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도, 이민자 착취, 위협 행위, 그리고 녹색당

절도, 이민자 착취, 위협 행위, 그리고 녹색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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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파 계열의 녹색당이 올해 들어 소속 의원들의 잇단 비행에 지지도가 급락하고 있다. 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는가 하면 운영했던 사업체에서 이민 근로자의 임금을 체불한 의혹을 받고 있고 국회 토론장에서 다른 의원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는 등 국회의원 자질을 의심케 하고 있다. 


환경보호주의와 함께 사회정의, 비폭력 등을 표방하는 녹색당의 이념이 의원들의 연속되는 스캔들에 훼손되고 있다. 의원 심사 과정이나 위기 관리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들이 터져 나온다. 녹색당 소속 의원들의 일련의 사건들과 당내 대응 과정을 짚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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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도 혐의로 사임한 가라만 전 의원


뉴질랜드 첫 난민 출신 국회의원으로 주목 받았던 골리즈 가라만(Golriz Ghahraman) 의원의 절도 혐의가 불거진 것은 지난 1월.


유엔 인권변호사 출신인 그녀는 지난해 말 오클랜드와 웰링턴의 고급 의류매장에서 물건을 훔치는 장면이 CCTV에 잡혀 조사를 받고 있었다.


가라만 의원의 절도 의혹은 언론 보도로 알려졌고, 그녀는 지난 1월 절도 혐의로 경찰 조사를 받고 있다며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녀는 업무와 관련된 스트레스로 성격에서 완전히 벗어난 행동을 했다며 “많은 사람들을 실망시켰고 매우 미안하다”고 말했다.


그녀는 사퇴 성명을 통해 자신의 행동이 정치인에게 기대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며 정신 건강에 회복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며 “상담했던 정신건강 전문가는 내 행동이 극도의 스트레스에 따른 반응이며 이전에 인지하지 못했던 트라우마와 관련이 있다고 설명했다”고 밝혔지만 직접적으로 절도 혐의를 언급하지는 않았다.


그녀의 사임에 대해 당시 제임스 쇼(James Shaw) 녹색당 공동대표는 “가라만은 의원으로 선출된 이후 지속적으로 성폭력, 신체적 폭력, 살해 위협을 받아 왔다”며 “이는 대부분의 국회의원들보다 더 높은 수준의 스트레스를 가중시켰다”고 말했다.


1981년 이란에서 태어난 가라만 전 의원은 이란•이라크 전쟁 직후인 1990년 가족과 함께 뉴질랜드로 정치적 망명했다.


오클랜드 대학에서 법학을 공부한 뒤 인권변호사로서 국제 형사재판소에서 일하다가 2017년 녹색당 비례 대표로 국회에 입성했다.


2020년과 2023년 총선에서도 녹색당 비례 대표로 국회에 남았고, 녹색당 외교 및 인권 대변인으로 활동했다.


가라만 전 의원은 과거 자신의 이란 혈통, 성별, 기타 다양한 문제에 대한 대중의 입장을 바탕으로 온라인에서 자신이 받았던 학대에 대해 폭로했었다.


처음 의원에 당선됐던 2017년 그녀는 백인 우월주의자들의 위협으로 경호를 받아야만 했고, 2021년에는 국영방송 TVNZ과의 인터뷰에서 “계속되는 위협들로 의회 내에서조차 보안 경보기를 휴대하고, 경호를 받아야할 지경”이라고 토로했었다. 


경찰은 가라만의 의원직 사퇴 후 그를 절도 혐의로 기소했다.


지난 3월 오클랜드 지방법원에서 열린 첫 재판에서 가라만 전 의원은 자신의 혐의를 공식 인정했다.


그녀는 지난해 10월과 12월 웰링턴과 오클랜드 소재 옷가게 3곳에서 4차례에 걸쳐 모두 8,367달러 어치의 옷을 훔친 혐의를 받았다.



이민자 착취 의혹 타나 의원


작년 총선에서 녹색당 비례 대표로 국회에 첫 입성한 다린 타나(Darleen Tana) 의원은 지난 3월 이민자 착취 의혹이 언론에 보도됐다.


사건은 타나 의원과 그녀의 남편인 크리스챤 호프-닐슨(Christian Hoff-Nielsen)이 오클랜드에서 운영했던 자전거 가게 ‘바이크 앤 비욘드(Bikes and Beyond)’에서 발생했다.


타나 의원은 지난 2019년 가게 지분을 남편에게 양도하고 현재 남편이 그 가게를 운영하고 있지만 임금 체불을 고발한 아르헨티나 출신 이민 근로자 산티아고 라토 팔마(Santiago Latour Palma)는 타나 의원이 밀린 임금 2만5,000달러의 지급을 거부했다고 폭로했다.


팔마는 지난 2022년 수습 첫 날 타나에게 관광비자로 체류하고 있다고 털어놨지만, 그녀는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할테니 걱정하지 말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팔마는 그 자전거 가게에서 근무했던 대부분의 기간 관광비자만 소지하고 불법적으로 일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임금은 자주 늦게 지급되거나 아예 지급되지 않았고, 팔마는 이에 대해 타나에게 두 차례 항의했지만 아무런 조치가 취해지지 않았다.


임금 지급에 대해 나 몰라라했던 타나는 정치 일로 팔마에게 IT 관련 협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팔마는 지난 2월 고용관계청(ERA)에 자전거 사업체와 호프-닐슨을 상대로 밀린 임금과 휴가 보상금 등에 대한 고소장을 제출했다.


이 사업체에는 팔마외에도 민원을 제출한 또 다른 퇴직 이민 근로자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팔마는 공휴일에도 추가 임금 없이 일을 했고 호프-닐슨이 임금 계산에 대해 어떠한 설명도 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호프-닐슨은 팔마에게 밀린 임금이 없다고 주장하며 팔마가 타나의 정치적 위치를 악용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팔마는 타나가 호프-닐슨보다 더 많이 자전거 가게에서 있었고 호프-닐슨이 휴가를 갈 때면 타나가 직원들에게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것을 목격했다고 전했다.


2023년 7월 체불 임금이 7,000달러 정도에 달했을 때 팔마는 렌트비를 마련하기 위해 그의 밴과 노트북 등을 팔았고 호프-닐슨이 제공한 작업용 밴으로 청소일을 하여 부수입을 마련할 수 있었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 호프-닐슨이 청소일이 불법이며 이민부에 고발하겠다고 하여 청소일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호프-닐슨은 작년 6만달러 상당의 자전거들을 도난당한 후 임금을 늦게 주긴 했지만 모든 직원들에게 갚았고 팔마에게 현금으로 지급한 적이 없다고 부인했다. 


하지만 팔마는 2023년 6월 그가 비자를 받고 나서야 은행 계좌로 임금이 입금됐다고 주장했다.


타나는 2015년 1월부터 호프-닐슨에게 양도한 2019년 4월까지 ‘바이크 앤드 비욘드’의 이사로 등재돼 있었고 녹색당 비례 대표로 당선된 작년 11월 ‘바이크 유 라이크(Bikes U Like)’라는 주식회사의 이사에서도 물러났다.


녹색당은 지난 3월 타나 의원을 정직시키고 변호사를 고용하여 그녀에 대한 내부 조사에 착수했다.


4만3,000여달러를 쓰고 지난달 말 마무리한 이번 조사에서는 조사를 맡은 변호사 레이첼 버트(Rachel Burt)가 당사자인 팔마를 한번도 직접 만나지 않고 보고서를 작성한 것으로 알려져 조사의 객관성에 의문이 제기됐다.



국회 회의장에서 위협 행위 젠터 의원


5선의 중진 의원 줄리 앤 젠터(Julie Anne Genter)는 국회 회의장에서 다른 의원을 위협하는 행위를 하여 질타를 받았다.


젠터 의원은 지난달 1일 국회에서 도로 프로젝트에 대한 토의 도중 국민당 매트 두시(Matt Doocey) 의원의 자리로 걸어가 두시 의원의 얼굴에 보고서를 흔들며 “보고서를 읽어라”라며 반복적으로 고성을 질렀다.


젠터 의원의 돌출 행동에 두시 의원은 놀란 듯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젠터 의원의 이같은 위협적인 행위는 처음이 아닌 것으로 보인다.


이 사건이 보도된 후 웰링턴의 두 사업주들이 비슷한 경험을 겪었다고 제보하고 나선 것이다.


크랜필드(Cranfields)라는 선물용품점을 운영하는 니콜라 크랜필드(Nicola Cranfields)는 손님으로 방문했던 젠터 의원이 자전거 도로 확장에 대한 토론 중 자신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고 전했다.


이에 대해 젠터 의원은 나중에 언론 인터뷰에서 크랜필드의 팔을 잡은 것은 기억나지 않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사과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나는 일하고 있는 주제에 대해 매우 열정적이다”며 “대립을 다루는데 도움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고 말했다.


그녀는 또 많은 사람들로부터 정치에 남아야 한다는 격려 메시지를 받았다고 밝혔다.


녹색당 마라마 데이비슨(Marama Davidson)과 클로에 스와브릭(Chloe Swarbrick) 공동대표는 젠터가 교통 분야에 경험있고 열정적인 의원이라며 그녀의 당내 교통 대변인 지위 박탈을 배제했다.


작년 국민당 팀 반 드 몰렌(Tim van de Molen)의원이 노동당 샤난 할버트(Shanan Halbert) 의원에 위협 행위를 때 크리스트퍼 럭슨(Christpher Luxon) 국민당 대표가 몰렌 의원의 포프폴리오를 제재했던 사례와 대조된다.


데이비슨 공동대표는 “중요한 것은 젠터 의원이 국회에서 그녀의 행위가 잘못됐다는 점을 알고 있고, 재발하지 않도록 도와줄 지원 과정을 받아들였다는 점이다”고 말했다.


젠터 의원의 행위에 대해 국민당과 행동(Act)당의 원내총무는 제리 브라운리(Gerry Brownlee) 국회의장에 서한을 보냈고 국회특권위원회에 회부됐다.



위기 관리 필요한 녹색당


녹색당 소속 의원들의 스캔들은 올해 들어서만 알려진 것은 아니다.


작년 4월 당시 녹색당 비례 대표 초선 의원이었던 엘리자베스 케레케레(Elizabeth Kerekere)는 당시 동료 의원이었던 스와브릭에 대해 “우는 아이(crybaby)”라는 텍스트를 보낸 것이 유출되어 내부 조사를 받으면서 녹색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남기도 했다.


녹색당 의원들의 연속적인 문제로 녹색당의 지지도는 하락했다.


1,000명의 뉴질랜드 성인들을 대상으로 실시되어 지난달 10일 발표된 납세자연합-쿠리아(Curia) 여론조사에 따르면 녹색당은 전달보다 4.4%나 떨어진 10.2%의 지지율을 나타냈다.


의원 자질을 의심케 하는 일련의 사건들로 녹색당이 위기 관리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여론이 거세다.


전 녹색당 의원이었던 가레스 휴즈(Gareth Hughes)는 녹색당이 당내 후보자를 결정하는 과정에서 비교적 엄격한 인터뷰와 중요 정보에 대한 서약 등을 하지만 미국에서 실시되는 것과 같은 사법 탐정과 변호사 등이 참여하는 조사 과정을 거치진 않는다고 밝혔다.


전적으로 후보자의 정직성과 적절한 정보에 의존하여 후보자를 심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휴즈는 최근의 일련 사태로 녹색당이 이러한 접근 방식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점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지난 3월 쇼 전 공동대표에 이어 녹색당 공동대표를 맡은 스와브릭에게 당 지도자로서의 실질적인 시험대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문가들은 녹색당이 가라만 전 의원의 혐의에 대한 반응을 늦게 했었고, 타나 의원 사건을 내부에서만 유지하려고 했던 점이 상황을 악화시켰다고 지적했다.  


실제 타나 의원이 지난 2월 녹색당에 이민자 착취와 관련된 고발건을 보고한 후 당내 소비즈니스 대변인 지위를 잃었으나 어떤 설명도 하지 않다가 3월에 언론에 알려지면서 독립적인 조사를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작년 10월 총선에서 녹색당은 15석으로 역대 가장 많은 의석 수를 차지했다.


그 후 가라만 의원이 물러났고 쇼 공동대표도 사임했다.


대부분의 녹색당 의원들은 경험이 없는 초선 의원들이다.


녹색당은 지난 3월 30세의 젊은 스와브릭 의원을 공동대표로 선출했다. 


빅터 컨설팅(Victor Consulting) 대표이자 전 노동당 커뮤니케이션 자문이었던 클린트 스미스(Clint Smith)는 “녹색당은 경험있는 의원들을 잃어 대표들에게 많은 짐이 돌아갔다”며 “스와브릭 공동대표가 녹색당에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지만 먼저 최근의 스캔들을 극복해야 할 것”이라고 주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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