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유출 파문에 묻힌 ‘웰빙 예산’

0 개 3,925 JJW

정부는 올해 예산안을 공개하면서 세계 최초의 ‘웰빙 예산’이라고 강조했다. 

해외 언론들에서도 ‘삶의 질’ 향상에 초점을 맞췄다며 관심있게 보도했다. 

그러나 정작 국내 언론의 가장 큰 뉴스거리는 웰빙 예산 내용들보다는 

공식 발표전 벌어진 예산안 유출이었다. 

이를 두고 정부 고위 관계자들이 제기한 해킹 주장이 지어낸 거짓으로 드러나면서 

정부의 도덕성과 신뢰성이 도마 위에 올랐다. 

예산 자체도 웰빙적인 요소가 없는 건 아니지만 ‘웰빙 예산’이라고 제목을 달고 

차별화할 정도로 이전 예산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a2230506d896f58544c45d4eb67a654e_1561501391_1351.jpg
 

정부 신뢰성에 먹칠한 예산안 거짓 해킹 파문


그랜트 로버트슨(Grant Robertson) 재무장관(Finance Minister)이 의회에서 웰빙 예산을 공식 발표한 날은 지난달 30일.

 

하지만 그 이틀 전인 28일 야당인 국민당이 예산안 일부를 공개했다. 

 

이와 관련, 예산 담당 최고 실무 책임자인 가브리엘 마크로우프(Gabriel Makhlouf) 재무비서(Treasury Secretary)는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재무부 컴퓨터 시스템에 ‘의도적’ 이고 ‘조직적’ 인 해킹 시도가 2,000여차례나 있었다고 밝혔다.

 

재무비서는 정부의 금융 및 경제 정책에 대해 재무장관을 보좌하는 영향력 있는 자리이다.

 

그는 “예산안에 대한 해킹 공격은 매우 심각한 사건” 이라며 “재무부는 컴퓨터 시스템이 의도적이고 조직적으로 해킹된 충분한 증거를 확보했고 정부통신보안국(GCSB)의 조언을 받아 경찰에 신고했다”고 말했다.

 

로버트슨 장관은 해킹의 배후로 국민당을 지목했다.

 

하지만 정부통신보안국은 이미 28일에 재무부 컴퓨터 시스템에 대한 해킹 시도가 없었다는 사실을 마크로우프 측에 전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로우프 비서가 거짓으로 해킹 공격 주장을 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경찰 조사 결과도 불법적인 행위가 없었고 국민당은 재무부 웹사이트에서 단순히 ‘검색’ 만으로 예산안 정보들을 입수할 수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로버트슨 장관은 예산안이 공표 전에 그런 방법으로 접근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실망스런 일이라고 말했고, 마크로우프는 아무런 코멘트를 하지 않았다.

 

국민당은 이번 거짓 유출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는 한편 로버트슨 장관과 마크로우프 비서의 사퇴를 주장했다.

 

이에 대해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장관들은 보고된 사항에 충실할 뿐이라며 로버트슨 장관을 두둔했다.

 

마크로우프 비서는 9월 1일부터 아일랜드 중앙은행 총재로 내정되어 오는 27일자로 현직에서 물러날 예정이다.

 

정부 세계 첫 '웰빙 예산' 도입 홍보


올해 예산안 책자의 제목은 ‘웰빙 예산’(THE WELLBEING BUDGET)이다.

 

지난해 말 정부는 세계 최초로 국민 삶의 질 향상을 중심으로 2019회계연도 국가 예산안을 설계할 계획임을 밝혔다. 

 

당시 로버트슨 장관은 “국민의 주택 보유율이 60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으며 자살률과 노숙자, 식량 지원금이 증가하고 있다”며 “뉴질랜드인들이 일상에서 경제 성장의 혜택을 받지 못하고 있다”고 도입 취지를 밝혔다. 

 

웰빙 예산안은 4년간 총 256억달러를 편성해 국민들의 삶의 질 향상과 행복을 도모하는 게 목적이다.

 

웰빙 예산의 우선순위는 뉴질랜드의 삶의 기준과 웰빙의 개선에 장기적으로 크게 기여하는 것들을 토대로 하게 된다.

 

로버트슨 장관은 이번 접근법은 현상 유지에서 탈피하려는 중요한 시도라며 뉴질랜드는 이제 성공을 다른 식으로 측정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로버트슨 장관은 “우리는 단지 국내총생산(GDP)이 아니라 우리 국민의 웰빙을 개선하고 환경을 보호하며 공동체를 강화하는 방안에 의존할 것” 이라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도 이번 예산이 경제적 번영을 측정하는 방법에 변화를 주는 세계 최초의 시도라고 설명했다.

 

아던 총리는 “어려운 과제들에 조기에 개입하고 투자해, 결국에는 비용을 아끼고 삶을 구해 내라는 요구를 아주 자주 들어왔다”며 “이번 예산은 이를 정확히 반영하는 것” 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웰빙 예산의 가장 큰 부분은 정신건강과 아동복지에 돌아갔다.

 

국민의 정신건강 증진을 위해 4년간 19억달러 규모의 예산이 편성됐다. 중증 정신질환자로 분류되지 않아 그간 정부 지원을 받지 못했던 우울증 환자들의 치료를 위해 이 중 5억달러를 배정했다. 특히 지난 3월 크라이스트처치에서 일어난 총격 테러 피해자의 정신 치료에도 550만달러를 따로 마련했다.  

 

아동 복지예산에는 10억달러가 편성됐다. 유니세프 뉴질랜드지부에 따르면 뉴질랜드 어린이 중 27%가 빈곤 속에서 살고 있어, 영양상태가 좋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가정폭력 및 성폭력 대책에는 3억2,000만달러가 들어갔다. 뉴질랜드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에서 가정폭력과 성폭력 피해가 심한 나라에 속한다. 

 

이전 예산들과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비판

 

웰빙 예산에 대해 국민당은 실체가 없는 보여주기식 조치라고 비판했다.

 

국민당 사이먼 브릿지스(Simon Bridges) 대표는 “경제는 크게 위축되고 있는데 정부는 경제를 자극할 어떤 일도 하지 않고 있다”며 “이번 예산은 겉만 번드르르하고 실체가 없다”고 말했다. 

 

여론도 웰빙 예산이 웰빙적인 요소가 있긴 하지만 이전 예산들과 차별화할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대체적인 평가이다.

 

뉴질랜드 헤럴드지 고정 논객인 존 로우한(John Roughan)은 칼럼을 통해 ‘웰빙 예산’이 유의어 반복이라며 새로운 아이디어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이 2.6%로 비교적 견고하지만 내년에 재정적자를 보여도 현 정부가 올 예산과 같은 복지정책을 지속할 수 있을지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또한 이번 예산에는 부족한 인프라와 주택 공급, 낮은 생산성 등에 대한 대책이 부족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정부 예산의 웰빙 요소와 국민의 걱정거리 불일치

 

웰빙 예산이 보통 뉴질랜드인들이 겪고 있는 문제들에 맞춰 조정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시장조사기관 ‘EY 스위니(EY Sweeney)’는 뉴질랜드인들이 생각하는 가장 큰 걱정거리들이 예산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아 웰빙 예산이 목표 달성에 실패할 리스크가 있다고 지적했다.

 

‘EY 스위니’가 지난 3월 1,000여명의 뉴질랜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소비자 전망 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57%가 가장 큰 걱정거리로 생활비 상승을 들었고 49%는 에너지 비용 증가를, 48%는 기본 서비스 비용 상승을 각각 꼽았다.

 

‘EY 스위니’는 인플레이션이 낮은 데도 불구하고 생활비에 대한 걱정이 대부분을 차지한 원인은 임금 상승률이 그만큼 따라주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보여준다고 풀이했다.

 

또한 응답자의 61%가 올해 수입 증가를 기대하지 않는다고 밝혔는데 이번 웰빙 예산에는 그에 대한 내용이 미약하다고 지적했다. 

 

IRD “외국 나가 살아도 학비 대출금 끝까지…”

댓글 0 | 조회 2,904 | 2일전
지난 1992년부터 뉴질랜드에서 고등교육기관 재학생을 대상으로 ‘학자금 대출 제도(Student Loan Scheme)’를 시작한 이래 2023년 6월까지 147… 더보기

수당 수급자 역대 최다

댓글 0 | 조회 2,561 | 2일전
각종 수당을 받는 사람들이 거의 40만명에 이르면서 역대 가장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정부의 수당 강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수당 수급자들이 늘고 있는 것은 경제가 … 더보기

경제정책에 밀려난 환경정책

댓글 0 | 조회 918 | 2024.11.06
국민당 주도 연립정부가 집권하면서 가장 뚜렷하게 바뀐 정책 기조 가운데 하나가 환경보다 경제를 우선시하는 것이다.이전 노동당 정부가 추진했던 환경정책들을 접고 경… 더보기

NZ, 지난 5년간 이렇게 변했다

댓글 0 | 조회 3,428 | 2024.11.06
지난해 실시된 센서스 자료가 5월에 1차로 공개된 데 이어 10월에 다시 나왔다.센서스 결과는 인구 동향을 비롯해 지난 5년간 뉴질랜드인들의 삶이 어떻게 변했는지… 더보기

자주 결석하는 학생의 부모 기소될 수도

댓글 0 | 조회 2,721 | 2024.10.23
앞으로 자주 무단결석하는 학생의 부모는 기소될 수도 있다고 정부가 으름장을 놓았다. 또 학기중 수업을 하지 않는 교사의 날이 금지된다.이같은 내용들을 포함하는 정… 더보기

주택보유율 “증가 추세로 돌아섰지만 오클랜드는…”

댓글 0 | 조회 2,803 | 2024.10.22
지난 10월 초 발표된 ‘2023년 센서스’ 중 주택과 관련된 통계에 따르면 뉴질랜드 전국의 ‘주택 보유율(home ownership)’이 5년 전인 2018년 … 더보기

관광세 대폭 인상, 得인가 失인가

댓글 0 | 조회 2,808 | 2024.10.09
지난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과되는 이른바 ‘관광세’가 100달러로 인상됐다. 정부는 많은 방문객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관광세를 기존보다… 더보기

NZ 거주 인구 “30%는 해외에서 태어났다”

댓글 0 | 조회 3,227 | 2024.10.08
원주민인 마오리와 유럽계, 그리고 태평양 제도 출신이 주류이던 뉴질랜드의 인구 다양성이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더욱 다양하게 변하고 있다.10월 3일 뉴질랜드 통계… 더보기

실업 느는데 수당 강화하는 정부

댓글 0 | 조회 4,350 | 2024.09.25
정부가 수당 수급자들에 신호등 체제를 도입하는 등 수당을 강화하고 나섰다. 일부 수급자들은 벌써부터 수당이 깍이는 등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 더보기

3년간 작전으로 와해시킨 대형 갱단, 하지만…

댓글 0 | 조회 2,852 | 2024.09.24
현재 뉴질랜드가 가진 사회적 문제 중 가장 심각한 사안은, 갈수록 늘어만 가는 마약 문제와 더불어 좀처럼 줄지 않는 불법 총기 문제, 그리고 청소년 범죄 문제라는… 더보기

중앙은행의 깜짝 금리인하 …기다렸던 결정이지만 비난받는 이유

댓글 0 | 조회 6,826 | 2024.09.11
중앙은행이 지난달 깜짝 기준금리 인하에 나섰다. 4년여 만에 단행된 기준금리 인하는 긴 경기 침체와 높은 대출금리에 신음하는 많은 사람들이 고대하던 소식이었다. … 더보기

의사는 어디 가면 만날 수 있나요?

댓글 0 | 조회 2,936 | 2024.09.10
전국에서 의사를 포함한 의료진 부족 문제가 사회적 이슈로 갈수록 커지는 가운데 주니어 의사는 물론 간호사와 구급요원, 그리고 보건 행정 직원까지 시위에 나서고 있… 더보기

가드닝 계절 “레지오넬라병도 조심해야”

댓글 0 | 조회 2,711 | 2024.08.28
겨우내 움츠렸던 나무와 풀이 생기를 찾고 새순이 돋아나면서 꽃들이 저마다 자태를 뽐내면서 봄이 왔음을 알리고 있다.매일 아침이면 기온이 영하 가까이 떨어지는 꽃샘… 더보기

외식업계의 한숨 “폐업 위기 내몰려”

댓글 0 | 조회 6,003 | 2024.08.28
외식업계에 찬 바람이 쌩쌩 불고 있다. 모든 업체들은 아니지만 대다수의 레스토랑과 카페, 바들이 영업을 유지하기가 힘들 정도로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호소하고 있다… 더보기

일자리 없어 본국으로 돌아가는 이주 근로자들

댓글 0 | 조회 6,639 | 2024.08.14
새로운 삶에 대한 꿈을 품고 뉴질랜드에 입국한 많은 이주 근로자들이 공교롭게 뉴질랜드를 덮친 경기 침체에 일자리가 크게 줄면서 꿈을 펼쳐 보지도 못하고 본국으로 … 더보기

장난감 만들던 형제 “NZ 최고 부자로 등장”

댓글 0 | 조회 5,097 | 2024.08.14
20년이나 넘도록 ‘뉴질랜드 최고 부자’라는 타이틀을 지켜왔던 그레이엄 하트(Graeme Hart)를 제치고 올해는 새로운 가문이 최고 갑부의 타이틀을 가져갔다.… 더보기

뉴질랜드에서 폭력이 증가하는 배경

댓글 0 | 조회 6,855 | 2024.07.24
뉴질랜드에서 최근 몇 년 동안 램 레이드, 총기 사건 등 폭력 범죄가 더욱 빈번하게 발생하고 갱단의 수와 활동도 증가하고 있다.국제적으로 평화롭고 안전한 국가로 … 더보기

호주로 향하는 수많은 키위들, 도대체 그 이유는?

댓글 0 | 조회 6,993 | 2024.07.23
지난주 통계국은 2023년 한 해 동안 뉴질랜드와 호주 사이의 이민 동향에서 뉴질랜드가 연간 2만 7,000명의 마이너스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이는 코비드-19 … 더보기

어렵게 마련한 첫 집인데 … 매입가보다 떨어진 집값

댓글 0 | 조회 9,227 | 2024.07.10
큰 맘 먹고 첫 주택을 장만한 많은 사람들이 주택시장 침체로 집값이 매입가격보다도 떨어져 고충을 겪고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주택시장 호황기에 첫 집을 매입했던 수… 더보기

온라인 도박으로 $16,000 날린 11살 어린이

댓글 0 | 조회 4,518 | 2024.07.09
인터넷으로 온 세상이 연결되고 스마트폰이 우리 몸의 일부로 변한 요즘 성인은 물론 어린이와 청소년들이 너무도 쉽게 온라인 도박에 노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사회 문… 더보기

예의바른 전화가 이틀 연속 내게… 왜?

댓글 0 | 조회 3,692 | 2024.06.26
최근 뉴질랜드 주재 한국대사관은 웹사이트 등 자체 온라인망을 통해 교민들에게 ‘경찰 사칭 스캠 전화’를 주의하라는 안내를 내보냈다.대사관 측은, “주재국 경찰 당… 더보기

절도, 이민자 착취, 위협 행위, 그리고 녹색당

댓글 0 | 조회 3,059 | 2024.06.25
좌파 계열의 녹색당이 올해 들어 소속 의원들의 잇단 비행에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운영했던 사업체에서 이민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한… 더보기

해외로 이주하는 뉴질랜드인 역대 최대

댓글 0 | 조회 6,922 | 2024.06.12
높은 생활비와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 침체에 버티기 힘든 뉴질랜드인들이 더 나은 기회와 높은 수입, 삶의 질을 위해 뉴질랜드를 떠나고 있다. 뉴질랜드 시민권자의 이… 더보기

아시안과 마오리 인구, 엇비슷해졌다

댓글 0 | 조회 2,875 | 2024.06.11
뉴질랜드 통계국은 2023년 3월 7일 기준으로 실시했던 ‘제35차 센서스(35th Census of Population and Dwellings)’ 중 인구와 … 더보기

죽음의 공포 겪은 국제선 승객들

댓글 0 | 조회 5,584 | 2024.05.29
최근 런던을 떠나 싱가포르로 향하던 국제선 여객기가 극심한 ‘난기류(turbulence)’를 만나 한 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크게 다치는 참사가 벌어졌다.이번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