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이 곧 절이요, 통도사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박기태
성태용
명사칼럼
수필기행
조기조
김성국
채수연
템플스테이
이주연
Richard Matson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김수동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독자기고
정동희
EduExperts

산이 곧 절이요, 통도사

0 개 1,108 템플스테이

b658c85fd3379efeecfc3839e2e79928_1634003700_4731.png
 

"차를 가지고 오세요."


통도사 템플스테이 담당자인 이정민 주임은 템플스테이 예약자에게 대뜸 자차 운행 여부를 묻는다. “차를 가져오시나요?”로 시작하는 질문은 통도사에서 하룻밤 묵기로 맘먹은 사람에게 잠시 혼란을 불러일으킨다. 


열정이 넘치는 말투가 쉴 새 없이 이어진다. 전화기 너머 수신자의 표정이 자못 궁금하다.


불지종가 국지대찰(佛之宗家 國之大刹) 통도사는 천년고찰이자 한국불교 삼보(三寶)사찰 중 불보(佛寶)사찰이다. 그럼에도 대웅전에는 정작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불상이 모셔져 있지 않다. 대신 불단 너머 부처님의 진신사리를 모신 적멸보궁이 있어 거룩함과 장엄함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영축산에 자리하며 17개의 암자를 품고 있는 규모도 남다르다. 2018년 한국의 산지승원으로 유네스코 문화재에 등재되었고, 어떤 잣대를 들이대도 통도사는 한국을 대표하는 ‘큰절’로 격을 갖췄다. 산문 밖 1㎞ 남짓 안 되는 거리에 절 이름을 딴 고속도로 요금소가 있을 정도이니 더 이상의 부연은 구차하다.


b658c85fd3379efeecfc3839e2e79928_1634003733_4145.png
 

국제템플스테이관, 전문화된 독립 공간


통도사는 2014년부터 2019년까지 국제템플스테이관을 시작으로 템플스테이 체험관, 전통제다체험관을 순차대로 건립했다. 기존에 운영하던 설법전 지하의 시설이 오래되고 템플스테이 참가자가 요구하는 수준에 미치지 못한다는 판단 아래 너른 장을 열어젖힌 것이다.


템플스테이 참가자라고 밝히면 무사 통과되는 산문을 지나, 가로등에 걸린 템플스테이 현수막을 따라 제1주차장부터 제4주차장까지 지나치면 수도암에 못 미쳐 국제템플스테이관 입구에 닿는다. 입구 오른쪽 석주에 한글로 또렷하게 ‘국제템플스테이관’이라 쓰여 있다. 얕은 언덕 길을 천천히 차로 달리자 오른편에 정연하게 열을 지은 차밭이 보이고 이내 국제템플스테이관이 위용을 드러낸다.


숙박동은 세심당과 동당, 서당 세 채의 전각으로 이뤄졌다. 세심당은 단체 참가자 40명이 동시에 머물 수 있는 규모고, 동당과 서당은 각 다섯 칸의 방을 갖춰 2인 참가자 열 팀을 수용할 수 있다. 방마다 사리불, 아난다, 라훌라 등 부처님의 10대 제자 이름을 붙였다. 어느 방이든 작은 냉장고와 서랍장, 생수와 전기포트가 놓여있고, 벽장 문을 열면 침구가, 그 옆으로 낸 문 뒤로 화장실이 보인다. 통도사 경내에서 멀리 떨어져 관광객도 발을 딛지 않는 곳이니 잠시 속세를 잊고 재충전하기에 충분히 정갈한 공간이다. 며칠 묵다 보면 부처님의 열한 번째 제자로 거듭날지도 모를 일이다.


b658c85fd3379efeecfc3839e2e79928_1634003764_4311.png
 

정중동(靜中動) 또는 동중정(動中靜), 그 무엇 하나 기대 이상의 체험


창호문을 열고 방바닥에 앉거나, 처마 밑 툇마루에 앉으면 정중동의 일상을 만끽할 수 있다. 드문드문 왕래하는 스님과 사람들, 느닷없이 날아든 산새가 하릴없이 흙바닥을 쪼는 장면까지도 한 폭의 그림이 된다. 맑게 갠 날 밤이면 하늘 가득 떠오른 별 무리를 감상할 수 있다. 징검돌로 길을 낸 십자로 위를 뒷짐지고 걷다 보면 어전(御殿)의 임금조차 부럽지 않은 순간이 찾아온다.


익숙하지 않은 정적에 무료함을 느낀다면 암자순례를 추천한다. “자동차를 가져오시라.”는 담당자의 조언은 느린 사찰의 일상에 활력을 불어넣는다. 국제템플스테이관을 중심으로 팔방으로 펼쳐진 17개의 암자를 도보로 순례한다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하다. 자동차를 이용해 십육만 도자대장경을 모신 서운암이든, 울창한 솔밭을 지나 당도하는 극락암이든 부근의 암자를 탐방하다 보면 어느새 1박 2일이 너무 짧다는 허망함에 내일 닥칠 하산 일정을 미뤄 볼 심산이 발동할 테다.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자동차를 활용해 동중정의 체험까지 가능한 국내 유일무이의 사찰이다.


b658c85fd3379efeecfc3839e2e79928_1634003786_0036.png
 

내일을 기대하는 곳, 통도사


차가 없다고 걱정할 필요는 없다. 지붕 없는 박물관이라 불리는 통도사라 역사와 문화 기행을 원하는 이라면 설법전 지하의 시설을 이용해볼 만도 하다. 금강계단을 비롯해 국내 최고 수준의 성보박물관 등 문화재에 대한 접근성은 이곳이 더 훌륭하다. 게다가 차량 진입이 제한되는 무풍한송길(舞風寒松路)은 산림청에서 선정한 ‘올해 가장 아름다운 숲 전국대회’에서 대상을 수상했을 만큼 경관이 빼어나 휘이 걷는 것도 좋다. 다리가 저릴 때쯤 소나무와 어우러진 찻집 송수정(送愁亭)에 이르러 차 한 잔 마시면서 흘러가는 물과 함께 근심도 흘려보내면 좋으리라.


이래저래 통도사 템플스테이는 우리나라를 대표하는 큰절로, 산이 절이고 절이 곧 템플스테이인 곳이다. 할 일, 볼 것이 태산이라 빠듯한 하루를 마감하고 자리에 누워 어서 날이 밝기를 고대할지도 모르는……, 아니, 반드시 내일을 고대하게 될 ‘인생사찰’이다.


■ 통도사

경상남도 양상시 하북면 통도사로 108│055-384-7085

tongdosa.or.kr


■ 제공: 한국불교문화사업단



잊혀져 버린 정의, 그들을 기억하며

댓글 0 | 조회 258 | 3일전
▲ 항일 투쟁과 반독재 투쟁으로 점철된 생애를 담은 자서전 ‘최후의 분대장’의 작가 김학철항일 독립운동가이자 작가였던 고 김학철(1916~2001)의 인생을 다룬… 더보기

축복으로 받아들이는 마음

댓글 0 | 조회 152 | 3일전
언젠가 TV에선 얼굴 없는 사람에 대한 얘기가 나오더군요. 미국에 얼굴 없는 사람이 있답니다. 그런데 아이입니다. 태어난 지 2년 반 쯤 되었는데 얼굴이 없답니다… 더보기

11월의 기도

댓글 0 | 조회 130 | 3일전
갈보리십자가교회 김성국주님!올해 겪은 놀란 일을더 여유롭게 견뎌내지 못해부끄럽습니다당신 손 놓치지 않을나를 뽑아 견디게 하셨으니슬펐지만 아름다움이었습니다기차역에서… 더보기

대자유의 맛, 다선일미의 차 명상

댓글 0 | 조회 116 | 3일전
예로부터 스님들은 차를 마시며 수행을 했다. 차가 수행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다. 『벽암록』의 저자인 송대 원오 극근(圓悟 克勤:1063~1135) 선사의 다선일미… 더보기

욕실 리노가 망설여지는 이유

댓글 0 | 조회 560 | 3일전
최근 몇 주 동안 잘못된 욕실 설치로 인해 어려움을 겪고 계신 고객분들의 연락을 받았습니다. 욕실은 단순히 깨끗하고 예쁘게 마감하는 것을 넘어서서, 안 보이는 곳… 더보기

사랑

댓글 0 | 조회 98 | 3일전
시인 정 호승그대는 내 슬픈 운명의 기쁨내가 기도할 수 없을 때 기도하는 기도내 영혼이 가난할 때 부르는 노래모든 시인들이 죽은 뒤에 다시 쓰는 시모든 애인들이 … 더보기

아오테아로아 (멀고 긴 흰구름의 나라)

댓글 0 | 조회 182 | 3일전
식물 줄기로 얼기설기 엮어 만든 삼각 돛,큰 나무 속을 파내어 만든 통나무 배,긴 나무를 균형지게 본체 좌 우측으로 동여맨 카누에 몸을 싣고,가족과 친지들을 뒤로… 더보기

전하지못한 이야기 ‘해금강’

댓글 0 | 조회 182 | 5일전
지인 j 님께!H 여사와 우리 셋이 모이면 노후의 삶을 어디에서 살면 좋겠냐는 말을 자주 했었지요.서울에서 나고자라 나이먹은 사람들끼리 시골살이를 동경하는 막연한… 더보기

지피지기 백전백승! 뉴질랜드/호주 의대 제대로 도전하기

댓글 0 | 조회 782 | 5일전
의대 열풍이 전 세계적으로 심상치 않은 요즘, 뉴질랜드도 예외가 아니다. 또한 전문직에 대한 직업 안정성과 지속성에 대한 관심이 증폭되면서 의대 치대 약대 등의 … 더보기

고요할 수록 밝아지는 것들

댓글 0 | 조회 161 | 5일전
경남대학교에서 86년부터 18년까지, 33년을 일 하다가 은퇴한 지 6년이 되어간다. 어느 사이 고희(古稀)에 들었고 앞만 보고 가려하는데, 원고 청탁을 받아 잠… 더보기

35. 몸의 진액 부족이 가져다 준 소화 불량과 다양한 문제들

댓글 0 | 조회 453 | 5일전
몸의 모든 신진대사 활동은 물, 더 정확히 말하면 몸의 진액과 관계된다. 그래서 진액이 고갈되면 다양한 문제가 생기기 시작한다. 이는 기계의 그리스나 윤활류가 부… 더보기

(A2+) 프리미엄 우유가 온다

댓글 0 | 조회 1,305 | 8일전
완전식품(完全食品)이란 인간에게 필요한 영양소를 모두 갖춘 식품을 말한다. 최종적으로 만들어진 요리가 아닌 가공하지 않은 원료 상태로 섭취해도 사람에게 필요한 영…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 2

댓글 0 | 조회 323 | 10일전
11월 14일 2025학년도 수능시험이 치러지고 수시전형은 11월 현재 진행중이며 내년 1월 정시전형을 앞두고 있다.2025학년도는 그 어느때보다도 많은 변화가 … 더보기

나는 이런 사람이 좋다

댓글 0 | 조회 344 | 2024.11.06
시인 헨리 나우헨그리우면 그립다고말할 줄 아는 사람이 좋고불가능 속에서도한줄기 빛을 보기 위해애쓰는 사람이 좋고다른 사람을 위해호탕하게 웃어 줄 수 있는 사람이 … 더보기

작가 한강의 노고를 기리며

댓글 0 | 조회 367 | 2024.11.06
▲ 한강 작가 노벨문학상 수상작가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이 가지는 가장 중요한 의의는 훌륭한 번역을 통해 세계의 독자들이 비로소 한국문학이라는 두꺼운 책의 한 … 더보기

받아 적고 읽어 주고

댓글 0 | 조회 167 | 2024.11.06
나는 타자(打字)가 서툴고 느리다. 재주가 없는 모양이다. 그런데 이제 타자하는 수고를 벗어나게 되었다. 말하면 그걸 글자로 바꾸어 주고(STT; Speech t… 더보기

달이와 함께 만난 동물 부처들

댓글 0 | 조회 142 | 2024.11.06
안동 봉정사 영산암 응진전 용과 사슴, 영덕 장육사 대웅전 사자와 코끼리사찰 곳곳에서 만나는 동물들은절을 아름답게 하고 이야기를 담는다.아이가 처음 세상을 배울 … 더보기

배고픈 건 참아도 배 아픈 건 못 참는다

댓글 0 | 조회 424 | 2024.11.06
고등학교 때의 일이다. 조회 시간에 교장선생님 훈화 중 “4촌이 논을 사면 배가 아프다”에 대한 내용이 생각난다. 4촌이 논을 사면 기뻐할 일인데 왜 배가 아파야… 더보기

Panic Attack

댓글 0 | 조회 495 | 2024.11.05
공황발작은 갑작스럽고 강렬한 불안감이 나타나는 정신적 증상입니다. 이 발작은 보통 예기치 않게 발생하며, 몇 분 안에 극심한 공포나 불안이 솟구치는 특징이 있습니… 더보기

New NCEA

댓글 0 | 조회 436 | 2024.11.05
대부분의 학부모님께서 이미 알고계시듯 한국은 세계적으로 손 꼽히는 사교육의 천국입니다. 대형입시학원은 말할것도 없고 입시학원 입학을 위한 또 다른 입시학원, 취업… 더보기

34. 소화기관의 병은 이런 순서로 치료해 보세요

댓글 0 | 조회 324 | 2024.11.05
몸의 각종 부위 중에 피부와 점막들은 손상될 가능성이 많다. 왜냐하면 외부 세계나 외부에서 들어오는 물질을 자주 접하는 신체 기관들이기 때문이다. 다행이도, 손상… 더보기

아플수록 마음관리를 잘 해야

댓글 0 | 조회 237 | 2024.11.05
장영희 교수님을 아시나요? 제가 이 분 글을 인용하면서 참 좋아했는데 얼마 전 신문을 보니까 휠체어에 탄 모습으로 환하게 사진을 찍었더군요. 열두 번 예정된 항암… 더보기

고혈압•당뇨병•고지혈증

댓글 0 | 조회 883 | 2024.11.02
한국인 232만명이 고혈압(高血壓), 당뇨병(糖尿病), 고지혈증(高脂血症)을 모두 앓고 있는 복합 만성질환자이다. 이 세 가지 질병은 동시다발적으로 생기며, 나이… 더보기

한국의대 입시 어디로 갈 것인가? 파트1

댓글 0 | 조회 493 | 2024.10.31
대한민국은 4대 개혁 의료개혁, 연금개혁, 노동개혁 그리고 교육개혁을 추진하고 있다.그 중 의료개혁을 추진하며 2024년 2월 초 20여년동안 정원 변화 없이 한… 더보기

33.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의 축

댓글 0 | 조회 410 | 2024.10.30
지금까지 무엇을 어떻게 먹는가가 장건강을 지배하고, 장건강은 뇌에 바로 영향을 준다고 말해 왔다. 그리고 음식, 식습관, 장건강, 심성 그리고 영성이 하나의 축으…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