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은퇴위원회가 최근 노령연금(Superannuation) 수급연령을
현행 65세에 묶어 둘 것을 추천하고 나섰다.
이는 은퇴위원회가 이전에 주장해 왔던 67세 상향 조정과 극명한 대조를 보여 주목된다.
최소 30년간 노령연금 운영 여력 있어
뉴질랜드 은퇴위원회는 법적으로 3년마다 은퇴 소득 정책에 대한 개선방안을 국회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은퇴위원회는 지난달 제출한 2019년 보고서에서 앞으로 최소 30년 동안 노령연금을 운영할 여력이 되기 때문에 수급연령을 현행 65세로 유지해야 한다고 추천했다.
이는 노령화로 인한 노령연금 지급 증가로 수급연령을 67세로 상향 조정할 것을 주문한 이전 두 차례의 보고서와 뚜렷한 차이를 보인다.
은퇴위원회는 사람들이 더욱 오래 살고 오랜 기간 노령연금을 받는 상황을 알면서 아무 대책을 취하지 않는다면 미래에 더욱 고통스런 결정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입장을 보여 왔다.
지난 2016년 재무부는 노령연금 비용이 국내총생산(GDP)의 4.8%에서 오는 2060년 7.9%까지 증가할 것으로 추산했다.
그러나 지난달 발표된 은퇴위원회 보고서는 당시 정부 추산이 65세 이상 인구의 세금기여분을 감안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보고서는 세금기여 효과를 고려하면 2060년 세후 노령연금 비중은 국내총생산의 6-7%로 많은 선진국들에 비해 여전히 낮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수급연령 상향 조정 得보다 失이 커
은퇴위원회 피터 코드츠(Peter Cordtz) 위원장 대행은 “자가소유율 감소와 가계부채 증가, 저축을 어렵게 하는 직업 변화 등으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정부 지원을 필요로 하는 상황에서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올리는 것은 득보다 실이 크다”고 주장했다.
은퇴위원회에 제출된 774건의 대중 제안들 가운데 장래 노령연금 기금이 고갈되거나 적절한 수준으로 지급받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가장 많았던 것으로 밝혀졌다.
코드츠 위원장 대행은 “정부는 수급연령을 변경하는 것보다 시급한 문제들이 있다”며 “주택과 직업, 키위세이버, 재무능력 향상 등에 걸쳐 은퇴를 맞는 사람들을 돕기 위한 많은 일을 필요로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노령연금은 은퇴자들에게 생활수준을 개선하는 재원이다”며 “은퇴위원회가 이전 두 차례의 보고서에서 수급연령 상향 조정을 제안했지만 이젠 그와 달리 변화를 주지 않기를 추천한다”고 덧붙였다.
그는 또 “뉴질랜드인들이 미래를 설계할 수 있게 노령연금이 안정적으로 지급될 것이라는 확실성을 주어야 한다”며“우리는 이를 위해 65세의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유지할 것을 주문한다”고 강조했다.
은퇴위원회의 보고서는 노령연금 수급연령 현행 유지와 함께 대부분 키위세이버와 관련된 19개 사항을 추천했다.
키위세이버 규모는 2019년 3월 기준 연간 570억달러로 커졌다.
보고서는 5,000달러 미만의 키위세이버 계좌에 대한 수수료 부과를 폐지하고 65세 이상 근로자에 대한 고용주 기여를 점진적으로 의무화할 것을 주문했다.
신규 또는 기존 키위세이버 가입자의 고용인 기여율을 매년 0.5%씩 증가, 최대 10%까지 점진적으로 증가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방안도 포함됐다.
생활이 극심하게 곤궁할 경우 65세 이전이라도 인출을 신청하는 경우가 급증함에 따라 이를 전담하는 팀을 구성하고 키위세이버에 별도의 저축계좌를 추가할 것도 요구됐다.
또한 키위세이버 가입자가 생애 첫 집을 구입할 때 지원하는 조건으로 신청자가 그 집에서 반드시 거주할 것을 요구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폐지 검토도 요청됐다.
하지만 이는 키위세이버 기금이 주택 투자에 사용될 수 있다는 점에서 논란이 예상된다.
고용주들이 키위세이버 기여액을 총급여의 일부로 포함하는 것도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이와 함께 정부가 은퇴위원회와 재무능력위원회(CFFC)에 대한 지원을 확대해야 한다고 요청했다.
반론 제기하는 일부 전문가들
은퇴 정책 전문가들 가운데 일부는 이번 은퇴위원회의 노령연금 수급연령 65세 유지 주장에 대해 반론을 제기했다.
매시 대학 클레어 매더스(Claire Matthews) 교수는 뉴질랜드가 노령연금을 운영할 여력이 있더라도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절감된 예산을 노인 복지 등에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매더스 교수는 “많은 사람들이 65세가 지나서도 일을 하는 현실에서 의료에 대한 수요가 높아지고 있다”며 그 같이 주장했다.
매더스 교수는 또 “노령연금은 최선의 사용 용도에 대한 문제로 되어 가고 있다”며 “노년층의 고관절 또는 무릎 인공관절 수술 지원도 한가지 예가 될 수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노령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이 낮은 평균 기대수명을 가진 마오리 및 퍼시픽 뉴질랜더에 불공평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은퇴위원회의 보고서에 대해 매더스 교수는 그 같은 문제는 수급연령보다는 직접적으로 해결해야 할 문제라고 지적했다.
또 자가소유율 감소 등으로 이전 세대에 비해 준비가 덜 된 상태에서 은퇴를 맞는 사람들이 증가하고 있기 때문에 현행 수급연령을 유지해야 한다는 은퇴위원회의 주장에 대해서도 매더스 교수는 노령연금보다는 주택정책으로 직접 해결해야 한다고 반박했다.
금융전문가 마틴 하웨스(Martin Hawes)는 “노령연금 운영 여력이 있는가는 잘못된 질문이고 현명하게 사용하는가가 관건이다”고 말했다.
하웨스는 “정부는 수급연령을 상향 조정함으로써 노령연금에 대한 지출을 절감할 수 있고, 절감된 자금은 가장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쓰여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총선의 해 맞아 수급연령 변화 가능성 희박
이전 국민당 정부는 2017년 3월 은퇴위원회의 제안에 따라 노령연금 수급연령을 2037년 7월 1일부터 단계적으로 상향 조정해 2040년까지 67세가 되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노동당 연립정부가 들어서면서 그러한 계획은 폐기됐고 자신다 아던(Jacinda Ardern) 총리는 자신의 임기 내 노령연금 수급연령 상향 조정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노동당과 함께 연립정부를 구성하고 있는 뉴질랜드제일당과 녹색당도 현행 65세의 수급연령을 지지하고 있다.
따라서 총선이 있는 올해 정치적으로 인기 없는 노령연금 수급연령 조정이 공론화될 가능성은 희박해 보인다.
정부측은 이번 은퇴위원회의 추천 사항들을 검토해 몇 개월 안에 결과를 발표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