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다시 고개 드는 인종차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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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과 함께 인종차별 행위도 급증한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아시안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크게 늘어 경제 침체와 실업 증가를 가져온 코로나19의 발원지가 중국이라는 사실과 무관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일부 정치인들이 코로나19를 빌미로 인종차별주의를 악용할 수 있을 것으로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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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로 아시아계 인종차별 급증 


코로나19가 확산한 후 특히 아시아계에 대한 인종차별 행위가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 인권위원회가 지난 3일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코로나19 대유행 기간에 인종차별 행위가 많이 증가했고, 록다운이 시작된 시기인 지난 3월 말 이후 접수된 코로나19와 관련한 250건이 넘는 신고 중 82건이 인종차별과 관련된 것으로 밝혀졌다.


인권위원회는 특히 중국인과 아시안에 대한 괴롭힘이 많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신고된 인종차별 행위 비율을 보면 중국 등 아시아계가 30%로 가장 많고, 이슬람계 28%, 인도계 14%, 마오리와 남태평양 도서계 5% 등으로 나타났다. 


인권위원회는 중국 등 아시아계 사람들은 통상적으로 문화적 장벽 때문에 불만 신고를 잘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아시아계의 신고는 빙산의 일각으로 실질적으로는 그보다 훨씬 많을 수 있다는 지적인 셈이다.


인권위원회 멩 푼(Meng Foon) 위원장은 “뉴질랜드가 코로나19와의 싸움에서 진전을 보이듯이 인종차별주의 곡선도 납작하게 만들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코로나 경보단계 내려가면서 인종차별 증가 우려


푼 위원장은 3월 26일 코로나19로 전국 봉쇄령이 내려지기 전에 인종차별 행위가 많이 증가했다고 전했다.


중국에 가본 적도 없는 뉴질랜드 태생 의사 린다 럼(Linda Lum)이 오클랜드의 한 버스에서 먼지 때문에 재채기를 했다가 한 백인 노인으로부터 “중국으로 돌아가라, 그렇지 않으면 우리 모두 죽을 것이다” 라는 인종차별적 말을 들은 것도 지난 2월이었다.


인권위원회는 소셜미디어를 통한 온라인 괴롭힘이나 슈퍼마켓에서 아시아계 손님들에 대한 냉대 등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록다운 이후 온라인 상에서 중국인을 비난하는 글들이 늘어나면서 사라 스튜어트-블랙(Sarah Stuart-Black) 민방위비상관리위원장은 서로에게 친절해 줄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위협을 느낀 중국인 커뮤니티에서는 무장 자경단을 결성하자는 논의도 있었다.


코로나 경보단계가 내려가면서 학교와 직장에서 코로나19와 관련된 인종차별적 괴롭힘도 다시 늘어날 것으로 우려되고 있다.


지난 14일 코로나 경보체제가 2단계로 하향 조정되면서 많은 사업체와 학교들이 정상화되고 있다.


푼 위원장은 “학교에서 아시안 학생들에 대한 불필요한 책임 공방이 일어날 수 있다”며 “인권위원회는 인종차별주의에 대한 경각심을 일깨우기 위해서 학교고문단들과 접촉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또 다른 사람에 대한 차별적 행동 중단과 피해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촉구하는 한편 인종주의 물결도 잠재우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총선 맞아 코로나 빌미로 인종주의 악용 우려


오는 9월 실시되는 총선을 맞아 코로나19를 빌미로 한 인종차별주의가 악용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특히 이민반대정책을 내세우는 뉴질랜드제일당은 과거 총선에서도 수 차례 인종차별주의적 발언을 서슴지 않았던 점을 고려할 때 코로나19가 인종차별 공세의 빌미를 제공하지 않을까 우려되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부총리 겸 외교장관이 당대표로 있는 뉴질랜드제일당이 지난 2003년 제작하여 각 가정에 배포한 ‘이 나라가 누구 것인가’ 라는 제목의 팸플렛에서 이민 증가로 범죄율이 증가하고 결핵이나 에이즈 같은 제3세계 질병들이 급증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피터스 대표의 사인이 있는 이 팸플렛에는 또 수 만 명의 제3세계 이민자들로 인해 뉴질랜드 국민이 뉴질랜드에서 밀려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노동당, 녹색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뉴질랜드제일당은 최근 정당 기부금 의혹 조사 등으로 각종 여론조사에서 전국구 의원을 선출할 수 있는 최저선인 5%에도 못미치는 부진을 겪고 있어 돌파구를 찾아야 할 입장이다.


뉴질랜드제일당은 인종차별 공격을 해서 비난을 받더라도 동시에 그 같은 의견을 지지하는 편견을 가진 잔류파가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이를 의식하기라도 한 듯 연립정부내 지역경제개발장관 등을 맡고 있는 뉴질랜드제일당 셰인 존스(Shane Jones) 부대표는 무책임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내뱉고 있다.


존스 부대표는 지난 2월 “이민이 오클랜드에서 통제를 벗어났다”며 “너무 많은 인도 출신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있다”고 말해 인도 이민 커뮤니티의 공분을 샀다.



인종차별 발언으로 피터스 후계자 자처하는 존스 부대표


존스 부대표는 또 “인도에서 오는 학생수가 많은 뉴질랜드 교육기관을 망치고 있다”고 말해 피터스 대표의 후계자를 자처하는 듯한 인종차별적 발언을 이어갔다.


그의 이런 발언은 연립정부내에서도 비판을 받아 녹색당의 제임스 쇼(James Shaw) 대표는 인종차별적이라고 지적했다.


물론 뉴질랜드제일당을 이끌고 있는 피터스 대표는 존스 부대표의 인종차별적 발언을 옹호했다.


피터스 외교장관은 코로나19 사태와 관련하여 그 발원지에 관한 국제조사 필요성과 대만의 세계보건기구(WHO) 옵서버 자격 가입을 지지하는 미국과 같은 주장을 펼쳐 중국과 외교적 갈등 양상을 보이고 있다.


스스로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전제하면서 코로나 바이러스가 중국에서 왔기 때문에 차이나 바이러스라고 말했던 미국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 대통령은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통상, 산업, 금융, 외교 등 각종 분야에서 활용할 수 있는 모든 카드를 총 동원하며 중국 때리기에 나서고 있다.


피터스 장관은 2018년 12월 미국을 방문했을 때 남태평양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막기 위해 미국이 더욱 개입해 줄 것을 요청하는 취지의 연설을 하여 연립정부 출범 후 한때 중국과의 외교관계가 경색되는데 한 몫 했다.


그는 또 지난 12일 일자리가 없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본국으로 돌아가는 문제를 고려해야 한다고 말해 다시 한번 반이민적인 면모를 보였다.


피터스 장관은 이주 노동자들이 비자 시한을 넘기면서 뉴질랜드에 남아 있는 게 공정한 것인지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일이 없으면 그들을 지원하는 비용이 엄청나게 들어간다고 지적했다.


총선 전에는 항상 낮은 지지율을 보였으면서도 막상 개표가 끝나면 되살아나 킹메이커 역할을 자처했던 뉴질랜드제일당이 오는 9월에 실시되는 총선에서 코로나19로 흉흉한 민심을 자극할 인종차별주의 내지 반이민 카드를 들고 나올지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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