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수병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향수병

nabi82
0 개 1,837 이정현

어쩌면 무척이나 당연한 얘기겠지만 난 늘 뉴질랜드에 대한 향수병을 달고 산다. 뉴질랜드에 관련된 것이 예능 프로그램 등의 방송에라도 나오면 반드시 본방을 챙겨보고, 뉴질랜드 기사가 포털사이트에 뜨면 반드시 클릭해서 읽어본다. 특히 요즘은 뉴질랜드가 코로나 종식 선언을 코앞에 뒀다는 뉴스가 열일 한국에서 보도되고 있는데 참 반갑고 자랑스럽다. 이뿐 아니라 잠실에 “뉴질랜드스토리”라는 유명 샌드위치 전문점이 있다는 소식을 듣고는 한걸음에 달려가 샌드위치를 먹으며 주인아주머니께 혹시 뉴질랜드에서 살다 오셨는지 물어보기도 했다. 심지어 대학원에 재학 중일 때에는 이런 일도 있었다. 과 특성상 의무적으로 참석해야 하는 학회가 종종 있었는데, 주로 수백 명의 사람들이 참석해 자신의 논문을 발표하고, 그 후에는 질의응답의 시간을 갖는 형식이었다. 영어학 전공자들이 대거 참석하는 학회였던 만큼 참석자 절반 이상이 외국인이었고, 다들 열띤 토론을 하는 동안 난 여느 때와 같이 ‘끝나려면 아직 멀었나?’ 라는 생각에 시계만 보고 있었다. 그때 발표자를 향한 한 여성의 질문이 내 귀를 사로잡았다. 그녀의 질문이 너무 훌륭해서도 아니고, 나 역시 궁금해 했던 것을 물어봐서도 아니었다. 그녀의 영어 때문이었다. 더 정확히는 그녀의 영어 발음과 영어 악센트 때문이었다. 내게 너무 익숙하고 친숙한 뉴질랜드 영어였다. 너무 넓은 공간에 있어서 그녀의 얼굴을 자세히 보지 못했는데도 학회가 끝나자마자 나는 바로 수많은 사람들을 뚫고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찾아냈다. 한국에서 뉴질랜드 사람이라도 만나면 정말이지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다.  

 

“뉴질랜드인이죠? 뉴질랜드 영어를 쓰시길래 바로 알았어요. 저도 뉴질랜드에 살다 왔어요. 한국에는 언제, 무슨 이유로 왔어요? 저는 뉴질랜드에 살 때 OOO 동네에 살았어요. 거기 아세요? 뉴질랜드에는 언제 다시 돌아가세요?” 


단지 내가 아는 뉴질랜드 영어로 고작 몇 마디 나누는 게 다지만 어떤 형태로든 뉴질랜드를 접하면 한동안은 향수병이 조금은 사그라든다.   


사실 나만 향수병에 시달리는 것은 아니다. 내가 뉴질랜드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닐 당시 그 나라에서 만났던 한국인 친구들과 한국에 와서도 종종 어울리며 친하게 지내는데, 이들도 하나같이 뉴질랜드를 그리워한다. 아마 우리가 자주 어울리는 이유 또한 이런 향수병을 달래기 위함일지도 모른다. 뉴질랜드에 가본 적도 없고, 심지어 뉴질랜드가 어디에 있는 나라인지도 모르는 친구를 붙잡고 주구장창 뉴질랜드에 대한 얘기를 쏟아낼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래서 뉴질랜드를 잘 알고, 나만큼이나 그곳을 그리워하는 친구들을 만나서 “그때 그 음식점은 아직 그 자리에 있을까?”, “그 선생님은 아직 그 학교에 계실까?”, “거기 풍경 진짜 멋졌는데...” 등의 수다를 떨고 나면 그리운 마음이 한결 나아진다.    


5941fc683cd867de0c0c2d3a69b87707_1592887629_4732.jpeg
 

그런데 나와 함께 뉴질랜드 향수병을 제일 심하게 앓던 친구가 결혼 후, 육아전쟁에 뛰어들면서 우리의 만남도 예전보다 좀 뜸해질 무렵, 이 친구에게 연락이 왔다. 자신의 아기한테 뉴질랜드의 맛을 보여주고 있다며 뉴질랜드에서 제조한 분유의 사진을 내게 보내왔다. 대형마트에서 원산지 뉴질랜드라고 써진 분유를 발견하고는 바로 구매한 모양이다. 그래서 나도 똑같이 내 요즘 근황이 담긴 사진 한 장을 보내줬다. “나 요즘 뉴질랜드 앵커버터로 만든 빵을 먹으며 잘 지내고 있다”는 글과 함께. 


5941fc683cd867de0c0c2d3a69b87707_1592887658_3564.jpg
 

우리는 예전만큼 자주 만나지는 못하지만 여전히 자신의 위치에서, 자신의 방법대로 뉴질랜드를 그리워하고, 추억하면서 하루를 보내고 있다.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82 | 7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64 | 7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58 | 7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34 | 7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95 | 7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105 | 7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98 | 7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92 | 9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805 | 9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9 | 9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98 | 9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11 | 2024.11.15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31 | 2024.11.13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59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74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70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52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31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8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45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32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55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7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500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6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