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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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벗꽃 길, 그리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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엊그제만 해도 죽은듯이 다소곳하던 헐벗은 벗 나무에 뽀오얀 꽃봉오리들이 툭툭 터져 화사한 꽃을 피워 웃고 있다. 아직은 어려 가녀린 몸매지만 버겁도록 무겁게 꽃짐을 실은 나무 나무들. 작년보다 키가 한 뼘쯤은 컸을까? 길가에 우두커니 서 있기만 하더니 제철 찾아 어김없이 꽃을 피운 그 길을 달릴 때면 늘 가슴이 따뜻 해 진다. 작년에도 그 전 해에도 늘 그랫듯이.... 오감을 자극해 생동감을 주는 황홀함 속에서 맘껏 수다스럽고 싶은 충동을 참지못해 겨우내 닫혀살던 무거운 마음을 열어 힘껏 큰 숨을 쉬어도 본다. 나는 어느새 꿈속을 방황하는 이방인이 되어 먼~길 고국의 C 시를 달리고 있다.

처형(妻兄)이 귀국하면 제일 먼저 달려간다는 유명한 칼국수 집이라나. 어머니도 분명 좋아하실 것이라며 모녀를 함께 묶어 내 의견도 묻지 않고 밀고 들어간 커다란 식당. 사람들이 가득찬 넓은 마루방에 두툼한 방석을 깔고 앉아 촌뜨기가 되어 두리번거리다보니 문득 여기가 진정 사람사는 곳이구나 라고 깨달아진다. 내가 정들고 길들여진 사람냄새가 이런 것이었지. 버터냄새 치즈냄새가 아닌 구수한 된장냄새 김치냄새.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익숙한 냄새에 한없이 마음이 편안해 진다. 그득하게 접시에 담아 내온 해물이며 야채들도 내가 긴 세월 먹고 살았던 칼칼한 맛 그대로다. 그것들을 차례대로 끓여먹고 그 맛있게 울어난 국물에 칼국수를 넣으니 뜨끈하고 얼큰하고 깔끔한게 입맛에 그만이었다. (그래 바로 이런 맛을 그리워 했던거야) 여기에서 먹는 ‘스팀보트’를 닮은 형식인데 그 맛의 차이는 하늘과 땅 만큼이라고나 할까? 무언가 빠진듯한 한가지를 확실하게 채워주던 맛. 딸내외는 기분 좋다고 소주잔 기울이며 모처럼 어미앞에서 어린애로 재재대던 모습 지켜보던 재미. 술한잔 안 마셨어도 그들과 함께 몽롱하게 취해 버리고 말았다.

그 집을 한발 나섰을 때. 아! 그 때 만났던 별천지가 내 뇌리속에서 영영 지워지지가 않는다. 흐드러지게 핀 밤 벗꽃이 물결처럼 출렁이며 우리를 반갑게 맞아주질 않던가. 춘정을 못이겨 바람이 난 것처럼 흣날리는 꽃잎들은 가로등 불빛속에서 눈발처럼 나부끼는데 아이스크림을 핥으며 동심으로 돌아 간 젊은이들이 모두가 비틀거리는데 꽃에 취하고 분위기에 취해서였겠지? 양팔을 그들에게 맡기고 허공을 걷듯이 붕 떠서 꽃길을 헤메던 세 사람.

그 때에 비하면 어림도 없이 왜소한 어린 나무들 곁을 스치는 눈앞에 그들이 있고 내가 있다. 개성을 드러내듯 조금씩 다른 분홍색 꽃들. 특별하게 보아주는 사람도 드문 호젓한 골목길에서 자기들 스스로의 교감으로 위로를 하며 너무나 쓸쓸해 보이는게 조금은 안됐지만 나 혼자 맘껏 즐길 수 있는 특혜같아서 마냥 좋다. 나목으로 버려진듯 혼자 서 있다가 다시 봄꽃으로 당당하게 피어나는 그 꽃들을 보면서 새삼스럽게 삶의 철학을 음미하기도 한다. 사람들은 단순히 꽃을 즐기지만 나무들은 그들 나름대로의 삶을 살아내기 위한 통과의례의 몸부림으로 꽃도 피워내고 잎도 피운단다.

비바람 모진 고통을 인내로 견뎌내고 때맞춰 꽃을 피워내는 투정없는 책임이랄까. 옷속으로 찬바람이 스미는데 피워 웃는 그들을 보면 잔잔한 감동이 와서 마음이 촉촉 해 진다.

긴 겨울 꽁꽁 얼어 붙었던 시린 가슴을 녹이고파 봄이 급해서 남쪽마을 ‘진해’로 ‘경주’로 꽃마중을 갔던 때가 그리워지는 것도 바로 이맘 때 그 꽃길을 달리면서의 버릇이기도 하다. 꽃다운 청춘에 부부라는 인연맺어 자식낳고 살다가 훌쩍 먼저 떠나보낸 반쪽. 낙엽지던 그 가을이 서럽고 하얀 눈속에 갇혔던 답답함을 달래려고 봄마중을 다녔던 중년의 여인.

꽃세상에 묻히면 묘한 감정들이 꿈틀댄다. 가슴 밑바닥에 응축된 서름이 복바쳐 소리없이 울기도 하고. 한바탕 눈물을 쏟고나면 나른한 행복감이 조금씩 가슴을 적셔온다. 그게 좋아서 그 위로가 달콤해서 그들 유혹에 놀아나곤 했다. 고뇌하고 갈등하는 삶의 버거움을 그렇게 달래며 살았었는데 그 때는....

몸도 마음도 다 메마른 지금. 저 어리디어린 작은 나무에 부족한듯 아쉬운듯 꽃을 달고 서 있는 외로운 나무들을 보면서 지난 세월을 뒤돌아 보는 나는 어느 지점에서 있는걸까? 꿈이 단절된 하루하루를 싱겁고 담백하게 살아가는데 짜릿한 몸부림으로 꽃을 피우는 그들이 눈물겹게 대견하고 부럽기만하다. 겨울보다 더 시리고 매운 바람속에서 세상속으로 태어난 묵은 가지의 꽃들. 금방 시들어 낙화가 된다는게 너무나 서글프다. 내 마음밭에 옮겨 심어놓고 오래오래 봄마중을 하며 추억속에서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그 어느 때 보다 간절한 것은 왜일까?. 이 세상과 인연의 끈을 놓치고 끝장이 나는 그 순간까지 그 꽃을 어루만지는 고운 바람으로 살아갈 수 있다면 너무나 좋겠다. 그 꽃을 포근히 감싸주는 햇님이고도 싶고. 따뜻이 보듬는 사랑의 마음으로 살 수 있다면 더더욱 좋겠지. 생기 넘치는 내 삶을 위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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