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칼럼 | 지난칼럼 |
지빠귀부리 왕(독일)
한 왕에게 매우 아름다운 딸이 있었다. 그러나 공주는 너무도 오만하고 자존심이 강해서 찾아오는 구혼자들에게 모두 퇴짜를 놓았고, 그들의 약점을 찾아내어 비웃곤 했다.
어느 날 왕은 딸과 결혼할 만한 젊은이들을 모두 한 자리로 불러 모아 큰 잔치를 벌였다. 공주는 왕, 왕자, 백작, 남작, 신사 계급의 순으로 줄지어 선 젊은이들을 차례차례 둘러보며 이번에도 역시 모두의 흠을 잡았다.
그 중에서도 가장 망신을 당한 사람은 턱이 약간 뒤틀렸지만 선량해 보이는 다른 나라의 젊은 왕이었다. 공주가 그에게 턱이 꼭 지빠귀부리 같다고 했기 때문이었다. 그때부터 그 왕은 지빠귀부리로 불렸다.
아버지 왕은 딸이 사람들을 비웃고 조롱하기만 하는 것을 보고 화가 나서 궁전으로 처음 찾아오는 거지에게 딸을 주겠다고 맹세했다. 며칠 뒤 떠돌이 가수가 창문 아래로 와서 돈을 구걸하며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그러자 왕이 그를 불러들여 공주 앞에서 노래를 부르게 했고, 그에게 공주를 아내로 맞으라고 했다. 공주가 아버지에게 아무리 애원을 하며 매달려도 소용이 없었다. 그리고 왕은 딸에게 거지의 아내가 되었으니 궁전에서 살기에는 어울리지 않는다며 남편을 따라가라고 말했다.
공주는 거지의 손을 붙잡고 따라 나설 수밖에 없었다. 커다란 숲에 이르러 공주가 이 숲의 주인이 누구냐고 묻자, 거지는 이 숲과 이 일대 모두 지빠귀부리왕의 것이라고 하며 그 사람을 남편으로 맞았으면 당신 것이 되었을 거라고 말했다. 그 말을 들은 공주는 매우 후회가 되었다. 얼마 안 가 들판이 나타났고 공주는 역시 지빠귀부리왕의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 큰 도시에 도착해서도 마찬가지였다.
드디어 두 사람은 작은 오두막집에 도착했다. 공주는 작고 누추한 집에서 하인들이 아닌 자신이 직접 불을 피우고 요리를 해야 하는 것에 대하여 매우 놀랐다. 그리고 아무 것도 할 줄 아는 게 없어 모두 남편이 도와주어야만 했다. 더구나 남편은 매일 꼭두새벽부터 아내를 깨워 집안일을 시켰다.
며칠 만에 그나마 있던 양식이 떨어지자 남편은 아내에게 바구니를 짜 보라며 버드나무 가지를 잘라 왔다. 그러나 거친 버드나무 가지에 공주의 손이 상처투성이가 되자, 안 되겠다며 이번에는 베를 짜 보라고 했다. 하지만 거친 실에 공주의 손가락이 자꾸 베이자 이번에는 시장에 나가서 항아리를 팔아 보라고 말했다. 공주는 사람들이 항아리를 파는 자신을 보고 비웃을 거라고 생각했지만 굶어 죽지 않으려면 어쩔 수가 없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