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 느는데 수당 강화하는 정부

실업 느는데 수당 강화하는 정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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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수당 수급자들에 신호등 체제를 도입하는 등 수당을 강화하고 나섰다. 일부 수급자들은 벌써부터 수당이 깍이는 등 변화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일을 할 수 있으면서도 일자리를 찾지 않는 수당 수급자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천명했다. 하지만 야당과 빈곤층 구호단체 등은 정부가 빈곤을 없애려는 의도보다 수급자들을 처벌하는데 더욱 집중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특히 장기간의 경기 침체로 실업자들이 늘고 있는 지금과 같은 시기에 더욱 가혹하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수당 제재 강화


정부는 지난달 12일 신호등 경고 체제를 포함한 복지수당에 대한 새로운 제재 정책을 발표하고 시행에 들어갔다.


신호등 체제는 국민당이 구직 활동을 이행하지 않는 수급자들에 벌칙을 부과하기 위해 작년 총선에서 내세웠던 공약 중 하나이다.


신호등 경고 체제는 수당 수급자를 녹색, 오렌지색, 빨간색으로 분류해 지시사항을 잘 지키면 녹색으로 남고 구직자 훈련 등에 참석하지 않으면 오렌지색으로 이동하며 정당한 이유없이 의무를 계속 어기면 수당이 줄거나 중단되는 빨간색으로 강등된다.


정부측은 10월초부터 수급자들이 사회개발부 사이트에 로그인하면 자신이 어떤 신호등 색에 분류돼 있는지 볼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회개발부는 수급자들의 의무는 바뀌지 않고 새로운 신호등 체제는 그들의 의무를 더욱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시행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회개발부는 이행하지 않은 활동을 이행하여 재신청하거나 이행하지 않은 정당한 이유를 제출함으로써 다시 녹색으로 돌아갈 수 있다고 설명했다.


2025년부터 기존 12개월인 실업수당 재신청 기간은 매 6개월로 단축된다.


정당한 사유없이 3차례 의무를 지키지 않은 경우 수당이 줄거나 중단되는 대상 기간이 1년에서 2년으로 확대된다.


정부측은 대상기간을 두 배로 증가함에 따라 반복적으로 의무를 이행하지 않아 수당 중단 또는 감액되는 수급자들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언급했다.


실업수당 신청자는 내년부터 의무적으로 사회개발부의 웹사이트에 구직 프로필을 올려야 한다.


또한 수당 지급액의 절반은 지급 카드에 입금돼 제한된 기본 물품 및 서비스에만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는 작년 총선 직후 국민당과 액트(ACT)당의 연립정부 협약에 포함된 정책이다.


이와 함께 수급자들이 직업을 찾는데 도움을 주는 기술과 자신감을 함양할 목적의 커뮤니티 활동 경험이 실시된다.


사회개발부는 젊은이들을 위한 2,100여 커뮤니티 직업 훈련이 있다고 설명했다.


사회개발부 루이지 업스턴(Louise Upston) 장관은 “새로운 정책은 더욱 많은 사람들을 일하도록 하고 수당 수급에 따른 의무를 반복적으로 위반하는 사람들에게 보다 강력한 벌칙을 부과할 것”이라고 말했다.


업스턴 장관은 이어 “수당 수급에는 책임이 따르고, 그러한 책임을 몰랐다고 하는 변명은 더 이상 통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녀는 또 “정부는 영구적이거나 임시적으로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을 계속 지원할 것이지만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들은 직업을 찾기 위한 합당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그렇지 않은 경우 제재를 받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빈곤 퇴치보다는 수급자 처벌에 집중” 비난


정부의 이번 수당 강화에 대해 제1야당인 노동당은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사정에 있는 사람들을 걷어차는 가혹한 방식이라고 비판했다.


노동당 크리스 힙킨스(Chris Hipkins) 대표는 “국민당 연립정부가 출범한 이후 1만8,000개의 일자리가 줄었다”며 “정부는 일자리를 창출해 더욱 많은 사람들이 직업을 가질 수 있도록 하는데 집중하기보다 수당 수급자들을 색출하려고 한다”고 비난했다.


새로운 지출 관리 제도와 관련, 힙킨스 대표는 사람들의 자율성과 독립성을 빼앗아 국가에 더욱 의존하게 만들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사람들이 부차적으로 취급받을수록 장기적인 고용으로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녹색당도 빈곤에 처한 사람들에게 고통과 불행을 안기는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녹색당의 리카르도 멘데즈 마치(Ricardo Menendez March) 사회개발 대변인은 정부가 빈곤을 퇴치하려는 관심 대신에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의 삶을 더욱 힘들게 만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정부의 강제적인 수당 지급액 사용 용도 제한 계획은 생활에 필요한 기본 물품 및 서비스를 위한 충분한 돈이 없는 사람들에게 적절한 제도가 아니라고 지적했다.


이 정책은 호주에서 사람들이 일자리를 구하는데 실패한 것으로 판명났는데도 정부가 복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커뮤니티 서비스도 1990년대 사람들이 직업을 찾게 하는데 실패한 정책의 태만한 재탕 아이디어라고 평가했다.


커뮤니티 서비스의 스폰서는 무임 노동력에 의존하게 되고 사람들은 무급 일에 부담만 늘어날 뿐이라는 것이다.


마치 대변인은 녹색당의 복지 정책은 소득 보장제라고 설명했다.


연간소득 1만달러 이하 비과세 등의 방법으로 모든 사람들이 주당 최저 385달러의 소득을 가질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오클랜드의 커뮤니티 사회 개발 조직인 라이프와이즈(Lifewise)의 해해투 바렛(Haehaetu Barrett) 대표는 “약속 불참 같은 가벼운 비행으로 수당을 줄이는 정책은 가장 취약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는 것이고 우리는 이미 이러한 사람들의 높아진 불안감을 목격하고 있다”며 “그들은 대체 생계 수단을 찾게 될 것이고 범죄도 늘어날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렛 대표는 정치인들이 직접 찾아와서 이들 취약한 계층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체험할 것을 제안했다. 



이미 체감되는 수당 제재


일부 수당 수급자들은 정부의 강화된 수당 제재를 이미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뉴질랜드 헤럴드지의 보도에 따르면 1년여 동안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익명의 한 회계사는 지난달 약속에 불참했다는 이유로 ‘워크 앤드 인컴(WINZ)’으로부터 수당액이 절반으로 줄 것이라는 이메일을 받고 놀랐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회계사는 WINZ가 밝힌 지난달 9일에 어떠한 약속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약속에 대한 정보와 관련된 어떠한 이메일이나 문자 메시지를 받지 않았다는 것이다.


그는 상호 소통 없이 일방적으로 처리하는 행태는 공정하지 않다며 스스로 변호할 용기를 가질 것이라고 다짐했다.


더구나 약속 날짜로 알려진 지난달 9일은 정부가 새로운 정책을 발표하기 3일전이므로 벌칙이 소급 적용되는 점에서도 우려됐다는 것이다.


그는 “나는 매주 힘겹게 살아가고 있고 회계 일자리를 적극적으로 찾고 있다”며 “하지만 많은 사람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을 알고 있으며 그들이 나처럼 정부기관으로부터 불공정한 대우를 받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말했다.


그는 결국 WINZ의 케이스 매니저와 만나 수당을 줄이지 않고 받을 수 있게 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수당이 줄지 않아 안도했지만 이번 일로 불필요한 걱정을 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미 신호등 체제가 구축돼 본인이 녹색으로 분류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정부의 대폭적인 공무원 감축으로 작년 12월 해직된 후 실업수당을 받고 있는 한 전직 공무원도 지난 6월 한 차례의 약속 불참 이후 곧바로 수당이 삭감된 사실에 놀랐다고 털어놨다.


20% 삭감에서 시작해 그 다음 4주 동안은 50%, 그리고 다음 3주는 100% 삭감됐다는 것이다.


그는 수당이 삭감되기 시작한 후 WINZ에 연락했으나 약속을 잡기까지 2주를 기다려야 했고, 수당 재개를 약속받았지만 완전 삭감까지 갔을 때는 생계에 대한 걱정을 넘어 배신감과 함께 인간처럼 취급받지 않는다는 감정을 떨칠 수 없었다고 전했다.


지난 6월 약속에 대한 WINZ의 문자 메시지에는 불참에 대한 어떤 벌칙 내용도 없었다는 것이다.


그는 약속을 한 차례 어긴 점은 인정하지만 그것이 왜 중요하고 전체 수당이 중단될 것이라는 설명이 없었다고 지적했다.


그는 결국 신호등 체제가 시행되기 전에 다시 수당을 받았다.


사회개발부는 정부 결정에 이견이 있는 고객은 3개월 이내에 웹사이트 등을 통해 재검토를 요청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경기 침체 속에 나온 수당 제재


업스톤 장관은 지난 정부에서 수당 제재를 크게 줄여 실업수당 수급자가 7만명이 증가했고, 그 가운데 3분의 2는 1년 이상 수당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그녀는 “지난 몇 년 동안 수당은 일을 할 수 있는 많은 사람들을 오래도록 정부 지원에 머물게 하는 저인망이 돼왔다”며 “우리의 복지 제도는 사람들이 쓰러지면 붙잡는 안전망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


업스톤 장관은 새 정부 출범 이후 제재 사용이 크게 늘었다고 밝혔다.


지난 2분기에만 수당액이 절반으로 감소한 수급자 수는 작년 같은 기간보다 34% 늘어난 8,754명으로 조사됐다.


또 수당이 취소된 수급자는 35% 증가한 1,635명으로 나타났다.


그러한 제재의 대부분은 실업수당 수급자들에게 적용된 것으로 약속에 불참했거나 직업을 찾을 준비를 하지 않는 이유였다.


정부측은 새로운 복지 정책이 수당 수급자의 의무를 늘려 수당에 계속 의존하기보다 능동적으로 직업을 찾게 만들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실업수당 수급자를 5만명 줄일 목표를 가지고 있다.


그렇게 되면 23억달러의 수당 지급을 절감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하지만 그 5만명에는 직업을 가져 수당에서 벗어나는 사람들 외에 감옥에 가거나 해외로 이주하거나 사망하여 수당을 받지 못하게 되는 사람들도 포함돼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스턴 장관은 “우리 정부는 실업수당을 받으면서 직업을 찾으려는 의무를 이행하지 않는 사람들을 용납하지 않을 것이다”며 “열심히 일하는 키위들의 세금이 그러한 수당 지급에 쓰여지는 것은 공정하지 않다”고 말했다.


하지만 공무원 감축이나 기업 구조조정, 경기 침체 등으로 수당에 의존하게 된 수 천 명의 열심히 일하는 키위들이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더구나 이번 경기 침체는 중앙은행이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해 의도적으로 만든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뉴질랜드 실업률은 지난 2분기에 4.6%로 2021년 1분기 이후 가장 높은 상황이다.


중앙은행은 내년 2분기에 실업률이 5.4%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기존 5.1% 전망에서 상향 조정한 것으로 거의 1만명의 사람들이 추가로 일자리를 잃을 것이라는 얘기다.


저명한 언론인인 고든 캠벨(Gordon Campbell)은 “중도 우파 정부는 지난 50년 동안 복지수당 수급자들을 정치적 샌드백으로 이용해 왔다”며 “그러나 중앙은행이 조장한 경기 침체와 정부의 대규모 공무원 감축 등으로 3년래 실업률이 가장 높은 현재 수급자들의 최저 생활 수단을 위협하는 정책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는 정부가 직업을 구하려는 사람들에게 충분할 만큼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등 경제 관리에 대한 책임을 느끼지 않으면서 복지 정책으로 가난한 사람들을 구조적으로 괴롭히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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