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커스’ 합류가 뉴질랜드의 최선 이익인가?

‘오커스’ 합류가 뉴질랜드의 최선 이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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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당 주도 3당 연립정부 출범 이후 호주, 영국, 미국의 안보 동맹인 오커스(AUKUS, Australia-United Kingdom-United States)에 뉴질랜드가 합류하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가 작년 12월 호주를 공식 방문한 자리에서 오커스 동맹의 두 번째 부문에 뉴질랜드가 참여할 부분이 있는지 살펴보고 있다며 관심을 표명한데 이어 지난 1일에는 뉴질랜드와 호주가 이례적으로 국방•외무장관 ‘2+2 회담’을 호주에서 열고 오커스에 뉴질랜드가 합류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뉴질랜드의 오커스 합류는 전통적인 우방국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이해할 수 있지만 반핵(反核)의 선봉에 섰던 뉴질랜드의 국제적 인지도를 해치고 경제적 측면에서도 피해를 입을 것이라는 의견이 팽팽하다.


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저지를 위한 ‘오커스’ 


오커스는 지난 2021년 9월 미국, 영국, 호주 3개국이 결성한 인도•태평양 지역에서의 3자 안보 파트너십, 즉 새로운 군사동맹이다. 


오커스는 뉴질랜드도 일원인 영미권 주요 5개국 기밀정보 공유동맹체 ‘파이브 아이즈’(Five Eyes)보다 물리적인 군사적, 기술적 측면으로 강화된 최상위 군사동맹이다. 


오커스의 관할 범위는 기존의 통상적인 국방과 외교 정책의 고위관료 간 회의와 관여는 물론 사이버, 인공지능, 양자 컴퓨터 등 최첨단 과학기술 분야, 장거리 공격, 실시간 네트워크, 수중 등의 국방 핵심기술 분야에 대한 공유 역시 포함된다는 점에서 더욱 파격적이다. 


오커스의 출범 이유에 대해 당시 3개국 정상들은 “21세기 도전에 대응하기 위해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외교, 안보, 국방 협력을 심화하기로 했다”라고 밝히며, 일단 중국에 대해 직접적인 언급은 하지 않았지만, 실질적으로 인도•태평양 권역 내에서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저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해석된다.


물론 각국 당국자들은 오커스 동맹에 대해 특정 국가를 겨냥한 것은 아니라며 부정하고 있기는 하다.


오커스 출범은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일본, 호주, 인도를 거쳐 유럽의 영국까지 연결하는 거대한 해양 안보 전선을 구축해 중국에 맞서 해양 안보를 강화하려는 미국의 전략적 의도가 반영된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오커스 동맹에 대해 중국은 적나라한 핵확산 행위하고 강력하게 반발했고, 프랑스는 ‘중국 견제’에 반발하는 것이 아닌 오커스 동맹을 통한 핵추진 잠수함 계약에 대해 강하게 비난했다.


중국은 지난 2022년 왕이 외교부장이 이례적으로 솔로몬제도, 키리바시, 사모아, 피지, 통가, 바누아투, 파푸아뉴기니 등을 순방하는 등 태평양 섬나라들에 영향력을 강화하려는 동향을 보이고 있다.


당시 미국은 물론 호주와 뉴질랜드가 경쟁적으로 이들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지원책을 발표하며 중국의 영향력 확대를 견제했다. 


태평양 섬나라 국가 14개국은 규모가 작지만 지정학적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미중 패권의 각축장이 되고 있다.


또 중국이 지난 7일 다섯번째 남극기지인 친링(秦嶺) 기지 가동에 들어가면서 뉴질랜드나 호주 등 남극 인접국들 사이에서는 중국의 새 기지 때문에 안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오커스의 첫 주요 활동으로 호주의 원자력 잠수함 보유가 추진되고 있다.


미국, 영국이 호주에 원자력 잠수함 설계 기술을 주고 호주에 생산 공장을 건설하기로 했다.


미국은 오커스 출범 이후 뉴질랜드에도 참여를 권하고 있지만 뉴질랜드는 비핵화 정책 등을 이유로 거부해 왔다.



‘오커스’ 합류에 관심 보이는 국민당 정부


취임 후 작년 12월 호주를 방문해 앤서니 앨버니지(Anthony Albanese) 호주 총리와 정상회담을 가진 럭슨 총리는 미국, 영국, 캐나다, 호주 등 ‘파이브 아이즈’ 국가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하고 싶다고 밝혔다.


뉴질랜드가 오커스에 참여할지에 대해서는 입장 변화가 없다며 “오커스 동맹이 무엇인지 연구할 준비가 돼 있지만 지금으로서는 어떤 약속도 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부총리 겸 외무장관도 뉴질랜드는 전통적인 동맹국들과 더욱 긴밀히 협력해야 한다는 발언을 했다.


지난 1일 피터스 장관과 주디스 콜린스(Judith Collins) 국방장관은 호주 멜버른을 찾아 호주 페니 웡(Penny Wong) 외무 장관, 리처드 말스(Richard Marles) 국방장관과 2+2 회담을 진행했다.


이번 회담에서는 오커스 동맹에 뉴질랜드가 합류하는 방안이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회의 후 열린 공동기자회견에서 말스 장관은 우크라이나 전쟁과 팔레스타인 전쟁, 중국의 움직임 등을 언급하며 이번 회의가 “수십 년 만에 가장 도전적인 전략적 환경에서 열렸다”고 밝혔다.


이어 “우리는 억지력을 발휘하기 위해 국방 작전 측면에서 훨씬 더 긴밀히 협력하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피터스 장관은 “내가 기억하는 것보다 더 성숙하고 더 강도 높은 외교 관계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뉴질랜드가 오커스 동맹에 일부 합류하는 방안이 논의됐다.


말스 장관은 오커스 동맹 확대가 장기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면서도 조만간 뉴질랜드로 전담팀을 보내 뉴질랜드 새 정부에 오커스 방위 협정을 브리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오커스는 미국과 영국이 호주에 핵 추진 잠수함 기술을 제공하는 부문과 3국이 인공지능과 양자컴퓨팅, 사이버 안보, 해저 기술, 극초음속 미사일 등 첨단 군사 분야 기술을 공유하는 부문으로 구분된다.


뉴질랜드는 이 중 첨단 군사 분야 기술 공유 부문에 함께 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중국 측은 이번 뉴질랜드와 호주의 국방 및 외무장관들의 발표에 대해 통렬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중국은 뉴질랜드가 외교 중심축을 호주와 미국으로 기울인다면 현재 뉴질랜드와 중국의 강한 관계가 계속되지 않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뉴질랜드 어떠한 군사 동맹도 필요 없어


2000년대 초 국민당 대표를 맡았던 돈 브래쉬(Don Brash)는 뉴질랜드가 어떤 나라와도 군사 동맹을 맺을 필요성이 없다며 현 정부의 오커스 합류 움직임을 비판했다.


중앙은행 총재를 역임한 브래쉬 전대표는 럭슨 총리나 피터스 장관이 뉴질랜드의 최대 무역국인 중국에 대항해 미국 편에 서서 군사 동맹에 합류해야 하는 이유를 명확하게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브래쉬 전대표는 뉴질랜드와 지난 2008년 자유무역협정(FTA)을 체결한 중국은 뉴질랜드에 경제적으로 매우 중요하고, 그 중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뉴질랜드가 공산주의 국가인 중국보다 민주주의 국가인 미국과 긴밀한 동맹을 맺어야 한다는 의견에 대해 브래쉬 전대표는 미국과 중국의 대결 구도는 민주주의와 관계가 없다고 주장한다.


미국은 이코노미스트지가 지적했듯이 결점 있는 민주주의이고 사우디아라비아, 이집트, 베트남 등 비민주주의 국가들과도 동맹을 유지해 왔다는 것이다.


그보다는 기존 파워와 신흥 파워와의 갈등이라는 해석이다.


그는 과거 500년 역사를 돌아 봤을 때 기존 세력이 신흥 세력에 의해 도전을 받았던 16사례 가운데 12사례가 전쟁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지난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거의 30년 동안 세계 최강국 위치에 있는 미국이 이제 중국의 도전을 받아 헤게모니를 유지하기 위한 방법을 찾고 있다는 것이다.


구소련 붕괴 이후 미국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러시아 국경에 접근하도록 동쪽으로 배치했고 아시아에서는 한국, 일본, 필리핀, 호주 등과의 군사적 동맹을 통해 절대적 우세를 유지했다.


브래쉬 전대표는 중국이 군사적으로 뉴질랜드를 위협하는 어떠한 증거도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뉴질랜드가 필요한 것은 외국인들이 뉴질랜드 해역에서 어로 작업을 하지 못하도록 군사력을 유지하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뉴질랜드 비핵 정책에서 후퇴하는 인상 심어줄 우려 


뉴질랜드는 1951년 미국, 호주와 함께 상호방위조약인 태평양안전보장조약(ANZUS)을 맺었지만, 미국 핵 무장함의 뉴질랜드 입항을 놓고 갈등을 빚었다. 


1987년 비핵 정책을 도입하면서 태평양안전보장조약도 깨지게 됐다.


이후 더욱 독자적인 외교 노선을 펼치게 된 뉴질랜드는 중국과 자유무역협정 협상을 시작했고, 지난 2008년 서방 선진국 가운데 처음으로 중국과 자유무역협정을 체결했다.


또 최근 몇 년 동안은 중국과의 무역 규모가 커지면서 호주나 다른 파이브 아이즈 회원국들보다 중국과 좋은 관계를 유지했고, 지난 2021년 호주 정가에서는 뉴질랜드가 중국을 위해 호주를 버렸다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6년 만에 보수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다.


콜린즈 장관은 지난 1일 호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뉴질랜드는 공짜로 얻어먹어서는 안되고 오커스 동맹 합류에 따른 영향에 대해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콜린즈 장관은 이어 “아직 초기 단계이고 뉴질랜드의 최선 이익을 먼저 생각해야 한다”며 “아직 길이 멀지만 현재 오커스 3개 동맹국들의 의향에 달려 있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또 “뉴질랜드가 오커스 동맹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중요하다”며 “뉴질랜드가 특히 항공 분야에서 선진 기술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개적인 포럼에서 관련 기술을 토론하는 것은 뉴질랜드 국익에 맞지 않고 오커스 합류에 대한 논의는 기밀로 남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정부가 뉴질랜드 국민에 오커스 합류의 혜택과 리스크에 대해 알릴 것이라고 밝혔다.


콜린즈 장관은 중국에 대한 리스크와 관련, “중국과의 관계는, 특히 경제적으로 강하고 계속 긍정적인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녀는 뉴질랜드의 방위력이 지난 3년 동안 매우 실망스러웠고 재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타고 대학의 로버트 패트맨(Robert Patman) 국제관계 교수는 오커스 합류가 뉴질랜드의 국제적 브랜드를 흐릿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패트맨 교수는 “뉴질랜드가 오커스 합류에 비핵 안전으로 접근할 것이라고 밝혀도 뉴질랜드가 합류하려는 오커스의 필라(pillar) 2는 핵잠수함을 호주에 구축하는 협정의 일부이고 뉴질랜드의 반핵 정책을 철회하는 듯한 인상을 심어줄 것이다”고 말했다.


오커스 동맹의 필라 2는 드론과 극초음속학 등 최신 군사 기술을 빠르게 발전시키는 것을 목적으로 한다.


패트맨 교수는 “뉴질랜드는 지난 1984년 비핵 정책 선언 이후 국제적으로 반핵 안전의 선봉에 있었다”며 “오커스 합류는 뉴질랜드에 외교적 타격을 줄 것이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인도•태평양 지역 여러 국가들에게 뉴질랜드가 영어를 사용하는 국가들과 동맹을 강화하기 위해 반핵에서 후퇴한다는 의미를 주기 때문에 오커스 합류는 뉴질랜드에 중대한 결정이다”고 설명했다.


뉴질랜드가 오커스 동맹에 합류하면 태평양 섬나라들을 돕는 현재의 방위 전략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뉴질랜드는 이미 작년 총선 전 노동당 정부가 오커스 합류에 관한 혜택에 대해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 국방부 장관과 외무부 장관 등에 오커스 필라 2 합류로 인한 뉴질랜드의 기회에 관해 분석한 5쪽 분량의 문서가 보고됐다는 것이다.


하지만 세부 사항에 대해서는 국가 안보를 이유로 외부에 알려지지 않고 있다.


오커스 합류에 따른 예산 확보도 문제로 남는다.


이미 빠듯한 재정 상황으로 정부기관들에 6~7%의 비용 절감을 요구하고 있는 신정부는 오커스에 합류하면 수 십억 달러의 예산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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