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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기생충’에 등장하는 짜파구리는 짜장라면 짜파게티와 국물라면 너구리가 합쳐진 결과물이다. 뭐니뭐니 해도 부잣집 사모님에게 어울리는 한우 채끝살을 소금, 후추, 마늘, 올리브오일에 간을 해서 마지막에 완성되어가는 면에 함께 볶다가 담아내는 것이 화룡점정이 되겠다. 더 가진 부자들이야 원한다면 라면에도 넣어 먹을 수 있지만 반지하에서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에게 소고기를 먹는다는 것은 언감생심(焉敢生心), 꿈 같은 일이었을 것이다.
급증하는 육류소비와 더불어 고기가 흔해진 요즘은 오히려 채식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식물성고기를 넣은 음식들이 인기를 얻고 있다. 예전에는 콩으로 만들어서 말린 두부나 유부와 같은 식감을 내는 데 불과했다면 현재는 진짜 고기와 구분이 어려울 정도의 식감을 느낄 수 있다. 빨간 무라고 부르는 비트로 만든 핏빛 액체와 코코넛 오일로 고기의 육즙을 구현해 냄으로써 동물성 고기와 피 맛까지 같아졌다는 것이다. 숯불에 굽거나 만두로 만들면 정말 구별하기 힘들다.
물론 육식동물이 초식동물을 잡아먹는 것처럼 인간이 고기를 먹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지만 여러가지 이유로 식물성 단백질로 대체하려는 노력이 계속되고 있다. 건강에 대한 우려와 더불어 좁은 축사에 가축을 가둬 놓고 키우다 도살하는 것이 비윤리적이라는 지적까지 겹쳐지면서 전통적인 육류 소비에 대한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또한 2050년 세계 인구가 90억 명에 달하게 되면 육류수요가 지금보다 70% 이상 늘 것으로 전망되는 데 기존 축산업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인데다 환경 파괴도 심각한 수준이 될 것이 분명하다. 가축사육으로 만들어지는 온실가스는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14.5%이고 자동차, 배, 비행기 등 모든 우송수단의 배출량보다 많다. 이미 세계 경작지의 30%가 가축사료를 생산하기 위해 사용되고 있다.
와인도 탄소 배출량을 줄이면서 친환경 농법으로 와인을 생산하려는 노력이 이어지고 있다. 전세계적으로 2000여 곳의 와이너리가 넘고 점차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바이오다이내믹(Biodynamic), 오가닉(Organic), 내츄럴 와인(Natural Wine), 루뜨레조네(Lutte Raisonnee)등 풍력에너지와 태양열 에너지를 활용하고 천연비료를 사용해서 유기농법으로 생산된 포도만을 사용한다. 하지만 아직은 정의나 규제가 국가마다 다르고 통일되지 않아서 소비자의 이해가 부족한 상태다.
개인의 입맛에 따라 천차만별이겠지만 친환경적인 와인이 과일 풍미가 더 또렷하고 떼루아의 특징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고 평가하는 사람들도 많다. 내츄럴 와인은 재배과정과 양조과정에서 화학성분이 최대한 배제되었기 때문에 순도가 높아 숙취가 훨씬 덜하다. 식물성 고기의 예처럼 농약을 사용하지 않는 유기농 와인의 목적은 건강하고 환경 친화적인 와인을 만드는 데 있다. 하지만 유기농 과일이나 채소가 꼭 맛있지 않은 것처럼 아직까지 유기농 와인이 기존 와인만큼 맛있기는 쉽지 않다. 내츄럴 와인은 양조하는 방식 자체가 다르기 때문에 애초에 기존의 와인과 유사한 맛을 내는 것이 불가능하다. 따라서 내츄럴 와인의 경우 맛의 평가기준은 전혀 다르다.
뉴질랜드는 40여년의 짧은 와인역사에도 세계 8번째로 큰 와인 수출국으로 부상했다. 지구 온난화로 포도재배의 환경이 악화되고 더 많이 생산하기 위해 화학비료와 첨가제를 남용하는 경우가 많은 데 반해서 뉴질랜드는 94%이상의 와이너리가 지속가능한 와인재배 시스템(Sustainable Winegrowing New Zealand)에 등록해서 친환경 농법으로 와인을 재배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영농법은 유기농법을 유지하면서도 최소한의 인위적인 첨가물만을 사용하는 것으로 자연을 훼손하지 않기 위해 노력하면서 건강한 와인을 생산해내는 방법이다. 뉴질랜드 유기농와인생산자협회(OWNZ)는 올해 2020년까지 뉴질랜드 포도밭의 20%가량이 유기농이나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으로 바뀌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현재 뉴질랜드에는 120여개의 유기농 포도원이 있으며 면적이 1500헥타르에 이르지만 아직도 전체 포도원의 4.5%수준에 불과하다. 하지만 청정 이미지를 반영한 친환경와인을 만들기위한 노력은 연간 2억리터가 넘는 와인을 만들어내는 뉴질랜드 10대 와인생산지역에서 1995년부터 적용된 와인책임농법 프로그램을 통해서 진행중이며 세계최초의 100% 친환경 농법 와인생산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환경의 문제는 나만 잘살면 된다는 ME-CONOMY적인 사고방식으로는 해결될 수가 없다. 방치하면 함께 멸종에 이르는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함께 잘살아야 한다는 WE-CONOMY적인 삶의 자세가 필요하고 나만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 공유해야만 한다는 사고방식의 전환과 실천이 요구되고 있다. 온실가스를 절반 이상으로 줄이고 수천억 톤에 이르는 이산화탄소배출량을 줄이지 않는다면 우리세대 뿐만 아니라 우리자녀 세대들에게 멸종을 떠안기는 셈이다. 인위적으로 미생물을 파괴하고, 각종 화학물로 황폐해진 땅보다 자연의 순리에 따라 재배된 먹거리가 인간의 몸에 이로운 것은 당연한 이치가 아닌가. 100년을 써야할 우리 몸이라고 생각한다면 지금까지 살아온 방식을 바꿔야 한다. 먼저, 우주의 리듬에 귀를 기울이고 지구의 심장박동을 되살리는 것이 우선이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는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