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퍼 “일반인보다 피부암 발병률 250% 높다”

골퍼 “일반인보다 피부암 발병률 250% 높다”

0 개 3,761 서현

비가 잦았던 겨울이 지나고 봄기운이 완연해지면서 골프장을 찾는 발걸음도 부쩍 늘었다. 


골프를 즐기는 이들에게 햇볕과 자외선 조심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은데 지난 6월 한 골프 전문 잡지는 ‘Golf’s silent killer’라는 제목으로 피부암을 조심하라는 특집 기사를 내기도 했다. 


피부암과 햇볕의 연관성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방심하는 경우가 많은데, 8월 초 호주에서는 골퍼가 피부암에 걸릴 확률이 일반인보다 훨씬 높다는 과학적인 근거가 담긴 연구 결과가 나왔다. 


한국을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널리 보도된 이번 연구 결과를 중심으로 관련 자료와 언론 보도 등을 종합해 독자들에게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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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GA 우승자도 못 피하는 자외선> 


아일랜드 출신 프로 골퍼 ‘파드렉 피터 해링턴(Padraig Peter Harrington, 52)’은 지난 2007년에 ‘The Open 챔피언십’에서 아일랜드인으로서는 60년 만에 우승한 데 이어 이듬해에도 또 우승한 유명 골퍼이다. 


그는 같은 해 또 다른 메이저 대회인 ‘PGA 챔피언십’에서도 잇달아 우승해 타이거 우즈를 제치고 ‘2008년 PGA 올해의 선수’로 선정되기도 했다. 


메이저 대회에서만 세 차례 우승 경력을 가진 그는 2022년부터는 ‘PGA 투어 챔피언스 리그’에서 뛰기 시작했으며 첫 번째 시니어 메이저 대회에서 2등을 차지했고 올해 3월에는 그가 내년에 ‘세계 골프 명예의 전당’에 이름을 올린다는 소식도 전해졌다. 


그런데 그는 2007년 ‘The Open’ 우승 몇 달 전에 이마에서 1인치가량의 피부를 벗겨내야만 했는데, 이는 골퍼에게는 숙명이나 다름없는 피부암 검사 때문이었다. 


당시 해링턴은 스스로 할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걱정하지 않으려고 노력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하지만 의사가 ‘흑색종’이 아니라고 확인해 주기 전까지는 두려웠었다고 인터뷰를 통해 솔직한 심정을 전했다. 


그는 나중에야 모든 것이 명확해졌지만 당시 경험이 그를 변화시켰으며 이후부터는 확실히 피부 보호에 훨씬 더 신경을 쓰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그때까지 선크림을 안 바른 건 아니지만 얼마나 자주 발라야 하는지 등등 좀 더 세심하게 주의를 기울여야 했다는 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지적하며 안일했던 자기 행동을 반성했다. 


이제는 외출할 때도 항상 선크림을 바르는 그는 집 앞문은 물론 뒷문에도 스프레이형 선크림을 비치해 놓고 있으며, 가방에도 스틱형 선크림이 항상 들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평소에 많은 사람이 이 문제를 크게 신경 쓰지 않지만 선크림을 바를 시간을 반드시 내야 한다면서, 피부암은 특히 조기에 발견하면 잘 치료할 수 있지만 방치하면 몸에 퍼져 죽을 수도 있다는 점도 함께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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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8년 ‘The Open’ 우승자 파드렉 해링턴


<강한 햇빛과 자외선은 골퍼의 동반자이자 적>


연습장이건 실제 경기장이건 햇빛에 장기간 노출될 수밖에 없는 프로 골퍼에게 특히 피부와 관련된 질병은 직업병이라고도 할 수 있다. 


197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골퍼들은 구릿빛으로 그은 얼굴이 오히려 건강을 상징하는 것처럼 생각했지만 1979년에 미국에서 ‘피부암 재단(Skin Cancer Foundation, SCF)’이 설립되고 ‘세계보건기구(WHO)’에서 자외선과 피부암의 연관성에 대한 경고가 나오면서 이를 보는 시각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골퍼들은 머리 위 뜨거운 태양을 걱정하기보다는 어떤 클럽으로 쳐야 할지를 놓고 더 많이 고민하는 게 현실이다. 


2013년에 호주 출신으로서는 처음으로 ‘마스터스(Masters)’에서 우승했던 애덤 스콧(Adam Scott, 43)도 그보다 2년여 전 얼굴에서 ‘기저세포암’을 제거하는 수술을 받아야만 했다. 


당시 그는 30바늘이나 꿰매야 했고 코에 흉터까지 남기게 됐는데, 스콧은 암종을 제거하는 수술이 상당히 고통스러웠기 때문에 지금은 선크림 바르기를 게을리하지 않는다고 말하고 있다. 


이외에도 남아프리카공화국 출신으로 2007년 마스터스 준우승을 비롯해 PGA 투어에서 6번 우승한 로리 사바티니(Rory Sabbatini, 47) 역시 2010년에 얼굴에서 ‘편평 세포암’을 제거했다. 


2016년 PGA 챔피언십에서 우승한 지미 워커(Jimmy Walker, 44), 영국 프로 골퍼 브라이언 데이비스(Brian Davis), 또한 타이거 우즈의 전 코치였던 행크 헤이니(Hank Haney)도 피부암과 관련된 치료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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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양에서 방출되는 빛의 종류


이처럼 골프 선수들이 피부암 위험에 쉽게 노출되는 점을 감안해 2013년에 PGA 투어에서는 ‘피부암 재단’과 협조해 로리 맥클로이(Rory McIlroy)와 루크 도널드(Luke Donald), 애덤 스콧(Adam Scott) 등이 골프 코스에 직접 나서서 햇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홍보 비디오도 제작한 바 있다. 


당시 재단 대표는 골프를 치든, 아니면 경기를 지켜보던 모두 직사광선 아래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므로 선수와 골프 애호가는 코스 안팎에서 햇빛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유러피언 투어’에서는 암 및 건강 검진 이동 클리닉인 ‘Screen4Life’를 동원해 연중 몇 차례에 걸쳐 대회 현장에서 ‘SIAscope’라는 휴대용 스캐너를 이용해 비강제적이고 비침습적인 피부 검진을 하고 있다. 


이 스캐닝은 반점 또는 병변 아래 멜라닌, 혈액 및 콜라겐의 정확한 이미지를 제공하고 또한 이들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평가한다. 


실제로 이 검사를 통해 영국 프로 골퍼인 필립 골딩(Philip Golding)은 즉시 GP를 만나라는 조언을 들었으며 피부과에서 ‘기저세포암’에 걸렸다는 것을 확인한 뒤에 치료받았는데 그는 수년 뒤 또 다른 기저세포암을 발견해 다시 치료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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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부에 작용하는 UVA와 UVB 및 차단제 역할


<3가지 피부암 중 ‘흑색종’이 가장 위험>


대체로 피부암에는 세 가지 주요 유형이 있으며 그중 가장 흔하고 증세가 가장 가벼운 것은 이른바 ‘기저세포암(Basal Cell Carcinoma)’이다. 


햇빛에 많이 노출되는 피부 부위, 특히 코와 얼굴에서 자라는 암인데 일반적으로 작고 반짝이는 돌기로 시작해 천천히 자라는 경향이 있으며 신체의 다른 부분으로 퍼지지는 않는다. 


두 번째 흔한 형태는 ‘편평상피세포암(Squamous Cell Carcinoma)’인데 일반적으로 햇빛이나 태닝 베드에서 나오는 자외선으로 손상된 신체 부위에서 발견되며 상당히 느리게 자란다. 


다른 형태와 달리 조직이나 뼈 및 림프샘으로 퍼질 수 있어 치료가 더 어렵지만 일찍 발견하면 눈에 띄게 좋은 치료 효과를 볼 수 있다. 


마지막 세 번째 유형이 피부암 중 가장 위험한 ‘악성흑색종(malignant melanoma)’ 또는 단순히 ‘흑색종’으로만 불리는 종류로, 멜라닌세포가 존재하는 어느 부위에서나 발생할 수 있는데, 자외선에 의해 멜라닌세포 또는 모반세포(반점)가 손상돼 비정상적으로 빠르게 증식하면서 악성 종양을 형성한다.


‘Melanoma NZ’ 자료에 따르면 뉴질랜드의 흑색종 발병률은 세계 최고 수준이며 여성과 남성 모두에게 세 번째로 흔한 암으로 매년 6000건 이상의 흑색종이 진단되고 있다. 


매년 약 350여 명이 이로 인해 사망하는데 남성이 여성보다 사망 확률이 2배 높으며 흑색종은 모든 피부암 사망의 거의 80%를 차지한다. 


또한 흑색종은 어린이는 거의 발생하지 않으며 발병 사례 약 70%는 50세 이상이고 피부색이 어두우면 걸릴 확률이 낮지만 종종 더 증세가 심각한데, 실제로 마오리나 태평양 제도 출신의 발병률은 낮지만 걸리면 생존율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고 한다. 


또한 피부암, 특히 흑색종 과거력이 있거나 화상을 입기 쉬운 고운 피부, 빨간 또는 금발 머리털 소유자, 선베드를 자주 이용한 사람과 함께 골프처럼 햇볕 노출이 많은 운동을 즐기는 이들과 50세 이상 및 면역 억제 및 특정 약물을 사용하는 이들은 상대적으로 더 위험하다고 알려져 있다. 


작년 3월 미국의사협회 자료를 전한 보도를 보면, 2020년 기준으로 뉴질랜드와 호주의 흑색종 발병률이 세계에서 가장 높았는데 두 나라에서는 흑색종 환자가 남자는 인구 10만 명당 42명 여자는 31명으로 나타났고, 뉴질랜드는 인구 10만 명당 흑색종 사망률이 남자는 4명 여자는 2명이었다. 


그림(p34)은 악성흑색종으로 의심되는 점을 찾기 위해 특징을 모아서 알기 쉽게 ABCDE로 정리한 관찰법으로 실제 의학계에서도 쓰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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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변의 악성 여부를 판단하는 ABCDE 관찰법


<뉴질랜드와 호주 골퍼는 더 위험> 


뉴질랜드에서 특히 자외선과 피부암을 조심해야 한다는 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지만 이번에는 골퍼가 일반인보다 피부암에 걸릴 위험이 높다는 연구 결과가, 그것도 뉴질랜드와 자연환경이 흡사한 호주에서 진행돼 발표됐다는 점에서 우리의 관심을 더 끈다. 


남호주대 브래드 스테너(Brad Stanner) 박사를 비롯한 6명의 연구진이 발표한 ‘Golf participants in Australia have a higher lifetime prevalence of skin cancer compared with the general population’가 영국의사협회지인 ‘BMJ Open Sport & Exercise Medicine’ 최근호에 실렸다. 


골프 참가자와 일반인 인구를 조사 대상자로 놓고 피부암의 위험성을 상호 비교한 연구는 이번이 처음인데, 연구진은 골퍼의 피부암 평생 유병률을 추정한 뒤 일반인의 그것과 비교해 골퍼의 피부암 위험을 측정했다. 


대상은 적어도 한 달에 한 번 이상은 골프를 치는 골퍼 336명과 일반 호주인 1만 5780명이었다. 


두 집단의 건강 정보를 비교 검토한 결과 일반인 중 7.1%인 1173명 만이 피부암 진단을 받은 반면에 골퍼는 336명 중 91명으로 그 비율이 무려 4명 중 한 명이 넘는 27.1%에 달했다. 


연구 결과는 비교 대상에 대해 연령과 성별, 교육 및 체질량 지수를 비롯한 건강 상태, 흡연 여부 등 인구통계학적 자료를 갖고 보정했는데, 연구진은 “보정을 거친 자료를 볼 때 이는 골퍼가 골프를 치지 않는 사람에 비해 피부암 발병 위험이 거의 250% 높다는 것을 시사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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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도별 자외선 지수


<같은 위도 북반구보다 자외선 지수 40% 더 높은 NZ>


연구진은 이번 연구 전에 이뤄진 ‘자외선 선량 측정(UVR dosimetry)’ 연구에 따르면 골프는 테니스나 요트, 정원사보다 더 많거나 유사한 자외선 선량에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으며, 또한 모델링 연구에서는 ‘2020년 도쿄 올림픽’ 남자 골프 종목이 144개의 올림픽 종목 중 두 번째로 높은 자외선 노출이 많았던 것으로 추정됐다고 설명했다. 


한편 흥미롭게도, 이전의 자외선 선량 측정 연구에서는 골퍼가 실내 작업자보다 기저세포종 및 편평세포암에 걸릴 상대적 위험이 팔뚝에서는 각 1.11과 1.16으로 이번 연구에서 나타난 수치보다 현저히 낮았다. 


연구진은 여기에는 첫째, 골퍼는 다리나 얼굴 또는 머리 등 다른 부위에서 암 발생 가능성이 더 높을 수 있고 두 번째는, 이전 연구에서 피부암 평가 방법상의 차이로 유병률을 과소평가했을 것으로 추정했다. 


연구진은 골프는 심혈관과 폐 기능, 근력을 강화하는 등 신체 건강은 물론 정신적으로도 삶의 질을 향상하는 긍정적인 스포츠이고 노후까지 즐길 수 있으며, 상대적으로 부상 위험도 작지만 골퍼는 강한 자외선에 노출되며 노출이 누적되면 피부암 위험이 증가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또한 높은 피부암 발병률과 햇볕 노출의 빈도와 강도로도 이미 잘 알려진 호주에서는 노출이 누적되면 사는 곳과 관계없이 피부암 위험이 증가하고 노년기에 발병할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덧붙였다. 


뉴질랜드의 ‘국립수대기연구소(NIWA)’에 따르면 뉴질랜드는 북반구의 비슷한 위도를 가진 나라들에 비해 여름에 자외선 수준이 40%나 더 높다. 


현재 자외선 노출과 관련된 피부암 확인은 시간이 지나면서 꾸준히 늘고 있으며 확인되는 암 3건 중 1건은 피부와 관련이 있는데, 매년 전 세계적으로 120만 건 이상의 ‘비흑색종’과 32만 5000건의 ‘흑색종’이 진단되고 있다. 


또한 2020년에는 전 세계적으로 10만 명 이상이 자외선에 과도하게 노출돼 피부암으로 조기 사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번 연구를 주도한 스테너 박사는 “골프는 참가자가 복장을 스스로 선택할 수 있다면서, 골퍼는 챙 넓은 모자와 선글라스, 자외선 차단지수(SPF)가 높은 선크림을 자주 바르고 긴팔 또는 바지로 반드시 자외선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남섬지국장 서 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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