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세계 곳곳에서 고양이가 생태계에 큰 영향을 미치는 존재로 등장하고 있다. 누군가에게는 사랑스런 반려동물이지만 또 다른 이들은 생태계에 악 영향을 주는 범인이라고 지탄한다. 국내에서도 점점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고양이에 대해 알아보자.
<고양이, 언제부터 인간의 친구가 됐나?>
인간과 가까운 반려동물 중 대표를 꼽는다면 단연 개와 고양이가 첫손가락에 든다.
그중 고양이는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조각, 심지어는 고양이 미라에서 볼 수 있듯이 이미 5000년 전이라는 오래 전부터 길들여져 사람들과 함께 집에서 살아왔다.
학자들은 현재의 집고양이가 아프리카와 남유럽, 그리고 인도에 걸쳐 분포하는 ‘리비아 고양이(Felis silvestris ly bica)’를 고대 이집트인들이 길들인 뒤 전 세계로 퍼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전 세계에는 2억 마리가 넘는 고양이들이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고양이를 죽이거나 함부로 다루면 불행이 온다는 민간 이야기는 한국을 비롯한 동양의 여러 나라뿐 아니라 유럽과 아프리카에도 널리 퍼져 있다.
고대 이집트에서는 고양이는 때로는 신이 되기도 하는 등 신성한 동물로 여겨졌으며, 고양이가 시체를 뛰어넘으면 시체가 움직인다고 해 고양이를 시체 가까이 두지 않는 풍습도 있었다.
영어권에서도 ‘고양이는 목숨이 9개’라고 ‘나인 라이브즈(nine lives)’로 칭하기도 했는데, 동서양에서 고금을 막론하고 고양이를 대상으로 한 문학작품도 많거니와 오래 전에 등장한 ‘톰과 제리’를 비롯해 지금도 각종 애니메이션의 주인공으로 고양이가 자주 등장한다.
르네상스 시대의 대표 예술가인 레오나르도 다빈치는 “가장 작은 고양이는 하나의 걸작이다”고 고양이를 찬양하면서 ‘성모와 고양이’등 11개나 되는 고양이 소묘 작품을 남기기도 했다. 그러나 한때 검은 고양이가 악마의 분신으로 여겨져 대량 학살을 당하는 등 역사적으로 고양이는 자신을 대하는 인간들의 태도에 따라 그 처지가 냉탕과 온탕을 자주 오갔다.
<사냥꾼 본능 여전한 고양이들>
우리에게 이미 잘 알려져 있듯이 고양이는 사자나 호랑이와 더불어 ‘포유강(Mammalia) 식육목(Carnivora) 고양이과(Felidae)’에 속하며 집고양이와 야생고양이로 크게 나뉜다.
뾰족한 귀, 날카로운 이빨과 발톱, 그리고 대단히 훌륭한 야간 시력을 가진 고양이는 비록 집고양이라고 할지라도 사냥꾼으로서의 야생 본능을 여전히 가지고 있다.
그 때문에 주변에 서식하는 새나 쥐, 도마뱀, 곤충 같은 작은 동물들에게 고양이는 사자나 호랑이와 하나도 다를 바 없는 무시무시한 포식자로 군림한다.
또한 늑대처럼 무리를 중시하고 집단생활을 하면서 상하 관계가 분명한 개와는 달리 고양이는 독립적이며 기르는 주인까지도 포함해 동류들 사이도 비교적 수평적인 관계를 맺는 것이 일반적이다.
이에 따라 손길이 많이 가는 개보다는 비교적 크기도 작고 별다른 교육도 필요하지 않으며 기르기도 쉽고 독립적 생활을 잘한다는 점을 높이 사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택하는 이들도 많다. 특히 개를 기르기 힘든 도시 주민들이 고양이를 많이 기르는데, 이는 도시 문화가 크게 발달한 일본에서 고양이가 반려동물로 큰 인기를 끄는 점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18세기 대양주에 처음 출현한 고양이>
뉴질랜드에 고양이가 등장한 것은 18세기 후반부터 애초 선박에서 쥐들을 없애고자 실렸다가 유럽인들을 따라 들어온 것이 계기가 됐다. ‘뉴질랜드 반려동물 협회(NZ Companion Animal Coun cil)’ 자료에 따르면 2016년 현재 국내에는 113만 마리의 집 고양이(domestic cats)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는 가구당 평균 1.5마리나 되는 상당한 숫자이다. 마오리들이 개와 돼지, 쥐와 함께 이곳으로 옮겨오기 전까지 뉴질랜드에는 포유류라고 할 수 있는 동물들은 아예 없었던 그야말로 새들의 천국이었다.
그러나 유럽인들이 몰려오면서 고양이까지 반입되고 이후 일부가 야생화되고 크게 번식하자 새들은 물론 도마뱀을 비롯한 토종 생태계는 그 충격을 그대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고 결국 일부는 멸종의 길로 들어섰다.
2016년 현재 뉴질랜드에는 250만 마리의 야생 고양이(feral cat)가 있는 것으로 추정되는데, 작년 12월 테카포 인근에서 한 영국인 관광객은 중간 정도 크기의 개에 맞먹는 체구의 야생 고양이를 촬영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은 이웃 국가인 호주 역시 마찬가지였는데, 호주도 뉴질랜드와 비슷한 시기에 고양이가 도입됐으며 1804년에 도입에 대한 공식기록이 남아있다. 또한 1920년대에 시드니 인근에서 고양이가 야생화되면서 일찌감치 그 당시부터 생태계에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 바 있다.
근래 자료에 따르면 호주에는 270만 마리의 집고양이가 있는 것으로 집계되는 반면에 야생 고양이는 무려 2000만 마리 이상이나 되는 것으로 추정된다.
<생태계 악영향 끼치는 주범으로 몰린 고양이>
지난 8월 초에도 야생화된 고양이가 파충류를 포함한 작은 동물들의 개체 수 감소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국제학술지 ‘생물보존’에 발표돼 국제 언론에 소개된 바 있다.
호주 북부준주 환경 부서와 멜버른대가 카카두국립공원에서 고양이 방지 울타리를 설치한 곳과 없는 구역을 2년 동안 무인카메라로 관찰한 결과, 야생 고양이가 없는 곳의 파충류 개체가 서식하는 지역에 비해 2배가량 빠르게 증가한 사실을 발견했다.
이처럼 인간에 의해 야생화된 고양이는 외래종으로서 심각한 생태계 교란을 일으키고 있는데 특히 뉴질랜드와 호주에서는 이전부터 치명적인 외래종으로 꼽혀왔다.
한 관련 연구에서 2013년에 미국에서만도 고양이에게 사냥된 조류가 연간 14억~37억마리, 포유류가 69억~207억마리에 달한 것으로 조사된 바 있다.
현재 호주에서는 2020년까지 야생 고양이 200만마리를 줄이겠다는 목표 하에 독극물을 살포하거나 또 일부 지역에서는 고양이를 잡아오면 포상금까지 주는 제도를 시행해 동물 보호론자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국내에서도 본격화되는 고양이 규제>
지난 8월 중순에 국내 언론들은, 웰링턴 지역에서는 개와 고양이 등 반려동물들의 미래의 삶이 크게 바뀔지도 모른다는 기사를 게재한 바 있다. 이는 시 당국이 웰링턴 시를 토종동물들에게 ‘천적이 없는(predator-free)’도시로 탈바꿈시키려는 논의를 시작하면서 비롯됐다.
시 당국은 개나 고양이를 토종동물을 해치는 천적으로 간주하지는 않겠지만 이들을 생태계와 격리시키도록 많은 제한을 가함으로써 토종 생태계를 보호하겠다는 입장이다.
이 같은 입장은 오타고 대학의 관련 연구에서 나타난 것처럼 토종 동식물을 복원하기 위해서 국립공원 같은 자연보존 지역에서만 관련 조치가 취해져서는 별 효과가 없다는 연구들이 여럿 나왔기 때문이다.
학자들을 포함해 적극적인 환경 운동가들은 국내 생태계의 철저한 복원을 위해서는 반려동물들을 제한해야 하며, 지금 기르는 반려동물들이 죽은 이후에는 아예 더 이상 반려동물들을 기르지 못하도록 막아야 한다는 극단적인 주장까지 하기도 한다.
당시 기사에서는 호주의 ‘누사 시(Noosa Council)’당국이 집고양이가 거리를 배회하다가 적발되면 261달러의 벌금을 물리는 조례를 도입했다는 내용까지 함께 소개됐다.
누사는 퀸스랜드주의 선샤인 코스트 남쪽 해변에 위치한 휴양 도시로 서핑과 카약 등 각종 해양 스포츠로 유명해 평소 이를 즐기려는 이들이 많이 찾는 곳인데, 인근에 누사 국립공원도 위치한다.
하지만 이보다 앞선 2012년 1월에 이미 선샤인 코스트 시청은 이와 같은 제도를 도입했으며, 2016년 한 해 동안 이를 어긴 혐의로 고양이 주인들에게 총 181건에 4만 3000호주 달러라는 범칙금이 부과됐다.
그러나 이곳에서도 이 제도를 두고 고양이 주인들과 시 당국 간에 여전히 갈등이 심한데, 시청 측은 토종 생태계 보호와 함께 고양이 숫자도 전반적으로 줄이고자 이러한 정책을 펴고 있다는 입장이다.
▲ 우리에 갇힌 고양이들
<생태계 복원하려면 고양이는 집 안에...>
8월에 웰링턴의 기사가 나갈 당시 유지니 세이지(Eugenie Sage) 뉴질랜드 환경부(Environment) 협력 장관은, 만약 기르던 고양이가 죽으면 주인들은 고양이를 다시 기르지 않을 것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보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덧붙여 세이지 장관은, 주변의 무성한 생태계를 보고 싶으면 점진적으로 고양이를 집 안에 두어야 한다는 점을 사람들이 깨달아야 하며, 키위를 보려면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고 말했다.
오타고 대학의 한 교수도, 뉴질랜드 전체 가정 중 35%에서 최소한 한 마리 이상의 고양이를 키우고 있으며 이들에게 키위는 물론 다른 동물들도 희생된다면서, 만약 도시에서 생존에 취약한 토종 동물들을 복원하고 싶다면 고양이를 집 안에 가두지 않는 한 성공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Predator Free Wellington’을 비롯해 시의 방침을 지지하는 단체의 관계자들은, 자신들이 단순히 고양이만 목표로 하는 것이 아니라면서, 쥐와 포섬 등도 생태계 다양성을 위해 없애야만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환경론자들 역시 앞으로도 개나 고양이를 반려동물로 기르는 것은 허용되어야 한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그러나 이들은 생태계 복원을 위해서는 어쨌든 반려동물 주인들의 책임이 지금보다 더 강화되어야 함도 분명하다고 지적한다.
이런 상황에서 웰링턴 시청에서는 고양이를 실내에 가두거나 방울을 달도록 강제하거나 법률을 제정할 계획은 일단 없다면서, 시청 소속 동물통제팀은 지금도 1만 2000마리에 달하는 등록견들을 처리하는 것만으로도 아주 바쁜 형편이라고 전했다.
한편 당시 기사에는 언론사가 마감하기 전까지 많은 댓글들이 달려 각계 각층의 시민들이 다양한 의견을 쏟아냈다.
어떤 이들은 토종 조류가 사라지는 것은 고양이가 아닌 사람들이 서식지를 파괴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으며, 시내에 산다는 또 다른 주민은 그나마 고양이가 있어 쥐가 활개치지 못한다고 고양이를 옹호하기도 했다.
또한 고양이 주인들은 고양이 습성상 가둬 키우는 것이 어렵다는 주장도 나온 가운데 대부분 댓글들이 상당히 길었고 또한 찬성 및 반대에 관계없이 진지한 내용들로 채워져 눈길을 끌었으며, 독자들 간에 이 문제를 포함해 환경보존과 관련된 성숙한 토론들로 주제가 확장되기도 했다.
<새롭게 등장한 고양이 논쟁>
이런 가운데 지난 8월 28일에는 남섬 사우스랜드의 작은 해변 마을에서도 고양이 문제로 논란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논란은 사우스랜드 환경청(Environment Southland)이 오마우이(Omaui) 주민들에게, 현재 기르는 고양이들을 중성화시키고 생후 6개월이 되면 마이크로 칩을 삽입하며 또한 기존 고양이가 죽으면 더 이상 입양하지 말자는 ‘Proposed Regional Pest Management Plan’을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이 마을은 인버카길(Invercargill)에서 남서쪽으로 20km가량 떨어졌는데 풍부한 생태계를 가진 보호지역 안에 위치해 고양이들이 토종 조류는 물론 도마뱀과 곤충 및 식물 생태계까지 악영향을 미쳐 이와 같은 제안이 나왔다.
제안에 따르면 특히 야생에서도 상대적으로 더 큰 영향을 미치는 벵갈(Bengal) 고양이는 아예 배제해야 할 품종으로 지정되고, 계속 기를 수는 있지만 허가와 함께 여러 규제를 받아야 한다.
이번 제안에 대한 청원은 10월 23일 마감되는데, 공개되자마자 이를 놓고 온라인을 통해 한 주도 안돼 수 백건 제안이 올라오는 등 찬반 논쟁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환경보호 단체의 관계자는, 감정적 문제이기는 하지만 자신들은 고양이를 혐오하지 않으며 이는 고양이 주인들의 책임과 관련된 문제라면서, 이번 제안을 적극적으로 지지한다고 밝혔다.
그는 우리 주변 생태계가 크게 악화됐다는 사실을 많은 이들이 자각하고 있으며 이제는 그런 상황을 막기 위해 우리가 무엇인가를 해야할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반면 몇 해 전 이 지역으로 이사해 현재 고양이 3마리와 산다는 한 주민은, 쥐를 막고자 고양이를 기른다면서 만약 이마저 못하게 한다면 경찰국가나 마찬가지라며 크게 반발했다.
이처럼 고양이가 생태계 보전 정책과 크게 충돌하면서 향후에도 동물보호론자들을 위시한 고양이 애호가들과 이에 맞서 환경을 우선시하고 복원을 지지하는 단체들과 정부 간에는 계속해서 갈등이 이어지게 됐다.
남섬지국장 서 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