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부터 2000년대 초반에 태어난 밀레니얼 세대는 집값이 너무 올라 부모의 도움 없이 생애 첫 주택 구입이 어렵다고 토로한다. 1946년부터 1964년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는 과거에도 내 집 마련은 결코 쉽지 않았다고 반박한다. 어느 쪽이 맞을까? 뉴질랜드 주택시장의 지난 70년을 간략하게 살펴보고 올해 전망에 대해 알아 본다.
시대별 주택시장 주요 변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건설인력 및 건축자재 부족으로 1940년대 자가소유율은 60% 밑으로 요즘보다도 낮았다.
1950년대 들어 새로운 변두리 지역들이 발전하기 시작했고 국영주택 세입자들은 살고 있던 국영주택을 구입할 수 있었다.
모토웨이들이 개통되고 자가용이 주요 운송 수단으로 자리잡으면서 대도시 경계선이 확대된 시기는 1960년대이다.
1970년대 신규주택 건설 뿐 아니라 주택 보수 등으로 주택대출이 확대되면서 오클랜드 시티 지역의 많은 빌라와 방갈로들이 개축됐다.
1980년대 금리가 오르고 인플레이션이 상승하면서 전통적인 주택 소유 개념이 양도소득 획득 기회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국영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대기 기간이 늘어나고 주택건설 규정이 완화되면서 누수주택 문제가 촉발된 것은 1990년대 일이다.
누수주택 문제는 2000년대 들어 사회적인 이슈로 확대됐고 세계금융위기로 신규주택 건설이 줄면서 오늘날의 주택부족 문제를 초래하는 계기가 됐다.
2010년대 오클랜드 주택가격이 치솟으면서 중앙은행은 대출규제를 실시했고 현 노동당 정부는 주택 구매력 향상을 위해 2018년부터 ‘키위빌드(KiwiBuild)’ 사업을 시행하고 있다.
흔히 내 집 마련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나타내는 지표로 주택구매력지수가 사용된다.
평균가격의 주택을 구입하기 위해 필요한 가구소득으로 계산되는 이 지수는 지난 몇 십 년 동안 2-3배를 유지했으나 현재 6배를 넘어 지수상으로는 과거에 비해 요즘 주택구입이 어려운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도 대체로 밀레니얼 세대가 과거 세대에 비해 첫 집 장만하는데 힘들다는 점에 동의하지만 베이비붐 세대라고 해서 내 집 마련이 쉬웠던 것은 아니었다고 얘기한다.
‘렌트 세대’라는 책을 발간한 샤무빌 이큅(Shamubeel Eaqub) 이코노미스트는 장래에는 주택 소유자들의 자녀들만 집을 구입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언했다.
부동산 전문가 다이애나 클레멘트(Diana Clement)는 뉴질랜드 모든 지역은 아니지만 오클랜드와 퀸스타운 등지에서 집값이 매우 높아 요즘 세대들이 내 집 마련이 어려운 것은 맞지만 모기지를 얻어 집을 구입하는 28%가 생애 첫 집 구입자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밀레니얼 세대의 첫 집 장만이 불가능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했다.
부동산 분석회사 밸로시티(Valocity)의 제임스 윌슨(James Wilson) 이사는 오클랜드 주택의 11%와 전국 주택의 45%가 아직도 구입 가능한 가격대로 분류되는 60만달러 미만이라고 밝혔다.
클레멘트는 밀레니얼 세대는 베이비붐 세대에 비해 아이폰 등 전자제품, 최신 유행 패션, 외식 등 유혹받는 일이 많다고 덧붙였다.
그녀는 이어 요즘 세대들은 이해하지 못하는 내 집 장만의 어려움들이 시대마다 존재해 왔다고 강조했다.
예를 들어 1940년대 여성과 마오리는 은행 대출 문턱이 매우 높았고 1970년대부터 1990년대 금리가 높아 가처분소득의 대부분을 이자 갚는데 사용했고, 두 번째, 심지어 세 번째 모기지 대출을 받는 경우도 허다했다는 것이다.
윌슨 이사는 심리적인 면도 밀레니얼 세대의 내 집 마련에 장벽으로 작용한다고 주장했다.
즉 이들 세대의 보수는 이전 세대보다 많지만 모기지 대출을 받기 위한 최소 10만달러의 저축이 불가능한 것처럼 느끼고 있다는 것이다.
매시 대학의 로버트 하그리브스(Robert Hargreaves) 교수는 현재 주택시장에서 생애 첫 집 마련이 어려운 요인으로 부동산 투자자들과의 경쟁, 주택건설 부족, 결혼 및 출산 연령 증가 추세, 내 집 마련보다 여행 등을 우선시하는 젊은 세대 가치관 등을 열거했다.
BNZ의 토니 알렉산더(Tony Alexander) 이코노미스트는 요즘 젊은 세대들은 베이비붐 세대가 했던 것처럼 싼 지역의 허름한 집을 사서 보수하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한다며 집값 상승의 원인을 베이비붐 세대에 돌리지 말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9년 주택시장 전망
올해 집값 전망에 대해 전문가들도 큰 폭의 상승부터 근래 볼 수 없었던 하락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의견을 내놓고 있다.
인포메트릭스(Infometrics)의 폴 바클(Paul Barkle) 이코노미스트는 오클랜드 집값이 2년 동안의 조정기를 마치고 올해 9% 이상 급등해 신고가를 경신할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그 같은 이유로 4만5,000채를 넘는 오클랜드의 심각한 주택 부족을 꼽았다.
그는 이미 최고가를 나타내고 있는 오클랜드 이외 집값은 올해 1% 정도 떨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부동산 정보회사 코어로직(CoreLogic)의 닉 구달(Nick Goodall) 수석 분석가도 올해 뉴질랜드 전국적인 집값이 3-5% 상승할 것으로 전망했다.
그는 외국인 주택 구입 금지, 임대주택 규정 강화, 주택 소유주에 대한 새로운 세금 부과 전망 등과 같은 집값 하락 요인들이 지속적인 저금리, 중앙은행의 대출규제 완화, 오클랜드의 주택공급 부족 등의 요인들과 상쇄될 것으로 분석했다.
밸로시티의 윌슨 이사는 올해도 작년과 비슷한 1-2%의 집값 상승률과 다른 부동산보다는 비교적 구입하기 저렴한 플랫과 아파트의 상승을 예상했다.
웨스트팩(Westpac)의 도미닉 스티븐스(Dominick Stephens)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최근 사상 최저 금리로 오클랜드 주택시장이 잠시 활황을 보였지만 올해 모기지 금리가 오르고 정부의 새로운 세금정책이 시장에 영향을 미치면 집값은 떨어질 것이라고 밝혔다.
데본 펀드(Devon Funds)의 슬레이드 로버트슨(Slade Robertson) 이사는 뉴질랜드 주택시장은 하락의 길로 접어들고 있고, 문제는 그것이 ‘조정’ 이냐, ‘폭락’ 이냐에 있다며 비관론을 펼쳤다.
그는 세계금융위기 이후 각국 중앙은행들의 금리 인하와 양적완화 정책으로 세계경제가 성장했고 많은 서구 국가들에서 저금리에 힘입어 집값이 폭등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시드니, 멜버른, 런던, 밴쿠버 등지에서 성장 사이클이 변화하고 있다며 가처분소득 대비 가계부채 비율이 166%로 높은 뉴질랜드도 금리가 오르고 투자자 신뢰도가 떨어지면 집값이 크게 떨어질 개연성이 높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