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급등 우려가 집값 급락 공포로

집값 급등 우려가 집값 급락 공포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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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데믹 이후 지난 2년 동안 집값이 급등하면서 주택을 소유하지 못한 상대적 소외감과 두려움의 ‘포모’(FOMO, Fear Of Missing Out) 증후군이 기승을 부렸지만 올해 들어 집값이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너무 비싸게 집을 사는 것을 우려하는 ‘풉’(FOOP, Fear Of OverPaying) 이라는 새로운 유행어가 등장했다. 당장 집을 사지 못하면 더 비싼 가격에 살 것 같은 집값 급등 우려가 집값 급락에 대한 공포로 바뀌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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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하락으로 최근 주택 구입자들 불안


작년 하반기 주택시장이 고점일 때 대출을 받아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 가운데 요즘 집값이 떨어지면서 최악의 시기에 내집을 마련한 것은 아닌지 후회하고 있는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 후로 대출금리, 기름값, 식료품비 등 모든 물가가 올랐다.


주택시장이 약세로 돌아서면서 유독 집값만 떨어졌다.


작년에 주택을 구입한 집주인들은 갑자기 주택가치 상승분보다 더욱 많은 비용을 치를 가능성에 직면하게 됐다.


특히 생애 처음으로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더욱 불안할 것이다.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 젠 바이드(Jen Baird) 회장은 “가격을 너무 많이 지불하는 걸 염려하는 매수자가 늘고 있다”며 “시장 분위기가 바뀌면서 매수자들은 지난해 말 가격을 낼 생각이 없어졌고 하방 압력이 커지면서 매도자들이 가격을 조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REINZ가 지난달 부동산 중개인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주택 구매자들이 ‘포모’를 표명했다고 밝힌 부동산 중개인들은 5%에 불과해 2월의 7%보다 줄었고, 작년 10월 70%에 비하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오클랜드의 경우 이 수치는 작년 10월 79%, 지난 2월 7%, 그리고 지난달 3%로 조사됐다.


반면에 주택 구매자들이 ‘풉’을 표명했다고 말한 부동산 중개인은 53%로 지난 10월 19%보다 늘었다.


REINZ와 함께 조사에 참여한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이코노미스트는 “주택시장이 구매자 주도로 돌아섰다”며 “이러한 시장의 변화는 대단히 빠르고 혹독할 정도이다”고 표현했다.


지난 7년 동안 고객들에 부동산 투자에 대한 상담을 해주고 있는 알렌 부체비치(Alen Buchevich) 회계사는 이제 주택 투자에서 손을 뗄 때라고 지적했다.


부체비치 회계사는 그 이유로 주택 시장의 모든 펀더멘탈이 사라져 버렸다고 설명했다.


그는 “주택의 가치를 볼 때 무엇이 그 집의 가치를 만드는지 숙고해야 한다. 주택은 여기저기서 지어지고 있고 주택 건축 허가는 사상 최고 수준이며 해외로부터의 이민은 막혀 있다”며 “역사적으로 최저의 금리와 용이한 대출이 집값을 올렸지만 인플레이션이 31년 만에 최고인 상황에서 그런 요인들은 계속될 수 없다”고 말했다.


2021년 뉴질랜드 주택시장을 요약하는 유행어가 ‘포모’였다면 주택시장이 냉각하기 시작한 올 초부터 널리 알려진 ‘풉’은 사실 그 이전부터 회자됐다.


웰링턴의 모기지 상담사인 마이클 아나스타시아디스(Michael Anastasiadis)는 주택시장이 변곡점을 맞기 휠씬 전인 작년 4월부터 ‘풉’이라는 단어를 사용했던 사람 중 한 명이다.


그는 호주의 부동산 중개인들로부터 그 단어를 들었다고 밝혔다. 


이어 작년 4월 말에 알렉산더 이코노미스트가 당시 정부의 주택투기대책 발표와 주택담보인정비율(LVR) 강화와 관련하여 ‘풉’을 사용했다.


계속된 주택시장 강세로 한동안 사라졌던 그 단어가 다시 등장한 시기는 오클랜드 시티 지역의 집값이 약세로 돌아선 작년 11월경이다.


아나스타시아디스 상담사는 집을 구입했지만 기존 주택을 팔지 못하는 고객들이 있다고 전했다.


■ 뉴질랜드 주택 가격 연간 상승률(자료: 코어로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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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값 10여년 만에 가장 큰 분기 낙폭


부동산 평가회사 쿼터블 밸류(QV)의 주택가격지수는 지난달 10여년 만에 가장 큰 분기 낙폭을 기록했다.


3월말 기준 3개월 동안 전국 평균 집값이 0.6% 하락했다.


이는 2월말 기준 3개월 동안의 2.3% 집값 상승에서 하락 반전한 것이다.


전국 16개 지역 가운데 1.5% 하락한 오클랜드 등 7개 지역에서 집값이 떨어졌다.


전국 평균 집값은 104만6,636달러로 1년 전보다 아직 18.3%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 역시 2월의 집값 연간 상승률 22.9%에서 떨어진 수치이다.


쿼터블 밸류의 데이비드 나젤(David Nagel) 대표는 “지난 2년 동안 큰 폭으로 집값이 오른 지역은 앞으로 집값이 계속 완만하게 하락할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


가족 위해 구입했고 장기 거주 계획이라면 문제될 것 없어


업계 전문가들이 최근에 집을 구입한 사람들에게 보내는 일관된 견해는 최소한 내 집을 마련한 것에 안심하고 현 상황을 고수하며 어려운 시기를 견디고 공포에 빠지지 말하는 것이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켈빈 데이비슨(Kelvin Davidson)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작년 말에 집을 구입했다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측면을 생각할 수 있다고 서두를 꺼냈다.


“1년 전보다 더욱 높은 가격에 집을 구입했을 것이지만 그 기간 대출이자 등의 비용이 들어가지 않았던 측면도 생각할 수 있다. 금리가 1년 전보다 높아졌지만 앞으로도 계속 금리가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에 올 연말에 집을 구입했을 때보다 낮은 금리에 있을 것이다.”


데이비슨 이코노미스트는 “주택 구입은 금전적인 측면 이상이다”며 “만약 생애 첫 집 구입자이고, 그 집에서 10년 이상 거주할 계획이라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말했다.


코어로직이 주택 구매력 측정 방법으로 사용하는 소득 대비 평균 모기지 비용은 48%로 세계금융위기 때인 2008년 1분기 이후 가장 높다.


데이비슨 이코노미스트는 이 수치는 더욱 올라갈 수 있지만 집을 구입한 사람들은 직업을 유지하고 반드시 집을 팔아야 하지 않는한 견뎌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는 은행들이 대출 심사를 할 때 더욱 높은 금리에서도 갚을 수 있는지를 확인했고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 구입 가격의 20%를 보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데이비슨 이코노미스트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역사적 저금리로 주택대출 규모가 커졌고, 최근에 주택을 구입한 사람들은 소득에 비해 대출 규모가 크며 생애 첫 집 구입자들은 자기 자금이 낮다는 지적도 했다.


중앙은행에 따르면 지난 1월 생애 첫 집 구입자의 평균 주택 대출액은 57만8,000달러로 2020년 1월의 44만8,000달러, 2021년 1월의 51만8,000달러에서 지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애 첫 집 구입자의 주택 대출액은 증가했지만 주택가격의 20% 디포짓을 마련하기 위한 기간은 평균 11.7년으로 이전 주택 붐 기간인 2016년의 9.4년, 그리고 그 이전 주택 붐인 2007년의 8.1년보다도 늘어난 것으로 분석됐다.


웨스트팩(Westpac)의 마이클 고든(Michael Gordon) 이코노미스트는 “고점의 주택시장에서 집을 구입한 것이 나쁜 시기인지 여부는 구입 동기에 달려 있다”며 “가족을 위해 집을 샀다면 타이밍은 반드시 주된 목적이 아니고, 지나고 나서 보니까 지급한 금액에 대해 후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웨스트팩은 집값이 정점에서 10%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하지만 그렇게 떨어진다고 해도 집값은 2021년초 수준이라는 것이다.


부동산 데이터 회사 밸로시티(Valocity)의 제임스 윌슨(James Wilson) 이사는 “주택 구입은 장기적으로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단기적인 패닉은 의미가 없다”며 “대출과 주택 유지비를 감당할 수 있다면 집값이 조금 내려가도 큰 상관없고 장기적으로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작년 말 고점에 집을 구입했더라도 주택시장에 진입한 것이 더 낫다고 덧붙였다.


알렉산더 이코노미스트도 “누구도 집값 정점이 언제 올지 모른다”며 “대부분의 사람들은 주택구입에 장기적 초점을 가지고 있어 타이밍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금리 인상으로 집값 하락 가속


대부분의 경제학자들은 집값이 앞으로 하락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중앙은행은 2023년 12월까지 2년간 주택가격이 9% 하락할 것으로 보고 있다, 


키위뱅크도 올해 5% 떨어지고 ANZ는 그보다 심한 10% 하락할 것으로 내다봤다.


ANZ의 샤론 졸너(Sharon Zollner) 이코노미스트는 “강화된 주택대출과 악화된 주택구매력 등 주택시장이 강한 맞바람에 직면해 있다”고 말했다.


중앙은행은 지난 13일 기준금리를 종전 1%에서 1.5%로 인상하면서 주택시장에 찬바람을 불어 넣었다.


중앙은행은 통상 기준금리를 0.25%포인트씩 움직였는데, 이번에 0.5%포인트 ‘깜짝’ 인상을 단행했다. 


중앙은행이 한 번에 금리를 0.5%포인트 올린 것은 2000년 이후 처음이다.


앞서 중앙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0.25%포인트씩 금리 인상을 이어왔다. 


이에 지난해 8월 0.25%였던 기준금리는 10월 0.5%, 11월 0.75%, 올해 2월 1%까지 올랐다. 


그러다 이번에는 0.5%포인트를 인상해 기준금리는 1.5%까지 올랐다.


중앙은행은 인플레이션 기대심리가 커지는 것을 막기 위해 나중보다는 지금 당장 금리를 더 올려야 한다는 것이 통화정책위원회의 판단이라고 설명했다.


중앙은행은 “금리 인상 ‘빅스텝’(big step•0.25%포인트보다 큰 폭의 금리 변동)은 매우 불확실한 세계 경제 환경 속에서 더 많은 정책적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밝혔다.


시장에서는 다음달 열리는 다음 중앙은행 통화정책위원회 정례회의에서도 금리를 0.5%포인트 올릴 가능성이 50% 이상이라고 예상하고 있고, 올해 말까지 3% 수준까지 올릴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뉴질랜드의 집값은 2019년 12.3%, 2020년 19.3%, 2021년 21.5% 치솟으면서 경제연구소 블룸버그 이코노믹스가 지난해 주택시장 거품 1위 국가로 꼽았다. 


뉴질랜드가 거품 1위 국가라는 오명을 쓴 것은 근본적으로 건축 규제에 따른 만성적인 주택 공급 부족이 원인이다. 


인구가 300만명대였던 1970년대에 주택 인허가가 연간 4만 가구였지만, 인구가 500만명 안팎으로 늘어났는데도 2만~3만 가구 수준이었다. 


1,000명당 주택 인허가가 1973년 13.2가구에서 2011년 3.1가구까지 급락했다. 


지난해 집값 급등 등으로 인허가 건수가 4만건으로 급증했지만, 여전히 주택이 부족하다. 자가보유율이 한때 74%까지 치솟았지만 현재 64.5%까지 떨어졌다. 


렌트비도 치솟아 선진국 중에서 홈리스 비율이 가장 높고 이동주택이나 텐트, 모텔 등에서 생활하는 가구들이 늘어났다. 


집이 없어 공공주택의 입주를 신청한 대기자가 2만5,000가구로, 최근 5년간 5배 늘어났다. 이에 여당과 야당이 작년 10월 초당적으로 주택 위기를 겪고 있는 대도시에 타운하우스, 아파트 등 공동주택을 빠르게 지을 수 있는 주택공급법안(Housing Supply Bill)을 공동 발표했다.


코로나19 이후 닫혔던 국경이 순차적으로 열리면 주택 수요도 다소 늘어날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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