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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간지주 앞에 눈길을 놓는다 오랜 날들
한때 숲을 이루었고 다시 그 숲으로 돌아간
여기까지 밀려와서 세상의 흥망을 읽으려 하다니
깃발을 올려 손짓할 수 없는 날들
나도 한때 펄럭여보고 싶었다
마음의 당간지주 나 이미 버린지 오래였으나
독하게 일별한 것들이 비쭉비쭉
이제 와서 고개를 내밀다니
때로 무너지고 싶지 않은 삶이 어디 있겠어
한번쯤 지독하게 무너지고 나서야
결국 은산 철벽 막다른 나를 알고 나서야
문득 실려오는 매화꽃 향내음
그래 강물만이 흐르는 건 아니지
당간지주 앞에 오래 머물렀다
해묵은 빚처럼 내미는 것들을 비로소 세워놓는다
이것이 다가 아닙니다
도리질을 치며 쏟아내는 내 마음의 고해성사
노을이 한쪽 산자락을 가만히 끌어내려
아린 눈 내리쓸어 감겨주는가
메아리만 아득하구나 저 허공
머리 푼 마음이 먼 산을 넘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