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 시린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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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슴 시린 사람들

0 개 2,580 오소영
남섬의 폭설 소식과 함께 사나운 비바람 앞세워 겨울이 깊어만간다.
 
까짓 추위쯤 아랑곳않듯 맨살을 드러내놓고 당당하게 자랑이라도 하는양 나다니는 꽃띠 아가씨들에겐 심히 꼴불견으로 보일테지만 웬만큼 입고서는 등짝이 허전해서 입고 또 껴입고... 황혼열차에 실린 사람들에게 뉴질랜드 겨울은 가히 공포의 계절이다.
 
눈밭에 딩굴어도 괜찮을만큼 단단히 챙겨입고 외출을 서두르는데 어디선가 낯익은 목소리가 바쁜 발걸음을 붙잡는다.
 
“와~~ 콜드 베리베리 콜드~...”   아이같이 왜소한 몸을 잔뜩 웅크리고 엄살을 부리는 ‘허버트’ 노인의 장난섞인 소리에 잠시 주춤거리지 않을 수 없었다. 하지만 지금은 있을리 없는 사람. 착각이었음을 깨닫고 돌아서는 발걸음이 가볍지 않았다. (도대체 그 노인은 어디로 간 것 일까?)
 
어느 날 갑자기 바람처럼 사라져버린 사람의 궁금증이 늘 마음에 걸렸었다. 
 
살만큼 형편도 괜찮은 노인이 두툼한 방한복도 없이 철지난 헐렁한 마이 차림으로 겨울을 견뎌내는 배짱은 아마도 검소함으로 살던 생활습관이었을 것이다. 그럼에도 추위깨나 타는 내게 베리콜드를 외치며 유유상종을 하는 것은 그의 특기인 익살이었을까? 아니면 마음시린 공허감을 달래려고 교감의 짧은 순간을 즐겼을 수도 있다. 어쨌든 그 사람과 마주치는 날은 기분좋게 시작되는 하루여서 즐거웠는데 그 어느 겨울보다 삭막하고 더 추운 것은 그 노인이 없어서인지? 벌써부터 품속으로 한기가 스며든다.
 
‘허버트’ 노인이 떠난 집에 새로 이사 온 사람은 젊고 건강한 남자다. 젊은이답게 집에 매달려 뚝딱뚝딱 차양도 만들어 달고 여기저기 손질을 하면서 하루가 다르게 새 집을 만들어갔다. 부지런하게 앞마당에 돌아가며 나무도 심고 꽃도 예쁘게 가꾸는데 솜씨도 그만이지만 그 넘쳐나는 활기가 신선 해 보여 색다른 충격을 받는다.
 
듬직한 어깨에 앙징스럽게 귀여운 작은 ‘쌕’을 메고 희고 검은 콤비의 ‘헬멧’으로 멋(?)을 내고 자전거 페달을 힘차게 밟아 달려나가는 그의 뒷 모습을 보노라면 나도 모르게 어깨에 힘이 실리는걸 깨닫는다. 버거운 세월의 짐도 한결 가벼워지는 것 같은 묘한 기분. 마치 그를 따라 젊어지기라도  하는 느낌이랄까...
 
둥근달이 휘엉청 혼자 떠서 심심해  하는 한가로운 어느 밤.
 
하얗게 달빛으로 드러난 담벼락에 기대서서 하염없이 담배연기를 뿜어내는 그 남자를 보게되었다. 멍~~한 무표정에서 느껴지는 맥빠진 허탈감. 담배 연기속에 묻어나는 절절한 외로움을 읽는 순간 흠칫 발걸음을 숨겨야했다. 곧 눈물이라도 쏟아낼 것 만같은 표정을 훔쳐보며 그가 어찌 낮의 그 사람이었는지 전혀 일치가 되지않았다. 아직은 혼자이기에 이른 나이. 누군가 말벗이 그리워 달빛을 벗삼아 아쉬운 교감이라도 하는지? 빈 집의 고적감을 떨쳐내려고 밖으로 나와 언 가슴을 녹이는 그는 ‘허버트’ 노인보다 더 춥고 쓸쓸한 사람이었음을 알고 놀랬다.
 
그는 어떤 사연으로 벌써부터 혼자가 되었을까? 그리움의 허깃증을 일로 달래려고 부지런을 떨었을 한없이 외로운 영혼. 문득 그와 공감되는 어떤 여인의 지나간 시간속으로 빠져드는 자신을 발견했다.   

대화가 단절된 빈 공간. 스스로의 숨소리만 크게 들리는 적막속에서 울분같은 설움을 참아내야 했던 오십대 그 시절. 아이들이 떠난 빈 방을 서성거리며 그들의 체취를 탐닉하고. 어렸을 때 가지고 놀던 손때 묻은 인형들과 이야기 하면서 소꼽놀이로 만지작거리며 치기로 버텨낸 가슴시린 세월이 있었다. 딸 자식들은 키울 때 뿐. 에미 가슴에 커다란 구멍 하나 뚫어놓고 제 갈길 찾아 떠나는 것. 나도 그리 떠나왔고 내 딸들도 그리 떠나갔다. (인생이란 다 그런거야) 유행가처럼 읊조리면서도 뚫린 구멍으로 때없이 넘나드는 시린 바람은 막을길이 없다.       
 
요즈음은 자식들 교육이 인생의 전부인양 일찍부터 스스로 기러기가 된 아빠들이 참 많다. 세상이 좁아져서 이래저래 수 만리 헤어져 사는 사람들도 너무나 많다. 아무리 통신매체가 대단한 시대라 해도 인생이 마냥 길지만은 않은데 그리 떨어져 살아도 괜찮은지? 안타까운 노파심이다. 그들은 특별한 목적과 기다림이 있는 시한부 외로움을 살기에 가슴시린 허허로움은 없었으면 좋으련만... 
 
아! 저 조용한 달님은 그 모두의 시린 가슴을 녹여주려고 혼자서 저렇게 환하게 웃고 있을까? 아니면 달님도 외로워서 세상속으로 떠 오른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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