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의 운전문화

뉴질랜드의 운전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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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중교통수단이 발달되지 않은 뉴질랜드에서 운전은 필수이다. 직장, 학교, 슈퍼마켓 등 집을 나설 때면 자동차가 발이 된다. 3월 25일부터 시행되는 중요한 도로규칙 변경에 즈음하여 뉴질랜드에서의 운전생활을 살펴 보았다.

25일부터 좌회전 차량에 우선권 부여





뉴질랜드에서 운전의 핵심은 ‘양보(give way)’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오는 25일부터 이와 관련된 도로규칙 두 가지가 변경되기 때문에 주의가 요망된다.

현행 교차로에서 좌회전 차량은 우회전 차량에 우선권을 양보해야 하는데 25일 오전 5시부터는 이 우선권이 반대로 된다. 다시 말해 우선권이 좌회전 차량에 부여된다.

이와 함께 T자형 교차로에서 두 대의 우회전 차량이 있을 때, 끝나는 도로(T자의 아랫부분)의 차량은 계속되는 도로(T자의 윗부분)의 차량에게 우선권을 양보해야 한다. (그림 참조)

이번에 바뀌는 도로규칙은 1977년 우회전 차량의 교통지체를 줄이기 위해 도입됐으나 그 동안 교차로 교통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 지난 2010년 9월 변경계획이 발표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이 같은 규칙 변경으로 교차로 교통사고의 7% 감소와 연간 1,700만달러의 사고비용 절감효과를 홍보했다.

뉴질랜드교통국(NZTA)은 25일 시행에 앞서 15일부터 120만달러의 비용을 들여 텔레비전과 라디오, 온라인, 인쇄물 등을 통해 전국적인 홍보 캠페인을 벌이고 173만 세대에 안내 전단지를 배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50만장의 전단지를 각 카운슬과 경찰, 뉴질랜드교통국 등을 통해 배포할 계획이다.
또한 웹사이트 giveway.govt.nz를 통하여 도로규칙 변경에 대한 동영상을 보여 주고 있다.

규칙이 바뀌어 좌회전 차량이 우선권을 가진다고 해서 좌회전시 급하게 차를 몰지 말고 당분간 우회전 차량이 바뀐 규칙을 숙지하지 못할 경우에 대비해 서행하면서 다른 차량을 살핀 후 안전하게 진행하는 방어운전이 사고방지를 위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평상시 느긋한 키위들 운전대만 잡으면 ‘돌변’

뉴질랜드는 교통사고에 대해 특별한 관심을 기울인다.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거의 생중계되어 주말이나 휴가철이 끝나면 발표되고 있다.

이번에 변경되는 도로규칙도 오는 2020년까지 교통사고 사상자수를 크게 줄이려는 정부의 도로안전전략의 첫 작품이다.

지난해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284명으로 1952년(272명) 이후 처음으로 300명 아래로 내려갔다.

뉴질랜드는 1930년에 이미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246명에 이르렀고 1973년에는 843명을 기록하기도 했다. 400만명도 안되는 인구에 비하면 실로 높은 교통사고 비율이다.

한 조사결과에 따르면 키위 운전자의 80% 정도는 자신이 운전을 잘하는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한다.

하지만 뉴질랜드를 방문한 외국인들의 생각은 좀 다른 것 같다.

자동차협회(AA)에는 무례하고 성급한 키위 운전자들에 관한 관광객들의 민원이 끊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뉴질랜드를 방문하고 영국으로 돌아간 탐신(Tamsyn)과 마이크 힉스(Mike Hicks) 부부는 키위 운전자들에 끊임없이 놀랐고 뉴질랜드의 운전문화가 영국인 방문객들에게 일반적인 대화 소재가 되고 있다고 전했다.

“우리는 교통사고가 날 뻔한 상황을 수없이 목격했고 주된 이유는 조급함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여행안내 책자에 뉴질랜드인은 대개 친절하고 느긋하며 부드럽다고 인용됐지만 그들이 운전대를 잡는 순간부터 난폭한 사람으로 돌변하는 것을 우리는 경험했다.”

힉스 부부를 가장 격분시켰던 뉴질랜드의 운전 행태는 뒤꽁무니 운전이었다고 한다.

빠르게 가든지 느리게 가든지, 어김없이 어디선가 차량이 나타나 뒤를 바짝 쫓아오는 바람에 신경이 여간 거슬리지 않았다는 것이다.

뉴질랜드 교통사고 사망자수 세계 8위

영국 외무부의 책자에는 뉴질랜드를 방문할 사람들을 위해 2010년 기준 뉴질랜드 교통사고 사망자수가 인구 10만명당 8.7명으로 영국의 3.1명에 비해 월등하게 높으므로 조심하라는 조언을 하고 있을 정도라고 알려지고 있다.

뉴질랜드의 이 같은 교통사고 사망자수는 그리스(11.3명) 루마니아(11.1명) 미국(10.6명) 불가리아 폴란드(각 10.2명) 라트비아(9.7명) 크로아티아(9.6명) 리투아니아(9명) 등에 이어 세계에서 여덟 번째로 높은 것으로 이웃 호주(6명)보다 많은 수치스런 결과이다.

여행 안내 잡지 ‘론리 플래닛(Lonely Planet)’도 뉴질랜드의 도로가 과속 차량들과 넓게 커브를 도는 캠퍼밴, 교통을 무시하는 양떼 등으로 특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자동차협회의 마이크 눈(Mike Noon) 대변인은 뉴질랜드의 교통 문제가 운전자와 차량, 도로의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설명한다.

도로는 구불구불하거나 경사진 곳이 많고 교통량이 너무 많은 곳에서는 중앙선을 건너갈 때 종종 마주오는 차량들과 부딪칠 위험이 있다는 것.

또한 키위 운전자는 예의가 없고 조급한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뉴질랜드 경찰의 롭 모간(Rob Morgan) 도로정책부장은 “뉴질랜드의 운전자는 공격적이라고 정평이 나있다”고 인정했다.

차량의 경우 연식이 오래된 차량들이 보편화되어 도로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일이 잦다.

SUV와 현대차 인기몰이

뉴질랜드 도로에서도 최근 변화의 조짐을 감지할 수 있는데, 그것은 스포츠 유틸리티 차량(SUV)과 현대차를 많이 볼 수 있게 됐다는 점이다.

교통국에 따르면 지난 한 해 동안 팔린 신차 3대 중 1대는 SUV로 뉴질랜드 자동차 판매 시장에서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SUV는 안전과 생활의 편리함, 연료 효율성 측면에서 인기가 높은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뉴질랜드에서 인기몰이중인 우리의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해 신차시장에서 합쳐서 9,214대가 팔려 포드(8,656대)와 홀덴(8,052대)를 제치고 토요타(1만7,534대)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이 판매된 것으로 나타났다.

뉴질랜드에서 교통사고의 가장 큰 원인 중 하나는 과속이다.

도로에서 제한속도를 넘기는 키위 운전자들을 흔히 볼 수 있다.

모터웨이에서 시속 120km로 운전하는 것이 100km보다 20km 밖에 빠르지 않지만 교통사고 발생률은 3배나 높다고 한다.

키위 운전자들이 제한속도를 어기며 뒤꽁무니를 쫓아 온다고 해서 그들과 같이 액셀러레이터를 밟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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