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통계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이민 동향에서 뉴질랜드가 연간 2만 7,000명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이는 코비드-19 팬데믹으로 한동안 귀국자가 더 많았던 상황이, 이제는 호주로 인구가 유출되는 역사적인 패턴으로 반전됐음을 통계가 확실하게 보여주는 셈이다.
이 바람에 의료계를 비롯해 전문 기술직 일손 부족 현상으로 뉴질랜드 국민들이 여러 면에서 불편을 겪고 있는데, 더 큰 문제는 이런 현상이 갈수록 심각해진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최근 언론에서는 이를 거론하는 기사가 자주 등장했는데, 이번 호에서는 최근 뉴질랜드 인구 현황과 함께 통계국 자료를 비롯한 언론 보도를 중심으로 호주로의 인구 유출 문제를 짚어본다.
▲2023년 호주와 비호주 지역으로 구분한 이민자 동향
<늘어나는 호주로의 인력 유출>
지난 7월 10일 나온 통계국 자료를 보면 지난해 12월 말까지 한 해 동안 뉴질랜드에서 12개월 이상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호주로부터 입국한 인원은 총 1만 7,500명으로 전년보다 13%가 줄었다.
반면 같은 기간에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호주로 떠난 인원은 총 4만 4,500명에 달하면서 그 전년보다 28%나 증가했다.
이로 인해 두 나라 간 이민자 이동 현황에서 뉴질랜드는 이른바 ‘순이민자(net migration)’가 ‘마이너스 총 2만 7,000명’에 달했으며 이는 2022년의 ‘마이너스 1만 4,600명’에 비해 거의 두 배가 늘었다.
전통적으로 양국 이민자 흐름에서 호주로의 인구 유출이 압도적 추세였고 지난 2012년 6월에는 연간 6만 2,800명이라는 마이너스 순이민자가 발생해 최고 기록을 세웠다.
2004~2013년까지 10년 동안에는 마이너스 순이민자가 연평균 약 3만 명에 달했으며, 그 이후 2014~2019년까지는 연평균 마이너스 약 3,000명 수준으로 줄어든 바 있다.
한편 이들 이민자 통계에는 뉴질랜드 시민권자와 함께 영주권자를 비롯한 뉴질랜드 장기 거주자도 모두 포함되는데, 지난해 호주로 떠난 이들 중 시민권자는 84%로 거의 대부분을 차지했다.
반면 호주에서 입국한 이들 중에서 시민권자는 이보다 적은 61%로 나타나 비시민권자 입국도 상당했음을 알 수 있다.
또한 2023년에 총 6만 9,600명에 달하는 뉴질랜드 시민권자가 해외로 거처를 옮겼는데 이 중 절반이 넘는 53%가 호주로 향했다.
지난 1979년부터 이용 가능한 통계에 따르면 이 비율은 1991년 41%에서 2012년에는 77%까지 늘어난 바 있다(통계국은 호주 이외 목적지별 출국자 통계는 따로 작성하지 않는다).
한편 2000년대 초부터 나타난 흐름 중 하나는 해외에서 태어난 뉴질랜드 시민권자들이 호주로 이주하는 경향이 늘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호주로 이주한 시민권자 중 36%가 뉴질랜드 출생이 아니었는데, 이는 팬데믹 이전인 2016~2019년의 평균 33%와 2004~2011년 평균인 22%와 비교해 높은 것이며 뉴질랜드 인구 중 해외에서 태어난 인구 비율보다 약간 높다.
또한 이 유형의 이민자는 일반적으로 해외 출생 비율이 더 높은 젊은 성인 연령대에 집중돼 있다.
2023년에 다른 나라로 이주한 시민권자 6만 9,900명 중 52%가 20-39세였는데, 2018년 인구 조사에서 20-39세의 뉴질랜드 인구 중 해외에서 태어났던 인구의 비율은 38%였다.
▲ NZ과 호주 사이의 연간 이민자 동향(2004.9~2023.12)
<호주로 떠나는 키위 중 81%는 시민권자 >
이처럼 많은 시민권자를 포함한 장기 거주자가 대거 호주로 거처를 옮겼음에도 작년 한 해 동안 호주 이외 지역에서 12개월 이상 장기 거주를 목적으로 뉴질랜드로 입국한 이민자는 2022년에 비해 121%나 급증한 총 21만 9,500명에 달했다.
이에 반해 호주를 제외한 다른 외국으로 떠난 출국자는 2022년보다 7%만 늘어난 6만 3,700명에 그쳐 이 부문에서는 15만 5,800명의 순이민자가 나왔다.
지난해 호주를 포함한 전 세계 나라에서 뉴질랜드로 들어온 ‘전체 이민자(시민권자와 기타 이민자 모두 포함)’는 총 25만 4,700명으로 2022년에 비해 114%나 증가했다.
이에 비해 출국한 전체 이민자는 전년보다 36%만 증가한 총 12만 8,700명이었으며, 이에 따라 전체적인 순이민자가 12만 6,000명에 달하면서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년인 2022년의 순이민자가 2만 4,800명과 불과했었다는 사실과 견줘보면 지난해 얼마나 많은 이민자가 들어왔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또한 시민권자를 비롯한 뉴질랜드 장기 거주자가 호주를 포함한 여러 나라로 대거 출국했음에도 입국한 이민자들로 인구가 상당히 늘어났을 거라는 짐작도 가능하다.
실제로 지난해 뉴질랜드의 ‘연간 인구 자연증가(annual natural increase)’는 1943년 이후 가장 적었다.
지난 2월 나온 통계국 자료를 보면 2023년에는 총 5만 6,955명 신생아가 탄생했고 사망자는 총 3만 7,884명으로 나타났다.
결국 출생에서 사망을 뺀 인구 자연증가는 1만 9,071명에 불과했는데, 이는 사망자보다 출생자가 1만 7,562명이 더 많았던 1943년 이후 가장 낮은 숫자의 연간 자연증가였다.
지난 2022~2023년 신생아 숫자는 3%가 줄었는데, 반면 ‘가임여성’이라고 하는 15~49세 여성은 오히려 3%가 늘어났지만 이처럼 신생아는 줄면서 2023년 뉴질랜드의 이른바 ‘합계출산율(total fertility rate)’은 여성 1인당 1.56명으로 사상 최저 수준까지 떨어졌다.
만약 이민자 유입 없이 뉴질랜드가 자체적으로 인구를 유지하려면 합계출산율이 최소한 여성 1인당 2.1명은 돼야 한다.
하지만 합계출산율은 2013년부터 이보다 아래로 내려갔는데, 합계출산율 하락 추세는 평균 가족 구성원 감소와 함께 무자녀 가정 증가, 그리고 출산 연령 변화에도 영향을 받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저조한 인구 자연증가율을 결국 다른 나라 출신 이민자가 메워주면서 지난해는 2022년보다 인구가 14만 5,100명 늘어 2022년의 0.1%보다 훨씬 높은 2.8%의 인구 증가율을 기록했다.
참고로 2024년 3월 말 기준으로 통계국이 공개한 뉴질랜드의 잠정 ‘총 거주 인구’는 533만 8,900명이다.
▲ 퀸즐랜드주 경찰의 키위 경찰관 모집 광고
<호주로 떠나는 키위 경찰관들>
7월 중순에 국내 언론에는 호주로의 전문직 이탈 현상이 심화되고 있다면서 호주 특파원을 이용해 특히 경찰관들의 대량 이직 사태를 특집 기사로 다뤘다.
기사에 따르면 지난해 퀸즐랜드주에서만 322명의 뉴질랜드 경찰관이 근무지원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2023년 5월에 퀸즐랜드 경찰은 따뜻한 날씨와 많은 급여, 2만 2,000달러에 달하는 이주 보너스까지 강조하면서 뉴질랜드 경찰관을 대상으로 한 채용 캠페인을 시작했다.
해당 캠페인이 시작된 이후 1년이 지나자 언론에서는, 얼마나 많은 뉴질랜드 경찰관을 호주에 빼앗겼는지 경찰 고위 관계자에게 물었지만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고 50~100명 정도라는 어정쩡한 답변만 돌아왔으며, 또 다른 관계자도 많은 인원을 빼앗겼다는 증거는 없다며 사직한 직원은 약 50명 정도라고 답했다.
하지만 언론은 캠페인 시작 이후 최소한 322명이 퀸즐랜드 경찰에 근무지원서를 제출했고 올해 10월까지 최소 69명의 뉴질랜드 경찰관이 다른 곳에서 온 경찰관을 재교육하는 18주짜리 교육을 마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또한 138명의 지원자가 이미 채용 절차에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전했는데, 현재 교육 중인 한 경찰관은 뉴질랜드에 남은 동료 중 일부로부터 퀸즐랜드 경찰에 지원할 거라는 말을 들었다고 밝혀 이런 추세는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퀸즐랜드주 경찰의 해외 신입 교육 프로그램에는 625명이 참가 중이고 전 세계적으로 2,289명이 지원했으며 이는 주 경찰 역사상 가장 많은 것이다.
최근 뉴사우스웨일즈주 경찰도 뉴질랜드 경찰관 대상의 채용 캠페인을 시작하는 등 호주 다른 주에도 현재 수백 명의 뉴질랜드 경찰관이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퀸즐랜드 경찰의 해외 신입 지원자는 최근 5년 이내 경찰관 경력이 있는 지원자 중 선발해 18주 교육하는데, 마누카우 경찰서에서 5년 근무하고 현재 교육을 받는 중인 한 키위 경찰관은 자기와 같은 지역이나 경찰서 출신이 옆에 많았다고 말했다.
▲ 호주 경찰관 임용식 광경
<가성비 높은 키위 경찰관 빼가기에 적극 나선 호주 경찰>
퀸즐랜드와 노던 테리토리 준주의 신임 경찰관은 연간 약 10만 호주 달러(약 11만 NZ 달러) 이상 급여와 함께 2만 호주 달러의 이주 보너스와 주택 수당을 받는데, 교육을 마친 키위 경찰관은 첫 해에 연간 약 13만 호주 달러를 받을 수 있다.
반면 뉴질랜드 훈련 경찰관 급여는 약 5만 6,000달러이며 임관 첫 해에 7만 5,000달러로 오르는데, 뉴질랜드 경찰이 퀸즐랜드로 옮기면 경력 보상과 함께 계급도 인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뉴질랜드도 그렇지만 호주 경찰 역시 만성적인 인력 부족에 시달리면서 두 나라의 경찰이 모두 신입 경찰관 모집에 상당한 공을 들이고 있다.
이런 상황을 보여주듯 7월 17일 뉴질랜드 경찰은 그동안 ‘완전면허’가 있어야만 가능했던 지원 자격을 ‘제한면허’ 소지자도 되도록 변경했다.
또한 취업 가능한 비자 소유자도 가능하도록 바꿨는데, 이는 현재 제한면허 소지자가 25만 명에 달하는 상황에서 젊은층은 물론 외국 국적자도 끌어들이려는 고육책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 뉴질랜드는 500여 명의 경찰관이 부족하며 정부는 내년까지 이를 채우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호주 경찰 역시 인력 채용에서 어려움을 겪으며 인구도 많고 영토도 훨씬 넓은 만큼 뉴질랜드보다 부족 인력이 4배 이상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자체적으로 인력을 보충하는 한편 손쉬운 또 하나의 방편으로, 언어도 같고 법률이나 관습, 근무 환경이 유사하며 빠른 현장 투입도 가능해 한마디로 가성비가 아주 높은 뉴질랜드 경찰관 빼가기에 나선 셈이다.
덕분에 퀸즐랜드주 경찰은 지난 5월 총 136명의 신임 경찰관이 임관하면서 26년 만에 가장 많았는데, 키위 경찰관을 포함해 교육생이 늘어나면서 더 많은 기록을 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한편 현재 퀸즐랜드에서 근무 중인 한 뉴질랜드 출신 경찰관은, 차량 추격전과 절도 위주였던 뉴질랜드와는 달리 호주는 칼로 인한 범죄가 많고 청소년들이 더 폭력적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가정 침입과 살인 사건도 더 많아 확실히 더 폭력적인 현장에서 일하고 항상 총기도 소지해야 한다면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뉴질랜드로 돌아갈 마음은 없다고 밝혔다.
▲ 포획한 악어를 옮기는 노던 테리토리 준주의 경찰관
<간호사는 물론 일반인도 호주행 고심>
한편 이보다 앞서 언론에는 호주로 떠난 간호사 기사도 다뤘는데, 뉴질랜드에서 간호학과 졸업 후 시드니에서 취직한 한 22살 간호사는 당시 이메일 몇 통을 보냈더니 곧바로 지원해도 괜찮다는 답변이 왔다고 말했다.
오클랜드에서 20년 넘게 간호사로 일했다는 그의 모친도, 뉴질랜드의 간호사 대 환자 비율이 호주보다 안전하지 않고 뉴질랜드에서는 12시간 야간 근무하고 휴식 없이 일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면서 아들의 결정을 지지했다.
뉴질랜드의 간호사 평균 연봉은 7만 5,000~8만 5,000 달러인데 호주의 간호사 평균 연봉은 8만 5,000~9만 5,000 호주 달러로 더 높으며 올해 3월까지 호주에 등록한 뉴질랜드 간호사는 2만 3,802명에 달한다.
하지만 호주 간호사 역시 생활비 상승 문제로 더 나은 근무 환경과 많은 급여를 위해 싸우고 있고 뉴사우스웨일즈주 간호사들은 주 정부에 15% 임금 인상을 요구하고 있다.
뉴질랜드 간호사들은 최근 4,000달러의 임금 인상에 합의한 바 있다.
한편 3살 때부터 오클랜드에서 산 26세의 한 여성은 7개월 전 시드니로 이주했으며 일주일 만에 일자리와 집을 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그녀는 매주 약 700~800달러를 벌었지만 생활비가 주당 1,000~1,200달러로 늘 적자였다면서, 하지만 호주에서는 매주 약 1,000 호주 달러를 벌고 생활비는 약 600 달러로 줄어 돈을 절약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올해 말 호주로 이사할 계획인 크라이스트처치에 사는 한 싱글맘은 연간 4만 5,000달러를 벌고 주당 약 250달러의 ‘Working for Families 지급’과 주당 130~155달러의 주거 보조금을 받고 있다.
하지만 급여가 많아지면 정부 지원이 끊길까 걱정하면서 호주에서는 연간 최대한 11만 호주 달러라는 더 많은 급여와 함께 다양한 혜택을 받을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
이들은 대부분 뉴질랜드에 머물고 싶지만 소득과 일자리, 사회적 지원 등 여러 이유로 호주행을 택했는데, 또한 상당 기간은 호주에 머물겠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국가 경쟁력 키우기로 역사적인 추세 되돌려야 >
이처럼 많은 키위들이 호주로 이주하는 이유는 호주가 뉴질랜드보다 더 많은 임금과 함께 더 나은 직업 기회도 제공하기 때문이다.
특히 전문직 종사자에게 경제적 유인은 강력한 이주 동기이며, 여기에는 앞서 경찰관의 이직 사례처럼 가성비 높은 인력을 손쉽게 획득하려는 호주의 정책도 이를 심화시킨다.
여기에 호주의 생활 수준이 더 높고 교육, 의료, 주거 환경에서 조건이 낫다는 점과 함께 이미 수많은 키위가 호주에 사는 만큼 가족 관계에 따른 이주도 무시 못할 정도로 큰 영향을 미친다.
하지만 이로 인해 뉴질랜드에서는 특히 의료나 교육, 경찰 등 필수 서비스 분야에서 인력 공백 사태가 나면서 인력 부족 문제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다.
당연히 이처럼 숙련되고 젊은 노동력의 유출은 생산성 저하와 함께 특정 산업 분야에서는 경쟁력이 약화되는 등 경제 전반에 걸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여기에다 인구가 유출되면서 특정 지역에서는 인구 감소와 함께 지역사회가 약화될 수 있으며 이 역시 지역 경제와 사회 구조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편 뉴질랜드 정부의 루이스 업스턴(Louise Upston) 사회개발 및 고용부 장관은, 현재의 양국간 이민 추세에는 전 노동당 정부의 경제 정책과 상황에 대한 국민의 감정이 반영됐다면서 전 정부에 화살을 돌렸다.
그러면서 정부는 올해 예산에서 세금을 감면하고 주요 서비스에 대한 지출을 우선해 이에 대처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또한 ‘Accredited Employer Work Visa’를 변경해 저숙련 이민자를 줄여 젊은이들에게 일자리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더 많이 제공한다는 입장을 강조했다.
하지만 그동안 이러한 추세가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이어져 온 배경에는 경제적인 요인은 물론 복잡하고 다양한 제반 요소들이 작용했던만큼, 이 문제는 결코 단기간에 몇가지 정책만으로는 풀수 없는 대단히 어려운 숙제이다.
그러나 뉴질랜드로서는 인력 부족, 경제적 손실, 사회적 문제 등을 야기하는 이 문제를 어떤 방식으로든지 풀어내야 하며, 이는 임금 인상이나 근로 조건 개선, 전문 인력 양성 등 개별적인 정책뿐만 아니라 국가 경쟁력 상승을 위한 종합적인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장기적으로 밀고 나가야만 해결할 수 있는 문제임이 자명하다.
■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