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이색적인 즐길거리와 먹거리를 찾아 다니고
거기다 모험심까지 충만한 이들에게 딱 어울리는
레스토랑이 뉴질랜드에 등장했다.
▲ 하늘에서의 결혼식
2월 초부터 중순까지 오클랜드 항구 옆에 문을 열고 영업 중인 ‘Dinner in the Sky’라는 이름의 하늘 레스토랑이 그 주인공. 암벽 등반 때나 쓰는 ‘안전벨트(harness)’를 착용하고 지상 50m 위로 매달려 올라가서야 음식을 겨우 맛볼 수 있는 이곳은 레스토랑이라기보다 이벤트 장소라고 하는 게 더 어울린다.
<발 아래 펼쳐지는 오싹한 풍경>
그런 성향을 가진 사람들이 자진해 올라갈리야 없겠지만 만약 고소공포증이 조금이라도 있는 이들이 이 레스토랑에서 식사라도 한다면 절대 아래를 내려다보면 안 된다. 왜냐면 이 식당 바닥은 양발을 겨우 올려둘 만한 작은 받침대만 한 개 달랑 달려 있을 뿐 발 아래 밑바닥이 아찔하게 다 내려다보이기 때문.
만약 조금이라도 발판을 벗어난다면 두 다리 전체가 공중에 대롱대롱 매달리는 스릴 넘치는 경험도 덤으로 할 수 있다.
플랫폼 위에 마련된 레스토랑 좌석수는 모두 22석인데, 손님들은 카메라와 휴대폰을 제외한 모든 물건들은 비행(?)을 시작하기 전에 모두 지상에 남겨 놓아야만 한다.
당연히 놀이기구 탈 때처럼 모든 승객, 아니 손님들은 안전벨트를 필수로 착용해야 하는데 이들이 타면 크레인이 플랫폼 전체를 지상 50m까지 끌어올린다.
손님 좌석들이 플랫폼 바깥에 빙 둘러 설치되고 한 가운데는 요리사들을 위한 주방 공간이 마련됐는데, 요리사들 역시 안전벨트를 매지만 이들은 요리와 서빙을 위해 주방 공간 내를 걸어서 이동할 수 있다.
또한 이륙한 뒤 갑자기 혼자 볼일이 있다고 내려달라고 사정해야 하는 낭패스런 일을 겪지 않으려면 업소가 권장하는 대로 사전에 꼭 화장실을 들려야 하는 게 이 레스토랑에서 지켜야 될 특별한 에티켓 중 하나이다.
▲ 런던 상공에서의 이벤트
<전 세계 50여개 도시에서 이미 선보여>
‘Dinner in the Sky’는 항상 영업을 하는 상설 레스토랑은 아닌데, 이벤트 성격의 이 사업은 지난 2008년에 ‘Events in the Sky’에 의해 창안돼 벨기에에서 처음으로 시작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런던, 파리, 도쿄, 시드니 등 전 세계 50여 국가의 여러 도시들에서 이벤트가 펼쳐지면서 많은 이들의 시선을 끌었다.
레스토랑을 찾은 이들 중 많은 이들이 생일 등 기념일을 맞아 특별한 추억거리를 만드려는 단체 손님들이었는데, 때로는 이색적인 결혼식이 열려 가십란에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크리스마스에는 플랫폼 앞에 사슴들을 매달고 올라 가기도 했으며, 자동차 경주대회나 콘서트장에 설치된 적도 있고 밥을 먹으면서 좀 더 가까워진 밤하늘 별들을 감상하는 자리로 이용되기도 했다.
한편 회사 관계자는, 뉴질랜드 요식업계가 지난 몇 년 동안 폭발적으로 성장했으며 이에 따라 뉴질랜드에서 자신들의 사업 개념을 현실화시킬 수 있는 적당한 때라고 판단해 이벤트를 갖게 됐다고 전했다.
그는 그동안 행사에 참가했던 요리사들이 높이 때문에 무서워 제대로 요리를 못한 경우는 한번도 보지 못했다면서, 요리사들은 곧바로 적응해 즐기면서 손님들에게 봉사했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고의 요리사들이 제공하는 맛있는 음식들과 고급 와인 및 샴페인을 근사한 전경과 함께 즐기는 잊을 수 없는 특별한 추억을 선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며 자신들의 사업을 한껏 치켜세웠다.
<다른 도시들에서도 영업할 예정>
‘Dinner in the Sky’는 뉴질랜드에서는 처음으로 지난 2월 1일(목)부터 18일(일)까지 일정으로 오클랜드 퀸스 부두 (Queens Wharf)의 ‘더 클라우드(The Cloud)’인근 상공에서 이벤트를 개최하고 있다.
당초 작년 11월말부터 12월 중순까지 이벤트를 열 예정이었으나 직전 행사 개최지였던 호주에서 현지 업체 문제로 설비를 운반해오는 일정이 지연되는 바람에 이번 달에 열리게 됐다.
회사 측은 오전 11시에 갖는 브런치를 시작으로 점심식사 2차례, 와인 시음과 칵테일이 각각 한 차례, 그리고 저녁 7시에 마지막으로 시작되는 저녁식사 2차례 등 매일 7차례 손님을 맞이하고 있다.
이번 뉴질랜드 이벤트에는 ‘Masterchef NZ’심사위원인 사이먼 가울트(Simon Gault)를 비롯해 가레스 스튜어트(Gareth Stewart), 필 클락(Phil Clark)과 프레이저 셴턴 (Fraser Shenton) 등 국내의 내노라하는 유명 요리사들이 여럿 참여 중이다. 그런데 이처럼 특이한 레스토랑에서 특급 요리사들이 준비해주는 한끼를 맛보려면 비용을 꽤 들여야 하는 점은 당연지사로 서민들이 쉽게 찾기에는 비용이 만만하지가 않다.
▲ 한창 이벤트가 진행 중인 식탁
실제로 회사 측은 웹사이트를 통해, 미셸린(Michelin) 스타 셰프로 유명한 헤스턴 블루멘탈(Heston Blumenthal)이 참가한 이벤트에 모나코의 앨버트 (Albert) 대공을 비롯해 특급 손님들이 참여하는 등, 그동안 치러진 이벤트에 유명 가수나 배우 등 이름만 대면 쉽게 알 수 있는 명사들이 대거 참가했다고 자랑한다.
오클랜드 이벤트는 작년부터 사전 예매가 이뤄졌으며 현재 온라인 구매 사이트인 ‘그랩 원(Grab One)’을 통해 행사 종류별로 최저 248달러에서 최고 498달러인 입장권이 판매되고 있다.
한편 회사측은 이번 오클랜드를 시작으로 향후 웰링턴과 퀸스타운을 포함한 국내 다른 지역에서도 본격적으로 행사를 진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또한 작년에 ‘팀 뉴질랜드(Team NZ)’우승으로 오클랜드에서 열리게 된 ‘아메리카스컵(America’s Cup) 요트대회’에서는 최고 전망의 하늘에서 성찬을 즐기면서 요트대회를 구경할 수 있는 이벤트도 구상 중이라고 밝혔다.
<서비스 분야, 기발하고 이색적인 상품 계속 등장>
21세기 들어 사회가 한층 더 다양화하고 변화 역시 유사 이래 그 어느 때보다도 급격해지면서 치열한 경쟁 속에 이번 이벤트처럼 서비스 분야에서도 갖가지 기발하고 이색적인 업체와 사업들이 속속 등장하고 있다.
그 한 예로 남아메리카 페루의 쿠스코(Cusco) 근처에서는 단지 편안히 머무는 것에 만족하지 못한 숙박객들을 대상으로 깍아지른 400m 높이의 절벽 위에 매달린 이색 호텔이 몇 년 전 등장한 바 있다.
안데스 산맥 언저리에 지어진 이 숙소는 방에 들어가려면 가이드와 함께 카라비너(Karabiner) 등 등반장비를 제대로 갖추고 수 백m나 되는 절벽을 쇠줄을 잡고 올라가야만 한다.
▲ 절벽 호텔의 식사 장면
자칫하면 밑으로 추락할 것만 같은 숙소는 별다른 편의 시설 하나 없고 1박에 1000 NZ$나 하는데도 불구하고 등장하자마자 인터넷을 통해 널리 알려진 후 몇 달 전 예약해야만 이용할 수 있을 정도로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이런 사례는 부지기수인데, 이는 남들과는 다른 생각과 번뜩이는 아이디어가 돈이 되는 세상이자 동시에 소비자들의 심리가 과거와는 크게 달라졌다는 풍조도 함께 보여준다.
이런 현실을 접하면서 앞으로 어떤 기발한 모습의 서비스 산업이 우리 앞에 등장할까 기대가 되면서도, 또 다른 한편으로는 이런 급격한 변화를 미처 따라가지 못할까 내심 두려운 생각이 드는 것 역시 우리 모두의 마음이 아닐까 싶다.
남섬지국장 서현