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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복 효근
그 하얗고 뜨거운 몸을 두 손으로 감싸고
사랑은 이렇게 하는 것이라는 듯
사랑은 이렇게 달콤하다는 듯
붉은 립스틱을 찍던 사람이 있었겠지
채웠던 단물이 다 비워진 다음엔
이내 버려졌을,
버려져 쓰레기가 된 종이컵 하나
담장 아래 땅에 반쯤은 묻혀 있다
한때는 저도 나무였던지라
낡은 제 몸 가득 흙을 담고
한 포기 풀을 안고 있다
버려질 때 구겨진 상처가 먼저 헐거워져
그 틈으로 실뿌리들을 내밀어 젖 먹이고 있겠다
풀이 시들 때까지나 종이컵의 이름으로 남아 있을지
빳빳했던 성깔도 물기에 젖은 채
간신히 제 형상을 보듬고 있어도
풀에 맺힌 코딱지만한 꽃 몇 송이 받쳐들고
소멸이 기꺼운 듯 표정이 부드럽다
어쩌면 저를 버린 사람에 대한
뜨거웠던 입맞춤의 기억이
스스로를 거듭 고쳐 재활용하는지도 모를 일이지
1회용이라 부르는
아주 기나긴 생이 때론 저렇게는 있다.
■ 시인 복 효근
(복효근·시인, 19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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