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당의 마지막 승부수 ‘양도소득세’

노동당의 마지막 승부수 ‘양도소득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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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이 11월 26일에 실시되니까 이제 불과 4개월 남았다. 최근까지의 지지도 조사 결과를살펴 보면 집권 국민당이 압도적으로 노동당을 앞서고 있다. 이대로 간다면 소수 정당들과의 연정 없이 국민당의 단독 집권도 가능한 상황이다. 위기의식을 느낄 수 밖에 없는 노동당이 뉴질랜드에서 오랫동안 정치적 자살행위로 간주돼온 양도소득세(capital gains tax) 실시라는 카드를 들고 나왔다.

정치적 자살행위로 간주돼온 양도소득세

제1야당이 새로운 세금을 총선공약으로 내세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존에 없던 세금을 내야 한다면 좋아하는 유권자는 없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노동당으로서는 선택의 여지가 없어 보였다.

좀처럼 움직이지 않는 여론조사의 표심을 돌려놓기 위해서는 보다 과감한 행보가 필요했다.

이달 초 750명의 유권자들을 대상으로 실시된 헤럴드 디지폴(Herald-DigiPoll) 여론조사 결과 국민당의 지지율은 지난달보다 3.2% 하락한 51.2%, 노동당은 2.4% 상승한 36.1%로 나타나 양당간 지지율 격차는 20.7%에서 15.1%로 줄었다.

하지만 여론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정당별 가능 의석수를 산출한 결과 전체 123석 가운데 국민당이 63석으로 나타나 과반수 확보가 가능한 상황이다.

소수 정당들의 지지율은 녹색당 6.6%, 액트(Act)당 1.9%, 마오리당 1.7%, 뉴질랜드훠스트(NZ First)당 1.2%, 마나(Mana)당 0.5% 순으로 조사됐다.

노동당 14일 경제분야 공약발표

노동당은 지난 14일 경제분야 총선공약을 발표했다.

양도소득세 도입과 함께 개인소득세 최고세율을 현행 33%에서 39%로 상향 조정하고 5,000달러까지의 소득에 대한 면세, 신선 과일 및 채소 품목에 대한 부가가치세 폐지 등이 주요한 내용이었다.

노동당이 제안하는 양도소득세는 주거용 부동산을 제외하고 1개 이상의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한 고소득자를 대상으로 한 것이다. 2006년 센서스에 따르면 투자용 부동산을 소유한 사람들은 약 20만명에 달한다.

또 소급 적용되지 않아 양도소득세 시행 이전에 매입한 부동산에 적용되지 않고 가구주의 사망으로 주택 소유주가 변경됐을 경우에도 해당되지 않는다.

투자용 부동산과 함께 일부 예외는 있지만 주식투자로 얻은 차익과 비즈니스 및 중요 자산에도 양도소득세가 부과된다.

현재 전문 주식거래인은 세금을 내지만 일반인의 주식매매로 인한 차익에 대해서는 세금이 없다.

호주나 미국에서 시행되고 있는 양도소득세는 양도소득을 개인소득에 포함시켜 소득세율에 따라 세금을 부과하는 반면 노동당의 양도소득세는 모든 양도소득에 일률적으로 15%의 세율을 부과한다는 점이 다르다.

노동당은 양도소득세 시행 첫 해에 7,800만달러가 걷히고 10년동안 22억7,000만달러, 15년안에 260억달러로 양도소득세 수입이 점차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노동당 필 고프(Phil Goff) 대표는 양도소득세 도입이 뉴질랜드 경제의 실질적인 개혁을 이끌어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고프 대표는 “재정적자가 사상 최고로 불어나는 등 경제가 위기에 처해 있다는 것을 존 키(John Key) 총리가 알면서도 해결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면서 “국영기업을 매각하는 것으로는 당면한 경제문제들을 해결할 수 없고 보다 공정한 조세 제도를 도입해 모든 국민이 공평하게 세금을 납부하고 중•저소득층의 세금 부담을 줄여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키 총리는 요즘과 같이 어려운 시기에 새로운 세금을 부과하는 것은 국민을 궁지로 몰아 넣는 일이라며 노동당을 압박했다.

키 총리는 “뉴질랜드의 조세 체계는 세계의 모범이 되고 있고 매도차익을 목적으로 부동산을 구매하는 경우에 이미 세금이 부과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선진국 대부분 양도소득세 시행

양도소득세는 미국과 영국에서 1950년대 도입하였고 이웃 호주도 1985년부터 시행하는 등 대부분의 선진국가들에서는 이미 시행하고 있다.

뉴질랜드에서도 조세제도를 정비하고 중기적인 조세정책을 세우기 위해 정부의 지원을 받아 2009년 5월부터 2010년 1월까지 일시적으로 구성된 조세실무그룹(Tax Working Group)이 양도소득세 도입을 검토했었다.

당시 양도소득세의 부재는 부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뉴질랜드 조세제도의 커다란 허점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기도 했다.

다른 나라에는 있는 이 세금이 뉴질랜드에는 없어서 사람들이 세금없는 부동산에 투자하게 되고 조세 회피를 찾아 비생산적인 자산에 열을 올리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최종 제안에서 양도소득세는 제외됐다.

양도소득세가 금액이 커서 다른 세금을 적게 부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었지만 시행 과정에서 복잡한 사항들이 많아 IRD측에서 선호하지 않았고 키 총리도 양도소득세가 비효율적이고 부동산 붐 방지라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며 반대했다.

11월 총선에서 유권자의 심판 주목

양도소득세는 녹색당이 지난 2003년 이후 지지해온 정책이기도 하다.

따라서 차기 정부가 노동당과 녹색당의 연정으로 이뤄진다면 양도소득세 도입은 더욱 가능성이 높아진다.

녹색당은 지난 10년의 부동산 붐 기간중 집값 상승의 50% 정도는 부동산 투자에 대한 경미한 세금 때문이라는 저축실무그룹(Savings Working Group)의 분석을 상기시키며 패밀리 홈이 아닌 모든 부동산에 양도소득세를 부과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녹색당 러셀 노만(Russel Norman) 공동대표는 양도소득세가 너무 복잡하다는 국민당의 주장에 대해 “미국, 중국, 영국, 일본은 물론 호주에서도 시행하고 있다”며 시행의지가 문제일 뿐이라고 일축했다.

양도소득세 도입을 반대하는 의견은 뉴질랜드와 같은 작은 경제에서는 비효율적이고 요즘과 같이 부동산 시세가 정체 내지 하락하는 상황에서 조세 체계만 복잡하게 할 뿐 실제 수입은 많지 않을 것이라는 논리를 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시세가 잠잠한 지금이야말로 오히려 양도소득세를 도입하기에 적기라는 것이 지지자들의 반론이기도 하다.

부동산 관련 업계에서는 반대 의견이 우세하다.

오클랜드부동산투자자협회의 데이비드 휘트번(David Whitburn) 회장은 양도소득세가 시행되면 부동산 투자에 대한 메리트가 사라져 렌트용 부동산 공급이 줄고 렌트비가 상승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언스트 앤드 영(Ernst & Young) 회계법인의 아론 퀸탈(Aaron Quintal) 세무사는 양도소득세는 여러가지 방법으로 쉽게 조세 회피가 가능하고 부동산을 팔지 않고 묶어 두게끔 하는 잠금효과를 가져 오기 때문에 대부분의 세금 전문가들은 선호하지 않는다고 전했다.

오클랜드 대학의 크레이그 엘리페(Craig Elliffe) 세법 교수는 노동당의 양도소득세 도입 공약을 지지했다.

그는 “뉴질랜드에서 부동산 투자 규모가 주식시장의 4~5배에 달하는데 세금 수입이 한 푼도 없다”고 지적했다.

고프 대표는 2년전 키 총리에게 양도소득세에 대한 초당적 검토를 제의한바 있으나 키 총리는 이를 거절했다.

이제 고프 대표 혼자서 그 짐을 부담하게 된 셈이다.

노동의 대가로 받은 근로소득에 대한 세금은 부과하면서 비생산적인 부동산 사고 팔기로 얻은 양도소득에 대한 세금이 없어 뉴질랜드 조세체계의 구멍으로 지적됐던 양도소득세.

주택에 대한 뉴질랜드인들의 유별난 집착 때문에 검토 과정에서 매번 흐지부지됐던 양도소득세가 이번 총선에서 유권자의 어떤 심판이 내려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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