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 개
4,781
12/01/2009. 16:48 코리아타임스 (124.♡.145.221)
겉으로 보기에 그림과 같은 뉴질랜드 주택들. 그러나 안을 들여다 보면 비가 새고 곰팡이가 피는 등 부실한 주택이 많다는 사실은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2002년경부터 ‘비 새는 집’ 사회 문제화
부실시공 문제가 사회적인 이슈로 전면 대두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02년 시내 퀸 스트리트에 위치한 17층짜리 퀘스트(Quest) 아파트가 부실시공에 대한 주민들의 진정으로 전면 보수에 들어 가면서부터 이다.
이후 보타리 다운스, 그레이렌 등지의 신축 개발단지 주택들에서 비가 새는 사례가 줄줄이 보고되면서 민원이 폭증하였다.
당시 삼림연구소의 조사 결과 수백 채의 주택이 썩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하지만 주택판매시 가격하락을 우려하는 소유자와 건축업자 등이 피해를 숨기는 사례도 있고 누수가 몇 년 동안 감지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실제로 문제는 휠씬 심각했었고 전문가들은 지은지 5년 이내의 새집 10곳 중 한 집 꼴로 물이 새고 집이 썩는 피해의 우려가 있을 것으로 진단하였다.
그같은 피해는 최근에 지어진 아파트 같은 다세대 건물에서 많이 발생하였고 이들 다세대 건물은 지붕이 편평하고 처마가 없어 빗물이 그대로 고여 기둥을 이루고 있는 목재를 썩게 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1996년 화학처리된 목재의 의 무적 사용을 폐지한 이후 썩는 집이 늘어났다며 화학처리되지 않은 목재의 사용을 직접적인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건축업자들이 비용절감을 위해 값싼 건축자재를 사용하거나 무리한 하도급 계약을 맺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인 것으로 지적했다.
큰 아파트 공사의 경우 보통 50여개 하청업체가 관여하는데 문제가 생겼을 때 책임 소재가 명확치 않다는 것이다.
기준미달 저가 불량목재 조사 착수
최근에는 오클랜드와 노스랜드 지역 수천 채의 주택이 불량 목재로 건축됐다는‘프레임 및 트러스 제조업체협회(FTMA)’의 제보에 따라 주택건설부가 조사에 착수했다.
시세보다 휠씬 싼 가격에 판매되는 이 불량 목재는 건축법 규정에 미달하는 강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를 사용한 창틀과 문은 뒤틀림이 심하고 바닥은 삐걱거리는 소리가 나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축에 사용되는 목재는 건축법 규정에 따라 등급이 매겨지고 품질 보증이 이뤄지는데 목재의 강도는 크기, 원목 종류, 밀도, 나이 등의 요소들과 관계가 있다.
FTMA의 롭 스킵시(Rob Skipsey) 회장은 “이 불량 목재가 수 년 동안 사용되어 왔지만 얼마나 많은 집들이 영향을 받았는지 정확히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적어도 3개 업체가 회원사보다 싼 가격으로 팔면서 연루돼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이 제품을 사용한 사람들은 큰 피해를 당하고 있다”며 “소비자들은 저렴한 가격에 거래되는 목재가 기준미달 제품이라는 것을 알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스킵시 회장이 불량 목재의 피해가 가장 큰 지역으로 지목한 와이타케레(Waitakere) 지역에서는 여덟 채의 주택이 이 불량 목재를 사용한 것으로 신고됐다.
와이타케레 시티카운슬 왈리 토마스(Wally Thomas) 대변인은 “이 여덟 채의 주택은 기본 뼈대를 모두 뜯어내고 새로운 목재로 교체하는 대공사를 해야 한다”며 “접수된 경우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수 있다”고 전했다.
주택건설부 모리스 윌리엄슨(Maurice Williamson) 장관은 “현 단계에서 몇 채의 건물이 불량 목재로 지어졌는지 정확히 파악되고 있지 않으나 매우 적은 제조업체들이 연루돼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밝혔다.
부실주택으로 거주자 건강에 심각한 위협
뉴질랜드의 부실주택 신드롬은 재산상의 문제 뿐 아니라 건강상의 심각한 위협을 제기하고 있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지속가능 개발을 위한 뉴질랜드 비즈니스 카운슬’이 3,500가구를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26%가 주택 때문에 발생한 건강상의 문제가 있고 31%만이 직장보다 집이 따뜻하고 안락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전체적으로 100만여 주택이 부적합한 단열처리를 했고 25만여 주택의 거주자가 감기, 천식, 폐렴, 기관지염, 곰팡이 알레르기 등 갖가지 질병으로 고생하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들 주택은 단열처리나 환기장치, 이중창 등을 제대로 안 해 놓아 너무 춥거나 습기가 차거나 검은 곰팡이가 피어 있어 실내 공기가 유해한 것으로 나타나는 등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문제는 오래된 집에만 국한되는 것이 아니라 신축 및 개보수 주택에도 해당된다는 것이다.
한 응답자는 “아이가 자는 방이 너무 습해서 매일 제습기가 공기에서 뽑아 내는 물의 양이 6리터나 되고 아이는 독감에 자주 걸린다”고 털어놨다.
비즈니스 카운슬의 피터 닐슨(Peter Neilson) 회장은 “뉴질랜드에 처음 오는 사람들에게 물어 보면 뉴질랜드 집처럼 추운 집은 처음 본다는 말을 많이 한다”며 “전기 비용이 많이 오르면서 상황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호흡기 질환으로 전국적으로 매일 50여명이 병원에 입원, 이로 인한 의료비가 연간 5,400만 달러에 달하고 있고 각 가정의 전기료도 1년에 4억7,500만달러 정도를 필요 이상으로 더 내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집주인들이 이러한 문제를 심각하게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데 단열처리가 주택가치를 올린다는 점을 알았으면 한다”고 표명했다.
주택마다 등급 매기는 방안 검토 중
빅토리아 대학 로버트 베일(Robert Vale) 교수는 평균 뉴질랜드 주택에 대해‘매우 춥고 단열처리가 나쁘며 단일창에 난방하기 어려운 곳’이라고 묘사했다.
오타고대학 필리파 하우덴-채프만(Philippa Howden-Chapman) 교수는 “겨울에 죽는 사람들이 유난히 많은 사실은 부실 주택과 관계가 있을 것으로 믿는다”며 “인구가 노후화되면서 많은 노인들이 질병에 걸리기 쉽고 주택을 보수하기 어려워져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고 진단했다.
‘주택소유주 및 구매자협회’존 그레이(John Gray) 회장은 “우리는 유독한 가능성이 있는 주택에 살고 있고 그러한 주택은 건강 및 에너지에 대한 심각한 리스크가 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새 집을 보러 다닐 때 단열 상태와 에너지 효율성을 꼼꼼히 살펴 볼 것을 권장했다.
전문가들은 이처럼 뉴질랜드는 지금 주택건설에 커다란 문제점을 노정하고 있고 건강에 위협을 주는 주택을 바로잡는데 드는 비용만 해도 200억달러 이상이 소요되며 문제점을 고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현행은 단열이나 환기를 규정하는 법률이 마련돼 있지 않은 실정이다.
닉 스미스(Nick Smith) 환경장관은 “주택마다 수행 등급을 매기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면서 “저소득 가정에 무료로 단열처리를 해주는 프로그램을 지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프로그램에 의해 지난 2007년 오클랜드 지역 약 2,500채의 주택들이 단열처리 됐다.
ⓒ 뉴질랜드 코리아타임스(http://www.koreatimes.co.nz),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