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8] 새이민정책 시행 6개월...수혜자는 아무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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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09/2005. 14:43
코리아타임즈 ()
지난 30년간 대표적인 Stop-go정책(긴축과 확대를 교대로 실시하는 정책)의 표본이었던 이민정책이 최근 들어 언론의 도마 위에 오르는 일이 잦아지고 있으며 야당들의 공세 또한 점점 거칠어지고 있는데…
새로운 이민정책인 신기술이민법(Skilled migrant Category)이 실시된 지 6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정부의 성공적이라는 평가와는 달리 예비 이민신청자, 야당, 언론 등 그 누구도 정부의 말을 귀담아 들으려 하지 않는다. 모두들 이구동성으로 '결론적으로 신기술 이민제는 실패했다.'고 말한다.
작년 12월 17일, 불미스러운 사건으로 이미 물러난 Li anne Dalziel 전 이민부 장관은 당시 성명을 통해 '지금까지는 단지 정해진 요건을 충족시킨 접수자들의 신청서를 심사만 하는 수동적인 자세였지만 이제부터는 새 기준에 의해 우리가 직접 나서서 뉴질랜드에 도움을 줄만 한 자격을 갖춘 이들을 선택할 수 있게 되었다.'라며 법 개정의 당위성을 설명했다.
그녀는 또한 뉴질랜드나 신청자 모두에게 도움을 주는 Win-Win전략이라고 새삼 강조를 하며 "더 이상은 이민자들이 마땅한 일자리를 찾지 못해 택시운전을 하거나 햄버거를 만드는 일은 없을 것이다."라고 못박았다. 그리고 며칠 후 아시아권 국가들의 거센 반발과 경기 침체에 대한 우려가 이어졌지만 이민부는 신기술이민법 시행에 들어갔다.
=== 그 후 6개월, 과연 무엇이 달라졌나 ===
국내경제는 계속되는 이민자 감소로 인해 전체적으로 장기 불황의 조짐이 서서히 나타나고 있었는데 지난 6일(화) 정부가 회계년도 2004/5년 이민쿼터를 4만5천 명에서 5만명으로 5천명 늘린다고 발표하자마자 대표적인 건설회사인 Fletcher Building의 주식이 7년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는 등 일제히 환영하는 분위기다.
Chief executive인 Ralph Waters는 "이민부의 이번 조치로 건설 시장이 좀 더 안정을 찾는데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라고 말했다. 한 이민에이전트는 "이번 조치는 일단 좀 더 두 고 봐야 하겠지만 결국에는 이민법이 정치 및 경제와 밀접한 관련이 있고 선거철이 가까워질수록 이용되고 있다는 것을 정부 스스로가 인정을 한 셈이다."고 비판했다.
또한 NZAMI(뉴질랜드 투자이민협회)는 "정부의 오락가락한 행동은 모든 이에게 신뢰를 떨어뜨리게 만들었으며 '쿼터확대'는 일종의 기만적인 행위이다."라며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실제로 2003/4년 회계년도까지 새 이민 법 제도 하에 승인된 이민건수는 단지 517건에 불과했 으며 이러한 결과는 이민쿼터 4만5천명에 턱없이 모자 라는 3만9천명이라는 수치를 기록하는데 지대한 영향을 끼쳤다.
지난달 NZAMI 회의에 참석했던 팬시훵 국민당 의원은 "신기술이민법이 시행되는 1/4분기동안 영국인이 무려 40%를 넘었지만 이민부가 그렇게 찾던 전문IT기술자를 보유했던 인도는 겨우 10%대에 머물렀다."라며 이어 "이민부는 2만8천명의 여유쿼터가 있었음에도 2만건이 넘던 인도인들의 일반기술 이민서류를 강제 기각시켰다. 이것은 이민정책이 반아시안적이라는 사실을 단적으로 말해주는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한편 지난 9일(금)에는 신기술이민법 시행후 의향서( Expressions of Interest) 커트라인이 최저인 140점을 기록했으며 약1,100여명(539가정)이 선택되었다. 국가별로는 영국(25%), 중국(19%), 인도(13%), 남아프리카 공화국(7%), 피지(4%), 미국(4%), 한국(3%) 짐바브웨(3% ), 일본(2%), 독일(2%)순이었다.
한때 40%를 웃돌던 영국인의 수치가 점점 낮아지고 있으며 중국, 인도 등 아시아권 국가의 성장이 두드러지고 있다. 위의 표에서도 알 수 있듯이 2002/3년도 1, 2위권을 유지했던 중국과 인도는 2004년부터 영국에 선두자리를 내주었다.
=== 승인자들은 어디에 그리고 예비신청자들은… ===
당초 이민부는 오클랜드 이외의 지역에서 잡오퍼를 신청할 경우 보너스 점수를 주는 등 지역의 균형발전 및 부족직업군에 속해 있는 숙련된 전문기술인을 유치하기 위해 신기술이민법을 실시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한 이민부 관계자는 "영주권을 받은 이들 중 얼마나 많은 이들이 오클랜드 이외의 지역에 거주를 하고 있는지 전혀 파악이 되지 않고 있다."라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이민부 는 지난 3월까지 새이민법하에 승인된 489명의 사람들이 뉴질랜드에 머물고 있으며 이들중 3분의2가 영국에 서 그리고 29%가 아시아에서 왔다고 밝혔다.
이러한 분포에서도 볼 수 있듯이 결국 신기술이민법 하에서는 아시안들이 영주권을 따기가 무척 까다로워졌음을 알 수 있다.
이민부 대변인은 또 다른 7,800명의 영주권 심사가 현재 진행 중에 있으며 이들 중 60%는 비(非)오클랜드 지역에서 잡오퍼를 얻은 경우이다라고 말했다. 그녀는 또한 "새이민법이 실시된지 얼마되지 않았기 때문에 아직까지 정확한 통계가 나오지 않았다."며 "빠른 시일내에 영주권을 받은 이들이 거주하고 있는 지역을 파악할 예정이다."라고 덧붙였다.
이민부 장관인 Paul Swain은 "뉴질랜드는 양보다 질에 중점을 두고 향후 12개월 동안 5만명의 이민쿼터중 60%를 숙련된 기술자로 뽑을 계획이다."라고 말했다.
웰링턴의 한 이민컨설턴트는 도미니언 포스트지(Domi nion Post)와의 인터뷰에서 "고객 중 그 누구도 신기술 이민법 시행후 영주권을 받지 못했다"라며 "이미 취업비자로 일하고 있는 신청자들이 상당수이지만 의향서만 통과되었고 아직까지 별다른 진전은 없는 상태이다."라고 말했다.
'말콤 퍼시픽' 웰링턴지부 매니저인 Chris McCarthy는 어떤 신청자들은 뉴질랜드가 진정 필요로 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지만 자격기준이 너무 높아 신청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을 볼 때 정말 아쉽다라고 전했다.
그에 따르면 부족직업군에 속해 있으면서도 신청이 힘든 상태인 기술자들에는 정비공(기계,부속품), 선반공, 용접공, 목수 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그는 "한번쯤은 의심을 해보아야 한다. '부족직업군에 속해 있는 직업이 과연 얼마나 오래 지속될까'라고 말이다."라며 이민부의 엇갈리는 정책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 영국인=승인, 아시안은…? ===
최근까지 발표된 자료를 검토해보면 영국인은 한번도 놓치지 않고 의향서 패스율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아시안들에게는 달갑지 않은 소식일 수도 있겠지만 소수의 영국인들도 단지 패스율이 높다는 이유만으로 아시안들로부터 따돌림을 당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에 영주권을 받은 영국인 토마스 씨는 'A'라는 중국인 회사에 근무하고 있는데 그는 중국 동료들로부터 '넌 백인이라서 쉽게 영주권을 받았지'라는 인종 차별적인 발언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2003년 7월부터 지난달까지 영구영주권을 받은 영국인은 20.87%를, 중국인은 12.3%, 인도인은 7.82%, 남아프리카공화국은 6.7%를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영국인의 경우 지난 4년동안 14.28%, 12.7%, 12.4%, 13.8% 등 15%미만이었지만 작년에만 5%이상 상승을 했으며 비영어 권국가의 이민감소율은 실질적으로는 2002년 11월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바로 이 때부터 영어 시험이 강화되기 시작했다.
아시아권 국가의 이민자감소에 대해 Paul Swain이민부장관은 물론 영어시험이 어느 정도 영향을 끼쳤지만 얼마만큼인지는 불분명하므로 현재로서는 정확하게 어떤 결론을 내릴 수 없으며 좀 더 추이를 지켜본 후에 알 수가 있을 것 같다라며 명확한 논평은 회피했다. 이어 그는 "일반적으로 이민정책은 특정 국가를 위해 만들지는 않는다.
단지 뉴질랜드가 원하는 기술을 가진 이들을 얻기 위해 이민법을 변경했을 뿐이고 영어시험강화는 이민자들이 정착하는데 좀 더 도움이 되도록 하기 위한 조치였다."라고 주장했다. 8일 기자회견도중 '백인화가 되어 간다는 주위의 우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어보자 "절대 그렇지 않다."라고만 짤막하게 대답했다.
Progressives의 하원의원인 Matt Robson은 은연중에 뉴질랜드는 국가의 발전을 위해서는 반드시 영어권출신 이민자를 받아들여야 한다는 잠재적인 철학이 밑바탕에 깔려있다라고 강도 높게 비난했다.
이어 "정부가 단지 아시안 이민자들을 막기 위해 영어자격요건을 강화했다고는 믿고 싶지 않다. 하지만 나와 일하는 많은 동료들은 도무지 현 정부의 정책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말한다. 모두들 현재의 이민정책에는 인종차별 요소가 다분히 내재 되어있다는데 이견이 없어 보인다."라고 말했다.
그는 또한 "영어를 전혀 못하지만 뉴질랜드에 성공적으로 정착을 한 네덜란드인과 유고인의 예를 들며 영어는 선이민 후학습으로도 얼마든지 향상이 가능하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앞으로 진퇴양난에 빠진 노동당이 어떤식으로라도 이민정책에 손을 댈 것으로 보여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