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야 같이 살자

연재칼럼 지난칼럼
오소영
한일수
김준
오클랜드 문학회
박명윤
수선재
천미란
성태용
명사칼럼
조기조
김성국
템플스테이
최성길
Danielle Park
김도형
Timothy Cho
강승민
크리스틴 강
들 풀
정동희
마이클 킴
에이다
보문
멜리사 리
Jessica Phuang
휴람
박기태
채수연
독자기고
EduExperts
이주연
Richard Matson
수필기행

잡초야 같이 살자

0 개 1,474 한일수

우리가 뉴질랜드 땅을 처음 밟았을 때 공통적으로 느꼈던 감정은 늘 푸른 들판 풍경이었을 것이다. 1970년대 초에 유행했던 남 진의 노래 “저 푸른 초원 위에 그림 같은 집을 짓고…”를 떠 올렸다. 전국의 산과 들이 초록의 카펫을 깔은 듯 정교하게 정리되어 있는 것을 보고 어머니의 품속을 그리며 뉴질랜드에서 행복을 가꾸리라 다짐했던 기억을 되살린다.


어떤 교민은 뉴질랜드의 초록에 반해서 이민을 왔는데 몇 년 동안 초록을 관리하느라 진을 뺏더니 이제는 초록의 ‘초’ 소리만 들어도 뱃살이 뒤틀린다고 했다. 그 후 그 교민은 호주로 재 이민을 갔다. 


다른 어떤 이는 쿠메우 지역에 정원이 잘 정비된 저택이 맘에 들어 이민 정착을 시도했다. 정원은 금잔디로 곱게 덥혀 있어 신흥 귀족 같은 여생을 보내리라 다짐했다. 그러나 막상 이사해서 살다보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눈 깜짝할 사이에 풀은 어찌도 빨리 잘 자라는지 이발은 못해도 제 때 잔디는 깎아 주어야 되는 일이 반복 되었다. 또한 나무도 잘 자라 수시로 트리밍(Trimming)을 해 주어야 되고 원하지도 않은 잡초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출몰했다. 멋진 정원을 감상하며 마음의 평안을 누리고자 이사 왔으나 오히려 정원의 노예가 되어 심난한 상태가 되었다. 어느 날 한국에서 방문한 아들이 이 집에서 오래 살다간 아버님 건강이 악화될 지경이라 걱정이 된다고 하여 집을 옮겼다고 한다.


6290afc2715596f44c543eef9de22b2e_1636501368_763.png
 

또 다른 어떤 교민은 잔디밭 하나 만큼은 완벽하게 관리 해보겠노라고 다짐하고 매일 잔디밭에 매달렸다. 잡초를 하나하나 발라내기 시작했고 하루해가 모자라 저녁에도 전기 불을 켜 놓고 작업을 계속했다. 그러나 한쪽 면을 다하고 나면 다른 한쪽 면에서 잡초가 다시 출몰하고 다시 저쪽 면에서, 다시 저쪽…… 결국 자기 자신이 아파 들어 누었다는 얘기이다.   


잡초는 인간 생활의 악(惡)인가? 잡초 입장에서 보면 인간과 똑 같이 조물주의 섭리대로 이 세상에 태어났고 주어진 대지에서 자기의 능력대로 생명을 유지해 나가는 것일 뿐이다. 오직 인간만이 자기들의 편의를 위해서 잡초를 배척하고 있을 뿐이다. 인간은 농경 생활을 하면서 작물을 경작하기 시작했고 작물의 수확에 방해가 되는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수 천 년 동안 잡초와의 싸움을 계속해 온 것이다. DDT나 BHC가 발명된 20세기 중반까지만 하더라도 잡초는 일일이 뽑아내야 했으며 넓은 경작지를 관리해야 했던 농민들의 피어린 고생은 상상을 초월할 정도였다. 


인간의 먹 거리가 되는 작물은 재배하기가 까다롭고 비용도 많이 들지만 원하지도 않는 잡초는 억척같이 잘 자라고 뿌리도 깊게 뻗으며 잡초가 세력을 형성하면 작물은 죽어버리고 만다. 구 상 시인은 “옛 부터 일러 오기를 하늘이 녹(祿) 없는 사람을 내지 않고 땅은 이름 없는 풀을 싹트지 않는다 하지 않았는가? 사람들이 사람위에 사람 없고 사람 아래 사람 없다고 부르짖으면서 길섶이나 밭두렁이나 산비탈에 어느 누구의 신세도 안 빌고 자연으로 싹 터서 자연의 구실을 하다가 자연히 스러지는 우리들의 本命! 그대 시인이란 것들마저 함부로 잡초라 부르고 소외(疎外)하는가!”라고 읊었다. 


잡초는 인간에 의해 구분된 식물 집단이며, 과거에 잡초였다가 나중에 숨은 가치를 인정받아 농작물로 취급되기도 하였다. 쑥 밭에 자라난 삼(蔘)은 잡초로 취급당하고 삼밭에 자라난 쑥은 잡초로 역시 취급된다. 뉴질랜드에서 잡초로 취급되는 쑥, 머위, 들깨, 미나리 등도 한국에선 중요한 약초 식품이다. 바람을 타고 온 씨앗이 세상에 멀리 퍼져 창문틀이나 시멘트 틈 어디가 됐던 뿌리를 내리고 생존하는 민들레도 약초로 성분이 입증되면서 작물이 되어가고 있다. 어떤 이는 야심차게 민들레 농장을 개척했으나 그렇게 억척스러운 생명력을 자랑하던 민들레도 막상 작물로 가꾸려고 하다가 실패했다고 한다.



작물이 아닌 잡초이다 보니 이름도 없이 생존하기 마련이며 종류도 수도 없이 많다. 예로부터 그냥 불리어져 왔을 뿐이다. ‘바랭이, 피, 쇠비름, 명아주, 뚝새풀, 냉이, 민들레, 질경이, 갈대, 쑥, 애기수영, 올방개, 가래, 억새방동사니, 너도방동사니, 매자기, 올챙이고랭이, 망초, 토끼풀, 비름, 물달개비, 가막사리’ 등이다. 


잡초는 뿌리를 깊이 내리기 때문에 땅 속 깊숙한 곳에서 영양 염류를 퍼 올리는 역할을 하며 땅을 섬유화시켜서 표토층을 보호하는 역할을 하기에 잡초가 아주 없어도 안 된다. 기후가 건조한 미국 텍사스의 한 과수원에서는 잡초 때문에 골머리를 앓은 나머지 주변의 잡초를 아예 씨를 말려버렸더니 극심한 토양침식과 모래 바람으로 농사를 망쳤다고 한다. 그래서 그 지역에서는 과수 사이에 잡초를 키워둔다고 한다. 방목을 하는 목초지에선 잡초가 소의 배설물을 분해해 토양이 더 기름지도록 도와주며 질긴 생명력 덕분에 어떻게든 자라서 토양의 건조를 지연시켜 황폐화를 막아준다.


작년 초부터 나타나 인류를 괴롭혔던 코로나 19가 몇 달이 지나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전 세계적으로 퍼져나가 위기를 조성하더니 2년이 되어가는 지금 까지도 물러나지를 않고 있다. 각 나라에서는 어차피 생존을 위협 받고 있는 상황에서 코로나와 함께 가자는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어차피 코로나 박멸이 쉽지 않으니 어느 정도 코로나 사태를 인정하고 인간들의 생활도 정상을 회복하자는 방편이다. 잡초도 어차피 박멸은 되지도 않을뿐더러 같은 생명체로서 인간에게 유용한 면도 있으니 적절히 구획을 지어 함께 살아가는 지혜를 발휘할 필요도 있지 않을까?

청소년 도박 문제와 온라인 게임의 연관성: 팬데믹과 게임 플랫폼의 영향

댓글 0 | 조회 186 | 8일전
최근 시드니 대학교 연구진은 로블록스와 같은 게임에서의 인게임 결제가 어린이들에게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을 조사했습니다. 연구에 따르면, 복잡한 가상 화폐 시스템과… 더보기

2. 마우이와 태양을 길들인 이야기

댓글 0 | 조회 107 | 8일전
태초의 뉴질랜드, 이곳은 마오리 전설이 살아 숨 쉬는 땅이었다. 그중에서도 가장 용감하고 영리한 영웅은 반신반인의 존재, ‘마우이(Maui)’ 였다. 마우이는 신… 더보기

전생에 시아버지를 안 모신 업

댓글 0 | 조회 236 | 8일전
제 먼 친척 중에 굉장히 선(善)을 많이 베푼 분이 계셨습니다. 천주교에서 큰 활동을 한 분이셨죠. 그런데 병석에서 3년을 보내고 돌아가셨습니다. 넘어지는 바람에… 더보기

성공적으로 AE워크비자를 옮기려면?

댓글 0 | 조회 318 | 9일전
뉴질랜드에서 합법적인 체류를 위해서는 영주권 비자(뉴질랜드 국적자 제외) 또는 임시체류 비자를 소지해야만 가능합니다. 임시체류 비자의 대표주자인 워크비자(Work… 더보기

IT가 세상을 바꾼다

댓글 0 | 조회 278 | 9일전
40여 년 전 미국을 처음 방문한 이래 20세기 중 몇 차례 방문한 일이 있지만 21세기 들어 25년 만에 개별 방문 차원에서 미국의 샌프란시스코를 돌아보고 몇 … 더보기

누수 피해 보험 청구 어떻게 진행되나요?

댓글 0 | 조회 352 | 9일전
안녕하세요, Nexus Plumbing의 김도형입니다. 저희는 배관 전문 회사지만, 고객님들로부터 집 관련 보험 청구에 대한 문의를 자주 받습니다. 집을 소유하신… 더보기

과거도 미래도 아닌 지금 이 순간 존재하는 행복

댓글 0 | 조회 122 | 9일전
템플스테이 50회 참가자 - 신동천·민혜련 부부퇴직 후 상실감 템플스테이로 극복“햇볕이 쨍쨍해도 좋고, 없어도 괜찮아요. 비가 와도 좋습니다. 있는 그대로 지금 … 더보기

계약법 (contract law) 주요 분쟁

댓글 0 | 조회 235 | 9일전
뉴질랜드 법을 비롯한 “보통법” (common law) 체계에서는 계약법을 상당히 중요하게 다루는 것 같습니다. 그도 그럴것이, 상업활동을 하다보면 사람 사이에 … 더보기

초개인화 시대, 우리의 아이들은 어디로 가는가

댓글 0 | 조회 197 | 9일전
우리는 지금 초개인화(Hyper-Personalization)의 시대에 살고 있습니다. 불과 한 세대 전만 해도 개인화라는 개념은 영화를 볼 때 각자 취향에 맞는… 더보기

벙커에서 배우는 인생의 탈출법

댓글 0 | 조회 159 | 9일전
골프를 하다 보면 한 번쯤 벙커에 빠진 경험이 있을 것이다. 페어웨이를 잘 따라가다가도 작은 실수 하나로 모래 속에 공이 파묻혀 버린다. 벙커는 단순한 장애물이 … 더보기

뉴질랜드의대 정원확대! 합격 전략은?

댓글 0 | 조회 460 | 9일전
올해도 오클랜드 대학교 또는 오타고 대학교에 진학하여 뉴질랜드 의대를 도전하는 학생들에게 좋은 소식이 들려왔다. 그것은 바로 뉴질랜드 의대 정원이 다시 한번 확대… 더보기

전기차(EV)와 내연기관차의 유지보수 차이, 하이브리드 차량 관리법

댓글 0 | 조회 402 | 9일전
최근 자동차 시장에서 전기차(EV)와 하이브리드 차량의 점유율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습니다. 이에 따라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의 유지보수 차이, 전기차의 배터리 관리… 더보기

지지익선(知知益善)

댓글 0 | 조회 100 | 9일전
분신처럼 함께하는 스마트폰 없이 살아갈 수 있겠는가? 새로운 동반자가 된 스마트폰도 컴퓨터다. 입력, 처리, 출력, 저장장치가 있고 컴퓨터와 달리 전원을 공급하는… 더보기

고칼륨혈증과 만성콩팥병

댓글 0 | 조회 183 | 2025.04.04
필자는 다양한 채소와 과일을 좋아하며 즐겨 먹었다. 그러나 최근 세브란스병원에서 혈액검사를 한 결과 혈청 칼륨 농도가 정상치인 3.5-5.5mmol/L를 초과한 … 더보기

드라이버 한 방의 유혹 - 인생도 한 번에 해결될까?

댓글 0 | 조회 183 | 2025.04.04
골프장에서 가장 짜릿한 순간은 티샷을 날릴 때다. 드라이버를 손에 쥐고 300m를 가뿐히 날려보낼 상상을 하는 순간, 우리는 마치 PGA 투어 선수라도 된 듯한 … 더보기

강제적인 시간외 근무

댓글 0 | 조회 966 | 2025.03.26
일반적으로 고용계약서에는 정해진 근무시간이 있습니다. 정해진 근무시간을 초과해서 근무한 경우 고용주는 초과 근무한 시간에 대한 임금만을 지급하면 되며 시간외 근로… 더보기

1. 타네 마후타(Tane Mahuta) – 거대한 생명의 나무

댓글 0 | 조회 398 | 2025.03.26
뉴질랜드의 북섬 깊은 곳, 와이포우아 숲(Waipoua Forest)에는 신비로운 나무가 우뚝 서 있다. ‘숲의 신’이라 불리는 타네 마후타(Tane Mahuta… 더보기

아, 놀라워라,“은퇴 부모 영주권”

댓글 0 | 조회 2,449 | 2025.03.26
고국의 은퇴하신 부모님이 늘 마음에 남는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 신분의 뉴질랜드 자녀라면, 그 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서 영구히 거주할 수 있을 방법이 있는지 늘 … 더보기

맑은 차 한잔에 담긴 선의 경지를 엿보다

댓글 0 | 조회 156 | 2025.03.26
<해남 대흥사 일지암>최상의 옥과 같이 맑은 차 한잔, 과연 그 차는 얼마나 특별했기에 한 잔에 겨드랑이에 바람이 일고 선경에 이르렀을까. 달과 구름조… 더보기

아픈 분들을 생각하며

댓글 0 | 조회 302 | 2025.03.26
새벽에 잠이 깨어 일어나 앉았습니다. 어제는 잇몸병이 아닌가 했는데 통증이 잠을 깨우는 것을 보니 충치가 생겼나 봅니다. 가만히 통증을 들여다보며 아픔이 빚어내는… 더보기

법인 파산 (Liquidation) 및 개인파산 (Bankruptcy)

댓글 0 | 조회 580 | 2025.03.25
지난 칼럼에서는 법인 상대로 최후통보를 날리는 statutory demand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번 칼럼에서는 그 이후의 단계인 법인파산, 그리고 그것과 거… 더보기

밥 한 번 먹자

댓글 0 | 조회 333 | 2025.03.25
문밖을 나서기 불편했던 추위가 사그라지니 거리에 발길이 늘었다. 동네 식당에도 활기가 도는 것 같다. 푸성귀가 나오기 시작하니 식당에서도 찬거리 만들기가 쉬울 것… 더보기

찬란한 배신

댓글 0 | 조회 387 | 2025.03.25
<미수(米壽, 88세) 기념작> - 단편소설주말 늦잠을 자던 시연이 눈을 떴다. 고소한 기름 냄새가 코를 자극했다.“뭘 이렇게 일찍부터 지지고 볶을까?… 더보기

대학 입시를 잘 준비하는 법

댓글 0 | 조회 297 | 2025.03.25
필자는 오는 4월 5일 한국대학 및 호주 뉴질랜드 의약계열 입시 세미나를 준비하고 있다. 매년 4~5회 정도의 세미나를 개최하는데 이번 세미나는 2025년 첫 세… 더보기

여수

댓글 0 | 조회 198 | 2025.03.25
시인 김 명인여수, 이 말이 떨려올 때 생애 전체가한 울림 속으로 이은 줄 잊은 때가 있나만곡진 연안들이 마음의 구봉을 세워그 능선에 엎어놓은 집들과 부두의 가건…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