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만남이 흔해지면서 이를 통해 발전한 파트너쉽 비자 신청이 증가하고 있고 기각 사례 또한 늘고 있는 실정이다. 기각 당한 신청자들은 그들의 관계가 사실인데도 불구하고 차별적이고 부당한 결정을 받았다고 호소하는 반면 이민부는 관계의 진실성과 안정성에 대한 결정은 이민부의 고유 권한이라고 강변한다. 최근 언론에 보도된 내용을 중심으로 당사자들에게 생이별 또는 위장 관계일수 있는 파트너쉽 비자 신청에 대한 일면을 살펴 본다.
인도 남성과 장애인 마오리 여성의 기각 사례
인도 국적의 리만 지트 싱(Riman Jeet Singh, 24세)은 2014년 학생비자로 뉴질랜드에 입국하여 비즈니스 디플로마 과정을 졸업했다.
싱은 2017년 2월 온라인 데이트 웹사이트를 통해 뉴질랜드 시민권자인 위키테오라 마티우(Wikiteora Matiu, 27세)를 사귀게 된다.
마오리인 마티우는 당뇨병, 고혈압, 수면 무호흡증, 심장질환, 지적장애 등을 가진 장애인.
싱이 축산농장 보조로 일했던 남섬에서부터 같이 살기 시작한 이들은 오클랜드로 거처를 옮긴 후 파트너쉽 워크비자를 신청했으나 진실되고 안정된 관계 조건에 충족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기각됐다.
이들은 ‘이민 보호 법원(IPT)’에 제소했으나 뜻을 이루지 못했다.
싱은 “이민부 직원과의 인터뷰 동안 마티우가 복용하는 약 이름을 정확하게 말하라는 등의 우스꽝스러운 질문을 받았다”며 “마티우가 질병에 따라 먹는 약을 알고 있지만 어떻게 모든 약 이름을 정확하게 기억할 수 있는가” 라고 반문했다.
작년 5월 이후 비자없이 체류하면서 추방 위기에 놓인 싱은 일도 할 수 없어 이들 커플은 현재 긴급주택에서 지내고 있다.
싱의 이민법무사인 투아리키 델라미어(Tuariki Delamere) 전(前) 이민장관은 “이민부가 기각한 유일한 이유는 마티우와 같이 건강문제 및 장애가 있는 사람과의 파트너 관계에 대해 믿지 않기 때문이다”며 “싱이 위험도 높은 인도 출신이 아니라 백인이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 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이민부 마이클 칼리(Michael Carley) 비자서비스 부장은 싱의 비자 신청 기각이 마티우의 장애 사실 때문이라는 가정은 단순한 짐작이고 근거가 없다고 반박했다.
나이지리아 남성과 키위 싱글맘 기각 사례
나이지리아 국적 남성 엠마누엘 오쿠나데(Emmanuel Okunade, 35세)와 뉴질랜드 싱글맘 나탈리 코피스테이크(Natalie Copestake, 44세)는 2013년 온라인을 통해 사귀기 시작했다.
사귄 지 얼마 되지 않아 오쿠나데는 코피스테이크를 만나기 위해 뉴질랜드 방문비자를 신청했으나 그들의 관계에 대한 증거를 제출할 수 없어 거절됐다.
코피스테이크는 당시 오쿠나데가 공부하고 있던 말레이시아로 갔고 사랑에 빠지면서 오쿠나데의 청혼을 받았다.
2015년 4월 두 번째 비자 신청은 승인을 받았지만 오클랜드 공항에서의 인터뷰에서 오쿠나데의 진실성에 대한 우려로 입국 거절됐다.
그 해 12월 코피스테이크는 나이지리아로 날아가 오쿠나데와 결혼했다.
2017년 오쿠나데가 신청한 파트너쉽 비자는 12개월 동거 조건을 충족하지 못해 다시 한번 기각됐다.
코피스테이크는 결국 작년에 나이지리아로 이주했고 지난 1월 다시 오쿠나데를 위해 신청한 비자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
코피스테이크는 “내 남편은 범죄자가 아닌데도 범죄자 취급을 받고 있고 이민부는 범죄 경력 없는 내 뉴질랜드 인권을 뺏어갔다”고 탄식했다.
이라크 출신 난민 여성과 이라크 국적 남성과의 기각 사례
난민 자격으로 현재 5세인 아들과 함께 뉴질랜드에 정착해서 시민권을 받은 사라 모스타파(Sara Mostafa, 30세)는 페이스북을 통해 터키에 살고 있는 이라크 국적 남성 파하드 알-한달(Fahad Al-Handhal, 21세)을 알게 되어 결혼했다.
모스타파는 작년 세 차례 터키를 방문하여 남편과 지냈으나 파트너쉽 비자의 12개월 동거 조건을 채우지 못해 알-한달의 비자 신청이 기각됐다.
변호사를 선임하여 결혼증명서와 결혼식 사진 등을 제출했지만 불충분한 증거라고 거절됐다.
모스타파는 “나를 난민으로 받아준 뉴질랜드에 감사하지만 이민부가 우리 부부를 생이별시키는 것은 부당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민부 피터 엘스(Peter Elms) 총무차장은 “알-한달의 비자 신청이 기각된 이유는 그들의 관계가 진실하고 안정적인 조건에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며 “결혼만으로는 충분하지 않고 진실한 관계를 보여주는 여러 증빙 자료들을 제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민부 칼리 비자서비스 부장은 파트너쉽 부문에 비자를 승인받기 위해서는 신청자들은 12개월 이상 동거했고 진실되고 안정적인 관계이며 장래에도 오래 관계가 지속될 것이라는 충분한 증거를 제공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파트너쉽 비자는 사기 위험성 가장 높은 부문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를 통한 만남이 늘면서 이민부의 관계 규정 또한 시대에 맞춰야 한다는 지적이 높다.
이민부는 지난 2003년 규정을 바꾸면서 결혼 또는 관계의 진실성을 증명하는 의무를 파트너쉽 신청자에 돌렸다.
이전에는 관계가 거짓임을 증명해야 하는 책임이 이민부에 있었다.
이민 전문가들은 이민부의 관련 규정이 시대에 뒤떨어졌고 온라인에서 시작된 관계가 모두 거짓이라는 이민부의 가정이 부당하다고 지적한다.
또한 온라인으로 만나는 많은 커플은 파트너쉽 비자의 진실한 관계 전제조건인 1년 이상 동거가 어려울 수 있다는 것이다.
델라미어 전 이민장관은 인종적 자료 수집은 그가 장관 재임 시절부터 이민부에서 행해지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파트너쉽 비자 신청자의 관계가 진실인지 거짓인지 결정하는 일이 어렵다는 점은 인정한다”며 “하지만 문제는 이민부가 모든 관계, 특히 온라인이나 소셜 미디어에서 시작된 관계를 처음부터 거짓으로 가정하는데 있다”고 지적했다.
오쿠나데 비자 신청건의 변호사인 마리셀 웨이스체데(Maricel Weischede)는 현대의 관계에서 최소 12개월의 동거 조건은 일부에게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웨이스체데 변호사는 이어 “이민부가 결정을 내리는데 인종 및 민족적 잣대를 이용하고 있다”며 “신청자의 국적은 심사 기간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고 말했다.
모든 이민 대행업계 관계자들이 이민부의 결정을 비난하는 것은 아니다.
26년 동안 이민 컨설턴트 일을 하다가 최근 은퇴한 더블유 에프 밀네스(W F Milnes)는 파트너쉽 비자 신청 관계에 있는 뉴질랜드 당사자들이 이용당한 사례를 많이 보았다며 이민부의 결정이 항상 잘못된 것은 아니라고 말했다.
대표적인 경우가 키위 남성과 아름다운 아시안 여성 사이의 관계로 여성은 뉴질랜드 영주권을 획득한 후 떠나 버리고 심지어 이혼 소송으로 남성의 집과 은행 계좌 등을 가져가며 본국의 진짜 배우자를 뉴질랜드로 초청한다는 것이다.
지난해 이민부는 784건의 파트너쉽 비자 신청을 기각했고 1,091건을 승인했다.
기각된 대부분은 파트너 관계가 진실되지 않거나 오래가지 않을 것 같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아인 리스-갤로웨이(Iain Lees-Galloway) 이민장관은 “파트너쉽 비자는 뉴질랜드에 정착하고 싶은 일부 사람들에게 마지막으로 기댈 수 있는 비자로 사기의 위험성이 높은 부문이다”며 “지난 5월 이민부 심사관들에게 일관된 결정을 내릴 수 있도록 지침을 보냈다”고 밝혔다.
지난 7월 현재 이민부는 1만2,000건 정도의 파트너쉽 비자 신청을 심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민부 통계에 따르면 파트너쉽 비자 신청의 95% 정도는 4-7개월 안에 결정되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