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질랜드 주택가격이 전 세계 주요국 가운데 2010년 이후 상승폭이 가처분소득 대비 가장 크고 임대료 대비 두 번째로 큰 것으로 조사됐다. 또 뉴질랜드 집 값은 두 번째로 과대평가돼 있고 주택시장은 위험도가 가장 높은 다섯 개 국가 중 하나로 지적됐다. 오는 22일부터 외국인 주택매입 금지가 발효되지만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지는 미지수다.
소득 대비 집값 상승 세계 1위
국제통화기금(IMF)이 지난달 발표한 ‘세계 주택 시장 동향’에 따르면 소득 대비 주택가격은 2010년을 100으로 했을 때 올해 1분기나 자료가 있는 최신 분기(지난해 4분기) 기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2개 회원국 가운데 뉴질랜드가 143.4로 1위였다.
임대료 대비 주택가격은 2010년이 100일 때 올해 1분기나 지난해 4분기 기준으로 캐나다가 146.7, 뉴질랜드는 146.5로 가장 높았다. 뉴질랜드처럼 집값이 소득이나 임대료보다 빠르게 오랫동안 상승하면 주택 시장에 거품이 끼고 있을 가능성이 있다.
뉴질랜드의 최근 1년간 실질 주택가격은 올해 1분기 기준으로 4.8% 올라 63개국 가운데 18위에 올랐다.
그 동안 집값이 폭등했던 오클랜드에서는 다소 진정됐지만 다른 지역에서는 아직도 집값이 상승하고 있는 상황을 반영한다.
홍콩이 1년간 11.8%나 올라 주택가격 상승률 1위를 차지했고 유럽에서 경제성장률이 가장 높은 아일랜드가 11.1% 상승으로 2위에 올랐으며 중국은 3.2%, 일본은 1.5% 상승했고 한국은 주택가격 상승 지역이 편중되면서 전체 주택의 상승률은 0.3%에 그쳤다.
IMF는 2000년 1분기를 기준(100)으로 삼아 분기마다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를 발표한다. 물가 상승을 반영한 세계 63개국의 실질 주택가격을 단순 평균해 구한 값이다.
작년 4분기 글로벌 실질 주택가격 지수는 160.1로 집계돼 자료가 확보된 2000년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금융위기 직전에 정점을 찍었던 2008년 1분기의 159.0도 추월한 것이다.
IMF 주택 가격 지수는 2008년 1분기에 정점을 찍었지만,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곤두박질쳤다. 2007-2008년 세계 각지에서 주택가격은 급락해 글로벌 금융위기의 시작을 알렸다.
세계 경제가 금융위기에서 회복세를 보이는 가운데 글로벌 주택 시장은 지속적인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완화 정책으로 장기간 초저금리가 계속된 탓에 주택 시장이 과열됐다는 경고도 나왔다.
집값 과대평가 세계 2위
뉴질랜드의 미친 집값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과대평가됐고 주택시장은 다섯 번째로 위험한 시장으로 분석됐다.
영국 옥스퍼드대 산하 연구기관인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지난달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뉴질랜드 주택가격지수가 179로 203의 홍콩에 이어 두 번째로 과대평가돼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173을 기록한 캐나다와 160의 호주보다도 높은 것이다.
또한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스웨덴, 호주, 캐나다, 홍콩에 이어 OECD 회원국 가운데 다섯번째로 위험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의 애덤 슬레이터(Adam Slater)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부동산시장이 장기 상승세를 이어오면서 부채 수준이 높아졌다”며 “변동모기지 비중이 크다는 점은 이들 국가들의 주택시장에 불안한 요소”라고 지적했다.
슬레이터 이코노미스트는 이어 “OECD 회원국들의 과거 패턴을 보면 주택 붐이 끝나면 대개 커다란 집값 하락을 보였다”며 “이는 앞으로 몇 년 동안 많은 OECD 회원국들의 집값이 정체 또는 하락할 것임을 시사한다”고 말했다.
옥스퍼드이코노믹스는 경제 규모가 큰 대다수 국가의 시장에서는 리스크가 크지 않았으나 경제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일부 선진국 시장에 리스크가 집중된 것으로 분석됐다고 밝혔다.
한편 뉴질랜드부동산협회(REINZ)에 따르면 지난 8월 뉴질랜드 주택 중간가격은 54만 9,000달러로 1년 전에 비해 3.6% 상승했고 오클랜드는 85만 2,000달러로 1.4% 올랐다.
오클랜드 집값이 전년 대비 오른 건 6개월 만에 처음이다.
오클랜드를 제외한 주택 중간가격은 45만 5,000달러로 연간 6.2%의 높은 상승률을 보였다.
뉴질랜드부동산협회는 예년에 비해 따뜻한 8월 날씨가 주택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쳐 전국 16개 지역 가운데 14 개 지역에서 집값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주택대출 세계금융위기 이전보다 높아
옥스퍼드이코노믹스가 뽑은 주택시장 위험 국가들은 주택 붐이 오랫동안 지속됐고 주택대출 규모가 높은 특징을 가지고 있다.
이들 국가들은 금리가 상승하거나 가계소득 감소를 가져오는 고용시장의 침체기에 큰 타격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뉴질랜드의 주택대출 비율은 국내총생산(GDP) 대비 89%로 나타났다. 이는 115%를 기록한 이웃 호주보다는 양호하지만 심각한 재정위기를 겪었던 그리스, 이탈리아, 스페인보다 높은 것이다.
뉴질랜드 중앙은행은 가계부채를 가처분소득과 대비하여 사용하는데 현재 약 166%로 10년 전 세계금융위기 이전보다도 높은 실정이다.
당시 뉴질랜드 기준금리는 8.25%였고 미국은 5.25%, 호주 7.25%로 대출자의 충격을 완화시켜줄 금리 인하 여지가 있었지만 현재 뉴질랜드 기준금리는 사상 최저 수준인 1.75% 로 뉴질랜드를 비롯한 세계 경제 주요국들은 또다시 금융위기가 닥칠 경우 과거와 같은 충분한 총탄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를 안고 있다.
중앙은행은 지난달 27일 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기준금리를 2019년과 2020년까지 현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한다”며 “다음 금리 방향은 위쪽이나 아래쪽 모두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외국인 기존주택 매입 금지 발효
세계 주요 국가들은 뛰는 집값을 잡기 위한 다양한 정책을 쏟아내고 있다. 홍콩은 빈집세를 도입하고 영국은 인지세로 집값 하락을 유도하고 있으며 호주에서는 정부가 대출규제를 강화해 수요자들의 자금줄을 조이면서 시드니 등 주요 도시의 주택가격이 11개월 연속 떨어지고 있다.
뉴질랜드는 캐나다와 같이 외국의 투기자본을 집값 상승의 주범으로 보고 외국인 주택매매를 금지해 집값 잡기에 나서고 있다.
오는 22일부터 시행되는 외국인 주택매입 규제에 따라 외국인들의 기존주택 매입이 금지된다.
외국인이 기존주택을 매입할 때 해외투자청의 허가를 받아야 하는데, 허가를 받으려면 주택 매입 행위가 뉴질랜드 공익에 도움이 된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다만 외국인들은 여전히 신규 주택과 20세대 이상 아파트의 60%를 매입할 수 있으며, 뉴질랜드와 무역협정을 맺은 호주와 싱가포르는 면제다.
웨스트팩은 외국인 주택 매입 금지가 오클랜드와 퀸스타운의 집값을 떨어뜨리겠지만 급격한 하락은 없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웨스트팩의 도미닉 스티븐스(Dominick Stephen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외국인 주택 매입 금지 시행이 얼마나 영향을 미치게 될지 아직 알 수 없지만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금지 조치가 당초보다 많이 약화돼 집값에 미치는 효과는 캐나다의 경우보다 낮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