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고 있는 생활비

치솟고 있는 생활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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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거비, 기름값, 식료품비, 의류비, 대출이자 등 생활과 밀접한 물가들이 크게 오르고 있다. 물가 상승은 앞으로도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어서 일반 가정에서는 허리띠를 더욱 졸라매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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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생활비 상승의 커다란 원인 제공


뉴질랜드 헤럴드는 최근 통계청과 IRD의 자료를 사용해 오클랜드에서 2명의 자녀를 둔 4인 가족의 생활비를 분석한 결과 생활비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보다 크게 늘었다고 보도했다.


렌트비는 2019년 2분기 주당 555달러에서 올 2분기 591달러로 6.5% 올랐고, 식료품비는 주당 396달러에서 417달러로 5.3% 상승했다. 


기름값은 같은 기간 94달러에서 96달러로 2.1% 올랐고 모기지가 있는 경우에는 이자가 주당 641달러에서 708달러로 10.5%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편부모 가구에서는 생활비가 렌트로 사는 경우 주당 47달러 늘어난 962달러이고, 모기지를 갚아야 하는 경우 주당 60달러 늘어난 959달러로 분석됐다.


모기지 없이 본인 집에서 사는 경우에도 4인 가족의 생활비는 주당 37달러, 편부모 가구의 생활비는 22달러가 각각 늘었다.


ANZ의 핀 로빈슨(Finn Robinson) 이코노미스트는 “코로나19가 생활비 증가에 커다란 역할을 했다”며 “세계적인 운송 문제와 공급 차질 등으로 뉴질랜드와 같은 작은 경제에서는 더욱 비싸게, 더욱 늦게 상품을 수입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로빈슨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공급 문제는 예상보다 오래 지속됐고 전파력이 강한 델타 변이 확산 등으로 내년 들어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앞으로도 물가 상승에 대한 압박이 지속될 것” 이라고 지적했다.


최근 몇 달 동안 특히 운송비가 급격하게 올랐다는 것이다.


ANZ은 2분기 3.3%인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3분기에 4.2%로 상승할 것으로 분석했다.


오랫동안 낮은 인플레이션에 익숙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이 같은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새로운 경험이 될 것이다.


1970년대와 80년대 오일쇼크 등으로 1987년 18.9%까지 기록했던 뉴질랜드의 연간 물가상승률은 1990년대 이후 2008년과 2011년의 짧은 기간을 제외하고는 5% 아래를 유지해 오고 있다.


로빈슨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함으로써 높은 수준의 인플레이션은 오래 가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하지만 기준금리 인상은 모기지 대출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게 이자 지출의 증가를 의미한다.


정부조직인 금융능력위원회의 톰 하트만(Tom Hartmann) 개인금융팀장은 생활비 증가를 걱정하는 사람들이 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지출 계획을 짜는 것이라고 조언했다.


모든 수입과 지출을 정기적인 항목과 가끔씩 발생하는 항목으로 계획표를 만들면 원하는 지출 항목의 가능 여부를 알기 시작한다는 것이다.


하트만 팀장은 “두려움에 기초하여 재무 결정을 내리지 않아야 한다”며“중요한 것은 지출보다 수입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고 말했다.


소비자물가지수 10년래 최고


뉴질랜드인의 평균 생활비를 측정하는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 2분기에 1.3% 오르면서 연간 3.3% 상승한 것으로 통계청은 밝혔다.


이는 시장 예상치인 2.8% 상승을 넘는 수치로 2011년 2분기의 5.3% 이후 가장 높은 연간 상승률이다.


하지만 당시에는 2010년 10월부터 부가가치세(GST) 세율이 12.5%에서 15%로 인상된 영향 때문으로, 이번 소비자물가지수 상승은 사실상 2008년 3분기의 5.1% 이후 가장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


이는 또한 중앙은행이 목표로 삼는 1~3%의 연간 물가상승률을 뛰어넘는 수치이다.


통계청은 주택과 식품, 교통 부문이 소비자물가 상승을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신규주택 건설 비용은 2분기에 4.6%, 연간으론 7.4% 상승하면서 1987년 이후 가장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통계청 아론 벡(Aaron Beck) 물가부장은 “물류 운송 차질과 높은 건설 수요가 맞물려 주택 건설 비용이 급등했다”며 “많은 건설회사에서 필요한 자재를 구하기 어렵고 인건비와 관리비가 더욱 많이 들어가고 있는 것으로 말한다”고 전했다.


휘발유 가격은 연간 16.4% 급등하면서 운전자들의 주머니를 홀쭉하게 만들었다.


옥탄가 91 휘발유 1리터의 가중 평균가격은 2분기에 2.13달러로 1분기의 2달러보다 6.5% 올랐다.


휘발유뿐 아니라 중고차 가격과 국제선 항공료 인상 등으로 운송가격이 연간 9.4% 상승했다.


렌트비는 2분기에 0.9% 오르면서 1년 전에 비해 2.9%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지역별 상승률은 웰링턴 1.3%, 캔터베리 0.6%, 오클랜드 0.5% 등을 기록했다.


식품비는 2분기에 채소가격이 17% 급등하면서 1.5%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토마토, 오이, 캡시쿰, 상추 등의 가격이 일제히 오름세를 보였다.


식품비는 지난 1년 동안 1.6% 오른 것으로 조사됐다.


그 중에서도 외식비는 4.3% 상승률을 차지했다.


의류 및 신발류는 2분기에 2.8% 오른 의류와 5.1% 오른 신발류를 포함해 3.3%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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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물가지수 분기별 변동 (자료: 통계청)


유난히 비싼 뉴질랜드 식료품비


뉴질랜드는 생활 필수품인 식료품비가 유난히 비싸기 때문에 많은 가정의 일상 생활을 더욱 힘들게 하고 있다.


상업위원회(Commerce Commission)가 220억달러 규모의 슈퍼마켓 부문에 대해 조사한 보고서 초안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식료품비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 가운데 상위 10위 안에 드는 것으로 밝혀졌다.


호주에서 5년 동안 살았던 오클랜드 시민 브라이어 이슨(Bryre Eason)은 호주에서는 그녀의 4인 가족 식료품을 사는데 보통 80달러를 지출했는데 뉴질랜드 슈퍼마켓에서는 200달러를 쓰고 있다고 전했다.


더니든 시민 말콤 캠벨(Malcolm Campbell)은 “뉴질랜드가 치즈와 고기를 생산하는데 영국과 호주보다 가격이 비싼 이유를 모르겠다. 양고기를 마지막으로 먹어본게 언제인지 기억나지도 않는다”며 혀를 찼다.


상업위원회의 보고서는 뉴질랜드의 높은 식료품 가격이 울워스(Woolworths)와 푸드스터프(Foodstuffs) 등 2개 거대 업체들에 의한 시장 독점 때문인 것으로 분석했다.


호주계인 울워스는 카운트다운(Countdown)과 프레시초이스(FreshChoice), 슈퍼밸류(SuperValue)의 모회사이고 푸드스터프는 뉴월드(New World)와 팍앤세이브(Pak’n Save)를 소유하고 있다.


2개의 거대 체인망은 서로 강한 경쟁을 하지 않고 식료품 가격을 올려 받고 있다는 것이다.


데이비드 클락(David Clark) 소비자업무부 장관은 슈퍼마켓들이 ‘슈퍼 이익’을 남기고 있다고 표현했지만 정부가 직접적으로 간섭하는 문제와 새로운 슈퍼마켓을 설립하는 부분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상업위원회의 보고서에 따르면 양대 슈퍼마켓 그룹은 20% 이상의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리스크가 비교적 작은 슈퍼마켓 시장에서 그 정도의 이윤은 정상 수준의 몇 배에 이른다는 지적이다.


오클랜드 대학의 보도 랑(Bodo Lang) 마케팅 강사는 “독일 소유의 슈퍼마켓 체인 알디(Aldi)가 호주 시장에 들어서면서 식료품 가격이 내렸다”며 “지리적, 문화적으로 비슷한 뉴질랜드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올 것” 이라고 주장했다.


이슨도 호주에 살았을 때 알디를 자주 이용했었다며 뉴질랜드에도 알디가 영업하기를 원한다고 말했다.


상업위원회도 슈퍼마켓간 경쟁 유발이 가능하지 않고 비효율적일 때 새로운 식료품 소매업체를 만들어 직접적으로 경쟁을 자극하는 것도 하나의 옵션이 될 수 있다고 추천했다.


상업위원회는 작은 식료품점들이 가격과 상품의 다양성 등에서 양대 슈퍼마켓들과 경쟁할 수 없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다고 분석했다.


슈퍼마켓 시장에 진입하거나 확장하려는 업체들은 위치 선정이나 도매 공급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서 커다란 어려움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에 정부의 간섭 없인 양대 슈퍼마켓 체인을 효율적으로 규제하고 경쟁을 개선하기 위한 새로운 경쟁업체의 가능성은 거의 없을 것이라는 결론이다.


상업위원회는 또 거대 슈퍼마켓들이 가격할인과 회원 프로그램 등 가격 전략의 복잡성이 소비자들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많은 공급업체들은 그들의 상품이 진열되지 않을 것을 우려해 거대 슈퍼마켓에 공급하는 것 외에는 대안이 없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번에 발표된 상업위원회의 슈퍼마켓 시장에 대한 보고서는 초안이고, 최종 보고서는 오는 11월에 발표될 예정이지만 주요한 내용은 바뀌지 않을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주거비도 오름세


생활비에서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렌트비와 모기지 이자 등도 오름세이다.


매시 대학이 최근 발표한 주택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주당 평균 렌트비가 전국적으로 작년 3월 456달러에서 올 3월 478달러로 1년 동안 4.8%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사우스랜드는 같은 기간 286달러에서 331달러로 15.7% 급등했다.


렌트비가 가장 높은 지역은 오클랜드로 3월말 기준 연간 5% 오른 564달러를 기록했다.


렌트비가 오르면서 1분기 렌트 구매력은 전국적으로 11.2% 악화된 것으로 분석됐다.


전국 16개 지역 가운데 렌트 구매력이 향상된 곳은 웨스트 코스트가 유일했다.


2분기 물가상승률이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를 넘고 실업률이 4%로 떨어지면서 중앙은행이 긴축정책으로 선회했다.


실물 경제에 영향을 주기 위한 통화정책은 일회성이 아닌 방향성을 가져야 하기 때문에 중앙은행이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시작하면 추가 금리 인상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키위뱅크의 재로드 커(Jarrod Kerr) 이코노미스트는 연내 두 차례의 기준금리 인상을 비롯해 작년 3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충격을 완화하기 위해 0.25%로 인하된 기준금리가 내년 2월까지 1%로 인상될 것으로 전망했다.


커 이코노미스트는 1% 이상의 기준금리 인상은 경제에 대한 금리의 민감도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오랫동안 기준금리 인상이 없었기 때문에 이번 기준금리 인상이 소비자 행동에 얼마나 영향을 미칠지 가늠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시장에서는 이미 금리 인상 모드이다.


지난달 통계청의 소비자물가지수 발표 이후 주택 모기지 대출에 영향을 미치는 단기 도매 금리가 16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ASB는 지난달 주택대출 고정금리를 0.3~0.36% 인상했다.


ASB의 크리스 테넌트-브라운(Chris Tennent-Brown) 이코노미스트는 “올해 남은 기간 모기지 금리가 더 인상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대출자들은 높아지는 금리에 대비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브래드 올슨(Brad Olsen) 이코노미스트는“현재의 물가상승 압력은 높아진 수요와 제한된 공급의 결합이다”며 “물가상승 압력은 적어도 2년 동안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고 밝혔다.


올슨 이코노미스트는 너무 빠른 금리 인상은 경제회복에 나쁜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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