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세 대폭 인상, 得인가 失인가

관광세 대폭 인상, 得인가 失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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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일부터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부과되는 이른바 ‘관광세’가 100달러로 인상됐다. 정부는 많은 방문객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며 관광세를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대폭 올렸다. 정부는 인상된 관광세가 관광객 수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관광업계에서는 뉴질랜드의 세계적 경쟁력을 떨어뜨려 관광업 회복의 장애물이 될 것이라고 걱정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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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 관광세 3배 가까이 인상


정부는 지난달 3일 국제 방문객 보호 및 관광 세금(IVL)을 35달러에서 100달러로 올려 10월 1일부터 적용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했다.


관광부 맷 두시(Matt Doocey) 장관은 성명을 통해 국제 관광은 지역 기반시설을 압박하고 자연보호구역 유지관리비를 증가시키는 등 지역 사회에도 부담을 준다고 설명했다.


두시 장관은 “비용을 증가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들로부터 관광객들에게 이전하는 것이다”고 언급했다.


두시 장관은 관광세가 인상되면 지역의 생물다양성과 방문 경험 개선 등의 효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100달러는 일반적으로 뉴질랜드에 머무는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지출하는 총금액의 3% 수준이다.


뉴질랜드는 2019년 전국의 환경 보호 비용을 충당하기 위해 IVL을 도입했다.


35달러의 IVL은 2019년 7월 도입됐으나 많은 방문객 관련 비용을 충당하기에 충분하지 않다는 것이 이번 인상의 이유다.


이를 통해 연간 최대 1억7,400만달러의 추가 세수가 발생할 전망이다.


뉴질랜드를 여행하는 외국인 관광객들은 입국 전 IVL을 미리 내고 와야 한다. 


뉴질랜드를 방문하는 모든 이들이 IVL을 내야 하는 것은 아니다. 


호주•태평양 도서국 여권 소지자 및 환승 승객, 뉴질랜드•호주 거주 비자를 소지한 이들은 과세 면제 대상이다.


정부는 IVL 외에도 지난 1일부터 방문 비자 발급 수수료를 211달러에서 341달러로 61.6% 올렸고 위킹 홀리데이 비자 발급 수수료도 420달러에서 670달러로 59.5% 인상했다.


다만 한국을 포함해 미국, 캐나다, 싱가포르, 일본, 멕시코 등 60개 국가 국민들은 관광 목적으로 뉴질랜드에 3개월까지 체류할 수 있는 비자 면제 혜택을 받을 수 있는데, 비자 발급 대신 전자여행허가(NZeTA)를 소지하면 IVL만 납부하면 된다.


방문 비자 수수료 인상은 특히 두 번째로 많은 관광객의 중국시장과 빠른 성장을 보이는 인도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업계에서는 전망하고 있다.


새 규정으로 올해 비자 처리 기간이 더 오래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민부는 크리스마스 휴가 기간 동안 뉴질랜드를 방문하려면 늦어도 10월 15일까지는 방문 비자를 신청해야 하며, 설에 올 계획이라면 11월 15일까지는 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고 발표했다.



당국 관광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 낮다고 전망


당국은 인상된 관광세가 관광객 수에 큰 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을 것으로 보고 있다.


두시 장관은 뉴질랜드 장거리 항공요금을 감안하면 인상된 관광세는 지출가능한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웨스트팩의 폴 클락(Paul Clark) 이코노미스트도 관광세 인상이 방문객 수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예상했다.


영국의 웨일즈 뱅거 대학의 연구에 따르면 관광세를 부과한다고 해서 여행 목적지를 바꾼다는 증거는 거의 없다. 


관광업은 뉴질랜드 고용 인력의 8.4%를 차지하며 뉴질랜드 정부가 해외 관광객들로부터 얻는 부가가치세(GST) 수입만 해도 연간 거의 20억달러에 달한다. 


지난해 뉴질랜드를 찾은 관광객은 호주인 130만명 등 320만명으로 코로나19 이전의 약 80% 수준인 것으로 집계됐다.


두시 장관에 따르면 2023년 3월부터 2024년 3월 사이 외국 관광객들은 뉴질랜드에서 110억달러 이상을 소비했다.


지난 2019년 뉴질랜드 전체 수출액의 20.4%였던 172억달러에 비해 아직 크게 부족한 실정이다.


두시 장관은 관광업의 더딘 회복은 코로나19 직후 급증한 이후의 여행 패턴 정상화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관광업계 “세계적 경쟁력 손상시킬 것”


여행 에이전트들은 뉴질랜드 여행을 예약한 사람들에게 돈을 더 지불해야 한다는 안 좋은 소식을 알려야 했다.


관광업 관련 종사자들 사이에서는 관광객 감소와 방문객 지출 감소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전국 관광업계 전문가들로 구성된 컨소시엄인 관광산업 아오테아로아(TIA)는 이번 결정을 비판했다.

 

TIA는 코로나19 대확산으로 엄격한 국경 폐쇄 조처가 있었고, 이를 회복하는데 업계가 여전히 어려움을 겪는 상황에서 세금 인상은 방문객의 발길을 끊을 것이라고 본다.


TIA의 레베카 잉그램(Rebecca Ingram) 대표는 “정부의 조처가 실망스럽다”며 “뉴질랜드의 관광 회복은 다른 나라에 뒤쳐지고 있으며, 이는 뉴질랜드의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릴 것”이라고 말했다.


잉그램 대표는 뉴질랜드가 항공편이 더 많고, 입국 비용이 덜 부담스러운 캐나다나 영국에 관광객들을 빼앗기게 될 것이라며 방문객 수는 4만8,000명 줄고 방문객 지출은 2억7,300만달러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항공사 대표 위원회도 관광세 인상에 대해 “매우 우려한다”하며 “정부가 목적지로 뉴질랜드를 선택하는 수요가 둔화하는 영향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고 짚었다.


뉴질랜드공항협회 빌리 무어(Billie Moore) 회장은 “2년 전 실시한 모델링의 결과를 살펴보면 관광세 100달러 인상은 방문객을 최대 10만1,000명(2.61%) 감소시킬 수 있다”며 “관광업계에는 적지 않은 타격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뉴질랜드 관광 수출 카운슬’의 린다 키네(Lynda Keene) 대표는 방문 비자와 워킹 홀리데이 비자 수수료 인상은 뉴질랜드를 반드시 방문해야 할 명단에서 제외시킬 정도로 과도하다고 지적했다.


키네 대표는 “비자 발급 수수료 인상에 대해 국내 항공사들 및 공항들과 사전 협의가 없었다”며 “크리스토퍼 럭슨(Christopher Luxon) 총리가 에어 뉴질랜드 대표 출신이고 국민당 주도 연립정부가 기업 친화적으로 알고 있었는데 이번 조처는 그런 관점에서 의아하다”고 말했다.


‘뉴질랜드 관광 수출 카운슬’은 인바운드 여행업체, 숙박업체, 교통제공업체, 지역 관광단체 등을 회원으로 두고 있다.


키네 대표는 관광세 인상이 개별적인 뉴질랜드 관광을 막지 않을지는 몰라도 뉴질랜드에 대한 잘못된 이미지를 줄 것으로 우려했다.


또한 인바운드 여행사와 항공사는 1~2년 전에 가격을 책정하기 때문에 비용 발생 요인이 있더라도 내년 10월에 시행하는 것이 바람직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관광업이 아직 회복 과정에 있는 지금은 관광세를 인상할 시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키네 대표는 이번 인상으로 특히 중국과 인도 시장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두 시장은 뉴질랜드 관광업 회복에 중요하지만 가격에 민감하다는 설명이다.


‘뉴질랜드 관광 수출 카운슬’은 국제 관광객 수가 2025년 5월까지 팬데믹 이전의 85%, 2026년 5월까지 96%, 그리고 2027년 5월이 돼서야 100% 수준으로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크루즈 업계도 각종 관광 비용 인상으로 크루즈 노선이 다른 곳으로 배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로토루아 카노피 투어(Rotorua Canopy Tours)의 폴 버튼(Paul Button) 부장은 “관광세 인상을 예상하고 있었지만 여전히 실망스럽고 뉴질랜드 관광에 또 하나의 장벽을 놓은 것이다”며 “뉴질랜드에 오는 관광객들이 급증한 비용 때문에 지출을 줄이게 될 것으로 보인다”고 우려했다.


‘백패커 유스 어드벤처(Backpacker Youth Adventure) 관광협회’의 헤이든 마리너(Haydn Marriner) 회장은 관광세 인상의 타이밍과 인상률, 그리고 사용의 투명성 등에 대해 이의를 제기했다.


마리너 회장은 관광세로 걷힌 자금의 사용에 대해 신청 과정과 투명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또 젊은이들은 가격에 대해 민감하기 때문에 이번 인상으로 젊은층의 뉴질랜드 여행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다.


아이플라이 퀸스타운(iFly Queenstown)의 맷 웡(Matt Wong) 사장은 “지금 관광시장은 가격에 매우 민감하고 국제적으로 경쟁이 치열하기 때문에 이번 조처로 적지 않은 관광객들이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며 “인플레이션과 비용 증가 등으로 관광세 인상을 반대하진 않지만 3배 가까운 인상은 지나쳤다”고 말했다.


이전 국민당 정부에서 재무장관을 역임했던 스티븐 조이스(Steven Joyce)는 “부유한 관광객들은 관광세 인상에 대해 신경쓰지 않겠지만 우리가 걱정해야 할 부분은 알뜰한 예산으로 멀리까지 오는 일반 관광객들이다”며 “예산 공백을 채워야 하는 정부의 입장을 이해하지만 큰 그림을 놓고 보면 득보다 실이 많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관광세 인상의 영향을 받을 시장으로는 미국과 중국, 영국, 인도, 한국, 독일이 포함됐다. 


이들 국가에서 방문하는 관광객이 연간 100만명에 육박한다. 



세계 관광업계의 논란거리로 떠오른 관광세 


이른바 ‘관광세’는 현재 관광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논란거리 중 하나이다. 


이탈리아의 베네치아에서부터 부탄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약 60개 목적지들이 혼잡, 환경 피해 및 기타 부작용 상쇄를 위해 수수료가 필요하다며 식사, 호텔 또는 입장권 비용을 포함하지 않는 여행자들에게 얼마간의 관광세를 부과하고 있다.


스코틀랜드의 에든버러, 스위스의 체르마트 등이 관광세 도입을 고려하는 등 관광세 도입은 점점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최근 들어 뉴질랜드 이외에도 여러 나라들이 큰 폭으로 관광세를 인상하고 있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발리는 관광세를 5배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4월 포르투갈의 수도 리스본은 관광세를 2배 인상한 바 있다.


이탈리아 정부도 관광세 인상을 추진한다. 


이탈리아 현지 매체인 일가체티노가 8월 30일 보도한 바에 따르면 다니엘라 산탄케(Daniela Santanche) 관광부 장관은 도시와 호텔 등급에 따라 1박당 5유로씩 부과하던 관광세를 최대 25유로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만약 관광세가 1박당 25유로가 될 경우 관광객들은 7일 숙박 기준 175유로를 세금으로 지불해야하는 셈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에 따르면 이에 대해 이탈리아 여행업계는 반대하고 있다. 


관광객으로부터 거둔 관광세가 관광객의 편의 증진 목적이 아닌 쓰레기 수거 등 거주자들을 위한 곳에도 사용될 수 있다는 전망 때문이다.


이탈리아와 스페인 등 세계 곳곳에서 최근 수용 범위를 초과한 관광객이 몰려 주민들의 삶을 침범하는 현상인 ‘오버투어리즘’을 막아서려는 관광객 거부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오버투어리즘’은 최근에 나온 개념으로 수용 한계를 초과하여 지나치게 많은 여행객들이 들어오며 발생하는 기술적, 사회적 문제를 의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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