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우리가 바깥나들이를 힘들어하는 때가 오면 짐스러워하지 말고
너무 안타까워하지도 말거라
나의 어머니 아버지께서도 그럴 때가 있었고 이젠 우리 차례가 되었을 뿐
우리는 인생의 흐름에 맞춰 잘살고 있는 거란다
네 아내와 아이들과 놀러 갈 때 우리를 데려가지 않는 것에 미안해하지 말아라. 재잘대는 아이들과의 나들이는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만의 특권이다
천천히 걸어야 할 우리 걸음으로 아이들을 따라가며 허둥대는 누추함보다는
그 시간, 너와 함께 지냈던 사진을 꺼내 보며 행복해하는 기쁨은 우리만의 특권이란다.
우리가 자주 입가에 먹을 것을 묻히면 더럽다 말고 닦아 주려무나
나도 그런 모습이 싫지만 네가 네 아이를 닦아주던 손으로 나이 든 우리를 닦아 줄 때 우리가 너에게 주는 인생 의미를 깨닫는 선물이고
우리가 세상을 떠나 없을 때 그때 참 잘 닦아 드렸다고 후회하지 않게 될거다.
우리가 궁색하지 않게 용돈을 조금씩이라도 주려무나
가끔은 너와 맛있게 먹던 가게를 찾아가 네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
“그 녀석이 이거 참 잘 먹었지!” 하며 목이 메어보고 싶구나
사랑하는 가족과 지내온 흔적은 모두 아름다운 추억으로 남더구나
가능한 많은 시간을 네 가족과 보내거라
우리가 자꾸 기억력이 없어져 치매처럼 보여도 안타까워하지 말거라. 젊어서는 생각만 했던 단순한 삶을
기억만이라도 하나씩 버리면서 비로서 실천하고 있는 거란다
우리에게 몸을 정갈하게 간수하지 못하는 날이 오면 얼굴 돌리지 말고 매번 마지막이라 여기며 목욕탕에 데려가 같이 목욕해 주기를 바란다
너와 함께 담근 따뜻한 물 속에서 번져오는 느낌은 우리가 너를
포대기에 싸서 안았을 때 느끼던 그 따뜻함이란다
태어나 우리에게 안겨준 너의 존재감만으로 너는 효도를 다 한 거다.
우리가 천국으로 떠나는 날
어릴 적에는 두 발 자전거를, 커서는 운전을 아버지께서 가르쳐 주었고 어머니는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떡볶이를 만들어 주었다고
장례식장에서 웃으면서 눈물로 말해도 좋다.
살아 보니 거창함이 아니라 소소한 것에 담겨진 사랑이 가장 큰 행복이더구나
그 시간 우리는 너의 엄마 아버지로 살아온 행복함 하나만으로 감사해하며 하늘나라로 가고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