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동안 빗장을 걸어 잠궜던 부모초청이민이 마침내 내년 2월부터 다시 열린다. 그 동안 부모초청이민을 신청해놓고 기다렸던 대기자들이나 앞으로 부모를 초청할 계획인 이민자들에겐 반가운 소식일 것이다. 그러나 기쁨도 잠시, 완전히 틀을 바꾼 부모초청이민은 웬만한 고소득자가 아니면 신청할 엄두도 낼 수 없게 됐다.
부모초청이민 내년 2월부터 재개
부모초청이민은 지난 2016년 10월 당시 국민당 정부에 의해 검토할 필요성이 있고 입국 이민자 수를 조절한다는 이유로 임시 중단됐다.
임시적으로 중단됐던 부모초청이민은 하지만 2017년 총선에서 정권이 바뀌면서 3년이 돼가도록 감감무소식이었다.
특히 노령 이민자를 제한하려는 뉴질랜드 퍼스트당이 노동당, 녹색당 등과 연립정부를 구성하면서 부모초청이민에 대한 변화와 재개 시기 등에 대한 윤곽을 가늠하기 어려웠다.
부모초청이민 문이 닫힌 지 3년 만인 지난달 7일 이안 리스-갤로웨이(Iain Lees-Galloway) 이민장관은 부모영주비자에 대한 현행 기준을 10월 7일부터 폐지하고 내년 2월부터 새로운 기준으로 신청을 받는다고 발표했다.
뉴질랜드 퍼스트당 윈스턴 피터스(Winston Peters) 대표는 부모를 후원하는 성인자녀들의 소득 기준이 강화된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은 노동당과의 연정 협상에서 뉴질랜드 퍼스트당의 요구에 대한 직접적인 반응이라고 주장했다.
피터스 대표는 부모초청이민으로 뉴질랜드에 오는 노령 이민자들이 세금을 내지 않으면서 연금 혜택 등을 받아 납세자들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주장해 왔었다.
중간연봉 2-4배의 소득 있어야 부모초청 가능
내년 2월부터 시행되는 부모초청이민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요건을 요구한다.
즉 이전 부모초청이민에서 요구됐던 부모의 수입이나 자산 등에 대한 조건 등은 폐지되는 대신 부모를 후원하는 뉴질랜드 영주권자 또는 시민권자인 성인자녀들의 최저 소득 기준이 크게 올랐다.
스폰서 1명이 부모 1명을 초청할 경우 스폰서의 최저 소득 기준이 이전 6만5,000달러에서 10만6,080달러로 63.2% 올랐다.
이는 중간연봉의 2배에 해당되는 금액으로 부모초청이민 신청 직전 3년 중에서 최소 2년 동안 이 소득을 올려야 한다.
중간연봉을 기준으로 하기 때문에 이 소득 기준은 매년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
스폰서 1명이 부모 2명을 초청할 경우 최저 소득 기준이 이전 6만5,000달러에서 중간연봉의 3배인 15만9,120달러로 두 배 이상 올랐다.
스폰서와 그 배우자가 부모 1명을 초청할 경우 이들의 최저 소득 기준은 이전 9만달러에서 15만9,120달러로 강화됐다.
또 스폰서와 그 배우자가 부모 2명을 초청할 때에는 최저 소득 기준은 중간연봉의 4배인 21만2,160달러에 해당된다.
이와 함께 이전에는 없었던 부모초청이민의 연간 쿼터가 1,000명으로 제한된다.
이는 지난 5월 ‘교육 및 직장 선택위원회’에 보고됐던 뉴질랜드에 있는 자녀와 재결합을 원하는 5,000여건의 부모 의향서에 비해 크게 낮은 수준이다.
초청된 부모는 여전히 건강 검진과 범죄 조회 등의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그 동안 중단됐던 부모초청이민 제도에 의해 의향서를 제출하여 대기 상태에 있던 신청자들은 새로운 의향서로 갱신하거나 기존 의향서를 철회하여야 하며 철회시 이민부 신청비는 환불된다.
임시 중단에도 불구하고 그 동안 약 2,000명이 부모초청이민을 신청해 지난 1월까지 100만달러 정도의 신청비가 이민부에 지불된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은 사기
리스-갤로웨이 장관은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은 숙련 기술자를 받아들이고 보유하기 위해 기획됐다고 밝혔다.
그는 “그 동안 부모초청이민의 중단은 신청자들에게 불필요하고 불공평한 불확실성을 가져다 주었다”며 “성인자녀의 소득에 초점을 맞춘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은 높은 소득을 요구하는 기술이민과 최근 변경된 임시워크비자와 보조를 같이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부모와 같이 살게 됨으로써 성인자녀의 경제 성과와 뉴질랜드 정착이 개선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새로운 소득 조건은 웬만한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도 높은 문턱으로 다가오고 있다.
뉴질랜드 헤럴드지는 영국에 있는 어머니를 초청하려고 하는 오클랜드 대학 데보라 레비(Deborah Levy) 교수의 사례를 소개했다.
33년간 뉴질랜드에서 생활한 레비 교수는 2016년 부모초청이민이 중단되기 6개월 전에 런던에 살고 있는 85세 어머니의 비자를 신청했다.
뉴질랜드 정부의 갑작스런 부모초청이민 중단에 배신감을 느꼈다는 레비 교수 가족은 초조하게 재개를 기다렸고 마침내 재개 소식을 접했지만 소득 기준과 쿼터 제한 등 여전히 불확실한 상태라는 것이다.
이민 근로자 협회는 스폰서 소득 자격요건이 지나치게 높아 대부분의 근로계층 이민자들은 부모를 초청할 수 없게 됐다며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이 반이민적이고 반근로계층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이민 근로자 협회는 호화스런 생활을 하는 소수의 부자들만 부모를 초청할 수 있게 한 부모초청이민은 사기에 가깝다고 목소리를 높이면서 소득 자격요건을 폐지할 것을 요청했다.
소수 부자만을 위하고 보통 사람들에 대한 차별
오클랜드에서 활동하는 이민 법무사 제라드 코헨(Gerard Cohen)은 부모초청이민 재개는 긍정적인 변화지만 후원 자녀들의 소득 기준이 너무 높다고 지적했다.
코헨은 “새로운 부모초청이민 제도는 가난한 사람과 중간 소득자들에 대한 노골적인 차별이다”며 “기본적으로 부자만을 위한 엘리트주의이다”고 비난했다.
그는 기존에 부모초청이민을 신청해 놓고 기다리는 사람들 가운데 20-30%만이 새로운 조건에 부합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이민 법무사와 변호사를 대표하는 뉴질랜드 이민 투자 협회도 정부의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이 부끄러운 일이라고 비난하고 나섰다.
이 협회의 준 란슨(June Ranson) 회장은 정부가 기본적으로 보통 사람들은 그들의 부모를 데려올 수 없고 소수의 선택 받은 부자들만 부모를 초청할 수 있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란슨 회장은 이어 “기술 이민자들은 그들의 부모를 데리고 올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뉴질랜드에 온다”며 “부자들에게만 부모초청이민을 제한하는 근시안적인 정책이고 결과적으로 많은 이민자들이 뉴질랜드를 떠날 것” 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새로운 부모초청이민에 의해 비자를 받는 부모들은 노령연금과 같은 복지제도에 의존하지 않을 것이다”며 “정부는 성인자녀가 재정적으로 도울 수 없는 뉴질랜드에 부모가 이민와서 고생하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고 반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