바뻤다. 제법 사람들을 많이 사귄 모양이구나. 의외라고 생각하면서. 무슨 일이 있느냐? 고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아이들 학교에서 어머니회 책임을 맡았어요. 엄마 나 이런 것 싫어 하는 것 아시죠 그런데 어쩔 수가 없었어요” 참 별일도 다 있네. 너도 자식을 키우다 보니까 싫어하는 일도 하는구나 싶어 웃음이 나오는 것을 참으며 기왕에 맡은 것 잘해 보라고 격려를 해 주었다.

기금 모으기 ‘바자회’가 코앞에 닥친 모양인지. 전화통에 불이나고 있는 것이었다. “여기 도와 줄 인력하나 더 있질 않니 잘 해 보자꾸나.” 그렇게 운을 떼면서 솔직히 딸애가 기뻐하는 것 이상으로 내가 속으로 더 기뻤다.

주말에 두 아이들을 앞세우고 네 식구가 함께 삼십분 먼 길을 달려 한국 학교에 가 보았다. 바자회 말고도 매 주 아이들 간식을 만들어 팔면서 기금을 모으는 일도 어머니회가 맡아 하는 일임을 알았다.

타국에 나와 살면서 1.5세대들이 고국을 잊지 않도록 교육하는데 필요한 자금을 일부나마 보태자는 취지여서 감동스러웠다.

세 사람을 먼저 내려놓으면 아이들은 교실로 각자 들어가고. 딸애는 곧장 달려가 쇼핑센터에서 그 날 필요한 재료들을 사 와야만 했다. 그 사이 나는 강당 한 켠 컴컴한 무대 밑 지하실을 내려가서 창고에 놓아둔 기름 솥이며 살림살이들을 챙겨 긴 탁자위에 준비를 해 놓고. 우리 애들이 먹을거니까 기름도 새 것으로 갈아담고 여러개의 기름솥에 전기를 꽂아 덥혀 놓아야 했다. 그 날의 당번인 엄마들이 올 때까지.... 간식 시간에 맞춰 튀겨 낸 칩스를 봉지봉지 담고. 떡도 꼬치에 꽂아 팬에 굽고. 빵에 겯드릴 쏘세지도 굽는다. 서툰 쏘세지 냄새에 휘둘리는 속을 달래느라 익숙 해 질때까지 참 많이 힘들었지만. 그래도 젊은이들과 함께 한다는 사실이 즐겁기만 했다.

‘때르르릉’ 간식 시간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마자 한달음에 뛰어나와 줄을 서는 아이들. 저마다 동전을 내미는 고사리 손이 마냥 귀엽다. 정신없이 바쁜 시간이지만 돈 받아 통에 떨구는 소리가 음악 소리처럼 즐겁고 감미로웠다. 밀려드는 손님들로 정신이 없으니 세상에 이렇게 신나는 장사가 어디 또 있을까?

아이들이 맛있게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도 재미있고 충만한 행복이었다. 어느 애는 꼬치떡에 묻은 매콤달콤 맛있는 소스만 핥아먹고 다시 묻혀달라고 떡을 내밀며 보채기도 한다. 새벽부터 일어나 그 소스를 만드느라 허둥대던 딸 애의 모습을 떠올리며 맛있다고 먹는 애들이 고맙기만 했다. 수북하게 준비했던 것들이 순식간에 다 없어지고 아이들도 썰물처럼 빠져나가면 갑자기 정적이 허무처럼 밀려온다. 하지만 수금통에 그득한 돈을 보면서 충족감과 함께 보람을 느낀다.

저학년 아이일수록 우리 말이 서툴러 저이들끼리 있는데선 영어로 말하는 것을 보면서 안타까워 잔소리꾼 할머니가 되기도 했다. “공연히 아이들 기죽이지 마세요” 딸 애의 우려였지만 늙은이는 그냥 지나칠 수가 없질 않은가!

“얘들아 한국 학교에선 우리 말만 쓰도록 하자” 교장 선생님이 가끔씩 나오셔서 일하는 엄마들을 격려 하실 때마다 나를 보고 하시던 말씀 “00할머니는 너무 젊으셔서 이모님 같으십니다” 젊은이들 틈에 혼자 끼어있는 나를 다독여 주시는 말씀인 줄 번연히 알면서도 기분이 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치기때문이었겠지.

하루의 정리를 끝내면서 이런저런 잠깐의 수다판에 참견을 할 수 있는 것도 특혜처럼 반가웠다. 십여년 전 그 때 학생이던 아이들이 이젠 어엿한 대학생이 되었다.

긴 세월 만날 때마다 지인이 되어 환하게 반겨주시던 교장 선생님도 안타깝게 이미 타계하시고. 어제 일만 같은데 세월이 많이 흘러갔다. 양지바른 교정. 해풍에 ‘포우투카와’ 꽃잎이 날려오던 그 곳. 내가 처음 정붙인 젊은 엄마들도 이젠 모두 중년으로. 나를 기억하고 있을까?

아직도 남의 학교를 빌려 쓰면서 아이들이 마음껏 활개치지 못하는 안타까움은 언제나 면하게 될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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