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4년 4월 뉴질랜드의 첫 비트코인용 ATM 설치에 즈음하여 ‘비트코인과 뉴질랜드’라는 제목의 포커스가 게재된 바 있다.
그 이후 세간의 관심에서 다소 멀어졌던 비트코인이 지난해부터 세계적인 투자 열풍을 일으키고 있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암호화폐)는 트레이딩이 전부인듯 부풀려졌지만 그 핵심은 고도의 보안성을 자랑하는 블록체인 기술로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 중 하나로 지목되고 있으며, 가상화폐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도 존재하는 가운데 뉴질랜드 정부도 가상화폐 시장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중앙은행 '비트코인은 거품'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의 전 세계적인 급부상에 뉴질랜드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크라이스트처치에 기반을 둔 가상화폐 거래소인 크립 토피아(Cryptopia)는 지난해 5월 3만 명의 가입자에 1일 평균 거래액 100만 달러에서 지난해 말 100만 명의 가입자에 거래액 1억 2,000만 달러로 성장했다.
이제 뉴질랜드인뿐만 아니라 세계 각국의 가상화폐 이용자들이 참여하고 있는 크립토피아 가입자는 올해 들어서도 10일 만에 40만 명이 늘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비트코인으로도 구입할 수 있는 부동산 매물이 나왔는가 하면 가상화폐 투자와 채굴에 필요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해밀턴의 집까지 매도한 한 IT 전문가의 이야기가 보도되기도 했다.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들은 여러 가지 문제점들이 지적되고 있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것이고 지나치게 투기적이며 규제되지 않고 범죄 활동에 사용되기 쉬우며 장기적으로 살아남을 수 있을지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 등이 그것이다.
중앙은행 그랜트 스펜서(Grant Spencer) 총재대행은 지난달 비트코인의 급격한 가격 변동을 지적하며 ‘거품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스펜서 총재대행은 “최근 보이는 비트코인 가격상승이 마치 거품을 연상시킨다”면서 “장기적으로 유용한 상품으로 보기에는 너무 불안정하다”고 견해를 밝혔 다.
이어 “(비트코인 거래에) 버블이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며 “우리는 몇 세기에 걸쳐 버블을 봐왔고 이 역시 고전적인 형태의 버블로 보이고, 버블이 꺼지기 전까진 얼마나 갈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금과 상당히 유사하다”며 “비트코인은 채굴되고 정해진 양이 있으며 가격이 매우 변동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상화폐는 결제 등의 측면에서 더 안정적인 가치를 보유해야 단지 투기적인 도구가 아닌 유용한 화폐가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비트코인 딜레마에 빠진 아시아 정부
중앙은행은 뉴질랜드 달러가 디지털 통화로 대체될 시점이 찾아올 지에 대한 연구를 진행하고 있지만 현재가 디지털 통화로 대체할 시점이 아니라는 점은 분명하게 결론 내린 상태다.
이웃 호주의 중앙은행 필립 로우(Philip Lowe) 총재는 비트코인 열풍을 ‘투기적인 광기’라고 비판했다. 그는 비트코인은 불법적인 거래를 하는 이들에게 더 매력적일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국은 가상화폐 시장에 대한 제재를 구체화하고 있다. 기관의 가상화폐 거래를 금지했고, 가상화폐공개(ICO)도 허용하지 않은 상태다.
지난 11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은 “가상화폐 거래소 거래 금지 법안을 준비 중에 있으며 거래소 폐쇄까지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AFP통신에 따르면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량의 20%를 한국이 차지하고 있다. 약 100만 명으로 추정되는 가상화폐 투자자 중 많은 이들이 소규모로 투자하고 있고, 비트코인을 보유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지난해 9월 ICO와 가상화폐 거래 금지령을 내렸다. 이는 가상화폐 시장이 형성된 각 국 정부의 조치 중 가장 강력한 조치로 구분된다. 하지만 이와 동시에 중국인민은행은 자체적인 가상화폐를 만들기 위한 전담 조직을 설치하는 등 이원화된 전략으로 가상화폐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
일본 정부는 비트코인 등 주요 가상화폐에 대한 결제를 지난해 9월 허용했다. 이어 11개 가상화폐 거래소를 승인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을 제도권 내에 두기 위한 작업들을 진행했다.
블록체인 차세대 기술로 주목
비트코인을 포함한 가상화폐의 종류는 1,300가지가 넘고 지금도 매일 새로운 가상화폐가 나오고 있다. 세계에서 통용되고 있는 통화가 180가지인데 비해 대조를 이룬다.
비트코인은 널리 알려져 있지만 정작 비트코인이 운영되는 블록체인(분산원장)에 대해서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1,300여 종류의 가상화폐가 있듯 블록체인도 그만큼 많다. 오클랜드 대학의 알렉스 심즈(Alex Sims) 부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이 인터넷 이상으로 사회와 경제를 변화시킬 차세대 기술이라고 설명한다.
심즈 부교수는 블록체인 기술의 쉬운 예로 제3세계 국가들에 대한 원조를 들었다. 현재 이들 국가들의 부패 때문에 모든 원조 금액이 필요한 사람들에 전달되지 않고 있다. 하지만 블록체인은 화폐의 전 과정이 추적될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이다.
또한 지진으로 피해를 입은 사람들에게 곧바로 기부하는 것도 가능하게 된다. 심즈 부교수는 블록체인의 잠재적인 영향은 과장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주장했다. 밀포드 에셋 매니지먼트의 브라이언 개이노(Brian Gaynor) 회장은 “가상화폐 시장은 거품을 보이고 있고 어느 단계에 가면 거품이 꺼질 것으로 보인다”며 “하지만 가상화폐는 진정한 가능성이 있고 그 중 몇몇은 장기적으로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고 말했다.
IRD 가상화폐 세무처리 검토
가상화폐 거래액이 폭등하고 비트코인이 지난달 미국에서 선물거래가 시작되는 등 일부 제도권에 편입되면서 뉴질랜드에서도 관련 부처의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중앙은행의 앙거스 바클레이(Angus Barclay) 외부 커뮤니케이션 고문은 “중앙은행의 주요한 검토 사항에 가상화폐가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바클레이 고문은 “그러나 중앙은행은 비트코인을 규율하지 않는다”며 “비트코인이 어떠한 법적 지위를 가지든 간에 계약과 조세 등에 관련된 보통 법에 적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질랜드에서는 사실 비트코인을 비롯한 가상화폐가 상품인지 통화인지에 대한 명확한 규정조차 마련돼 있지 않는 상황이다. IRD도 가상화폐 세무처리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IRD는 검토 작업의 예비 단계에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나 전문가들은 가상화폐에 대한 세무처리가 금과 비슷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행 소득세법 CB4조에 따르면 개인 재산을 취득한 주된 목적이 처분일 경우 처분 시 발생한 차익은 소득으로 간주되어 세금을 내야 한다.
납세자는 환율 비용과 같은 취득에 들어간 비용을 공제 받을 수 있고 금을 보유하고 있을 때에는 연간 수익이나 소득을 발생시키지 않는다.
가상화폐 세무처리가 금의 세무처리를 준용할 경우 가상화폐 소유자가 세금을 내지 않으려면 가상화폐 취득 목적이 판매가 아니라는 것을 세무당국에 설명해야 한다.
가상화폐의 GST 적용과 관련, 델로이트 뉴질랜드(De loitte NZ)의 이안 페이(Ian Fay) 세무사는 가상화폐 매입은 GST 적용 대상이고 매입한 가상화폐를 가지고 다른 물품을 구입하는 것도 GST 적용 대상이라고 설명했다.
페이 세무사는 이러한 이중 과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가상화폐를 GST 목적상 통화로 간주해야 하고, 호주가 7월부터 이를 시행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금융시장감독원(FMA)은 가상화폐를 이용하는 것은 사기나 고위험 투자의 타겟이 될 수 있다고 경고했다. 금융시장감독원은 대부분의 다른 국가들과 마찬가지로 가상화폐를 법적 통화로 인정하지 않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