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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이 정록
아이들 운동화는
대문 옆 담장 위에서 말려야지.
우리 집에 막 발을 내딛는
첫 햇살로 말려야지.
어른들 신발은 지붕에 올려놔야지.
개가 물어가지만 않으면 되니까.
높고 험한 데로 밥벌이하러 나가야 하니까.
어릴 적에, 할머니께서 가르쳐주셨지.
북망산천 가까운 사랑방 툇마루에
당신은, 당신 흰 고무신을 말리셨지.
노을빛에 말리셨지.
어둔 저승길, 미리 넘어져보는 거야.
달빛에 엎어놓으셨지.
저물어도 거둬들이지 않으셨지.
마지막은 다 밤길이야.
젖은 신발이 고꾸라져 있었지.
● 이정록 시인
199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 시집 「동심언어사전」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것들의 목록」 「정말」 「의자」 등
박재삼문학상, 윤동주문학대상, 김수영문학상 수상.
■ 오클랜드문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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