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 위해 자원했던 NZ 용사들 이야기(II)

자유 위해 자원했던 NZ 용사들 이야기(I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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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목)은 1950년 6월 25일 발발해 3년 1개월이 넘도록 치열하게 벌어졌던 한국전이 끝을 보지 못하고 휴전협정을 맺은 지 70주년이 되는 날이다. 


당시 뉴질랜드는 영연방군 일원으로 참전했으며 노령의 참전용사들이 일부 생존해 있지만 이미 많은 용사가 별세한 가운데 해가 갈수록 유명을 달리하는 용사가 많아져 우리를 안타깝게 만든다. 


정전 70주년을 맞아 각종 기념행사가 양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열리는데, 이를 계기로 73년 전 뉴질랜드군의 한국전 참전 역사를 뉴질랜드와 한국 정부의 기록, 그리고 언론 보도 등을 요약해 지난 호와 이번 호에 걸쳐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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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거리 정밀 사격에 능했던 NZ 포병


 <장거리 정밀 포격에 능했던 NZ 포병>


1951년 말부터 전선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방어에 유리한 고지를 서로 뺏고 뺏기는 치열한 전투가 이어졌다. 

뉴질랜드군은 당시 영연방군 1사단이 주둔하던 서부 전선에 위치하면서 355고지와 후크(Hook)고지 전투를 포함한 전투에서 전방 보병 부대의 공격은 물론 중공군의 공격으로 벌어졌던 여러 차례의 방어 작전에서 화력 지원을 계속했다. 


기록에 따르면 뉴질랜드 포병은 1953년 7월 정전이 이뤄지기까지 75만 발 이상의 포탄을 발사했는데 특히 정확하고 능숙한 ‘장거리 정밀 화력지원(Divisional Artillery)’으로 명성이 높았다. 


한편 이들 포병 외에도 호주군에 배속된 9명의 장교를 비롯한 다른 병력은 운전병과 신호수, 공병 등으로 근무했으며 17명의 다른 병력은 영국 기갑부대에서 근무하기도 했다. 


 또한 파병 군인들은 전쟁 기간에는 최장 3주까지 일본에 머무는 휴가를 보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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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음이 떠다니는 서해에서 작전 중인 ‘타우포(HMNZS Taupo)함’


<육군에 비해 묻힌 NZ 해군의 활약> 


한편 이른바 Kayforce로 알려진 포병을 중심으로 한 육군의 활약상이 널리 알려진 것에 비해 뉴질랜드 해군의 참전 내용은 그동안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면이 있어 아쉬움을 준다. 


전편에 이미 소개했듯 전쟁 직후 사흘 만에 파병을 결정하고 7월 3일 함정을 출발시켰던 뉴질랜드 해군은 정전협정이 체결될 때까지 당시 해군이 보유하던 6척의 호위함을 매회 2척씩 순환 파견했다. 


처음 부산과 일본 구간의 수송선 호위 임무에 동원됐던 이들은 9월에는 인천상륙작전에 참가했으며 이후에는 동해안과 서해안에서 해상 초계와 함께 당시 한국군이 점령했던 북한 연안의 섬에 대한 지원 작전도 이어갔다. 


1950년 10월에 2차로 파견돼 이듬해 11월까지 작전에 투입됐던 ‘로토이티(HMNZS Rotoiti)함’은 1951년 3월 15일부터 4월 7일까지는 서해안에서 한국 해군 소해함인 ‘YMS 502함’과 ‘YMS 503함’의 소해 작전을 지휘하기도 했으며, 후반에는 당시 1차로 파견됐던 투티라(HMNZS  Tutira)함이 이 임무를 넘겨받았다. 


당시 뉴질랜드 해군 기록을 보면 한국 해군의 소해함이 장비가 낡고 건조한 지 오래된 작은 선박이라 작전 효율성이 크게 떨어졌음에도 불구하고 부족한 식량과 연료를 뉴질랜드 함정으로부터 보급받으면서 열심히 작전에 임했다고 적혀 있다. 


그 당시 2개의 기뢰를 총격으로 폭파하기도 했는데, 투티라함의 P. J. H. 호아레(Hoare) 함장은 보고서를 통해 한국 해군은 유능한 군인이자 유쾌한 동료였다면서 투티라가 도착한 이후 가장 흥미로운 작전이었다고 적었다. 


한편 6척의 호위함 중 2차로 파견됐던 ‘로토이티함’은 1952년 1월에 다시 투입돼 이듬해 3월까지 머물렀으며, 1951년 3월에 파견됐던 ‘하웨아(HMNZS Hawea)함’도 1952년 3월에 귀환했다가 같은 해 8월에 다시 파병돼 정전되고 한 달이 지난 1953년 8월까지 한국 바다에 머물렀다. 


또한 1951년 7월과 8월에 뉴질랜드 해군은 황해도 진남포 인근에서 소규모 해병대 병력을 상륙시키는 작전에도 참여했는데, 안타깝게도 이 과정에서 북한군 기관총 사격을 받아 봅 마치오니(Bob Marchioni) 이등 수병(Able Seaman)이 전사했으며 그는 한국전에서 전사한 유일한 뉴질랜드 해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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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도에 상륙하는 해병대 독립 43중대원(1951. 8. 28)


 <양도 작전에서 큰 활약한 타우포함> 


한편 ‘타우포(HMNZS Taupo)함’은 1951년 8월부터 함경북도 연안에 있는 ‘양도(Yang-Do, 洋島)’를 점령하고 있던 한국 해병대 독립 43중대가 북한군에게 공격을 받자 이를 지원하는 작전에 나서기도 했다. 


양도는 현재는 함경북도 화대군에 속한 작은 섬으로 모두 3개 섬으로 구성됐으며 면적은 다 합해도 1.3km2 에 불과한데, 해안에서 겨우 4~5km 떨어진 바다에 있지만 당시 유엔군이 제해권을 쥔 데다가 해군력이 전무했던 북한군으로서는 성진항을 봉쇄할 수 있어 목에 걸린 가시와도 같았던 이 섬의 한국군을 어떻게 할 수가 없던 상황이었다. 


하지만 1952년 2월에 전투 경험이 많은 병력을 대거 집결시켜 한 달간의 상륙 훈련까지 마친 뒤 육지에서 포격을 가하는 한편 대대급 병력을 발동선과 목선에 태워 공격에 나섰고 결국 200여 명이 상륙해 야간에 2개 고지를 점령하고 만세를 부르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한국 해병대가 용감하게 맞서 하루 만에 이들을 격멸하고 후퇴시켰는데, 양도 작전으로 기록된 당시 전투는 한국전쟁 중 해병대가 성공시킨 7대 작전 중 하나로 공식 기록됐다. 


156명의 적을 사살하거나 익사하게 만들고 군사 부대대장을 포함한 13명을 포로로 잡았으며 박격포와 기관총 등 중화기를 비롯한 다수의 무기를 획득하는 큰 전공으로 중대장 최청송 중위를 비롯한 여러 장병에게 미국 은성훈장과 한국의 을지무공훈장 등 훈장이 수여됐다. 


이 전투가 벌어졌던 당시 인근에 있던 타우포함은 북한군 선박에 포격을 가해 10척을 침몰시켰고 나머지를 처리하고자 해안 가까이 접근했다. 


하지만 해안 포대가 정확하게 포격할 수 있는 거리에 도착하자 날아온 근접탄이 기관실에 구멍을 냈고 좌현 뱃머리 가까운 곳에도 포탄이 떨어진 데다가 날이 점점 밝아오자 후퇴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섬을 점령하고자 했던 북한군의 기도를 충분히 꺾을 수 있을 만큼의 큰 피해를 줬는데, 이후 타우포함은 부상자를 치료하기 위해 의료진을 양도에 상륙시켰고 부상자들을 미국 해군 함정으로 이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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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전 중인 ‘투티라(HMNZS Tutira)함’


<전체 병력 중 절반이 참전했던 NZ 해군> 


훗날 뉴질랜드 해군 사령관을 역임했으며 당시에는 타우포함의 포술 장교였던 K.M 사울(Saull) 중위는, 목선과 벌인 전투가 너무 일방적이었기 때문에 승조원들이 별로 기뻐하지 않는 모습이었지만 나중에 해안 포대와 맞설 때는 상황이 달라졌다고 말했다. 


당시 섬에 상당한 사상자가 발생했기에 군의관인 이안 포사이스(Ian Forsyth)를 보트로 상륙시켰는데, 그는 섬 주민 가족이 지켜보는 가운데 작은 집에서 수술하기도 했다고 기억을 전했다. 


또한 나중에 미국 군함으로 부상자를 이송했을 당시 한국군 지휘관이 심한 상처를 입었음에도 누워있기를 거부하고 돌아다니면서 부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을 목격했다고 말했다. 


당시 포사이스 군의관은 유럽인은 그와 같은 부상에서 살아남을 수 없을 것이라고 아주 분명하게 말했던 것도 기억한다면서, 그 지휘관은 나중에 회복됐음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전쟁이 끝날 때까지 양도를 방어했던 해병대 독립 43중대는 정전협정이 맺어지며 진해로 철수해 양도는 결국 다시 북한 땅이 됐다. 


타우포함은 이 작전 이후에도 동해에서 해상 초계를 계속하면서 주로 군수품을 운송하는 화물열차를 공격하는 등 활약을 이어갔다. 


뉴질랜드 해군은 전쟁 기간에 호위함 6척을 모두 8회에 걸쳐 순환 파견했으며 당시 뉴질랜드 해군 전체 병력의 약 절반에 해당하는 1350명의 장교 및 수병이 참전했다. 


뉴질랜드 해군 박물관의 기록을 보면 전쟁하는 동안 뉴질랜드 해군은 33만 9584마일을 항해했고 7만 1625발의 포탄을 발사한 것으로 나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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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전 발발 40주년을 기념해 ‘한국전 국제 참전용사협회’에서 제작한 은제 메달 


<45명의 희생자 낸 NZ군> 


1953년 7월 27일 정전협정으로 전쟁이 일단 멈췄는데, 뉴질랜드군은 전쟁 기간에 육군은 4700여 명, 해군은 1350명이 참전했으며 전쟁 기간 중에만 33명이 목숨을 잃었다. 


또 12명은 전쟁과 관련된 부상과 사고 등으로 전쟁 이후에 사망해 총 45명의 참전용사가 희생됐으며, 한 명이 포로로 잡혀 18개월 동안 억류됐다가 휴전 후 송환됐다. 


또한 호주군으로 참전했던 뉴질랜드 출신 군인이 2명 전사했으며 뉴질랜드군은 휴전 이후에도 호위함 한 척이 남았고 1954년부터는 영국 극동함대에 배속돼 주기적으로 한국을 찾았다. 


Kayforce는 1954년에 일단 철수할 때까지 임진강 인근에 주둔했고 1956년 5월에 영연방 사단이 해체되면서 배속됐던 10중대의 임무도 마저 끝냈다. 


하지만 80여 명으로 구성된 수송소대가 ‘영연방 파견단(Commonwealth Contingent)’의 일원으로 남았고 Kayforce는 정전협정이 체결되고 만 4년이 지난 1957년 7월 27일에 최종적으로 철수했지만 이후에도 1971년까지 영연방 연락장교단으로 일부 병력이 남았다. 


또한 뉴질랜드 정부는 1998년에 한국 주재 대사관에 ‘무관(Defence Attache)’을 파견하고 2004년부터는 정전협정을 감시하고 비무장지대를 관리하는 유엔군사령부 산하 ‘군사정전위원회(UNCMAC)’에도 장교를 파견해 참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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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엔기념공원의 NZ군 참전 기념비


<NZ군 33명이 잠든 부산의 유엔기념공원> 


현재 부산 남구 대연동의 ‘유엔기념공원’에는 45명의 뉴질랜드군 전사자 중 32명을 포함해 346명이 희생된 호주군 중 281명, 영국군 전사자 1177명 중 890명, 그리고 516명이 전사한 캐나다군 중 381명 등 영연방군 소속 전사자들이 많이 묻혀 있다. 


전사자를 고국으로 귀환시키는 미국과는 달리 영연방 국가들은 전사한 곳에 묻는 것이 전통인데, 유엔묘지에는 총 3만 6492명으로 집계된 미군 전사자 중에서도 40명이 안장되는 등 현재 총 2320기의 묘지가 조성돼 있으며, 또한 2005년 11월 건립한 뉴질랜드군 기념비도 서 있다. 


유엔기념공원은 세계 유일의 유엔기념묘지로 한국전쟁 중이던 1951년 1월 유엔군 사령부가 조성해 전국에 가매장됐던 전몰장병 유해를 모으기 시작했는데, 1955년 11월에 한국 정부는 토지를 유엔에 영구 기증했으며 유엔은 영구적으로 묘지를 관리하기로 총회에서 결의했다. 


1959년에 한국과 유엔이 맺은 협정에 따라 ‘유엔기념 묘지(United Nations Memorial Cemetery in Korea, UNMCK)’로 공식적으로 출발했으며 현재는 11개국으로 구성된 ‘유엔기념공원 국제관리위원회’에서 위임 관리하는데, 한국어 명칭은 2001년 3월부터 ‘재한유엔기념공원’으로 부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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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백령도에서 장학금을 전달하는 필립 터너 한국 주재 NZ 대사(2022.12)


 <기념재단 설립해 장학금 전달한 참전용사들> 


한편 한국전쟁이 벌어지면서 미국이 막대한 양모를 필요로 함으로써 뉴질랜드에는 하룻밤 사이에 가격이 3배나 오를 정도로 역사상 가장 큰 양모 붐이 일어나기도 했는데, 반면 뉴질랜드는 덩달아 값이 오른 다른 상품을 수입해야만 했다. 


또한 전선이 교착된 채 전쟁이 지루하게 이어지고 한반도 안에서만 벌어질 거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국민들이 거의 관심을 두지 않아 파병 군인들이 잊혔다는 말도 나왔다. 


실제로 당시 국회에서 파병 중인 군인이 무공훈장을 받아도 가족이 신문을 통해서야 알게 됐다는 발언이 남아 있기도 한데, 반면 정치권에서는 국민당이 한국전을 계기로 일어난 반공 정서를 1951년 총선에 효과적으로 이용하기도 했다. 


제2차 세계대전에 참전했다가 돌아온 군인은 합리적인 가격으로 집과 농장을 구입할 수 있도록 보장받았지만 한국전 참전 군인에 대해서는 이런 혜택이 주어지지 않았다. 


또한 외교적 측면에서 뉴질랜드는 유엔에서 미국의 동맹국이라는 입지를 다진 가운데 중공군 참전은 1951년 9월에 미국 및 호주와 뉴질랜드가 ‘ANZUS 조약(태평양 안전보장 조약: Australia, New Zealand, United States Security Treaty)’을 맺는 계기로 발전했다. 


한편 한국전쟁은 이후 1960년대 발생한 월남전 그늘에 더 가려지면서 희생자를 기리는 공간이 오클랜드 전쟁박물관에 1991년에야 마련됐는데, 하지만 Kayforce와 해군 참전용사들은 전국 조직을 만들어 정전 기념일과 연말에 가족과 함께 만나는 등 교류를 이어 갔다. 


또한 1988년 9월에는 ‘뉴질랜드 한국전 참전용사 기념재단(NZ Korea Veterans’ Memorial Trust)’을 설립했다. 

이를 통해 용사들은 돈을 모아 치열한 전투 현장이었던 가평의 가평북중학교와 백령도의 백령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장학금을 전달하면서 한국과의 인연을 지금까지 잇고 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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