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페스트였다니!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김도형
강승민
크리스틴 강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골프&인생
이경자
Kevin Kim
정윤성
웬트워스
조성현
전정훈
Mystery
새움터
멜리사 리
휴람
김준
박기태
Timothy Cho
독자기고

네가 페스트였다니!

0 개 1,571 김지향

15년 전에 나는 어렸을 때의 내 소원을 이루게 되었다. 언덕 위의 이층집에서 사는 것인데, 딱히 그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 이 집을 산 것은 아니었다. 


하숙을 치기에 적합한 집이었는데, 우연찮게 어렸을 적 꿈이 이뤄진 것뿐이다. 하지만 무리해서 집을 산데다 급하게 사느라 꼼꼼히 알아보지 않은 대가가 무척 컸다.


건물은 문제가 없었다만, 뒷마당의 축대가 무너지고 있었다. 축대를 아예 무너뜨리고 뒷마당의 2/3 이상을 포기하기로 했다. 다시 제대로 축대를 쌓을만한 여력이 안 되니 할 수없는 일이었다. 몰라서 당한 것을 어찌하랴? 이보다 더한 사기를 당한 사람들도 많을 텐데.......


처음 이곳으로 이사를 와서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에는 잠을 제대로 잘 수가 없었다. 폭풍 속의 흔들리는 배 안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어떨 땐, 나무판자들이 사정없이 부서지는 것처럼 느껴질 때도 있었다. 창처럼 날카로운 나뭇가지들이 하늘을 휙휙 날아다니는 것 같은 엉뚱한 그림을 연상하기도 했었다.


비바람의 시끄러운 소리와 다르게 창문들을 통해 보이는 풍광은 아름답기 그지없었다. 다양하면서도 청량하게 들리는 수십 종의 새소리도 기분을 좋게 만들었다.


하지만 신기하게도 시간이 지날수록 그 모든 것들이 식상해져서 그런지, 밤의 요란한 소리도 낮의 감흥도 점차 줄어들었다.


바람 타고 날아와 잔디밭 끝에 자리를 잡은 나무들도 시간의 흐름과 더불어 울타리가 되어버렸다. 그 덕분에 바람 소리가 점점 더 줄어들었을 수도 있겠다. 그런데 몇 년 전부터 짙은 분홍빛의 화려한 꽃들이 나무를 타고 올라와 있었다.


넝쿨 꽃이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 꽃과 함께 피조아보다 조금 더 길쭉하고 타원형인 초록색 열매가 주렁주렁 달려 있었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다지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며칠 전에는 그 열매가 뭔지 궁금해졌다.


열매 하나를 따다가 칼로 반을 그었더니, 신기하게도 패션푸루트의 속과 너무나도 비슷했다. 먹어 보니 시큼한 것이 별 맛이 없었다. 혹시 패션푸루트의 사촌 정도가 되지 않나 해서 인터넷 검색을 해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내 예감이 맞는 것 같았다.


f7accf531a12b323faff01d9a90480d0_1615326121_2335.jpg
 

바나나 패션푸루트란다. 초록색의 열매가 다 익으면 노란색으로 변하며, 땅에 떨어진 것을 주워다가 하루나 이틀 정도 실온에 두었다가 먹으란다. 마침 노란 열매 하나가 땅 위에 누워 있었다. 


하루가 지난 후에 그 열매를 먹어봤는데, 바나나처럼 밍밍한 것이 내 취향은 아니었다. 사람들이 선호하지 않을 거 같았다.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검색을 더 해봤더니, 뉴질랜드에서 페스트인 과일나무라고 했다. 웬 페스트?


원산지가 북아메리카 남부와 중앙아메리카 및 남아메리카 북부라고 하는데, 미국과 호주 그리고 하와이에서도 페스트로 여긴단다. 하와이에서는 이것을‘바나나 포카’라고 부르는데, 하와이와 뉴질랜드가 특히 더 피해가 큰 것 같았다.

이 나무를 발견하면 즉시 죽여야 하며, 신고하면 제거를 해주는 지역도 있다고 했다. 마나와투에도 이 나무가 많다고 하던데, 왜 페스트라 했는지 궁금했다.


페스트는 흑사병이라고도 불리며, 쥐벼룩에 의해 전파 되는 급성 전염병이다. 그런데 페스트가 그 전염병만을 말하는 것이 아니었다. 이 사실을 뉴질랜드에 와서야 알게 되었다.


인간이 환경을 변화시킨 결과, 인간의 경쟁자로 인식되는 종의 수가 크게 늘어나게 되었는데, 이러한 경쟁자들을 페스트라고 한다. 대부분의 좋은 환경적인 변화에 따라 페스트가 되며 이러한 전환은 대개 인간의 활동에 의하여 일어난다. 


퍼슴이 뉴질랜드의 페스트 동물로 대표적인데, 바나나 패션푸루트 역시 인간에 의해서 인간의 경쟁자가 되어버린 식물인 것이다. 페스트에 대한 기본적인 정의를 알고 나니 왠지 마음이 씁쓸하기만 하다. 자신의 도끼로 자신의 발등을 찍은 인간들.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보면서 마약이 떠올랐다. 가장 폭 넓게 사용 되는 마약은 모르핀으로 양귀비의 유즙인 아편에서 얻는 천연물질이다. 천연 마약은 고대 그리스 시대부터 통증을 완화시켜주고 쾌감을 주는 약물로 사용이 되어 왔다. 


병원에서 의약품으로 유통성이 인정되었지만, 이로 인해 약품 남용이라는 심각한 문제가 생겼다.


마약의 쾌감에 중독이 되어 피폐한 삶을 살아가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가? 그들이 어쩌다가 마약에 중독이 되었는지 잘 모르겠으나, 그들을 마약 중독자로 만든 계기가 있을 것이다.


뉴질랜드는 오래 전부터 마약 때문에 골치를 앓아왔다고 한다. 많은 면으로 청정국가인 뉴질랜드가 왜 유독 세계에서 마약 중독자가 가장 많은 나라들 중에 하나가 되어 있는지 모르겠다. 참 가슴 아픈 일이다.



작년에 마리화나와 안락사 합법 투표 결과 마리화나 합법화는 무산이 되었고, 안락사는 합법화가 되었다. 


나도 투표를 하여 마리화나 불법에 동참을 했다. 마리화나는 마약에 속하지 않는다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바늘도둑이 소도둑 된다는 속담을 무시할 수는 없는 법이다. 마리화나 역시 페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바나나 패션푸루트. 이 녀석에게 매우 미안한 일이다만, 우리 정원과 나무의 평화를 위하여 더 나아가서 뉴질랜드의 자연을 위하여 내 눈에 띈 이 녀석을 퇴치할 예정이다. 


만약 집의 정원에서나 산책길에서 바나나 패션푸루트를 발견한다면 각자 사는 곳에서 할 수 있는 방법으로 퇴치해 주면 좋을 거 같다.


내가 그동안 페스트에 대한 인식이 너무 없었다. 그저 안일한 의식으로 살아가다 보니, 페스트를 알아 볼 수 있는 식견이 좁았었다. 앞으로 적어도 페스트를 구별할 줄 아는 내가 되기를 바란다.

심전도(心電圖) 검사

댓글 0 | 조회 210 | 1일전
최근 어느 모임에서 만난 지인이 부정맥(不整脈)이 있어 심전도(心電圖) 검사를 받았다고 말했다. 고령사회로 접어들면서 심혈관 질환이 증가하고 있으므로 고령자는 정… 더보기

가족 및 자원 봉사 간병인을 위한 정부 실행 계획

댓글 0 | 조회 569 | 9일전
Consultation on Action Plan to Support Carers 사회개발부(Ministry of Social Development, MSD)는 … 더보기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 수상 안전 실시

댓글 0 | 조회 304 | 10일전
지난 11월 22일, 타마키 마카우라우 경찰 소수민족 서비스팀은 피하의 바넷 홀에서 소수민족 공동체 지도자들과 함께 수상 안전 교육을 실시하였다. 이번 세미나에서… 더보기

위험한 감정의 계절: 도박과 멘탈헬스 이야기

댓글 0 | 조회 192 | 2025.12.10
12월은 흔히 ‘축제의 달’로 불린다. 거리의 불빛은 화려하고, 사람들은 마치 잠시 현실을 잊은 듯 들뜬 기운을 뿜어낸다. 그러나 그 화려한 분위기 뒤에는 또 다… 더보기

에델바이스(Edelweiss)의 추억

댓글 0 | 조회 204 | 2025.12.10
음악은 개인적, 사회적 차원에서 감정 표현, 미적 즐거움, 소통, 그리고 심리적 및 신체적 치유 등 다양한 기능을 발휘한다. 또한 집단 정체성 확립, 사회통합, … 더보기

18. 루아페후의 고독한 지혜

댓글 0 | 조회 144 | 2025.12.10
# 산 속의 침묵루아페후 산은 뉴질랜드 북섬에서 가장 높은 화산이다. 높고 험하며 사계절 내내 눈이 덮인 이 산은 항상 침묵 속에서 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듯한 모…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들이 국내 대학과 해외 대학 중 어느 곳에서 공부하는 것이 더 비용 …

댓글 0 | 조회 532 | 2025.12.10
비용 효율성과 미래 발전에 대한 종합적인 비교 - 2지난호에 이어서 계속 알아보도록 하겠습니다.3. 영국 및 미국 대학 유학하버드 대학교미국과 영국은 뉴질랜드 유… 더보기

그 해 여름은

댓글 0 | 조회 142 | 2025.12.10
터키의 국기처럼 큰 별 하나를 옆에 둔 상현달이 초저녁 하늘에 떠 있고, 검푸른 하늘엔 뱃전에 부딪혀 흩어지는 하얀 포말처럼 은하수가 끝도 없이 펼쳐져 있다. 그… 더보기

어둠은 자세히 봐도 역시 어둡다

댓글 0 | 조회 137 | 2025.12.10
시인 오 규원1어둠이 내 코 앞, 내 귀 앞, 내 눈 앞에 있다어둠은 역시 자세히 봐도 어둡다 라고 말하면 사람들은 말장난이라고 나를 욕한다그러나 어둠은 자세히 … 더보기

아주 오래된 공동체

댓글 0 | 조회 177 | 2025.12.10
처서가 지나면 물에 들어가지 말라는 말이 있다. 하지만 올해는 처서가 지났는데도 더위는 꺾이지 않고 도심과 해안을 중심으로 열대야 현상이 계속되었다. ‘습식 사우… 더보기

이삿짐을 싸며

댓글 0 | 조회 573 | 2025.12.09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하루에 조금씩만이삿짐을 꾸렸습니다그래야 헤어짐이늦게 올 것 같았습니다차곡차곡 넣고구석구석 채웠습니다그래야 천천히 올 것 같았습니다짐 드러낸 … 더보기

뉴질랜드 학생에게 독서가 특별히 중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534 | 2025.12.09
우리는 뉴질랜드라는 다문화 사회 속에서 살아가고 있다. 아이들은 영어로 배우고 말하고 평가받지만, 단순한 영어 실력만으로는 뉴질랜드 교육에서 깊이 있는 성취를 보… 더보기

깔끔하게 요약해 본 파트너쉽 비자

댓글 0 | 조회 341 | 2025.12.09
뉴질랜드에서 배우자 또는 파트너로 체류하는 방법은 크게 2가지가 있습니다. 사실혼(파트너쉽) 관계를 바탕으로 하여 신청할 수 있는 영주권 비자와 비영주권 비자가 … 더보기

2026 의대 진학을 위한 연말 전략: 지금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댓글 0 | 조회 235 | 2025.12.09
▲ 이미지 출처: Google Gemini안녕하세요? 뉴질랜드, 호주 의치약대 입시 및 고등학교 내신관리 전문 컨설턴트 크리스틴입니다. 2026년 뉴질랜드 및 호… 더보기

시큰둥 심드렁

댓글 0 | 조회 111 | 2025.12.09
어떤 사람이 SNS에 적은 글에 뜨끔한 적이 있었다. “눈팅만 말고 ‘좋아요’ 좀 누르면 안 되나요?” 마치 눈팅만 했던 나를 두고 하는 말 같았다. 발이 저려서… 더보기

언론가처분, 신상 정보 공개 금지 및 국민들의 알 권리

댓글 0 | 조회 228 | 2025.12.09
지난 9월 8월, 본인의 자녀들을 수년간 납치해서 숨어 살았던 톰 필립스 (Tom Phillips)가 경찰에 발견되었고 결국 총격전 끝에 사망했습니다. 그 소식 … 더보기

고대 수메르 문명은 왜 사라졌는가

댓글 0 | 조회 149 | 2025.12.09
메소포타미아 사막 위로 붉은 해가 떠오를 때면, 거친 바람은 먼지를 일으키며 과거의 귓속말을 실어 나른다. 그 속삭임은 무너진 벽돌과 부서진 신전 기둥 사이를 스… 더보기

스코어카드와 인생의 기록 – 결과보다 중요한 것은 과정

댓글 0 | 조회 116 | 2025.12.09
골프를 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스코어카드를 손에 쥐고 라운드를 시작한다. 한 홀 한 홀마다 몇 타에 공을 넣었는지를 적어 내려가며, 18홀을 돌고 나면 총합이 자… 더보기

나도 의대 들어갈 수 있을까 : 의대 경쟁률 10:1 그 진실은?

댓글 0 | 조회 319 | 2025.12.07
출처: https://www.istockphoto.com/kr/%EC%9D%BC%EB%9F%AC%EC%8A%A4%ED%8A% B8/%EC%9D%98%EA%B3%B… 더보기

‘인공 방광’이란

댓글 0 | 조회 289 | 2025.12.06
국민보험공단이 발표한 ‘2024 지역별 의료 이용 통계 연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병원에서 진료받은 6대 주요 암 환자 중 유방암 환자가 인구 10만명당 52… 더보기

수공하는 법

댓글 0 | 조회 167 | 2025.12.06
수공(收功)은 기운을 거두어들이는 동작으로서, 명상을 하면서 자신의 주변에 형성된 기운을 거두어 단전으로 끌어내리는 것이다.명상 중 급한 용무로 명상을 멈추어야 … 더보기

AI 시대의 독서: 넘쳐나는 정보 속에서 독서가 필요한 이유

댓글 0 | 조회 624 | 2025.12.01
공자는 논어 첫 문장에서 “배우고 때로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學而時習之 不亦說乎)”라고 했다. 배움 자체가 인생의 의미가 되던 시대의 이야기이다. 그렇다면… 더보기

AI 시대의 새로운 교육 방향: AI와 함께 생각하는 힘

댓글 0 | 조회 562 | 2025.11.28
기술의 발전은 언제나 교육의 변화를 이끌어 왔다. 그러나 인공지능(AI)의 등장은 그 속도와 영향력에서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큰 전환점을 만들어 내고 있… 더보기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 확대

댓글 0 | 조회 334 | 2025.11.26
무료 유방암 검진 연령이 74세까지 전면 확대된다.

에이전시 (대리인) 관련 법

댓글 0 | 조회 231 | 2025.11.26
우리는 어려서부터 누군가를 ‘대신’ 해주는 걸 자연스럽게 배우면서 자랍니다. 친구가 멀리 던진 공으로부터 내가 더 가까우면 친구 대신 공을 주워서 던져주기도 하는…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