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지수당에 주로 의존해 자녀를 키우고 있는 가정의 생활이 점점 어려워지고 있다. 더욱이 국민당 정부는 각종 수당자격을 강화하고 있어 이들 가정의 궁핍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보인다. 최근 발표된 뉴질랜드 가계조사와 인권 침해라는 비난을 받기도 하고 있는 복지제도 개혁을 중심으로 자녀를 둔 가정들이 처한 어려움을 알아 본다.
수당의존가구 빈곤문제 ‘심각’
사회개발부가 최근 발표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여러 가족 형태 가운데 수당에 의존하는 편부모 가정이 가장 궁핍한 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08년에 5,000 가구를 직접 찾아가 개별 면접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조사는 자동차, 세탁기 등의 유무, 난방 상황, 렌트비 또는 모기지를 제때 지급하는지, 1년에 1주일 정도의 휴가를 떠나는지, 비상시 1,500달러를 구할 수 있는지, 이틀마다 고기나 생선 등을 먹고 있는지 등 여러 생활 지표들을 물어 보았다.
뉴질랜드 가구의 13%는 이 같은 질문에 적어도 세 가지는 “아니다”라고 답해 2004년 같은 조사 때 15%보다 약간 개선된 것으로 조사됐다.
하지만 수당으로 살아가는 편부모 가정에서는 이 같은 비율이 54%에 달해 가장 곤궁하게 생활하는 가족 형태로 밝혀졌다.
부모가 있어도 수당에 의존하는 가정의 빈곤율은 42%로 높은 편이었다.
빈곤율이 2004년보다 전반적으로 개선된 이유는 이전 노동당 정부가 서민층의 생활수준을 향상시키기 위해 실시한 ‘워킹 포 패밀리(Working for Families)’ 정책 등에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다.
13%라는 뉴질랜드의 빈곤율은 같은 방식으로 유럽 27개국에서 조사한 결과와 비교해 보면 14위에 해당된다.
그러나 아동만 따져 보았을 때 빈곤율은 17위로 내려간다.
0~17세 연령대의 빈곤율은 19%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높았다.
아동이 있는 빈곤가정의 가장 많은 답변은 1년간 휴가를 갈 수 없었다는 것(33%) 이었고 심각한 건강문제를 겪었던 것(28%), 주택의 난방문제(22%), 주택의 습기나 곰팡이 문제(17%), 신선한 과일이나 야채를 충분히 섭취하지 못하는 문제(14%) 순으로 조사됐다.
대조적으로 65세 이상 노령층의 빈곤율은 2004년 때와 같이 4%로 모든 연령대에서 가장 낮았는데 이는 노후연금이 평균임금보다 많이 올랐고 대부분 모기지를 갚아 주택비용에서 홀가분할 수 있었기 때문인 것으로 분석됐다.
수당 받기 까다로워져 수당에 의존하는 가구의 생활 형편은 점점 악화될 전망이다.
오는 9월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정부의 복지제도 개혁에 따라 수당 받기가 더욱 까다로워지기 때문이다.
기본적으로 ‘수당 받는 사람들을 일터로 돌아가게 한다’는 취지의 이번 복지제도 개혁에 따라 실업수당 수혜자는 1년으로 자동지급을 제한하고 1년이 지난 후 재신청을 해야 하며 엄격한 심사를 받게 된다.
육아수당(DOB, Domestic Purposes Benefit)을 받는 편부모는 막내자녀가 6세가 되면 주당 최소한 15시간을 일하지 않을 경우 수당을 절반만 받게 된다.
또 질병수당(sickness benefit)을 받는 사람들도 파트타임으로 일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의사의 진단이 있으면 주당 15시간 이상 근무해야 한다.
뉴질랜드에는 현재 32만4,000여명이 각종 수당을 받고 있으며 이들에게 지급되는 금액만 해도 연간 48억달러에 달한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수당은 일터로 돌아갈 수 있을 때까지 일시적인 지원에 그쳐야 한다”며 “수당에서 벗어나 수입을 위한 일을 하지 않는 한 수당 생활자와 그들 자녀들의 미래는 밝지 않다”고 말했다.
노동당 필 고프(Phil Goff) 대표는 정부가 수당 축소보다는 일자리 창출에 노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실업률이 3배로 오른 이유는 사람들이 일하는 것을 원치 않아서가 아니라 일거리가 없어서이다”면서 “정부는 일자리 창출을 위해 노력한 것이 없다”고 말했다.
약 9만7,000명의 육아수당 수혜자들 가운데 이번 복지제도 개혁에 따라 4만여명이 파트타임 일자리를 구해야 하는 것으로 추산되고 있는데 이들이 한꺼번에 고용시장에 진입할 경우 일자리가 충분할 것인가도 의문시되고 있다.
정부 복지개혁안 ‘인권법 침해’ 비판
정부의 복지 개혁안은 지난달 국회에서 찬성 65대, 반대 57로 1차 통과되어 심의위원회로 넘겨졌다.
하지만 이 개혁안은 사회개발부 폴라 베넷(Paula Bennett) 장관 스스로 인정할 정도로 ‘모든 뉴질랜드인은 평등하고 합리적으로 대우받아야 한다’는 인권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막내자녀가 6세가 된 육아수당 수혜자는 주당 15시간 이상의 근무를 강요하고 있지만 수당 수혜자가 50세 이상의 여성인 경우에는 해당되지 않으며 미망인 수당을 받는 미망인은 막내자녀가 6세가 되더라도 근로를 강요하지 않는 등 경우에 따라 예외와 차별을 두어 인권법을 침해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크리스 핀레이슨(Chris Finlayson) 법무장관은 “복지제도 개혁법안은 성별, 혼인 여부, 가족 신분 등 세 가지 기준에서 차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베넷 장관은 “복지제도 개혁이 부분적으로 인권법을 침해하는 것은 인정하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해당되지 않는다”며 이번 정책을 강행할 뜻을 비추었다.
수당에 의존해서 생활할 수 밖에 없는 가구들은 높은 물가와 그에 따르지 못하는 수당 상승률, 구직난과 정부의 복지제도 개혁 등으로 점점 벼랑에 내몰리고 있다.
특히 각종 복지 지원이 축소될 경우 이들 가정의 아동들이 빈곤의 악순환에 희생양이 될 것이란 우려도 높아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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