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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감한 꼬마재봉사(독일)
재봉사는 계속 여행을 하던 끝에 한 왕궁의 앞마당에 도착하게 되었고 너무 피곤한 나머지 잠이 들었다. 그가 잠든 사이 사람들이 그의 혁대에 수놓아진 문구를 보고 장차 군주가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여 왕에게 가서 재봉사가 앞으로 전쟁이 벌어졌을 때 쓸모 있는 사람이 될 수 있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재봉사에게 군대의 지휘관 자리를 주고 집까지 마련해 주었다. 그러나 군인들은 그를 시기하여 왕에게 가서 일곱을 죽일 수 있는 사람과 함께 있을 수는 없다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왕은 충성스러운 부하 일곱을 잃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워 궁리를 했고, 궁리 끝에 나라에 엄청난 피해를 주고 있는 두 명의 거인을 처치해 달라고 재봉사에게 말했다. 그리고 만일 그렇게 한다면 공주와 나라의 반을 주겠다고 했다.
그렇게 하여 재봉사는 뒤를 따르는 기사 백 명과 함께 거인들이 사는 숲으로 향했다. 숲 가장자리에 이르자 재봉사는 혼자 거인들을 없애겠다며 기사들에게 여기에서 머물라고 한 후 숲 속으로 들어갔다. 재봉사는 나무 밑에 누워 잠을 자고 있는 거인들을 발견하고 나뭇가지를 타고 올라가 거인들 바로 위쪽의 가지 위에 걸터앉았다. 그리고 번갈아가며 두 거인을 향해 돌을 던졌다. 그러자 거인들은 옆에서 자고 있던 거인이 던졌다고 생각하여 서로 싸우기 시작했다. 결국 그들은 나무를 뿌리째 뽑아 들고 한동안 상대를 후려치다가 바닥에 쓰러져 죽고 말았다. 그러자 재봉사는 검으로 거인들의 가슴을 몇 차례 찌른 뒤 숲을 빠져 나가 기사들에게 갔고, 기사들은 숲으로 들어가 피 웅덩이 속에 쓰러져 있는 거인들을 보았다.
한편 재봉사는 왕에게 가서 약속한 보상을 내려 달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왕은 자기가 약속한 일을 후회하면서 재봉사를 죽일 새로운 방법을 생각해 냈다. 그리고 나라에 막대한 피해를 입히고 있는 외뿔짐승을 산 채로 잡아오라고 말했다. 재봉사는 밧줄과 도끼를 들고 숲으로 가서 외뿔짐승이 돌진해 오는 것을 보고 조용히 기다렸다가 재빨리 나무 뒤로 돌아가 그 짐승이 돌진하여 뿔이 나무에 깊숙이 박혀 빠지지 않도록 만들었다. 그런 후에야 나무 뒤에서 나와 외뿔짐승의 목에 밧줄을 걸고 도끼로 나무를 찍어 뿔을 뺀 후 왕에게로 몰고 갔다.
그러나 이번에도 왕은 약속한 보상을 해주지 않고 또 다른 요구를 해왔다. 결혼식을 올리기에 앞서 사람들에게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멧돼지를 생포해 와야 한다는 것이었다. 재봉사는 또다시 멧돼지를 잡기 위해 숲속으로 들어갔고, 입에 거품을 물고 이빨을 갈면서 돌진하는 멧돼지를 피해 예배당 안으로 뛰어 들어가 날랜 몸으로 창문을 통해 빠져나왔다. 멧돼지가 그를 따라 안으로 뛰어 들어왔으나 재봉사가 예배당의 문을 닫아 버렸다. 몸이 너무 무겁고 동작이 둔한 멧돼지는 그렇게 예배당 안에 갇혔다. 결국 왕은 맘이 내키지 않았으나 재봉사에게 자기 딸과 왕국의 절반을 줄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공주는 남편의 잠꼬대를 듣고 그가 미천한 재봉사 출신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아버지인 왕에게 그로부터 벗어나게 해달라고 사정했다. 그러자 왕은 재봉사가 잠들었을 때 그를 꽁꽁 묶어 배에 태워 먼 세상으로 보낼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젊은 왕인 재봉사에게 평소 호감을 가지고 있던 신하가 그 이야기를 엿듣고 재봉사에게 낱낱이 고해 바쳤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든 재봉사는 잠자는 척을 하며 자신은 한 방에 일곱을 처치했고, 두 명의 거인을 죽였고, 외뿔짐승을 생포했고, 멧돼지를 잡았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는 놈들이 자기에게 겁을 줄 수 있겠냐고 물었다. 문 밖에서 대기하고 있던 사람들은 이 이야기를 듣고 까무러칠 듯이 놀라 정신없이 도망쳤다. 그리고 그 다음부터 아무도 젊은 왕에게 손댈 엄두를 내지 못했으며 이후 재봉사는 평생 동안 왕의 자리에 머물렀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