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간 우체통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정동희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Danielle Park
EduExperts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김수동
최성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빨간 우체통

2 4,138 코리아포스트
아내가 오클랜드에 있는 딸에게 전화를 했다.

"너 이번 주말에 올 때 한국 슈퍼마켓에 가서 부르스타 좀 사와라~ 토요일 저녁에 손님을 초대를 했는데 월남 쌈을 먹기로 했어, 그런데 두 곳에서 고기 국을 끓여야 하는데 브르스타가 떨어 졌어, 브르스타 꼭 사와라~"

나는 웬만하면 참견을 안 하려고 마음먹고 사는데 딸이 정말 브르스타를 사 올 것만 같아 참견을 하고 말았다.

"아, 브르스타는 휴대용 가스렌지이고 거기에 사용하는 가스가 부탄가스인데 부탄가스가 떨어진 것 아냐? 그러면 부탄가스를 사오라고 해야지, 브르스타를 또 사오면 고기국물울 어떻게 끓여~ 어휴 답답해~~ 다음부턴 안 알려줘, 국물도 없을 줄 알아~"

내 말에 아내가 신경질을 부리며 목소리가 커져 버린다.

"근데 왜 당신 화를 내고 그래~ 부드럽게 가르쳐주면 어디가 덧나?"

부드럽게 말 할게 따로 있지, 제길~ 딸은 이번 주말에 못 온다고 했다. 오느냐 안 오느냐 부터 물어보고 브르스탄지 부탄가슨지 얘기를 꺼내는 게 순서가 아닌지...

다음날 아내는 아들보고 시내에서 브르스타를 사오라고 말을 하는데 아들은 시간이 없어서 못 사온다고 말 하였다. 내가 또 언성을 높이며 힘들게 부탄가스라고 또 고쳐 줄 필요가 없어서 참 다행스러웠다.

토요일 오전에 아내가 시내 키위 가게에 가서 부탄가스를 사 가지고 와서 깔깔거리며 말했다.

"내가 브르스타를 달라고 했더니 정말 가스렌지를 주더라고, 호호호~~"

우리 집에 처음 찾아오는 손님들은 거의 다 30분 내지 1시간 정도씩 지각을 한다.

한국 손님들이 코리언 타임이라 그런 게 아니라 아내가 약도를 헷갈리게 가르쳐 주기 때문인 것이다. 키위들이야 주소만 가지고도 잘 찾아오지만 교포들에게는 약간의 도로 설명을 해주면 되는데 아내는 보통 10분 이상 설명을 해준다. 그런데 그게 오히려 헷갈리는 요인이 되는 것이다. 전화거는 아내 옆에서 듣는 내가 하도 답답해 참견을 하면 참견을 한다고 성질을 부리며 아예 다른 방에 들어가서 한 참 동안 약도를 설명 해주고 만족스런 표정을 짓고 나온다.

"고블 고블한 길이 나오는데 그 길을 그냥 따라 오고 또 언덕길이 나오거든 언덕길을 올라가면 또 내려가는 길이 나와 "아내는 이런 식으로 길의 형태나 모양까지 자상하게 설명을 해주는데 그런 길 모양은 어디를 가나 다 있는 게 아닌가, 그러니 헷갈리는 것은 당연하다.

"조금만 더 오면 한전이 보여, 한전을 지나 돌아가는 길이 있는데 조금 더 오면 빨간 우체통이 보여, 그 집이 우리 집이야~"

우리 동네에 있는 전력회사를 아내는 한전이라고 부른다. 여긴 뉴질랜드이니 뉴전이라고 내가 몇 번을 가르쳐 줘도 항상 한전이라고 부른다.

토요일 날 연이네 가족은 예정 시간보다 40분 정도 늦게 우리 집에 도착했다.

내가 연이 아빠에게 우리 집을 찾느라고 고생 많이 했지 하고 물었다.

"아뇨, 조금밖에 안 헤맸어요. 근데 빨간 우체통이 안보여서 좀..."

우리 집이 뭐 번지 없는 주막도 아니고 번지수만 가르쳐 주면 되는데 아내는 항상 빨간 우체통이라고 말을 한다. 4년 전 우체통 지붕에 칠해놓은 빨간색은 이미 다 바래버려 나무색 밖에 안 보이는데...

아내에게 빨간 우체통이라고 말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건만 고쳐지지 않으니 천상 내가 다시 우체통 지붕을 빨간색으로 칠해 놓는 수밖에 별 도리가 없다.

ⓒ 뉴질랜드 코리아포스트(http://www.koreapost.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hahaha
글보고 너무 웃었어요...우리 부부를 보는듯해서,,,,저의 남편도 제가 말하면 꼭 고쳐주면서 그렇게 말하면 상대방이 제대로 알아듣냐고 하는데,,,^^ 정말 간만에 많이 즐거웠네요...감사합니다...
어여쁜딸래미
아빠,, 이건 정말 대박인데요 ㅋㅋ 완전 대화하는모습을 내가 지켜보고있는것만같아 ㅎㅎㅎㅎ

담낭암(膽囊癌)

댓글 0 | 조회 356 | 15시간전
▲ 우상 장기표(張琪杓)우상 장기표(張琪杓) 신문명정책연구원장이 담낭암(膽囊癌, gallbladder cancer) 투병 중 국립암센터에서 9월 22일(일요일) … 더보기

중제 스님의 시간은 오늘도 발효 중

댓글 0 | 조회 210 | 10일전
동화사 사찰음식체험관에서 듣는 중제 스님의 사찰음식 이야기모자라지도 넘치지도 않는 온기와 습기의 공간. 눈에 보이지 않은 작은 미생물들이 한 공간에서 숨을 쉰다.… 더보기

반수연 작가의 문학적 복수

댓글 0 | 조회 163 | 2024.09.25
▲ 첫 소설집 ‘통영’을 낸 반수연 작가가 2021년 7월13일 오전 한겨레신문사에서 인터뷰를 하며 책에 서명을 하고 있다.캐나다에 거주하는 한인 작가 반수연의 … 더보기

한의학으로 알레르기성 비염 치료하기

댓글 0 | 조회 255 | 2024.09.25
다시 또 알레르기가 시작하는 시기가 찾아왔다. 알레르기성 비염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콧물과 재채기, 그리고 코 막힘 때문에 일상생활에서 많은 불편함을 야기한다. 하… 더보기

new NCEA 분석과 대책

댓글 0 | 조회 604 | 2024.09.25
뉴질랜드 고등학교 학력제도인 현 NCEA (National Certificate of Educational Achievement)는 2002년 NCEA Level… 더보기

부부 공동재산과 별도재산

댓글 0 | 조회 942 | 2024.09.25
한국은 부부별산제, 즉 부부가 별도로 각자의 재산을 가지는 제도를 택하고 있다고 합니다.반대로 뉴질랜드는 다른 영미권과 마찬가지로 공동재산제를 택하고 있습니다. … 더보기

추석 도시락

댓글 0 | 조회 431 | 2024.09.25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추석날 아내가 싸준노란 도시락 반찬계란말이에 목이 멘다가난한 목사의 아내는아들 학교 도시락에계란부침 하나얼마나 넣어 주고 싶었을까어머니의 가… 더보기

30.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와 그 해결책

댓글 0 | 조회 569 | 2024.09.25
먼저 한국인들에게 당뇨 환자가 많은 이유부터 알아 본다. 당뇨는 현대 뿐만 아니라 조선시대에도 흔한 병이었음을 알 수 있다. 특히 조선 시대의 왕들의 질병에 관한… 더보기

영원한 사랑의 메신저

댓글 0 | 조회 164 | 2024.09.24
아침에 눈을 뜨자마자 언니에게서 전화가 왔다. 빨리 집으로 오라는 전갈이었다.공항에서 집으로 달려갈 동안 언니는 지하철 타고 버스 갈아타며 벌써부터 와서 기다리고… 더보기

병을 받아들이고 친구처럼 지내라

댓글 0 | 조회 174 | 2024.09.24
지금 여러분의 몸은 어떠십니까? 살 만 하신가요? 어디가 안 좋으신가요? 어딘가 아프다면 그것 때문에 어떤 불편을 겪고 계신가요? 무얼 하고 싶은데 몸이 안 따라… 더보기

우버드라이버는 고용된 직원인가 (4)

댓글 0 | 조회 338 | 2024.09.24
독립계약자와 피고용인의 차이점은 피고용인은 법적인 보호장치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는 것 입니다. 작년 칼럼에서는 고용법원 다음의 상위 법원인 항소법원이 차량 공유… 더보기

사라진 동화마을

댓글 0 | 조회 137 | 2024.09.24
시인 반 칠환더 이상 불순한 상상을 금하겠다달에는 이제 토끼가 살지 않는다 알겠느냐물 없는 계곡에 눈먼 선녀가 목욕을 해도지게꾼에게 옷을 물어다 줄 사슴은 없느니… 더보기

딥 페이크와 텔레그램

댓글 0 | 조회 174 | 2024.09.24
1997년 말 IMF에서 돈을 빌려야 하는 외환유동성 위기 이후에 종신고용과 연공서열이라는 것이 파괴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잃었고 그래서 전자상거래에 관… 더보기

콜레스테롤의 날

댓글 0 | 조회 393 | 2024.09.20
콜레스테롤(Cholesterol)은 대표적인 스테롤(스테로이드와 알코올의 조합)의 하나로서 모든 동물 세포의 세포막(細胞膜)에서 발견되는 지질(脂質)이며 혈액을 … 더보기

29. 키토 다이어트, 간혈적 단식, 모방 금식법, 쥬스 다이어트, 오토파지 다이…

댓글 0 | 조회 464 | 2024.09.20
요즘은 다이어트 시대같다. 이런 저런 다이어트 방식들이 많이 있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모든 사람들이 각자 다른 성장 과정, 영양 상태, 건강상태, 장환경, 장내 … 더보기

몸이 아플 때 이용 가능한 다양한 의료 서비스

댓글 0 | 조회 999 | 2024.09.17
What Happens if you get Māuiui (Sick)?몸이 아플 경우 여러분이 이용할 수 있는 여러 가지 의료 서비스가 있습니다.일반적인 건강 정보… 더보기

28. 항생제를 꼭 먹어야 할 때나 먹고 싶지 않을 때의 비책

댓글 0 | 조회 542 | 2024.09.17
항생제는 많은 사람들의 생명을 살린 것은 맞다. 반면에, 항생제 남용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삶의 궁지로 내몰아진 것도 사실이다. 필자의 경험에 의하면 항생제는 … 더보기

김민기의 우리말 사랑

댓글 0 | 조회 388 | 2024.09.11
▲ 가수로서의 정체성을 거부하며 사석에서도 노래하지 않았던 김민기가 ‘겨레의 노래’에서 ‘아침이슬’을 부르고 있다. ‘학전 그리고 뒷것 김민기’ 프로그램 갈무리지… 더보기

봄은 언제 오는가

댓글 0 | 조회 380 | 2024.09.11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새 교과서를 받아달력 종이로 책 겉장을 싸면서봄은 어린 가슴에 왔다새 담임선생님이 누구인지아이들의 눈이 교실 문을 바라볼 때무섭다고 여긴 선… 더보기

뉴질랜드 아리랑

댓글 0 | 조회 544 | 2024.09.11
한민족에게는 ‘아리랑’이 있고 뉴질랜드인에게는 ‘포카레카레 아나’가 있다. 한국의 대표적인 민요인 아리랑은 오랜 세월을 거치면서 한민족의 정서 속에 녹아내려 민중… 더보기

27. 부작용 없는 만능 소화제를 체험하자

댓글 0 | 조회 789 | 2024.09.11
가장 탁월한 소화제는 각자에게 이미 존재한다. 각자 이런 소화제를 사용할 결심을 하고 실행만 하면 된다. 다만 이런 놀라운 약과 방법을 간과하거나 무시했기 때문에… 더보기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

댓글 0 | 조회 356 | 2024.09.11
만성피로는 마음이 일어나기 싫은 것입니다. 착 가라앉아서 몸이 피곤하고 손가락 까딱하기 싫은데, 알고 보면 마음이 까딱하기 싫은 겁니다.마음이 왜 까딱하기 싫은가… 더보기

혼전/혼중계약서는 어느정도 유효한가

댓글 0 | 조회 534 | 2024.09.10
기존 두 칼럼에 걸쳐서 Property (Relationships) Act 1976, 즉 뉴질랜드 재산분할법 상으로 언제 어떻게 ‘부부관계’(사실혼 포함)가 정의… 더보기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

댓글 0 | 조회 189 | 2024.09.10
뉴질랜드의 도박피해 인식주간(Gambling Harm Awareness Week)은 매년 도박으로 인한 문제를 인식하고 해결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개최됩니다.… 더보기

나는 무엇에 쓰일 것인가?

댓글 0 | 조회 204 | 2024.09.10
공주 학림사‘이뭣고’화두 참선공주시 계룡산 자락에 핀연꽃 같은 명당에 자리 잡은학림사는 백일 용맹정진의 오등선원과시민선원이 있는 수행도량이다.템플스테이 참가자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