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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6/06/2010. 19:37 NZ코리아포스트 (222.♡.73.95)
지난 여름 대지를 뜨겁게 달구며 심각한 가뭄이 계속되더니 초겨울로 접어들면서 여기저기서 국지성 호우로 홍수와 산사태를 일으키는 등 자연재해가 잇따르고 있다.
날로 증가하는 자연재해는 기후변화와 무관하지 않고 뉴질랜드는 이러한 기후변화와 지구온난화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7월부터 탄소배출에 대한 세금을 부과할 예정이어서 모든 사람들의 부담으로 다가오고 있다.
국지성 호우로 피해 빈발
지난 5월 21일 아침 오클랜드 글렌 이든(Glen Eden)에 사는 헤더 그랜저(Heather Granger, 68세)는 갑작스런 폭우로 집이 침수되어 가재도구들과 소중한 가족사진 등을 못쓰게 됐다.
불과 몇 분에 걸쳐 양동이로 들이붓듯이 내리는 비로 집에 고립된 그녀는 와이타케레 시티 카운슬에 도움을 요청하는 전화를 걸었으나 “밖으로 빠져 나올 수 있느냐”는 카운슬 직원의 물음에 “내가 오리라면 그럴 수 있을 것”이라고 대답했을 뿐 구멍난 하늘만 원망할 수 밖에 없었다.
그 집에 6년을 살고 있으면서 매년 조그마한 침수 피해를 입은 그녀였지만 이번만큼 큰 피해는 처음이었다고 한다.
“대신할 수 없는 많은 물건들을 버려야 했습니다. 이젠 비가 내릴 때마다 겁이 납니다.”
와이타케레 시티 카운슬 측은 이 집에 인접한 빗물처리시스템이 나무 뿌리와 낙엽 등에 막혀 피해가 커졌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국지성 호우는 최근 들어 뉴질랜드에 잦게 발생하고 있다.
지난 1일에는 북섬 마타타(Matata) 지역에 2시간 동안 124mm의 강수량을 기록한 것을 비롯해 코로만델(Coromandel)에 138mm, 오클랜드에 50mm의 폭우가 내려 집과 농장이 침수되고 도로가 물에 잠기기도 했다.
베이 오브 플렌티(Bay of plenty) 지역은 오호페(Ohope)부터 화카테인(Whakatane)까지 광범위하게 침수됐고 2번 국도는 빗물과 산사태로 일부 구간의 통행이 금지됐다.
이처럼 예보되지 않았던 큰 비는 열대성 폭우에서나 볼 수 있는 것이라고 메트서비스(MetService)는 설명했다.
심상치 않은 기후변화
뉴질랜드는 급격한 기후변화로 1950년 이후 평균기온이 0.4도 높아졌고 해수면은 약 70mm 상승했다.
또한 서리가 내리는 날이 10~20일 적어졌고 기온 상승으로 만년설의 4분의 1 정도가 녹아 내렸다.
이처럼 뉴질랜드의 기후변화는 상당 부분 전개되었고 앞으로도 예상보다 빨리 전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국립기상연구소(NIWA)의 짐 살링거(Jim Salinger) 박사는 “뉴질랜드 생태계와 특히 해안지역은 세계적인 기후변화로 위협받고 있고 아무런 대책을 강구하지 않을 경우 피해는 커질 수 밖에 없으며 세금 부담도 늘어날 것”이라고 경고했다.
3년전 뉴질랜드와 호주의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를 주도해서 작성했던 살링거 박사는 뉴질랜드의 전체적인 기후변화를 볼 때 동부지역은 강수량이 줄어 가뭄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남부와 서부의 경우는 따뜻한 날씨와 충분한 강수량으로 농작물 생산량이 늘어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농작물 생산량은 2030년까지 최대 20% 증가하지만 그 이후로는 해충번식 등으로 감소하고 와이카토와 같은 지역에 아열대성 식물이 이동할 것이란 분석이다.
온난화가 진행됨에 따라 병해충이 점점 남섬으로 옮겨가고 사과의 경우 과실이 커지면서 숙기가 빨라지지만 키위는 일부 지역에서 재배 경제성이 떨어지게 되며 남섬 지역의 양조용 포도는 더욱 많이 재배될 전망이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 불균형 심화
특히 지구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과 침식은 뉴질랜드의 해안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주어 노스랜드나 베이 오브 플렌티 같은 지방의 해안가 주택에 위협을 주고 있다.
이에 따라 부동산 시세도 바뀌고 지역개발계획 시 기후변화를 고려해야 할 것으로 지적되고 있다.
또한 저지대와 주요 기간시설에 대한 폭우 피해가 증가하고 보험 비용도 꾸준히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기후변화에 대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온이 평균 3도 상승하면 고열로 인한 사망자가 오클랜드와 크라이스트처치에서만 연간 14~88명에 이를 것으로 예측됐는데 앞으로 겨울철 사망자는 줄고 살모넬라균의 증가로 식중독 발생이 많아질 것으로 우려된다.
기후변화로 인한 생태계의 불균형도 심화돼 많은 생물들이 멸종의 위기에 처하는 한편 외래종들의 침입 또한 거세지고 나무들은 대부분의 지역에서 더욱 빠르게 생장할 것이다.
기온 상승으로 겨울철 전력수요가 감소하는 대신 에어콘 등의 사용으로 최대전력수요는 증가하여 정전의 가능성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일부 관광지는 따뜻한 날씨로 관광객이 증가하고 특히 스키를 즐기려는 호주인들이 자국 스키장의 감소로 뉴질랜드를 더욱 찾을 것으로 전망된다.
홍수는 앞으로 더욱 잦아질 것으로 보이나 봄과 여름에 물부족 현상이 반복돼 이와 관련된 산업의 피해도 우려되고 있다.
7월부터 ETS 도입으로 에너지비용 증가
뉴질랜드 정부는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온실가스 배출량을 줄이려는 국제사회에 동조하기 위해 탄소배출권 거래제도(Emissions Trading Scheme, ETS)를 실시할 예정이다.
2005년 교토의정서 공식 발효 이후 온실가스 배출권을 거래하는 세계 탄소배출권 거래 시장은 매년 가파르게 성장했다.
교토의정서에 따라 각국은 정해진 온실가스 배출 목표량에 맞춰 감축 목표를 달성하면 다른 나라에서 탄소배출권을 구입하거나 온실가스 저감사업에 투자한 뒤 여기서 발생한 배출권을 확보할 수 있다.
특히 2008년부터 감축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선진국 중심으로 신장세가 뚜렷해 교토의정서에 가입한 38개국 중 29개국이 이미 ETS를 도입했다.
오는 7월 1일부터 ETS 도입으로 기름값이 리터당 3센트씩 오르고 머큐리와 콘택트에너지등의 전기요금이 약 3% 인상될 예정이어서 뉴질랜드 가정에 주당 평균 3.17달러의 추가 비용이 발생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10월 1일부터 실시 예정인 부가가치세 인상과 함께 가계 경제에 커다란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정부는 석유회사와 전력회사로부터 징수한 ETS세는 나무심기 등 이산화탄소 배출을 상쇄할 프로젝트에 사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존 키(John Key) 총리는 “뉴질랜드가 기후변화에 맞서기 위해 우리의 몫을 하는 것은 중요하다”면서 “하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 앞서 나가지 않기 위해 ETS를 다른 나라와 비교하여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NIWA는 올 겨울은 예년보다 따뜻할 것으로 예보했다.
NIWA는 6~8월 단기적으로 서리와 한파가 예상되지만 강수량이 예년 수준을 유지하고 기온은 평년 수준을 웃돌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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