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호는 템플스테이의 의학적 효과를 최초로 입증한 서울대학교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권준수 교수팀의 <템플스테이가 심신치유 및 뇌에 미치는 효과에 관한 연구>에 대해 소개합니다. 본 연구는 2018년에 국제학술지 <Psychology, Health & Medicine> 6월호에 게재된 것을 시작으로 <Front Hum Neurosci(2019년 3월호)>, <Mindfulness(2019년 11월호)>, <Front Psychology(2020년 2월호)>에 실리는 등 세계적인 학술 매체의 조명을 받고 있습니다.
템플스테이의 의학적 효과와 뇌의 상관관계를 규명한 최초의 과학 연구
템플스테이는 한국적 심신치유방법의 하나로 국내는 물론 외국에서도 관심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지금까지 그 효과에 대해 단순 설문조사 이외의 잘 체계화된 과학적 연구는 전무한 편이다. 본 연구팀은 한국불교문화사업단과 함께 약 3년에 걸쳐 템플스테이의 심신치유효과와 뇌기능과 구조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체험형과 휴식형 템플스테이 효과를 비교 연구하였다.
본 연구는 3단계에 걸쳐 진행되었다. 먼저 1단계 예비 연구로 행동심리학적 효과 검증을 위한 설문조사를 시행하였고, 2단계에서는 성인 대상의 3박 4일 템플스테이 시행 전후 뇌 자기공명영상검사(MRI), 신체계측 및 혈액검사, 심리상태를 평가하였다. 3단계로는 청소년 대상으로 1박 2일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이 정서에 미치는 영향을 알아보고자 예비 성격의 연구를 시행하였다. (그림 1)
▲ <그림 1> 전체 연구의 진행 모식도
1단계 연구
행동심리학적 효과의 가능성 확인
1단계에서는 기존 수도권 사찰의 템플스테이 참석자 120명을 대상으로 프로그램 전후의 변화를 살펴보았는데, 성인에서는 신체화, 대인관계민감성, 우울, 불안 편집증의 정신과적 증상에서 유의미한 정도의 호전을 보였다. 청소년들의 경우에도 간이정신진단검사, 스트레스 반응 척도, 기분상태 척도, 역기능 신념 검사(부정적 신념 및 실수에 대한 과도한 염려)의 항목에 유의미한 호전이 있었다. 다만, 이는 체험형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의 단순 전후 비교이기 때문에 대조군이 없는 한계점을 가지고 있으나, 템플스테이가 행동심리학적 효과가 있을 가능성을 시사하였다.
2단계 연구
마음챙김과 회복탄력성 개선 및 뇌 기능 향상 입증
2단계에서는 무작위배정을 통해 체험형 템플스테이 44명, 휴식형 템플스테이 23명이 지리산 대원사에서 3박 4일의 구조화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에 참여하였다. 참여하기 전 설문조사를 하였고, 뇌 MRI를 촬영하였으며, 혈액 속 각종 호르몬이나 생체지표의 변화를 측정하기 위해 혈액을 채취하였다. 분석은 뇌 가소성이 비교적 잘 된다고 알려진 40세 이하인 체험형 33명, 휴식형 18명을 대상으로 하였다. 프로그램을 마친 후 단기적 효과에서 체험형 프로그램과 휴식형 프로그램 모두 개인의 현재에 집중하는 능력(마음챙김) 및 어려운 상황을 잘 버티고 다시 회복할 수 있는 능력(회복탄력성)에 개선 효과를 보였다. 장기적인 효과를 알아보기 위해 템플스테이 체험 3개월 후 다시 평가를 하였는데, 체험형 프로그램에서만 마음챙김과 회복탄력성 개선 효과가 지속되는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이는 체험형에 참가한 사람들이 템플스테이를 계기로 일상생활에서 자신의 생활습관을 건전한 방향으로 바꾼 결과로 사료된다.
뇌 기능 자기공명영상술(fMRI)을 통한 뇌의 휴지기 기능적 변화를 보면, 체험형 참여자들은 프로그램 시행 후 휴식형 참여자들에 비해 왼쪽 입쪽 앞 대상피질 (rostral anterior cingulate cortex: rACC)과 왼쪽 위 이마 이랑(superior frontal gyrus: SFG)의 연결성의 증가를 보였으며, 이 기능적 연결성은 회복탄력성과 마음챙김 척도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그림 2). 이 연결성에 포함된 뇌 영역들은 정서조절 능력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역들이며, 이 연결성이 인지적 유연성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체험형 템플스테이가 휴지기 상태의 기능적 뇌 회로에 유의한 변화를 일으키는 것이 관찰되었으며(뇌 가소성의 변화), 이러한 변화는 회복탄력성, 정서조절, 인지적 유연성 등의 뇌 기능의 향상에 기여할 가능성이 있음을 보여준다.
▲ <그림 2> 체험형에서 왼쪽 입쪽 앞대상피질과 위 이마 이랑과의 연결성 (rACC-SFG 연결성)의 변화와 회복탄력성척도 및 마음챙김척도 변화의 상관관계
템플스테이가 집행 기능에 영향을 미치는 뇌의 변화 기전을 조사하기 위하여 주의망 과제를 시행하는 동안 기능자기공명영상 연구를 시행하였다. 체험형 템플스테이 참가자들은 체험 후에 앞쪽 대상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과 전전두엽(Prefrontal Cortex) 영역에서 집행기능 과제 수행 시에 증가된 뇌 활성도를 보였다. 또한 인지적 갈등과 관련이 있는 앞쪽 대상피질의 활성화가 행동 데이터의 인지갈등점수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그림 3).
▲ <그림 3> a. 체험형에서 인지갈등과 상관관계를 보이는 뇌 영역, b. 우측 앞 대상피질의 뇌활성도와 인지갈등과의 상관관계
한편 뇌의 구조적 변화를 보기 위해 시행한 확산텐서영상(DTI)에서는 슬뇌량 2(Genu of corpus callosum)과 앞쪽 대뇌부챗살(Anterior corona radiata)에서 FA(분획이방성)값이 증가되었다(그림 4). 뇌량은 좌뇌와 우뇌를 연결해주는 거대한 뇌 구조물이다. 흔히 우뇌는 지각적인 정보처리, 좌뇌는 인지적 정보·지력과 관련되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슬뇌량 백질 FA 증가는 좌뇌와 우뇌의 정보 교환이 더 빠르게 이루어진다는 것을 의미하며, 슬뇌량의 효율이 좋아지면 각 반구에서 담당하는 정보들의 교환과 처리에 우월한 전략을 가질 수 있고 양 반구의 상호작용은 사람이 복잡한 작업을 할 때 필요한 여러 인지적 자원을 통합하는 핵심이기에 이러한 슬뇌량과 앞쪽 대뇌부챗살 백질의 FA 증가가 함의하는 바가 크다. 이 부위와 연결된 부위는 앞쪽 대상 피질(anterior cingulate cortex)로써, 감정 조절, 타인의 마음의 인식 및 우울감과 연관된 부위이다. 이전의 다른 연구들에서도 명상에 의해서 대상피질과 그 주변 부위의 뇌 변화와 함께 감정조절 (self-regulation)능력의 증가 효과가 있었던 결과와 일치하는 소견이다.
▲ <그림 4> 확산텐서영상(DTI)에서 관심영역인 슬뇌량(연두)과 앞쪽 대뇌부챗살(빨강)
3단계
청소년기 학생들에게도 정서적으로 도움 연구의 3단계에서는 자아정체성을 정립하는 시기인 청소년기에 정신건강에 대한 효과를 검증해 보기 위해 청소년에게 특화된 템플스테이 프로그램의 효과를 위한 예비 연구를 시행하였다. 69명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1박 2일 프로그램을 구성하여 적용해본 결과 프로그램 전에 비해 시행 이후 행복감을 증진시키고 불안, 우울, 스트레스를 감소시키는 정서적 치유 효과가 나타났다.
과학적으로 입증된 심신치유 프로그램 템플스테이
결론적으로 본 연구를 통하여 체험형 템플스테이는 마음챙김(mindfulness)과 회복탄력성(resilience)을 증가시키고, 이런 변화는 휴지기 뇌의 왼쪽 입쪽 앞대상피질-위 이마 이랑과의 연결성과 상관관계가 있음을 보여주었다. 또한 집행기능 과제 수행 시에도 앞쪽 대상피질의 활성화가 나타나고, 이는 인지갈등점수와 유의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뇌의 백질에서도 슬뇌량과 앞쪽 대뇌부챗살의 변화가 관찰되었고, 이는 감정 조절이나 타인의 마음의 인식하는 힘이 증가됨을 의미한다고 보인다. 이런 결과를 바탕으로 템플스테이의 정신건강에 대한 긍정적 효과와 뇌 기능 및 구조의 변화는 향후 한국적인 심신치유방법으로서 발전시킬 가능성을 과학적으로 밝힐 수 있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 연구결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