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 고양이, 그리고 테이저건 이야기

개 & 고양이, 그리고 테이저건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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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10년부터 뉴질랜드 경찰은 많은 논란 끝에 제압 도구로 권총 형태로 생긴 ‘테이저건(Taser gun)’을 도입해 현재까지 일선 현장에서 사용 중이다. 


테이저건은 도입 이후 사람에게만 사용하지 않고 경우에 따라서는 동물, 그중에서도 덩치가 크고 사나운 개를 통제할 필요가 있을 때도 여러 차례 사용됐다. 


그동안 동물 복지 단체를 중심으로 이와 관련한 문제 제기가 꾸준히 나왔는데 이달 들어서는 구체적인 통계자료까지 제시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교민들도 반려견이나 고양이를 키우는 가정이 꽤 많은데, 이번 호에서는 이번에 언론에 제기된 테이저건 논란과 함께 최근 오클랜드에서 떠돌이 개들이 여러 마리의 고양이를 죽인 소식을 함께 묶어서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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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경찰이 사용하는 테이저건


<테이저건이란 무엇?> 


보통 일선 경찰이나 보안 전문 인력이 흔히 사용하는 테이저건이나 스턴건(stun gun)은 지난 1970년대 미국 발명가인 ‘잭 힉슨 커버 주니어(Jack Higson Cover Jr. , 1920~ 2009)’가 전기 충격을 이용해 상대방을 무력화시킬 수 있는 장치를 만들던 중 원형을 개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항공 물리학자이자 공군의 시험 조종사이기도 했던 커버는 미국 항공우주국(NASA)과 휴즈 항공사, 그리고 IBM에도 근무했으며 나중에는 테이저건을 만든 전문회사도 설립했다. 


‘테이저’라는 명칭은 ‘Thomas A. Swift’s Electric Rifle’의 약자로, 잭 커버에게 영감을 주었던 <Tom Swift and His Electric Rifle>이라는 청소년용 소설의 제목에서 따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기기는 전기 충격으로 대상을 제어하거나 비활성화시키는 데 사용되는데, 무기가 아닌 비폭력적 대안 수단으로서 전통적인 총기와는 다른 작동 원리를 가지고 있다.


테이저건은 주로 두 개의 전극을 대상에게 발사해 전기 충격을 가하는데, 전극 사이에 전류가 흐르고 몸의 근육이 수축을 일으키면서 신경계를 잠깐 마비시킨다. 


사용되는 전기는 ‘고전압 저전류(고전압 낮은 전류, HVLC)’로 전압은 대부분 5만 볼트에서 15만 볼트의 상당히 높은 전압이지만 전류는 일반적으로 1밀리암페어(mA) 미만으로 수치가 아주 작다. 


전압이 높으면 전류가 몸을 통과하는 시간이 짧아지고 통상적으로 전체적인 충격의 강도를 증가시키지만 그에 비해 전류가 매우 작기 때문에 실제로 대상에 치명적인 영향을 주지는 않는데, 대부분 테이저건의 충격 지속 시간은 5초 정도이다.   


한편 지난해 9월 뉴질랜드 경찰은 도입 이후 10년 넘게 사용해 온 테이저건 모델인 ‘Taser X2’가 더 이상 생산되지 않아 2024년 초 남섬부터 시작해 3년에 걸쳐 새 모델인 ‘Taser 10’으로 바꾼다고 밝혔다. 


새 모델은 기존 제품에 달렸던 카메라가 없는데 다른 분야에서는 보디캠으로 이를 보완하지만 뉴질랜드 경찰은 현재 보디캠을 이용하지 않는데, 이에 대해서는 추후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당시 경찰은 테이저건이 사용됐던 사건 현장에서 이를 꺼내기만 해도 발사하지 않은 채 82% 사건이 해결되는 등 현장에서 활용이 잘 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경찰은 교체 예산이 3,000만 달러라고 밝히면서도 얼마나 되는 테이저건을 도입하는지에 대해서는 공개를 거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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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경찰 테이저건의 원리


<11년간 개 144마리 테이저건 맞아>  


테이저건은 국내에서는 일반인 소유가 금지돼 있는데, 일선 경찰관들이 술이나 약물에 취한 채 체포에 맹렬하게 저항하거나 또는 흉기로 무장한 범죄자가 위협적인 행동을 보일 때 총기 사용에 앞서 제압용 도구로 많이 쓰인다.  


그런데 이 테이저건이 사람이 아닌 동물에게 사용되는 경우도 종종 나오는데, 특히 덩치가 크거나 사나운 종류의 떠돌이 개처럼 사람에게 큰 위협이 될 수 있는 개를 붙잡을 때 많이 사용된다. 


한편 미국이나 캐나다, 러시아처럼 곰이나 쿠거 등 위험한 야생동물이 심심치 않게 주거지에 출몰하는 나라들에서는 때로는 이들을 통제하기 위해 사용되기도 하며, 또한 동물원에서도 비상용으로 이를 비치하고 있다.   


4월 중순에 나온 보도를 보면 뉴질랜드 경찰은 지난 2013년부터 2023년까지 11년 동안에 모두 144마리의 개나 동물에게 테이저건을 사용해 연 평균 사용 횟수가 13건에 달한 것으로 나타났으며 최근에도 그 추세가 비슷하게 이어지고 있다.   


경찰은 테이저건이 경찰관이나 주민들, 또는 다른 동물에게 위험을 초래할 경우에만 ‘최종 수단’으로 사용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우선 문제는 테이저건에 맞을 만한 짓(?)을 저질렀다고 하더라도 후속 조치가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는 점인데, 맞은 대상이 사람일 경우에는 그에 걸맞은 후속 조치가 당연히 뒤따른다.  


경찰은 그동안 동물복지 단체들이 정책 변경을 꾸준히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테이저건에 맞았던 동물에게 동물 의료적 차원에서의 별다른 후속 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   


언론이 입수한 영상을 보면 테이저건을 맞은 개가 심한 고통 속에 몸부림치는 모습도 볼 수 있는데, 동물학대방지협회 SPCA)에서는 경찰이 이런 개들에게도 후속 의료 치료를 제공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지난해 초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두 살배기 허스키 한 마리가 다른 반려동물을 공격하던 중 테이저건을 맞고 고통스러워하다가 결국 죽는 등 여러 나라에서 유사한 사건이 벌어진 바 있다. 


SPCA 관계자는 2018년에 경찰을 감독하는 법무부에 이 문제를 제기하는 등 지난 6년간 정책 변화를 촉구해 왔다고 말했다. 


그는 성인을 제압하기 위해 만든 테이저건은 성인보다 훨씬 작고 체중도 가벼운 개를 비롯한 반려동물에게는 신체적 및 정신적 영향을 더 크게 줄 수 있다면서 수의사 등을 통해 사람에 준하는 후속 조치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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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진 허스키


<테이저건 13차례나 쏜 끝에 붙잡은 염소>  


이번 논쟁의 핵심 중 또 다른 하나는 경찰관이 어떻게 테이저건을 사용해야 하는지를 규정한 지침으로, 비판자들은 개가 공격할 때 테이저건을 사용한 이유에 대해 비록 그 행위를 이해할 수는 있지만 일부 상황에서는 사용이 불필요했었다는 입장이다. 


SPCA와 또 다른 동물 권리 단체인 SAFE는 개를 포함해 이런 경우에 상황을 진정시킬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 있었다면서, 나아가 일선 경찰관들이 이에 대한 적절한 훈련 자체를 받지 않았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제로 지난 2017년에 지침이 한 차례 수정된 바 있는데, 이는 2016년 12월에 남섬 오아마루(Oamaru)에서 개도 아닌 염소 한 마리를 붙잡는데 무려 13차례나 테이저건을 발사한 후 내려진 조치였다. 


당시 뿔이 달린 염소는 동물 통제팀을 피해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국도에서 사고를 낼 뻔했으며 장시간 붙잡으러 뒤쫓아 다니던 동물 통제팀이 경찰에 연락했고 결국 차고에 갇힌 염소에게 테이저건이 사용됐다.  


나중에 염소는 안락사됐는데, 이후 여러 조사가 이어졌으며 해당 지역 경찰서장은 결국  테이저건을 맞고 쓰러지는 염소의 영상이 TV를 통해 전국적으로 보도되면서 당시 상황을 ‘다르게 처리했을 수도 있었다’는 점을 인정해야만 했다. 


그 이후 지침은 ‘공격’하는 동물에 한해서만 테이저건을 사용하도록 변경되었는데, 하지만 당시에도 테이저건을 맞은 동물에 대한 후속 치료는 변경 사항에 포함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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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기충격기로 민가에 접근하는 곰을 막는 모습(알래스카) 


경찰은 구체적인 지침이 없음을 확인하면서도 항상 접근 방식을 고려하고 정책에 대한 자격 있는 전문가의 의견을 수용할 준비가 돼 있다면서 논의의 장은 열려 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SPCA는 이미 몇 년간 변화를 요구했으며 테이저건 검토 패널 참여를 포함해 법무부에 전문적 지원을 했지만 경찰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면서 경찰의 주장을 반박했다. 


SAFE도 현재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믿는다면서, 29페이지에 달하는 지침 문서에는 동물에 대한 세부 정보가 달랑 한 문장만 있으며 테이저건이 인체 어디에 사용되어야 하는지에 대한 헤당 문서에는 동물에게는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지에 대한 세부 내용은 없다고 지적했다. 


이러한 문제 제기에 대해 경찰은, 동물이 공격하는 사건들은 보통 매우 빨리 일어나고 순간적인 결단이 필요하므로 대부분의 대안 조치는 비현실적이라는 입장이다. 


또한 개를 키우지 않거나 보면 공포감까지 느끼는 이들은 동물 복지 논쟁은 그야말로 한가한 소리라는 입장이며, 경찰이 테이저건이 아닌 총기라도 사용해 떠돌거나 위험한 개는 아예 제거해 주기를 바라는 게 또 다른 여론의 한 줄기이기도 하다. 


실제로 이번 관련 뉴스에는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시각의 차이에 따라 문제를 일으킨 동물을 테이저건을 이용하더라도 신속하고 확실하게 제압하는 것이 좋다며 경찰을 옹호하는 댓글도 많이 달린 반면에 동물 복지가 중요하다면서 이를 반대하는 글도 많이 올라오면서 한바탕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다.  


이에 따라 동물에 대한 테이저건 사용 문제는 경찰의 소극적인 입장은 물론 반려동물을 대하는 의견이 전혀 다른 그룹 간의 의견 차이로 인해 앞으로도 별다른 추가 조치 없이 지금과 같은 상황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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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돌이 개 무리에게 희생된 고양이들>


한편 이 소식과 함께 4월 중순 오클랜드 남부에서는 수십 마리의 고양이가 몰려다니던 개 떼에게 공격당해 죽었다는 소식이 나오면서 지역사회가 한동안 시끄러웠다. 


타카니니의 ‘코니퍼 그로브(Conifer Grove)’ 지역 주민들은 지난 3월에 특별 주민 회의를 소집하고, 지난 2개월 동안 떠돌이 개 무리에게 이 지역에서만 적어도 고양이 27마리가 물려 죽었다면서 당국에 대책을 요구했다. 


이후 주민들과 만났던 동물 통제팀이 야간을 포함해 하루 2번씩 순찰하고 개 덫을 설치하는 등 수습에 나서서 이곳에서만 동네를 떠돌던 13마리의 개를 붙잡았으며, 그 후 더 이상 사태가 확산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키우던 고양이를 잃고 충격을 받은 주인들은 개가 마음대로 돌아다니게 놓아둔 개 주인과 함께 행정 당국의 늦장 조치도 원망했는데, 여기에다가 일부 주민은 다친 고양이를 살리려 하다가 발생한 수천 달러의 치료비까지 감당해야 하는 상황이다.  


이에 대해 동물 통제팀 직원은, 공격적인 개들을 붙잡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으며 또 붙잡았다고 하더라도 책임을 지게 만들 주인을 식별할 수 있는 유력한 증거를 확보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다면서 고충을 토로했다. 


담당 직원은 개 주인들이 개를 안전하게 유지하고 소유지에 격리하며, 또 길거리를 배회하지 않도록 모든 가능한 조치를 취해야 하며 이를 소홀히 한 경우에는 책임을 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에 붙잡힌 개들 중 7마리가 주인에게 돌려 보내졌고 개 소유주에게는 ‘Dog Control Act 1996’에 따라 벌금과 함께 셸터 체류 비용과 등록비용 등이 부과됐으며 주인이 나타나지 않은 6마리는 결국 안락사됐다. 


오클랜드 시청 관계자에 따르면 관내에는 현재 13만 마리의 개가 등록돼 있고 점점 그 숫자가 늘어나는 가운데 떠돌아 다니는 개 신고도 지난해 7월 이후 지금까지 이번 회계연도 들어서만 1만 건 이상이 접수됐다고 말했다. 


직전 회계연도에는 신고가 총 1만 2,700건이었는데, 올해는 아직 몇 달이 더 남았기 때문에 지금까지 추세로 보면 올해는 이 수준을 넘어설 가능성이 높다고 관계자는 예상했다. 


■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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