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자 신청에 대한 이민부의 심사가 합리적인 결과를 예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사무소 및 담당 직원의 자유재량에 의존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이민부 사무소마다 승인율이 커다란 차이를 보이고 있고 이민부 직원들의 관련 비리도 늘어나고 있는 실정이다.
비자 신청은“룰렛 게임”
비자 신청에 대한 이민부 심사가 얼마나 큰 편차를 보이고 있는지는 각 사무소의 승인율에서 엿볼 수 있다.
정보공개법에 따라 알려진 지난 5월 한달 간의 유학후 워크비자 신청의 사무소별 승인 현황을 보면 오클랜드 센트럴 사무소는 승인 112건에 기각 110건으로 승인율 50.5%에 불과한 반면, 헨더슨 사무소는 승인 327건, 기각 39건으로 89.3%의 높은 승인율을 나타냈다.
해밀턴 사무소도 승인 301건, 기각 22건으로 93.2%의 높은 승인율을 보였고 크라이스트처치 사무소의 경우 승인 62건, 기각 23건으로 적은 건수 속에서 72.9%의 승인율을 기록했다.
오클랜드 센트럴 사무소에서 유학후 워크비자 신청이 거절당한 마크 안소니 파시피코(Mark Anthony Pacifico, 35세)는 비자 시스템이 마치 룰렛 게임과 같다고 비난했다.
레벨 7 과정의 IT 디플로마를 졸업한 파시피코는 고용주의 후원을 얻어 오클랜드 센트럴 사무소에 워크비자를 신청했지만 기각됐다.
그는“같은 교육 과정을 거친 친형은 2년 전 비자 승인을 받고 이미 영주권을 획득했다. 이민부의 의사결정 과정이 체계적이지 못하다. 다른 사무소에 신청했더라면 승인을 받았을지 누가 알겠느냐”며 불만을 토해냈다.
매시 대학의 폴 스푼리(Paul Spoonley) 교수는 승인율 차이는 이민부 사무소마다 지침이 다르거나 신청자들의 특성에 따른 것일 수 있다고 말했다.
높은 승인율을 보인 이민부 사무소에 비자 신청이 몰리면서 헨더슨 사무소에는 작년 1월 이후 유학후 워크비자 신청이 4,064건으로 오클랜드 센트럴 사무소의 2,051건에 비해 거의 두 배를 기록했다.
사무소와 담당 직원에 좌우되는 비자 심사
뉴질랜드이민투자협회의 준 란슨(June Ranson) 회장은“현재 이민 심사 과정이 매우 엄격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란슨 회장은“유학후 워크비자의 목적은 유학생들에게 전공을 살려 일할 기회를 주면서 향후 기술이민 신청 자격을 주는데 있고 이민부는 유학생들의 잠재력을 심사하게 된다”며 “높은 기각률은 많은 유학생들이 뉴질랜드에서 잘못된 교육 과정을 밟고 있음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공인 이민법무사 마리셀 웨이스케디(Maricel Weischede)는“올해 비자 신청에 대한 이민부의 심사 방법이 드라마틱하게 바뀌었다”고 전했다.
웨이스케디는 “현재 이민부의 심사에서 중요한 점은 워크비자 신청자의 전공과 관련된 실제 경험을 제공하는 고용에 대해 이민부 직원이 만족하는데 있다”며 “비자 신청을 맡은 담당 이민부 직원이 얼마나 만족하는가는 자유재량이고 예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녀는 이와 관련해 이민부에 항의문을 제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민부 마셀 폴리(Marcelle Foley) 지역부장은 사무소에 따라 승인 및 기각률이 차이가 날 수 있음을 인정했다.
폴리 부장은 헨더슨 사무소의 예를 들며 다른 사무소보다 공인 이민법무사가 비자 신청을 제출하는 경우가 많아 높은 승인율을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폴리 부장은 또“유학후 워크비자는 신청자의 전공과 관련된 실제적인 경험을 제공하는 풀타임 고용 오퍼를 만족할 때에 한해 승인된다”고 말했다.
심사와 관련된 이민부 직원들 비리
비자 및 영주권 심사 과정에서 이민부 담당 직원들의 자유재량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체계는 관련 비리의 증가를 불러오고 있다.
이민부는 올해 직원들의 사기, 부정, 뇌물수수 등과 관련된 53건의 사건을 접수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지난해 23건에 비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이다.
그 가운데 43건에 대해 조사를 마쳐 7건이 사실로 입증됐고 10건은 아직 조사가 진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부 피터 엘스(Peter Elms) 총무부장 대행은“사실이 입증된 7건 가운데 5건은 담당 직원이 신청자의 가족 또는 먼 친척 관계인 것으로 밝혀졌고 연루된 4명의 직원이 면직됐으며 2명은 조사가 완료되기 전에 사직했고 다른 직원들은 경고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민부는 해외 사무소들을 포함해 1,900명 정도의 직원들을 두고 있고 매년 약 80만건의 비자 심사를 하고 있다.
이민부 직원들은 고용시 공익과 사리가 상충될 때 반드시 이를 밝히도록 서약한다.
이민부는 지난 5년 동안 모두 208건의 직원 사기 또는 부정 등을 접수해 48건에 대해 사실을 입증했고 10건은 조사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공식적으로 밝혀진 조사 이외에도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내부에서 해결된 사건도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이민부 직원은 고위 간부가 파트너 관계였던 신청자의 영주권을 승인하도록 담당 심사관에 압력을 넣었던 사건도 있었다고 뉴질랜드 헤럴드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이 전직 직원은 이어 이 사건이 누설될 것에 대비해 이민부가 이 사건에 대해 알고 있는 모든 사람들의 명단을 파악해 갔다고 전했다.
28일부터 기술이민 및 워크비자 신청시 연봉으로 규제
한편 이민부는 오는 28일부터 새로운 연봉 기준을 기술이민 및 일반 워크비자 신청에 적용한다.
지난 4월 새로운 이민정책안 발표 이후 일부 지방자치단체들과 농업, 관광 및 요식업계 등의 반발에 직면했던 이민부는 중간기술직의 연봉 기준을 당초 4만8,859달러에서 85%선인 4만1,538달러로 완화하기로 최종 결정했다.
이민부는 중간기술직의 연봉 기준을 하향 조정함으로써 6,000-7,000명의 이민 신청자들에게 혜택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나 고급기술직의 기준이 되는 연봉은 당초 원안대로 뉴질랜드 중간소득의 1.5배인 7만3,299달러로 확정됐다.
따라서 앞으로 기술이민 신청시 뉴질랜드에서 고용돼 있거나 오퍼를 받은 직업의 연봉이 4만1,538달러에 미치지 못할 경우 고용 부문의 점수를 받지 못해 신청 자격이 상실된다.
연봉이 7만3,299달러를 넘는 기술이민 신청자는 기술 레벨 1, 2, 3 직업이 아닐지라도 자동으로 기술 고용으로 분류돼 이민 신청이 가능해진다.
일반 워크비자의 경우 연봉이 4만1,538달러이하지만 부족 직업군으로 분류된 하위기술직의 비자 기한이 1년으로 제한되고 3년까지 연장이 가능하다.
3년이 지나면 1년 동안 하위기술직 워크비자 신청이 불가하기 때문에 뉴질랜드를 떠나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배우자에 대한 오픈 워크비자 발급 혜택이 폐지되고 자녀의 무료 학비 혜택도 받을 수 없게 된다.
따라서 하위기술직 워크비자 신청자들이 앞으로 가족을 동반하기 위해서는 다른 가족 구성원들은 학생비자나 방문비자 등의 비자 신청을 독립적으로 해야 한다.
이민부는 이민자들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새로운 이민정책을 실시한다고 강조하고 있지만 이민업계 및 관련 학계 일각에서는 수입의 많고 적음에 따라 이민자들을 불공평하게 나누어 제한된 권리만 주어지는 하류 이민자들을 만들어 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