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Z 인쇄매체 공룡들의 몰락이 주는 교훈

NZ 인쇄매체 공룡들의 몰락이 주는 교훈

0 개 2,909 하병갑

오프라인으로 발행되는 종이매체는 이제 종말을 고할 것인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부채로 인해 2-3년전부터 붉은색으로 물든 회계결산 수치가 발표된 이래, 뉴질랜드 신문사들은 언제 망할지도 모른다는 생존에 대한 위기감에 사로잡혀 왔다. 그런데 바로 그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올 것이 오고야 만 것이다.

‘뉴질랜드 헤랄드’ 발행사, 경영실적 악화로 주식거래 중단

호주와 뉴질랜드에서 지역신문과 라디오방송을 운영하는 ‘APN 뉴스 앤 미디어’사는,  뉴질랜드 유일의 전국 일간지인 ‘뉴질랜드 헤랄드’와 주간잡지 ‘리스너’, 주간 여성잡지 ‘뉴질랜드 우먼즈 위클리’의 발행사이자, ‘NZ헤랄드 닷컴(nzherald.co.nz)’을 운영하는 호주 언론재벌이다.

금년 2월 중순, 이 회사의 2012년 12월말기준 회계결산 결과가, 전년대비 수입감소 10%대(실제는13%), 세전순이익 (EBITDA) 감소 20%대(실제는25%)인 것으로 알려졌는데, 사실은 세금내고 나면 전년도 4천5백만 호주달러 순손실에서 지난해 대규모 영업권상각을 고려해도, 그보다 10배가 늘어난 4억5천6백만 호주달러의 순손실을 기록한 것이다.

경영악화로, 2012회계년도의 최종 배당금 지급마저 취소된 사실이 알려진 지난 2월 18일, 이 회사의 주가가 전날 종가기준으로 뉴질랜드 주식시장(NZX)에서 약 11%나 하락해, 1주당 발행가 1달러에도 훨씬 못 미치는 32센트를 기록하자, 이 회사의 요청으로 주식거래가 중단됐으며,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경영진 5명이 줄줄이 사임했다.

그러나, 사실은 부채규모를 감소시키기 위한 기존 경영진의 신규 자본확충안에 대해 자신들의 지분감소를 우려, 자본확충에 강하게 반대했던, 이 회사의 최대 주주(28.95%)인 ‘아일랜드 인디펜던트 뉴스 앤 미디어(INM)’와 제2대주주(19.8%)인 호주의 펀드 매니지먼트회사 ‘앨런 그레이’가 손잡고, 다른 중소 주주(2.25%)를 설득, 대표이사를 비롯한 이 회사 이사회의 절반을 물갈이한 것이었다.

증권 리서치회사인 ‘모닝 스타’도 자체 제작하는 증권주보에서 “전통적인 인쇄매체가 온라인 경쟁사들의 구조적인 도전에 직면해 (곤경에 빠져) 있다”고 논평하고, 주식투자자들에게 이 회사의 주식매입에 대해 ‘주의’ 경보를 발령했다.

호주 주식시장(ASX)에서 거래되는 이 회사 주가도, 지난 1년간(52주 기준) 호주화 24.5센트에서 96센트까지 오르내렸고, 거래중단일 직전 주말의 종가는 호주화 30센트선에 불과했다.

온라인에 밀린 종이매체의 고전은 세계적인 추세

지난해 뉴질랜드 인쇄미디어산업은 평균 7%의 전반적인 수입감소로 크게 고전했는데, 수도 웰링턴에서 발행되는 일간지 ‘도미니언’지와 크라이스처치의 ‘프레스’지, 그리고 일요신문인 ‘선데이 스타 타임즈’의 발행사인 ‘페어팩스(Fairfax) 미디어’도, 수익성악화로 지난해 6월30일 끝난 2012회계년도 재무제표에서, 전통적인 인쇄매체의 자산가치를 9억5천만달러에서 1억7천5백만달러로, 전년대비 무려 80%나 평가손실로 처리, 결과적으로 약7억달러의 장부상 순손실을 기록한 바 있다. 

미국에서도, 2009년 시카고 2대 신문중 하나인 ‘시카고 선 타임스’는 미 연방 파산법에 따른 기업의 재무구조개선 작업절차를 밟다가, 결국 비용 절감을 위해 인터넷으로만 신문을 발행하기로 하는 고육지책을 내놓기도 했다.

또한, 한국에서 가장 신뢰받는 매체인 조선, 동아, 중앙일보도 아파트 분양광고와 여행사의 관광 페키지광고로 도배돼, 과거 ‘정론직필(正論直筆)’을 표방하며 한껏 자부심에  부풀었던 종이매체산업의 위상이 급격하게 몰락했음을 증명하고 있다.

세계적으로 종이매체가 이처럼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 것은 온라인매체의 발전과 맥락을 같이 한다. 특히, 인터넷으로 뉴스를 구독하는 요즘 젊은이들로 인해 갈수록 종이매체의 몰락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대세가 되고 있다. 커뮤니티가 생성되면서 사용자들간 정보교류가 되고, 더욱이 블로그를 운영하는 전문가 사용자층이 다양한 정보를 공유하게 되는 등,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인터넷 채널이 다양해지고, 신문이나 잡지의 구독비율이 점차 줄어들면서 내리막길을 걷게 됐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의 등장도 신문이나 잡지구독율을 줄이는데 한 몫하고 있다.

결국, 미국의 양대 일간지인 ‘워싱턴 포스트’와 ‘뉴욕 타임스와’ 같이 다른 수익성이 있는 계열사로부터 자금을 끌어오는 일부 신문사를 제외하고, 대다수 신문사는 결국 파산보호를 신청할 수밖에 없는 막다른 골목에 봉착하고 있다

교민언론사의 새 활로 - 자본확충과 인수합병, 온라인과 유가지로의 전환

‘쓰나미’ 같은 미디어환경의 급격한 변화는 우리 뉴질랜드 교민언론사에도 어김없이 불어닥쳤다. 비교적 소규모 자본으로 설립할 수 있고, 현지의 영어장벽으로 인한 구직난으로 고급인력을 저임금으로도 마음대로 이용할 수 있었던, 노동집약적, 생계유지형 비지니스가 이제 종막을 고할 때가 된 것이다.

최근 몇 년간, 갈수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는 우리 교민언론사들도, 진작에 이러한 위기감을 인식하고,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했으나, 열악한 자본=>불황으로 광고수입 급감, 무가지(무료 배포)의 근본적인 한계=>재투자 여력의 부족=>기자직에 대한 고급인력의 이탈과 신규 고급인력의 외면=>천편일률적인 한국기사 베끼기=>콘텐츠 품질하락=>되풀이 되는 광고수입 감소로 인해 조만간 획기적인 개선은 사실상 기대하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그럼, 이러한 악순환에서 헤어날 방법은 없는가? ‘누가 먼저 고양이목에 방울을 다느냐’의 문제이긴 하지만, 해답은 의외로 간단하게 얻을 수 있다.

(1) 첫째, 사명감을 가진 교민기업가를 섭외해서 자본을 확충하고, (2) 둘째, 기존 언론사간의 (우호적) 인수합병을 통해 영향력을 제고하고, (2) 세째, 최소한의 오프라인 발행부수를 유지한 채, 인터넷 온라인매체에 집중하고 (4) 넷째, 발행부수와 인터넷상 노출빈도에 상응한 합리적인 광고비를 책정, 시행하고 (4) 다섯째, 무엇보다 인쇄매체 한 부에 골드 코인 1달러라도 받고 판매하는 유가지로 전환하는 것이다.

신규 투자자금으로는 고급인력을 충원해서, 신문이나 잡지의 콘텐츠를 현지화, 고급화하면 자연히 광고수입도 늘어날 것이고, 이를 직원급여와 시설에 재투자한다면, 일단 고용된 고급 기자인력의 이탈을 막을 수 있고, 나아가 신규 고급 기자인력의 유인으로 작용, ‘언론사의 꽃’인 기자의 경험과 노하우가 축적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독자들은 뉴질랜드 사회의 이슈를 신속하게 보도하고, 제대로 심층분석하는 그들을 통해, 현지사회에 신속하게 정착할 수 있고, 비지니스에 실질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으며, 표를 의식하는 현지 정치인들과의 인터뷰를 영어와 한글로 함께 게재하여, 그들의 뜻이 한인사회에 바로 전파되는 것을 직접 보여줌으로써, 한인사회가 제대로 대접받도록 하고, 반대로 한인사회의 민심을 주류사회에 제대로 전달할 수 있게 된다. 그 결과, 한인사회에 광고하고자 하는 뉴질랜드 현지기업은 물론, 한국 언론에도 알려져 한국 기업의 광고물량까지 가져올 수 있다면 더할 나위없이 바람직스런 일이다.

교민신문이나 교민잡지 판매가격 1달러는, 뉴질랜드 사회에 영향력 있는 우리 한인 언론사를 만드는 종잣돈이 될 것이며, 그 내용이 생생한 고급 뉴질랜드 생활정보라면, 그 인쇄매체를 지금처럼 잠시보고 버리는 쓰레기가 아니라 비교적 오랫동안 보관해 볼 것이므로 광고효과의 제고로 이어져, 결국, 교민 언론사와 교민 독자들이 서로 윈-윈하는 성공적인 비지니스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참고로, 잡지가판대에서 한 부에 3달러를 받는 현지 주간지 ‘리스너’의 경우,  10주분($30)을 한꺼번에 구독신청하면 집으로 배달해 줄 뿐만 아니라, 신간뿐만아니라 1-2년 지난 과월호 잡지기사까지 온라인으로도 구독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우리 다음 세대를 위해 제대로 된 교민언론사를 만드는 일은, 한국학교를 설립하는 것만큼이나 의미있는 일이 될 것이다. 왜냐하면, 현지사회에서 한인들의 위상제고는 물론이고, 젊은 엘리트 기자들이 현지 주류사회에 접근할 기회를 항상 제공함으로써, 이들이 향후 뉴질랜드 구의원, 시의원, 나아가 국회의원이 되어 뉴질랜드는 물론 우리 한인사회를 이끌어 갈 리더로 성장하는 ‘마쯔시다 정경숙(政經宿)’ 역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각설하고, 다시 뉴질랜드 인쇄매체산업 이야기로 돌아와서, 뉴질랜드 양대 인쇄매체 공룡인 APN과 Fairfax는 눈덩이처럼 늘어난 부채규모를 줄이기 위해, 비상하고 전면적인  구조조정에 돌입했으며, 열악한 사업환경에 대비한 투자 우선순위의 재조정은 물론, 두 공룡 인쇄매체의 합병압력까지 거세져, 결과적으로 대규모 감원 등 상당한 갈등과 부작용이 예상돼, 올해도 뉴질랜드 인쇄미디어산업은 고난을 면치 못할 것 같다.                

<하 병 갑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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