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클랜드에 앞으로 더욱 많은 고층 주거용 건물들이 들어설 전망이다. 불어나는 오클랜드 인구를 수용하기 위해 예견됐던 일이지만 지난달 오클랜드 카운슬이 승인한 통합 계획안(draft unitary plan)은 지역별로 이를 구체화하고 있다. 오는 9월 최종안이 만들어지기까지 여론을 수렴하고 있는 이 계획안은 도시 슬럼화, 기반시설 부족, 교통난 등 여러 가지 부작용도 우려되고 있다.
주거지역 재구획한 ‘통합 계획안’
현행 18개 지역개발계획들을 대신할 통합 계획안은 2040년까지 100만명의 추가인구 유입을 수용하는데 필요한 40만 채의 신규주택 건설을 위해 오클랜드 주거지역을 재구획한 30년 청사진이다.
페니 헐스(Penny Hulse) 부시장이 진두지휘하는 이 계획안에 따르면 10개의 ‘메트로폴리탄 센터’와 37개의 ‘타운 센터’로 나누어 집단거주 주택의 허가 기준을 적용한다.
18층 아파트가 허가되는 10개 메트로폴리탄 센터는 알바니, 보타니, 핸더슨, 마누카우, 뉴린, 뉴마켓, 파파쿠라, 실비아 파크, 타카푸나, 웨스트게이트/매시 노스 등이다.
메트로폴리탄 센터는 오클랜드 각 지역의 거점 동네라고 볼 수 있다.
타운 센터는 다시 8층 및 6층, 4층 아파트가 각각 허용되는 지역으로 세분된다.
8층 아파트 허가지역은 아본데일, 밀포드, 노스코트, 마누레와, 오네훙가, 팬뮤어, 로얄 오크 등이고 6층 아파트 허가지역은 브라운스 베이, 글렌 이든, 오레와, 파파토에토에 등이며 4층 아파트의 경우 데븐포트, 망게레, 마운트 알버트, 파넬, 폰손비, 푸케코헤, 레뮤에라, 서니눅, 테아타투, 워크워스 등이 포함된다.
메트로폴리탄 센터의 전형적인 주택은 4층 이상의 아파트로 밀도는 헥타아르당 40~100채로 예상되고, 타운 센터에는 1~8층의 전형적인 건물에 헥타아르당 20~60채로 밀도가 보다 낮을 전망이다.
이 계획안에 따르면 또 이들 센터들로부터 250미터 이내에 있는 구역을 편성, 4~6층의 아파트와 일종의 다세대 주택 건설이 허용된다.
그 외곽지역으로 300제곱미터의 주택이 허용되는 ‘혼합주택 존’과 500제곱미터의 주택 건설이 가능한 ‘단독주택 존’, 그리고 넓은 면적의 주택을 지을 수 있는 ‘라지 로트 존(large-lot zone)’으로 구분된다.
오클랜드 주거지역의 56%에서 아파트 건설 가능
이 통합 계획안은 특정 지역의 땅에서 어떤 주택 건설이 가능한지 결정해 주는 규정집과 같은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오클랜드 카운슬은 신규주택의 60~70%인 약 28만 채를 현재의 오클랜드 행정구역 안에서 소화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즉 오클랜드를 자꾸 확대해 나가기 보다는 현존 구역 내에서 조밀화를 통해 주거문제를 해결하고자 하는 의도이다.
이에 따라 계획안에 따른 아파트 및 다세대 주택 등 고밀도 주거 지역은 오클랜드 전체 주거지역의 56%에 해당된다.
이처럼 많은 지역에 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선다면 오클랜드의 모습은 지금과 사뭇 달라질 것이다.
지난 2007년 센트럴 오클랜드의 감방보다도 작은 ‘성냥갑’ 아파트 난립에 대한 지적으로 30제곱미터에서 35제곱미터로 상향조정됐던 최소면적 규정도 다시 30제곱미터로 내려간다.
주거 선택 다양해지지만 도시 슬럼화 등 우려
통합 계획안은 오클랜드 시민들에게 주택 선택의 폭을 넓혀 주고 일터와 가까운 주거지를 공급하며 대중교통 이용을 손쉽게 할 수 있고 수도관과 전화선 등 기존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순기능을 부각하고 있다.
또한 걸어서 갈 수 있는 상점들이 많이 들어서고 더욱 활기찬 지역사회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하지만 도시의 슬럼화와 함께 해안가에 높은 콘크리트 벽이 세워짐으로써 자연경관을 해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낳고 있다.
산드라 코니(Sandra Coney) 오클랜드 시의원은 “엄격한 설계 관리가 이뤄지지 않을 경우 이미 오클랜드 여러 지역에서 경험하고 있는 슬럼화를 부채질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오클랜드 카운슬의 페니 피리트(Penny Pirrit) 지역계획부장은 “아파트들이 들어설 혼합 주택존에 최소의 생활공간과 침실면적을 적용하여 양질의 주택을 건설하도록 관리할 것”이라고 응답했다.
향후 주택의 대세는 아파트 전망
지난 20년간 가구당 평균 인원이 감소하는 추세 속에서도 오클랜드의 전형적인 단독주택 규모는 1991년 144제곱미터에서 2011년 220제곱미터로 35% 늘었다.
오클랜드 총가구의 거의 절반이 2인 이하 가구인데도 불구하고 주택의 60% 이상이 3개 이상의 침실을 가지고 있다.
이 같은 주택의 크기는 호주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넓은 것이며 많은 유럽 국가들에 비해 두 배가 넓은 수준이다.
오클랜드 카운슬은 오는 2040년에 10가구 중 7가구는 현재가격으로 40만달러 대의 중저가 주택을 구입할 능력이 없을 것으로 예측하며 집값이 저렴해진다면 사람들이 조밀화된 소규모 집도 찾을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향후 주거형태의 대세는 아파트가 될 것이라는 전망은 생활 형태의 변화와도 연관된다.
바풋 앤드 톰슨(Barfoot & Thompson)의 피터 톰슨(Peter Thompson) 대표는 “1층짜리 단독주택 건설은 한물 갔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주 6일 근무하고 잔디깍이 등에 시간을 뺏기는 것을 원하지 않으면서 아파트가 선호되고 있다”고 말했다.
저층 아파트들은 이미 그린레인, 엘레슬리, 뉴린, 마운트 이든 등 오클랜드 여러 지역에서 속속 건설되고 있다.
또한 플랫 부시의 오미스톤 타운 센터에 500~700세대 아파트와 롱베이에 2,700세대 주택 건설이 예정되어 있다.
더욱 많은 아파트들이 건설됨에 따라 기존 주택들의 대량 철거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에센티아 컨설팅 그룹(Essentia Consulting Group)의 마틴 우데일(Martin Udale) 대표는 통합 계획안대도 시행될 경우 38만5,000채의 오클랜드 주택중 5만~8만채의 주택이 철거돼야 한다고 분석했다.
또 계획안대로라면 매년 1만 채 이상의 주택을 지어야 하는데, 이 같은 대량의 주택 건설에 대해서도 개발업체들은 회의적이다.
오클랜드에서 가장 큰 주택건설업체인 토드 프로퍼티(Todd Property)는 향후 8~10년간 통합 계획안 목표 물량의 5%에 불과한 5,000채의 주택을 건설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쿼터블 밸류(QV)에 따르면 뉴질랜드에 있는 4만3,000가구의 아파트중 센트럴 오클랜드에 2만7,000가구가 밀집돼 있고 이들 아파트의 평균가격은 26만2,500달러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