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상등 켜진 뉴질랜드 경제

비상등 켜진 뉴질랜드 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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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질랜드 경제의 불확실성은 장기화되고 있고 2024년도 예외는 아니었다. 작년 2사분기 연간 소비자물가지수는 2.2%로 하락해 2021년 1사분기 이후 처음으로 중앙은행의 목표 범위인 1~3%에 들어왔고 기준금리는 4.25%로 인하됐다. 하지만 개선된 경제 상황은 그 정도 뿐이었고 나머지는 대부분 암울한 소식들이었다. 실업률은 증가하면서 실업수당 수급자가 20만명을 넘었고 역대 가장 많은 뉴질랜드인들이 더 나은 기회를 찾아 호주 등 다른 나라로 떠났으며 정부 재정은 오는 2028년까지 적자를 면치 못할 것으로 분석됐다. 여기에 작년 3사분기 경제성장률이 경제전문가들의 예상보다 크게 낮은 마이너스 1%로 밝혀지면서 뉴질랜드 경제가 1991년 이후 가장 깊은 침체의 늪에 빠진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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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여년 만에 가장 깊은 경제 침체


통계청은 지난달 19일 작년 3사분기 국내총생산(GDP)이 2사분기 대비 1% 하락했다고 발표했다.


경제전문가들은 0.4% 하락을 예상했었다.


통계청은 또한 작년 2사분기 조정 GDP가 1.1% 하락한 것으로 밝혔다.


이는 기존에 발표했던 0.2% 하락에 비해 대폭 하락 조정된 것이다.


경제학자들은 2개 분기 연속 GDP가 성장하지 못했을 때 기술적 침체에 빠졌다고 정의한다.


이로써 뉴질랜드는 2020년 팬데믹 초기의 비정상적 시기를 제외한 6개월 경제 침체가 1991년 이후 33년 만에 가장 깊은 것으로 분석됐다.


1991년 경제 침체는 한국인의 뉴질랜드 이민을 터준 일반이민을 시행했던 계기로 작용했다.


키위뱅크(KiwiBank)의 메리 조 버가라(Mary Jo Vergara) 이코노미스트는 “GDP 수치는 당장 경제의 비상벨을 울리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통계청의 제이슨 아테웰(Jason Attewell) 거시경제 성장 대변인은 “뉴질랜드 경제 구조는 빠르게 바뀔 수 있다”고 말했다.


1인당 GDP는 이민자 유입의 감소에도 불구하고 1.2% 떨어지면서 8개 분기 연속 하락을 기록했다.


작년 3사분기 동안 GDP를 측정하는 16개 산업 가운데 11개 산업의 활동이 축소된 가운데 건설업, 제조업, 비즈니스 서비스업 등이 큰 폭의 하락세를 보였다.


건설업은 주택 건축 감소로 5개 분기 연속 하향세를 이어갔다.


반면에 1차 산업, 부동산 서비스, 임대업 등은 상승세를 보였다.


1차 산업의 성장은 분유, 버터, 치즈의 수출 증가로 인한 낙농업 활황에 힘입은 것으로 분석됐다.


웨스트팩의 마이클 고든(Michael Gordon) 이코노미스트는 “GDP 보고서는 예상치와 뚜렷하게 달랐다”며 “경제가 매우 좋지 않은 상태에 있다”고 진단했다.


고든 이코노미스트는 또 2사분기 GDP 하향 조정은 특정 부문을 원인으로 지목할 수 없다고 말했다.


뉴질랜드는 지난달 영국 경제 전문지 이코노미스트가 발표한 2024년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경제 성적에서 37개국 가운데 33위에 그쳤다.


GDP, 주식시장 성장, 인플레이션, 실업률, 정부 재정 등 5개 분야를 평가해 순위를 매긴 이 조사에서 뉴질랜드는 핀란드, 라트비아, 터키, 에스토니아 등의 국가들에만 순위가 앞섰다.


조사 대상 국가 중 1위는 스페인이 차지했다. 


이웃 호주의 작년 3사분기 GDP는 0.3% 증가했고 미국 0.7%, 영국 0.1%. 캐나다 0.3%, 일본 0.3% 등 세계 주요 선진국들은 모두 플러스 성장을 보인 가운데 유독 뉴질랜드만 마이너스 성장을 보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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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뉴질랜드 국내총생산 (자료: 뉴질랜드 통계청)


정부 재정 최소 2028년까지 적자 전망


정부 재정도 심각한 실정이다.


재무부가 지난달 17일 발표한 ‘반기 경제 및 재정 업데이트’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 재정은 오는 2029년 6월로 끝나는 2029 회계연도에 가서야 겨우 흑자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됐다.


150쪽 분량의 이 보고서에는 희망적인 내용이 거의 없다.


재무부는 작년 5월 정부 예산 발표 때 2028 회계연도에 흑자를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었다.


이처럼 정부 재정 흑자 달성이 당초 예상보다 1년 늦어지는 이유는 경제 성장과 생산성이 재무부의 예상치에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부는 계획보다 세금이 덜 걷힐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부는 경제 침체를 세수 감소 전망의 가장 큰 요인으로 지목했다.


2028년 6월로 끝나는 4년 동안 명목 GDP는 작년 예산 때보다 198억달러 낮을 것으로 전망됐다.


이에 따라 정부 수입은 130억달러 낮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왔다.


정부 지출은 당초 예상보다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가장 큰 부문은 노령화에 따른 노령연금 증가이며 각종 수당 증가와 금융 비용 증가 등이 요인으로 꼽혔다.


정부의 금융 비용은 120억달러에 이르는 2029 회계연도까지 계속 증가할 예측이다.


경제 상황을 고려할 때 뉴질랜드 국채를 매입하는 해외 투자자 등에게 계속 호응을 받기 위해서는 이자율을 상승해야 하는 압박을 받게 된다는 이유이다.


정부 재정은 이미 2024 회계연도에 35억달러의 적자를 포함하여 5년 연속 적자를 기록했다.


니콜라 윌리스(Nicola Willis) 재무장관은 현 단계에서 정부 지출을 삭감하거나 증세를 계획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향후 4년간 200억달러의 국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이는 정부의 작년 5월 전망치보다 16% 많은 수준이다.


미국의 신용평가기관인 ‘스탠다드 앤 푸어스’(S&P)는 이같은 국채 발행 증가에 대해 경고했다.


재무부는 오는 6월말로 끝나는 2025 회계연도에 정부 지출이 실업 상승으로 인한 실업수당 증가, 노령연금 증가, 이자 지출 증가 등으로 당초 1,390억달러에서 1,629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분석했다.


반면에 세수는 경제 침체 등으로 당초 예상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예측했다.


윌리스 장관은 재정을 꾸려나가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고충을 털어놓으면서도 앞으로 3차례의 예산에서 계획대로 매번 24억달러의 경상 지출을 늘려 나갈 것이라고 확인했다.


자본 지출은 향후 3차례의 예산에 걸쳐 약간 증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녀는 현 정부의 임기에서 국영 자산의 매각은 배제했다.


정부 순부채는 2025 회계연도에 GDP의 45.1%에서 2027 회계연도 46.5%로 증가할 것으로 분석됐다.


윌리스 장관은 실질적으로 영리 사업을 하고 있는 자선단체들에 추가 세금 징수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제 저점 찍었나?


고든 이코노미스트는 GDP가 최악을 지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작년 3사분기에 전력 공급 부족과 같은 어려운 일이 있었고, 앞으로 그러한 일들은 재발하지 않을 것이며 최근의 경제 동향 자료들은 긍정적이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의 대체적인 경제 전망은 작년 4분기에 약하지만 플러스의 경제 성장을 보이고 올 하반기 이후 평균 2~3%의 성장을 점치고 있다.


재무부는 연간 경제성장률이 오는 6월에 1.6%를 기록한 후에 향후 2년 동안 3.4%와 2.7%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1인당 GDP는 앞으로 2년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한 후 플러스로 돌아설 것으로 예상했다.


재무부는 또한 실업률이 오는 6월 5.4%까지 상승할 것으로 내다봤다.


뉴질랜드 경제의 고질적인 문제 가운데 하나는 생산성이다.


근로 시간당 GDP로 측정되는 노동 생산성은 1993~2013년 매년 1.4% 증가했지만 2014~2019년 거의 제로까지 내려온 뒤 팬데믹 기간 반등했다가 다시 떨어졌다.


낮은 생산성은 낮은 GDP로 이어지고, 이는 다시 낮은 세수를 부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뉴질랜드 경제성장률이 2024년 0.6%, 2025년 1.4%, 2026년 2.1%로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으로 보았다.


OECD는 또 2025년과 2026년 세계 경제가 매년 3.3% 수준의 성장을 보일 것으로 전망했다.


중앙은행 공격적 기준금리 인하 기대


ASB의 킴 먼디(Kim Mundy) 이코노미스트는 “중앙은행이 제한적인 통화정책을 너무 오래 실시하여 경제가 작년 중반 매우 약하게 나타났다”며 “GDP의 예상 밖 대폭 하락은 중앙은행이 경제의 브레이크를 떼야 한다는 것을 보여 준다”고 지적했다.


먼디 이코노미스트는 고용시장의 추가적인 약세와 순이민 감소 등으로 경제의 급격한 반등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덧붙였다.


중앙은행은 작년 11월 열린 통화정책회의에서 기준금리를 0.50%포인트씩 인하하면서 물가상승률이 떨어져 정책 목표인 1~3% 중간치 2%에 다가서고 있다며 현 경제상황이 지속하면 오는 2월 차기 회의 때 추가로 기준금리를 0.50% 포인트 내릴 수 있다고 내다봤다.


아울러 중앙은행은 저금리가 투자와 지출을 촉진하면서 올해 경제가 회복한다고 낙관적인 전망도 내놓았다. 


그러면서 중앙은행은 경기를 과열시키지도 식히지도 않는 중립금리가 2.5~3.5% 범위라며 올해 연말까진 도달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캐피탈 이코노믹스(Capital Economics)의 아브히지트 수야(Abhijit Surya) 이코노미스트는 “경제의 심각한 국면을 고려하면 중앙은행이 다음달 0.75%포인트의 기준금리 인하를 단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수야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경제 활동이 수직 낙하하는 상황에서 중앙은행이 올해 공격적으로 기준금리를 인하할 것으로 보인다”며 “다음달 0.75%포인트를 내리고 연말 기준금리가 2.25%까지 떨어질 것으로 전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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