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민 A씨는 이민온지 16년이 돼가지만 렌트를 고집하고 있다. 이민 초기에는 뉴질랜드에서는 집이 재산을 불려주는 황금알이 아니라는 이민 선배들의 조언을 듣고 렌트집에서 시작했던 A씨 가족은 2000년대 초반부터 갑자기 불어온 집값 폭등에 망설이다가 구입 시기를 놓치게 되었다. 이후 2007년경 집을 살만한 자금을 어느 정도 모았지만 때마침 사업을 바꾸면서 모았던 돈을 새로운 사업체에 써야 했던 A씨는 계속되는 렌트 생활에 만족해야 했지만 최근 높아진 집주인의 렌트비 인상 요구에 주택 구입을 심각하게 고려하고 있다.
오클랜드 침실 3개짜리 주택 평균 렌트비 550달러로 상승
정기적인 수입이 있으면서 오랫동안 렌트로 살고 있는 사람들을 주위에서 볼 수 있다.
이들은 아마 집을 구입할 때 들어가는 여러 비용과 렌트비를 비교하여 렌트로 사는 쪽이 더 유리하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더구나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부동산 시장이 긴 침체에 빠져들면서 집값 상승을 기대할 수 없을 바에는 차라리 유지 보수나 높은 재산세의 걱정에서 해방된 렌트를 선호하게 되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렌트비가 급등하면서 높은 렌트비를 내고 불안하게 살기 보다는 돈을 조금 빌려서라도 내집을 마련하는 것에 대한 장점이 서서히 부각되고 있다.
ANZ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오클랜드에서 렌트비 상승이 집값 상승을 앞지르고 있다.
인터넷 부동산 회사 interest.co.nz의 자료에서도 오클랜드에 있는 침실 3개짜리 주택의 경우 지난 2월 한 달 사이에만 렌트비가 주당 평균 55달러 정도 올랐고 인기 있는 동네의 경우는 지난해보다 렌트비가 25%나 치솟았다.
오클랜드 도심의 침실 3개짜리 아파트의 렌트비는 지난해보다 20% 이상 올랐다.
침실 3개짜리 주택에 대한 주당 렌트비는 지난해보다 5.5% 올라 평균 550달러에 이르고 있다.
전국적으로 볼 때 주택 임대난은 오클랜드가 가장 심해 침실 3개짜리 주택의 경우 다른 지역보다 렌트비가 주당 평균 150달러 정도 비싼 것으로 나타났다.
침실 3개짜리 주택에 대한 렌트비는 웰링턴이 평균 480달러, 크라이스트처치는 350달러, 황가레이는 300달러, 해밀턴은 330달러, 타우랑가는 320달러 정도 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지진으로 주택 공급이 부족한 크라이스트처치의 사정도 심각하다.
‘트레이드 미(Trade Me)’ 사이트에 오른 렌트 물량은 지난해에 비해 40%나 감소했고 렌트비는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겨울이 다가오면서 렌트를 얻지 못한 일부 사람들은 개러지에서 잠을 자거나 지진 피해가 가장 심했던 적색 지역의 주택에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의 헬렌 오설리반(Helen O’Sullivan) 국장은 "점점 살 집을 찾는 게 힘들어지고 있다. 하루빨리 주택 건설을 늘리지 않는다면 문제가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집 구입 비용과 렌트비용 격차 줄어
그 동안 은행대출을 받아 집을 구입하는 비용이 렌트비용보다 휠씬 컸으나 렌트비가 급등하면서 그 격차가 크게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모기지 브로커 업체인 루스트(Roost)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소득에서 차지하는 두 가지 옵션 사이의 비율이 24.3%대 23%로, 아직 대출을 이용한 집 구입 방법이 약간 높지만 상승세인 렌트비와 낮은 금리 등을 고려해 렌트 대신 집을 구입하려는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 조사는 지난 2월 침실 3개짜리 주택의 중간 렌트비와 25~29세 남성 및 여성 각 1명의 중간소득, 그리고 낮은 가격대의 주택 구입과 20% 현금 및 나머지 은행대출 이용 등을 기준으로 계산됐다.
집값이 높은 오클랜드에서는 집 구입 비용이 33.8%로 28.5%인 렌트비용과 비교해서 그 격차가 전국 평균보다 컸다.
특히 노스쇼어에서는 양쪽 비용이 각각 41.1%대 28%로 모기지 이자 등을 포함한 집 구입 비용이 휠씬 높게 조사됐다.
그러나 렌트비가 상대적으로 비싼 오클랜드 센트럴에서는 렌트비용이 35.3%로 집 구입 비용 34.6%보다 높게 나타났다.
이러한 기준을 전제로 했을 때 오클랜드 도심에서는 렌트로 사는 것보다 집을 구입하는 것이 비용 면에서 절감된다는 의미이다.
interest.co.nz의 보고서에 따르면 25~29세 연령층의 개인당 평균소득에서 모기지 이자가 차지하는 비중이 44.3%로 2008년 71%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모기지 이자가 예전에 비해 크게 떨어진 결과이다.
비싼 렌트 대신 내집 마련하려는 관심 높아져
부동산협회의 오설리반 국장은 “협회와 BNZ의 자료를 살펴보면 저금리가 지속되고 노동시장이 안정되면서 그 동안 사라졌던 생애 첫집 구매자들이 지난 3~6개월에 다시 나타났다”고 말했다.
지난해 이후 첫집 구매자들을 위한 각종 세미나에 관심을 보이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고 경기침체 이후로 주택 구입을 미뤘던 예비 구매자들도 시장에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기업경제연구소(BERL)는 오클랜드 지역의 주택 시장이 수요가 증가하고 렌트비가 오르면서 과열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고 밝혔다.
부동산협회의 월간 자료에 따르면 지난달 주택 매매 건수는 7,330건으로 작년 3월 5,848건에 비해 25.3%나 늘었고, 중간주택가격은 37만달러로 1.4%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부동산투자자협회의 앤드류 킹(Andrew King) 회장은 요즘 집을 사기에 좋은 시기라고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지만 렌트가 아직 저렴한 옵션이라고 설명했다.
킹 회장은 “특히 오클랜드와 같이 렌트비가 빠른 속도로 상승하고 있는 지역에서는 렌트보다 구입하는 쪽이 더욱 유리할 수 있을 것”이라며 “주택 구입과 렌트의 격차는 좁혀지고 있지만 주택 구입 옵션이 여전히 몇 천 달러 비용이 더 들어간다”고 말했다.
그는 또한 집값이 다시 상승하고 금리가 오르기 시작하면 집을 사는 비용이 렌트보다 더욱 많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주택 구입시 이자 지급에 실질소득의 40% 넘어서면 안돼
킹 회장과는 반대로 부동산 전문가 필립 마칼리스터(Philip Macalister)는 내집을 마련하고 싶다면 지금이 최적의 구입 시기라고 추천했다.
그는 “당분간 금리가 오를 것으로 보이지 않지만 집값이나 렌트비가 떨어질 이유도 없다”면서 “집값이 여전히 높고 장래에도 보다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 되리라는 조짐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현실에 적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저가 주택 시장에서 부동산 투자자들과 첫집 구매자들 간에 경쟁이 붙으면서 움직임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오클랜드의 집값은 세계 도시들과 비교해서도 결코 싸지 않은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과 소득 등을 감안한 최근 글로벌 조사 결과 오클랜드의 주택 구매력은 런던보다는 약간 낫지만 뉴욕이나 로스앤젤레스보다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interest.co.nz의 데이비드 채스톤(David Chaston) 편집인은 오클랜드에서 집을 구입할 계획이 있더라도 모기지 이자 등에 실질소득의 40% 이상을 지출해서는 곤란하다고 조언한다.
이 수준을 넘어갈 경우 가계 부담이 감당할 수 없는 영역으로 빠진다는 것이다.
그는 “오클랜드에서 집을 구입할 때 집값의 15~20% 금액도 많은 돈이지만, 이 정도의 현금도 없다면 미래 재무 건전성에 위험을 맞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