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통계국(Statistics NZ)은 이달 초, 작년 한해 동안 국내에서 등록된 ‘결혼(marriages)’ 및 ‘이혼(divorces)’과 관련된 통계 자료들을 발표했다.
세계적으로 동성혼 합법화 등 사회적 관습이 크게 바뀌는 가운데 뉴질랜드에서도 결혼 및 이혼이라는 사회적 제도가 어떤 변화와 추세를 거치고 있는지 알아본다.
<작년 결혼건수, 2012년 이후 가장 많아>
2018년 한해 동안 ‘뉴질랜드 거주자들(New Zealand residents)’ 중 ‘결혼(marriages)’ 이나 이에 준하는 이른바 ‘시빌 유니언(civil unions)’ 관계를 맺었다고 관계 당국에 등록한 건수는 모두 2만949건이었다.
이는 한 해 전 2만685건에 비해 264건 정도 늘어난 것이며 또한 이는 지난 2012년 2만823건을 기록했던 이래 6년 만에 가장 많은 숫자이다.
그렇지만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연간 등록건수는 지난 20여년 간 그리 큰 변화가 없었으며 그러한 추세가 작년에도 이어졌음이 이번 통계를 통해서도 재확인됐다.
한편 이들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등록건수들 중 1만5009건이 생애 첫 번째 등록들이었으며 5961건은 재혼 또는 그 이상들이었다.
또한 전체 결혼 또는 시빌 유니언 등록건수 중 2만436건이 이성 간이었으며 510건이 동성 간이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나아가 24쌍의 동성 또는 이성 간의 커플이 그들이 맺고 있었던 기존의 법적인 관계를 결혼이나 또는 시빌 유니언으로 각각 서로 교체한 것으로 나타났다.
▲ 도표 1 : 뉴질랜드 거주자의 연도별 결혼 및 시빌 유니언 등록
<꾸준히 늘어나는 동성 간 결합>
뉴질랜드에서 동성 간의 결혼이 합법화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 2013년 8월 19일 이후이다.
이에 앞서 지난 2005년에는 시빌 유니언 제도가 법률에 도입됐으며 이후 시빌 유니언 등록은 연간 300여 건 정도로 꾸준히 유지됐다.
그러나 2013년에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되면서 시빌 유니언 등록은 줄어들기 시작했으며, 2014년부터 2018년 사이에는 시빌 유니언이 연간 60건 이하로 크게 감소한 바 있다.
반면 동성 결혼은 합법화 이후 작년까지 5년 동안 연간 900여 건 내외의 등록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그런데 이들 중 상당수는 외국 거주자들이 국내에서 신고한 것들인데, 국내에서 동성 간 결혼이 합법화되기 이전에도 시빌 유니언 등록 중 상당수는 외국인들이었으며 이들은 대부분 동성 간 결합이었다.
실제로 지난 2006년부터 2013년 사이에 시빌 유니언 관계 등록을 위해 뉴질랜드를 찾았던 커플 10쌍 중 9쌍은 동성이었다는 사실에서도 이같은 점은 확인된다.
또한 작년에 ‘해외거주자(overseas residents)’ 들이 3120건의 ‘결혼’ 이나 ‘시빌 유니온’를 맺었다고 뉴질랜드 기관에 등록했는데 이 중 384건은 ‘동성 간(same-sex)’의 결합이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최대를 기록했던 그 전년의 495건에 비해서는 상당히 감소한 것인데, 그 배경에는 호주 정부가 지난 2017년 12월에 동성 간 결혼을 합법화한 것이 자리잡고 있다.
호주가 동성 결혼을 합법화하기 전까지는 호주 출신의 동성 커플들이 2013년부터 이를 허용한 뉴질랜드까지 날아와 결혼식을 하는 붐이 일기도 했었다.
<혼인률 하락 추세 이어져>
한편 작년에 만 16세 이상의 국내 인구 중 ‘결혼’ 이나 ‘시빌 유니언’ 관계를 맺는 비율인 이른바 ‘종합혼인율(general marriage rate)’은 해당 인구 1천명당 10.8명이었던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전년보다 약간 낮아진 비율로서 근래 들어 국내에서 ‘종합 혼인률’이 전반적으로 계속 낮아져 오고 있던 지금까지의 추세가 이어지는 모양새다.
통계 전문가는, 국내 거주인구가 계속 증가하는 현실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 동안 연간 혼인건수에는 별다른 변화가 없다면서, 이에 따라 혼인율은 지속적으로 낮아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뉴질랜드에서 ‘종합 혼인률’이 가장 높았던 시기는 지난 1971년으로 당시 ‘종합 혼인률’은 지금에 비해 무려 4배가량이나 높았던 45.5명에 달했었다.
이른바 ‘조혼인율(粗婚姻率)’로도 불리는 종합 혼인률은 인구 천 명당 새로 혼인한 인구의 비율로 사회학 통계에서 특정 인구 집단의 혼인 수준을 나타내는 기본적인 지표 중 하나이다.
이는 일 년간 등록된 총 혼인건수를 해당 연도의 중간인 7월의 인구로 나눈 후 그 수치를 천분율로 나타낸 것이다.
▲ 도표 2 : 연도별 혼인율과 이혼율
<갈수록 늦어지는 결혼 연령>
한편 연령별로 분석된 작년의 결혼 등록 통계를 보면, 초혼인 경우 작년 결혼 등록자의 ‘중간연령(median age)’은 남자의 경우 30.4세, 여성의 경우는 29.2세인 것으로 각각 나타났다.
이는 남녀 각각 27.3세와 25.2세였던 1993년에 비해서 현재 남자는 3살 넘게, 여자역시 4살이나 처음 결혼하는 연령들이 더 높아졌음을 보여준다.
이는 5년 전인 지난 2013년에 남자가 30.1세, 여성의 경우는 28.6세였던 것과 비교해봐도 지금까지 결혼 연령이 계속 늦어지고 있음을 알게 한다.
16세 이상 국민 중 종합 혼인률이 가장 높았던 지난 1971년에는 처음 결혼하는 남녀의 중간연령이 각각 23.0세와 20.8세로 지금보다 월등히 빠른 나이에 결혼들을 했었다.
남녀의 초혼 연령들은 이후 빠른 속도로 계속해 늦어지다 2004년 이후에는 다소 둔화되기는 했지만 여전히 늦어지는 추세는 지금까지 줄곧 이어지는 중이다.
▲ 도표 3: 연도별 결혼 및 시빌 유니언 중간연령
<커플 1천 쌍 중 7.7쌍 이혼>
한편 2018년 한 해 동안에 국내에서 ‘가정법원(Family Court)’에 의해 ‘이혼(divorces)’이 허가된 건수는 모두 7455건으로 집계됐다.
이를 통해 보면 현재 결혼이나 시빌 유니언 관계를 맺은 기존의 커플 1천 쌍 중 7.7쌍의 커플이 작년 한 해 동안에 이혼(이혼율: 7.7%)했을 것으로 추정된다.
이와 같은 작년의 ‘연간 이혼건수’는 ‘이혼율(divorce rate)’이 9.0%였던 지난 1980년 이래 38년 만에 처음으로 연간 8000건 이하로 감소한 상황이며, 이혼율 역시 지난 1977년에 7.4%를 기록했던 이후 작년에 가장 낮아졌다.
한편 국내에서는 지난 1981년에 8592건으로 이혼이 급증한 바 있는데, 이는 그 한 해 전에‘타협(화해)할 수 없는 차이를 배경(grounds of irreconcilable differences)’으로 하는 이혼이 가능하도록 관련 법률(Family Proceedings Act 1980)이 도입되면서 비롯됐다.
이로 인해 1982년에도 한 해 동안 모두 1만2396건의 이혼이 발생하면서 이혼율도 덩달아 한때 17.1%까지 치솟기도 했다.
그러나 그 다음 해에는 9750건으로 건수가 급감했었으며 1985년에는 연간 8607건으로 또다시 내려가는 추세를 보였다.
이후 1989년까지 연간 8000건 이상을 유지하던 연간 이혼건수는 1990년에 9036건으로 다시 9000건 대로 올라선 후 이후 조금씩 더 늘어나다가 1996년에는 연간 1만8건까지 증가한 바 있다.
이후 증가와 감소를 반복하면서 횡으로 움직이던 이혼건수 그래프는 2004년에 이르러 한때 1만608건으로 정점을 찍기도 했었다.
이후부터 연간 이혼건수는 대부분 매년 감소 추세를 유지해 왔으며 동시에 이혼율 역시 하락했는데, 지난 2009년부터 2013년까지 5년 동안에는 매년 평균 8645건의 이혼 등록이 이뤄진 바 있다.
지금까지의 이혼 관련 통계를 분석해보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혼율은 1990년대 후반의 12%대에서 2000년대 중반에는 11%대를 거쳐 현재는 10% 미만으로 크게 낮아지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 도표 4 : 뉴질랜드 거주자의 연도별 이혼
<이혼 가정의 자녀 숫자도 감소 추세>
한편 이처럼 이혼율이 점차 낮아지면서 자녀를 가진 부모들이 이혼하는 사례도 지소적으로 감소하는 중이다.
지난 1999년에는 아이를 가진 부모들이 이혼한 건수가 연간 4746건이었으며 이후 한때 2003년과 2004년에는 각각 4836건과 4974건으로 늘어나기도 했었다.
그러나 이후 2009년에 3744건으로 처음 4000건 이하로 줄어든 후 지속적으로 감소해 2017년에는 3321건, 그리고 작년에는 3105건으로 계속해서 자녀가 있는 커플들의 이혼이 줄어들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 따라 이들 이혼하는 부모들에 딸린 자녀들의 전체 숫자도 덩달아 감소하는 추세이다.
지난 1999년에는 이혼한 부모들에 딸린 17세 미만 나이대 자녀들이 총 8904명이었고 이혼 부모당 평균 자녀수는 1.88명이었다.
이후 2004년에는 1만608건으로 이혼건수가 급증하면서 관련 아동 숫자도 9186명까지 늘어난 바 있다.
그러나 2005년에 8337명, 그리고 이듬해에 8073명을 보였으며, 2007년에는 처음으로 8000명대 아래인 7824명을 기록했고 2009년에 6657명으로 다시 6000명대로 내려갔다.
이후 2016년까지 6000명선을 유지하던 이 숫자는 2017년에 처음으로 5000명선인 5916명을 기록한 후, 작년에는 또다시 5598명으로 감소하는 등 전반적인 감소 추세가 유지되고 있다.
한편 이혼하는 각 부모들에 딸린 17세 미만 자녀들의 평균 숫자는 지난 1999년부터 지금까지 적은 해에는 커플당 1.78명(2009, 2010, 2016, 2017년), 그리고 가장 많았던 해에는 1.93명(2001년)으로 나타나 큰 변동은 없었던 것으로 집계됐다.
<더욱 높아지는 이혼 연령대>
한편 이처럼 이혼율은 낮아지는 추세지만 이혼 연령대는 점차 높아지는 모습인데, 전문가들은 초혼 연령이 예전보다 늦어진 경향과 함께 결혼 유지기간이 예전보다 길어진 데서 그 원인을 찾고 있다.
구체적으로 보면 작년 한 해 동안 이혼한 사람들의 ‘중간연령(median age at divorces)’은 남자의 경우는 46.8세였으며 여자는 44.4세였다.
작년보다 20년 전인 지난 1998년에는 이혼자들의 중간연령이 남자 40.5세, 그리고 여자가 37.9세였으며 그로부터 5년 뒤인 2003년에는 남녀가 각각 42.5세와 40.1세로 높아졌다.
또한 그 10년 뒤이자 지금부터 5년여 전인 지난 2013년에는 남자의 경우 46.4세, 그리고 여자는 43.8세로, 이혼한 사람들의 중간연령이 시대가 지날수록 더욱 높아지고 있음을 통계가 보여준다.
한편 작년에 이혼한 커플들의 관계 유지기간의 중간치는 13.6년으로 나타났는데, 이는 2017년과는 같았지만 5년 전인 2013년의 14.1년에 비해서는 1년 이상 짧았다.
이 수치는 이혼하는 커플의 절반은 이 기간보다 오래 관계를 유지했던 반면 나머지 절반은 이보다 짧았음을 의미한다.
국내 커플들의 혼인 관계 유지기간 중간치는 관련 통계가 집계되기 시작한 지난 1996년부터 1998년까지 3년간 12.6년을 기록했으며 2003년부터 2012년까지 13.1년에서 13.6년 사이를 오르내렸다.
또한 지난 2013년 한 해를 제외하고는 2014년부터 작년까지 5년 동안에도 줄곧 13.6년에서 13.9년대를 유지해 통계 집계 이후부터 큰 변화는 없는 상태이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