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자주 무단결석하는 학생의 부모는 기소될 수도 있다고 정부가 으름장을 놓았다. 또 학기중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의 날이 금지된다.
이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 정부의 새로운 교육정책은 마치 교육부가 교사와 교사 노조, 그리고 학부모들에게 교육 현장에서 오래전에 금지된 회초리를 꺼내 든 것으로 인식되고 있다. 오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시행될 예정인 새로운 교육정책의 내용들과 교육계의 반응에 대해 살펴 본다.
무단결석 ‘위기’ 상황
정부는 지난달 ‘학생 단계별 출석 대응 시스템’이라는 새로운 정책을 발표했다.
이 새로운 정책은 오는 2026학년도부터 모든 학교에 의무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다.
교육부 협력장관 데비이드 시모어(David Seymour)는 지난달 26일 “뉴질랜드 학생들의 출석률이 세계적 기준에 비해 낮다”면서 뉴질랜드가 무단결석 위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모어는 국민당, 뉴질랜드제일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액트(Act)당의 대표이기도 하다.
시모어 장관은 “학생들의 출석률은 뉴질랜드에서 주요한 문제이고 그 수치는 달리 표현할 방법이 없는 부끄러운 것이다”고 말했다.
이날 발표된 내용에 따르면 학생이 학기중 5일 결석하면 학교측에서 부모나 가디언을 만나 결석 이유를 파악하고 향후 계획을 세운다.
학기중 10일 빠지면 교장이 직접 부모나 가디언을 만나 출석을 막는 장벽을 조사하고 이에 대응하는 계획을 발전시킨다.
학생이 15일 이상 결석하면 교육부에 보고해야 하고 유효한 개입으로 부모에 대한 기소를 개시하는 것이 고려될 수 있다.
정부는 학생이 학교에 15일 이상 빠지는 경우을 만성적인 결석으로 보았다.
현행 학생이 20일 이상 연속 적절한 이유없이 결석하고, 부모 또는 가디언과 연락되지 않으면 해당 학교는 그 학생을 제적시킬 수 있다.
이같은 결석일 기준을 명확하게 위반하는 학생들은 학교나 교육부로부터 적절한 대응을 받게 되고, 정부와 교육부는 학부모에 벌금이나 기소를 검토하게 된다.
시모어 장관은 “학생들이 규칙적으로 수업에 참여하는 책임을 학교와 부모에 물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일선 학교는 교육부와 정부 및 비정부 출석 서비스 기관들과 함께 출석관리 계획을 세워야 한다.
시모어 장관은 지원이 필요한 학생들에 대한 정보를 공유하기 위해 교육부와 사회개발부, 경찰 등과 정보공유협약을 맺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자녀 등교에 협력하지 않는 학부모들의 문제가 만연돼 있다고 짚었다.
그가 한 출석 사무관으로부터 받은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에 빠진 학생의 부모가 출석 사무관한테 집에 찾아와서 학생의 플레이스테이션을 압수해 가라고 요청했다는 것이다.
시모어 장관은 “무단결석에 대한 처벌은 자동적이지 않고 모든 상황에 따라 융통성이 허용될 것이다”고 말했다.
시모어 장관은 대부분의 유럽 국가들에서는 무단결석하는 학생의 부모에게 벌금을 물리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전했다.
그는 피치 못할 사정으로 학교에 가지 못하는 학생들이 있으며, 그런 경우에는 부모에 대한 기소가 적절하지 않을 것이라고 인정했다.
하지만 규칙을 무시하는 사람들에게는 기소 절차가 효과적이라고 주장했다.
교육부가 무단결석 학생의 부모에 대한 기소 과정에 보다 능동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시모어 장관은 강조했다.
교육훈련법에 따르면 현행 벌금은 무단결석 1일에 최대 30달러이고, 벌칙은 첫 위반시 최대 300달러이며 두 번째 이후부터는 최대 3,000달러이다.
뉴질랜드 학부모들은 대체로 자녀의 결석에 대해 관용적인 편이다.
교육검토사무소(ERO)가 지난해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학부모들의 40%는 자녀가 한 학기에 1주 이상 결석하는 것에 대해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부모의 3분의 2는 가족 행사가 있을 때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 것을 선호하고, 일주일간의 휴가나 스포츠 행사를 위해 자녀를 결석시키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교육검토사무소가 지난 202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수업 시간에 90% 이상 참석하거나 2주에 하루 이상 결석하지 않는 것으로 정의되는 정기적 출석률은 2015년 70%에서 2019년 58%로 떨어진 후 2020년 64%로 다소 올랐다가 2021년 60%로 다시 하락했다.
부모들은 자녀가 아프거나 피곤하거나 정신 건강이 좋지 않거나 학교에서 따돌림을 당하는 등의 이유로 가정에 머물게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 학기에 이틀만 빠져도 성적이 떨어지는 것으로 조사됐다.
보고서는 학생들에게 출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결석한 자녀의 학부모에 주의를 주며 학교를 더욱 즐거운 곳이 되도록 할 것을 제안했다.
지난 2학기에 규칙적으로 출석하는 학생들의 비율은 53.2%로 작년 2학기의 47.1%에 비해 소폭 개선됐다.
특히 팬데믹은 학생 출석률에 악영향을 미쳐 2022년 2학기에는 출석률이 사상 최저인 40%까지 떨어졌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이 수치를 80%까지 끌어올릴 목표를 가지고 있다.
교육계는 학생이 무단결석을 한다고 해서 그 부모에 법적인 책임을 가하는 것은 이미 있는 문제들을 더욱 악화시킬 뿐이라며 반대하고 있다.
파파토에토에 고등학교 교장이자 뉴질랜드 중등학교 교장협회 회장인 바우한 퀼롤트(Vaughan Couillault)는 “나와 같이 교육계에 있는 사람들은 학생들과의 학습 관계를 회복하려고 하기 때문에 기소하는 것을 꺼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퀼롤트 회장은 해외에서 벌금과 기소가 무단결석을 감소시킨 증거가 있는지 확인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벨몬크 초등학교의 피터 토네(Peter Thorne) 교장대행도 아이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 이유는 다양하고 때로는 복잡하기 때문에 교육부의 엄중한 출석 단속에 대해 그 효과가 회의적이라고 피력했다.
토네 교장대행은 또한 새로운 제도를 담당할 학교내 추가 인력에 대해서도 의문을 제기했다.
타이 토케라우(Tai Tokerau) 지역교장협회의 브렌든 모리세이(Brendon Morrissey) 회장은 무단결석하는 부모에 벌금을 부과하는 것은 재정적으로 어려운 가정에 문제를 가중시킬 것이라고 우려했다.
모리세이 회장은 “정부가 재정적으로 압력을 가하지 않아도 그들은 이미 많은 일을 겪고 있다”며 “처벌을 가하는 것은 성공할 수 없고 그들의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데 도움을 주지 않을 것이다”고 말했다.
재정적으로 처벌을 가하는 것은 궁핍 가정을 학교와 더욱 멀어지게 할 뿐이라는 것이다.
후케레누이(Hukerenui) 학교의 바스티엔 존스턴(Bastienne Johnston) 교장은 “무단결석은 사회.경제적 어려움과 연관되고 학교에 가져갈 점심이 없을 경우 부끄러운 마음에 자녀를 학교에 보내지 않는다”며 “정부의 새로운 출석 단속 접근보다는 출석 사무관들을 보완하는 방법을 선호한다”고 말했다.
학기중 교사의 날 금지
시모어 장관은 또 “학교들도 선례를 세우는데 역할을 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학기중에 교사의 날을 갖지 않는 것을 의미한다”고 밝혔다.
교사의 날은 학교별로 통상 학기중 주말을 낀 금요일 등에 수업을 하지 않는 날로 지정돼 학생들이 학교에 가지 않아도 된다.
시모어 장관은 교사의 날이 항상 교육부의 허가를 필요로 하는 정책이었다며, 이제 이를 학기중에 허가하지 않는 것 뿐이라고 설명했다.
현행 규정에 따르면 교사의 날은 교육부의 허가를 받는 경우가 아니면 학기중에 가져서는 안된다.
그는 학교가 이를 어길 경우 위반 학교에 대해서는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퀼롤트 회장은 교사의 날을 강제하는 것이 학생들의 무단결석을 줄일 수 있을지에 대해 확신하지 않았다.
그는 학교가 의무수업일수를 채웠는데도 학기중 교사의 날을 가졌다고 벌칙을 받는다면 납득할 수 없다며 정부의 학기중 교사의 날 금지 계획에 대해 보다 세부적인 사항을 요구했다.
그는 학기중 교사의 날 금지를 발표한 시모어 장관의 동기를 이해할 수 없다고 털어놨다.
교육부는 일선 학교에 미리 결정된 수업일수를 채우면 학년도 시작 시기와 종료 시기의 선택에 재량권을 주고 있다.
토네 교장대행도 학기중 교사의 날 금지에 대해 대단히 실망스런 일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교사들은 방학 기간 보통 수업외 업무로 바쁘다”며 “교사의 날은 교사들이 모여 전문성을 발전시키고 학생들의 요구에 초점을 맞추는 가치있는 도구이다”라고 말했다.
토네 교장대행은 또 1년에 하루 또는 이틀 교사의 날이 무단결석을 증가시킬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가 가치있는 교사에 대해 많이 얘기하면서 교사의 날 선택에 대한 권한을 박탈하며 직업가치를 떨어뜨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리뮤에라 중학교 카일 브리워턴(Kyle Brewerton) 교장은 교사의 날 금지 계획은 학생들의 무단결석과 관계없는 것이라고 단정했다.
브리워턴 교장은 “학기중 교사의 날은 수업일수에 전혀 영향을 주지 않는다”며 “교사의 날은 학생 성적을 검토하고 가정에 보고서를 작성하며 교사들의 전문지식 발전에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학기말을 연장하거나 학년초를 일찍 시작하여 교사의 날로 빠진 수업일수를 보충한다고 설명했다.
또 교사의 날은 임의로 계획되는 것이 아니라 실용적인 관점에서 종종 긴 연휴 기간의 금요일에 선택된다는 것이다.
브리워턴 교장은 “만약 교사의 날을 수요일같은 주중에 실시한다면 학습 흐름을 완전히 중단하는 것이다”며 “일선 학교들은 체계적으로 교사의 날을 선택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많은 우수 학교들은 이미 학생 출석 점검 제도를 실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학기중 교사의 날 금지와 일선 학교의 출석관리계획은 오는 2026학년도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시모어 장관은 “교사의 날은 교육부의 재량에 속하기 때문에 아무 때나 가져서는 안된다”며 “교사들이 학교에 오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등교할 동기를 가지기 어렵다”고 주장했다.
그는 “교사의 날은 학교들이 원하는 대로 많이 가질 수 있지만 학생들이 학교에 없는 방학 중이어야 한다”고 못박았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시모어 교육부 협력장관의 접근 방식이 교육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는 신자유주의 발로로 뉴질랜드 교육계에 지장을 주고 있다는 의견이 있다.
시모어 장관의 주장으로 1억5,300만달러를 투입해 지난 2018년에 폐지됐던 차터 스쿨(charter school)을 재도입했고, 학교 급식에 대한 1억700만달러의 예산이 삭감돼 저소득 가정 출신 학생들에 나쁜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 2012년 당시 연립정부를 구성했던 국민당과 액트당의 협약에 따라 도입된 차터 스쿨은 계약을 통해 재정은 정부가 부담하고 운영은 민간이 하는 형태이다.
교육계에서 비판을 받았던 챠터 스쿨은 지난 2018년 9월 당시 남아있던 18개 학교가 국영 학교로 전환됨으로써 사라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