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행기를 타고 여행길에 나섰던 당신의 옆자리에 만약 수갑을 찬 죄수와 호송 직원들이 나란히 앉게 된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실제로 바로 옆자리까지는 아니지만 일반인이 국내선 여객기에서 가까운 좌석에 앉혀 이송되는 재소자를 목격한 경우는 의외로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한 여성이 오클랜드에서 웰링턴으로 향하던 Air NZ 국내선에서, 어린이가 앉아 있는 좌석 주변에 수갑을 찬 사람을 호송원들이 둘러싼 모습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는 소식이 전해진 후 이를 두고 작은 논란이 일었다.
이번 호에서는 국내외에서 진행되는 항공기를 이용한 재소자들의 이동 상황에 대해 지금까지 나온 언론 보도 내용과 교정부 등 관련 기관에서 밝힌 내용, 그리고 할리우드 영화 이야기를 함께 곁들여 소개한다.
▲ 영화 ‘콘 에어(Con Air)’의 포스터(1997)
<영화 ‘콘 에어’로 널리 알려졌던 재소자 항공 이송>
1997년 할리우드에서 나온 영화 ‘콘 에어(Con Air)’는 죄수 전용 항공기로 이송 중이던 고위험 재소자들이 비행기를 탈취하는 액션 영화로, 30년 가까이 지난 지금까지도 영화 마니아는 물론 일반인도 많이 기억하는 영화이다.
사이먼 웨스트(Simon West) 감독과 함께 ‘탑건(Top Gun)’ 시리즈 등 대작 영화로 유명한 제리 브룩하이머(Jerry Bruckheimer)가 제작을 맡았으며, 또한 우리에게 아주 친숙한 니컬러스 케이지(Nicolas Cage)가 주연을 맡았다.
또한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와 젊은 시절의 존 쿠삭(John Cusack) 등 유명 배우들이 많이 출연했는데, 특히 주인공 캐머런 포(Cameron Poe) 역을 맡은 케이지는 이 영화로 할리우드 스타로 확실하게 자리매김하면서 전성기를 맞이하기도 했다.
한편, 말코비치는 엽기적이고 극악무도한 살인자인 사이러스 더 바이러스(Cyrus The Virus) 역으로 악역 연기를 제대로 보여줬다.
또한 이미 여러 편의 다른 영화에서도 지능적인 사이코 역으로 유명세를 날렸던 스티브 부세미(Steve Buscemi)는 이 영화에서도 자기의 특기를 유감없이 발휘했다.
영화는 전국의 여러 교도소에 나뉘어 수감돼 있던 악명이 높은 흉악범들을 새로 만든 전용 교도소로 옮기면서 시작하는데, 이들을 태운 ‘제일버드(Jailbird)’라는 이름의 항공기 역시 이들을 이송하기 위해 특별히 준비한 비행기였다.
이송 중 사이러스와 그의 패거리가 비행기를 탈취하고 탈출을 시도하는데, 육군 레인저 특수부대 출신인 주인공은 비행기 안의 혼란을 막고 승무원과 무고한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몸을 바쳐 싸운다.
영화는 결국 비행기가 불시착했던 라스베이거스 도심에서 벌어지는 추격전을 포함해 긴장감 넘치는 액션 장면을 마지막까지 보여준 뒤 끝난다.
▲ 영화 ‘콘 에어’에서 이송되는 니컬러스 케이지 모습
<죄수 전용 항공사 “연간 승객이 30만 명”>
땅덩어리도 정말 넓고 인구도 많으면서 덩달아 재소자도 많은 미국에는 실제로 아예 죄수들만 실어 나르는 전용 항공사가 있다.
미국 정부가 운영하는 유일한 국영 항공사이기도 한 ‘JP ATS(Justice Prisoner & Alien Transportation System)’라는 항공사는 앞서 언급한 영화처럼 ‘콘 에어’라는 속칭으로 불리기도 한다.
이 항공사는 1995년 ‘미국 연방보안관실(United States Marshals Service, USMS)’과 ‘이민세관집행국 (Bureau of Immigration and Customs Enforcement, ICE)에 의해 탄생했다.
재소자나 격리자를 법정이나 청문회 또는 다른 교도소로 옮기는 임무를 주로 맡고 있고 항공은 물론 육상과 해상의 연계 수송 체계도 갖춰 놓고 있다.
오클라호마 시티(Oklahoma City)에 본사가 있고 미국 국내외 약 40개에 달하는 도시를 정기적으로 운항하는데, 승객은 주로 ‘연방 교도소(Federal Bureau of Prisons)’에 수감된 재소자들이다.
엄연한 항공회사이므로 ‘국제민간항공기구(ICAO)의 항공사 코드인 ‘DOJ’도 있고 ‘JUSTICE’라는 콜사인도 사용하는데, 승객은 어지간한 일반 항공사보다 많은 일일 천여 명, 연간으로는 약 30만 명이나 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항공사는 비즈니스 제트기 등 소형기부터 MD―80이나 B737과 같은 대형기도 보유하고 있는데, 다만 영화 ‘콘 에어’에 등장한 기체는 군에서 주로 사용하는 C-123 수송기로 JP ATS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기종이다.
JP ATS 소속의 항공기 기체에는 뒷날개 부분에 작은 성조기만 그려져 있고 항공기 등록번호가 적힌 것 말고는 항공사 이름도 로고도 일체 찾아볼 수 없다.
또한 보안을 위해 운항스케줄은 비밀이며 공개되지 않고 이송 대상 수감자들에게도 탑승 시점을 미리 알려주지 않으며, 특히 라이벌 갱단 같은 경우는 함께 태우지 않는다.
특이한 점은 남녀를 구분해 수용하는 일반 교도소와는 달리 남성과 여성 수감자를 같은 비행기로 실어 나른다는 점이다.
한편, 종종 승객은 수갑뿐만 아니라 쇠사슬로 범죄 영화에서 자주 보듯이 발목과 허리를 이중 삼중으로 묶이기도 하며, 또한 상황에 따라서는 격실에 가두거나 얼굴 마스크를 씌우기도 하는데, 당연히 객실 승무원은 중무장한 호송원이다.
▲ JP ATS에 탑승하는 재소자들과 비행기 내부
<5년간 5,000명 넘는 재소자가 항공기로 이동>
몇 개월 전 Air NZ로 오클랜드에서 웰링턴으로 가던 한 여성은, 자기가 앉은 좌석에서 가까운 곳에서 수갑을 찬 한 여성이 방호용 조끼와 정복을 착용한 호송원들에 둘러싸인 모습을 봤다.
그런데 여성은 그들 주변에 어린이도 있는 상황을 보고 충격을 받았으며, 이송자에 대한 엄격한 안전조치가 오히려 좀 더 불안한 마음마저 들게 했다고 말했다.
그는 별로 좋지 않은 내용이 전개되는 범죄 영화를 떠올리게 했다면서, 수갑을 찬 재소자와 함께 비행하는 건 좀 불안했다고 당시 느꼈던 심정을 전했다.
또한 여성 재소자가 무슨 짓을 저질렀는지는 모르겠지만 비행 내내 수갑을 채울 만큼 충분한 위험이 있었을 거라면서, 차라리 호송원들이 제복과 방호용 조끼를 입지 않았다면 그들을 미처 알아보지 못했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여성은 아무런 문제도 일으키지 않고 비행 내내 조용히 앉아 있었으며 이후 4명의 호송원과 함께 웰링턴 공항 국내선 터미널을 걸어가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고 승객은 전했다.
한편, 재소자가 이때 비행기에 탑승했는지에 대한 언론의 문의에 대해 Air NZ 측은 개별 승객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공유할 수 없다면서 대답을 거부했다.
하지만 지난 5년간 상업적 항공편이나 개별 항공편으로 뉴질랜드 전역을 이동한 재소자는 수천 명에 달하는데, 이들은 교도소 간은 물론 법원과 의료 시설 사이를 이동했다.
뉴질랜드 교정부(Department of Corrections)가 정보공개법에 따라 언론에 밝힌 자료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 11월 8일까지 최소한 412편의 항공편을 통해 재소자 5,174명이 이동했다.
그중 90%는 남성 재소자였는데, 항공편과 이동한 수감자 숫자를 비교해 보면 이는 여러 명의 재소자가 동일한 항공기를 이용해 한꺼번에 이송된 사례도 있음을 시사한다.
물론 한 수감자의 항공 이동이 2개 이상의 구간에 걸쳤던 경우도 있겠지만 이를 감안하더라도 한 여객기에 여러 명의 재소자를 함께 이동시켰을 가능성이 높다.
한편, 교정부는 이송한 재소자들이 저지른 범죄 유형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언론에서는 그중에는 살인 혐의로 새로 유죄 판결을 받은 젊은 재소자가 포함됐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해당 재소자는 지난해 초에 재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은 뒤 뉴플리머스에서 다른 지역으로 상업용 항공편을 이용해 이송됐다.
▲ 재소자 이송용 밴
<최고 등급 보안 재소자는 상업용 항공기 이용 불가>
한편, 관련 자료를 보면 지난 5년 동안 최소한 151편에 달하는 재소자 이동 항공편이 개별적으로 임대한 전세기였고 261편은 상업용 항공편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이송에 쓰인 비용은 알려지지 않았는데, 교정부는 한편으로는 상업적 민감성을 이유로 대면서 상당한 자료 수집과 조사 없이는 정보를 제공할 수 없다고 상업용 항공편에 들어간 비용 공개를 거부했다.
하지만 거의 20여 년 전인 지난 2005년부터 이듬해 3월까지 교정부는 비행기나 버스로 6,854명의 수감자를 교도소 사이에 이송하면서 민간 운송업체에 68만 4,128달러를 지출했다는 수치를 한 언론에 공개한 바 있다.
최근 자료를 보면 재소자 이송은 대부분 상업용 항공편이 이용됐지만 관계자에 따르면 교정부는 상업용 항공편이 아닌 허가가 난 전세 항공기 회사를 주로 재소자 항공 이송에 이용했다고 말했다.
그는 전세기를 사용하면 한 번에 많은 재소자를 전국 각지로 이송할 수 있어 재소자와 교정부 직원만 수송하는 항공편이 비용 효율성이 더 높다고 설명했다.
나아가 그는 교정부에서는 한 달에 최소한 두 차례의 전세 항공기를 운영하며 운항 횟수는 비행기 가용성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재소자를 비롯한 범죄 용의자 이송에 몇 명씩이나 되는 호송 직원을 붙여 육상으로 옮기는 것보다는 항공으로 이동시키는 게 시간과 비용 면에서 훨씬 효율적일 수 있는데, 이는 특히 미국이나 호주처럼 광대한 영토를 가진 나라에서는 더욱 그러하다.
또한 상업용 항공편은 시일이 촉박한 통지를 받았다거나 전세기 항공편 타이밍과 맞지 않는 특정한 날짜(법원 심리 등)에 출석이 필요한 경우 등, 정황상 필요하고 또 그렇게 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평가될 때 임시로 사용한다고 관계자는 전했다.
한편, 최고 보안 등급의 수감자는 상업용 항공기를 타는 것이 허용되지 않았으며, 그보다 낮은 등급의 수감자는 교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판단할 경우에만 상업용 항공기를 이용할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상황이 그렇더라도 이송 작전의 보안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승객에게는 재소자가 탑승했는지 여부를 알려주지는 않는다고 관계자는 덧붙여 설명했는데, 만약 전세기라면 공항의 출발과 도착 전광판에도 아예 나타나지 않는다.
▲ 형기를 마친 뉴질랜드인들이 호주에서 추방되는 TV 뉴스 영상
<재소자가 비행기로 이동하는 이유는?>
교정부는 매년 다양한 수송 수단을 이용해 수만 명의 재소자를 교도소와 법원, 전문 의료 시설이나 재활 시설 사이에 이동시키고 있다.
특히 남섬과 북섬으로 나뉜 뉴질랜드의 지형적인 특성으로 두 섬을 오가는 항공 이동이 많으며 북섬 내의 교도소 간 재소자 항공 이송도 꽤 있는 상황이다.
재소자 항공 이송은 보통 오클랜드와 웰링턴, 크라이스트처치와 더니든 등 대도시 구간에서 이뤄지는데, 목적지 도착 후, 이들은 호송차를 타고 지정된 교도소로 이동한다.
관계자는 재소자의 항공 이송으로 도로망에 가해지는 압력도 덜어주는 한편 재소자가 교도소 밖에서 머무는 시간도 단축함으로써 공공의 안전에 대한 위험도 줄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또한 재소자들이 호송차 안의 격리실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관계자는 덧붙였다.
한편, 관계자는 교정부의 최우선 순위는 국민의 안전이라면서, 모든 재소자 이송에는 ‘철저한 위험 평가(thorough risk assessment)’와 ‘엄격한 계획(rigorous planning)’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는 호송 직원의 숫자와 이송 방법, 재소자가 교도소 밖에 있는 동안 GPS로 모니터링되는지 여부, 그리고 사용하는 신체 구속 장비의 유형 등이 포함된다.
당연히 교정부의 호송 직원이 모든 항공 이송에 재소자와 동행하며 추가로 공항의 보안 및 교정부 직원들이 이들을 맞이하는 공항에 배치된다.
또한 허리를 묶는 장치나 수갑이 필요하다고 평가된 전세기편의 모든 재소자는 전세기 회사와 비행기 기장의 합의가 있는 경우, 탑승 시를 포함해 이송 과정 내내 보호대에 묶여 있어야 한다.
비행기의 좌석 배치도도 준비해야 하는데, 재소자는 호송 직원 옆에만 앉을 수 있고 어떤 경우에도 일반인 옆에 앉을 수 없다.
관계자는, 재소자는 항공사의 사전 동의 없이 상업용 항공편으로 이송되지 않았으며 교정부 직원은 조종사의 모든 지시를 따라야 했다면서, 재소자는 비행 내내 감시하는 고도로 훈련된 호송 직원과 함께 앉는다고 말했다.
다만 보안을 이유로 비행기를 타는 호송 직원의 숫자는 공개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교정부는 항상 교도소 이송 시 안전과 보안을 보장하기 위한 적절한 숫자의 호송 직원을 부친다고 강조했다.
한편, 호주에서 형기를 마친 외국 국적자를 추방하는 법률이 제정된 2015년 이후 추방된 뉴질랜드인은 지금까지 3,000명이 넘는데, 이들 역시 호주가 마련한 ‘콘 에어’를 타고 수갑을 차고 호송 직원의 감시 속에 오클랜드로 들어왔다.
또한 한국에서도 몇 년 전 전세기를 이용해 국내에서 범죄를 저지르고 도주한 용의자를 포함한 범죄자 50여 명을 필리핀에서 200명 가까운 호송 인원을 동원해 한국으로 데려와 화제가 된 바 있다.
이처럼 국가 간 이동이 전보다 빈번해지고 국제적인 범죄도 더 많이 발생하고 해외 도피 사범도 늘어나면서, 항공기를 이용한 재소자나 범죄 용의자 이동은 국내외적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